[백년가게] 의왕의 자랑, 50년 역사의 치킨 노포 '부곡통닭'

2025-04-16

박찬일 요리사의 백년가게 산책 #12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점포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 받아 공식 인증받은 점포입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신한카드, 그리고 브릭스 매거진이 '백년가게'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요리사이자 작가인 박찬일 요리사와 함께 백년가게 탐방에 나섰습니다. 여러 저서를 통해 '노포'라는 말을 처음으로 대중에 알린 박찬일 요리사와 다양한 지역으로 백년가게 탐방을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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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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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음식의 1등은 짜장면이고, 아버지가 큰맘 먹고 사 오시는 음식 1등은 치킨이던 시대가 있었다. 닭값이 비싸던 시절의 일이다. 이제는 외출하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용돈 주며 “닭이나 시켜서 먹고 있어”라고도 한다.


옛날 신문을 뒤져보니 백화점에 프라이드치킨집이 입점했다고 광고를 크게 하고 있다. 고급 음식이었다는 뜻이다. 서울 살던 필자의 어릴 때 기억(아마도 50년 전)에는 명동이 제일 번화했는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두 군데였다. 하나는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있는 전자제품 판매상, 다른 하나는 전기구이통닭집이었다. 들어가서 사는 게 아니라, 쇼윈도 밖에서 그저 들여다보는 군중이었다.


1e069efc809b7.jpg예전에는 닭 한 마리를 통째로 튀기거나 굽는 치킨이 주였다.


나는 줄줄이 꿰어 돌아가는 닭이 갈색으로 익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군침을 흘렸다. 그 무렵쯤, 아버지가 호기롭게 야밤에 통닭을 사 가지고 오시던 기억이 난다. 그 닭의 고소한 기름 냄새, 후추와 섞인 하얀 소금, 새콤한 무의 맛까지도.


이젠 누구나 먹을 수 있는 프라이드치킨. 그래서 옛 맛이 더 그립다. 부곡통닭에서 그 맛을 보았다.


6028c72c5a313.jpg부곡통닭의 프라이드치킨


“부모님 대에서 시작해서 이제 50년에 들어갑니다. 치킨집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노포 중 하나가 아닐 듯싶어요.”


주인 황대성(45) 씨의 말이다. 부곡통닭이란 말이 낯설지가 않다. 부곡이란 게 지명이기 때문이다. 서울역에서 수원까지 가던 전철 중간쯤에 부곡역이 있었다. 현재의 의왕시다. 원래는 수원시에 속한 마을이었고, 농촌지역이었다. 점차 산업시설이 들어섰고 현재는 서울을 싸안고 있는 주거지역이 되었다. 


d43951907474a.jpg부곡통닭의 실내외


부곡통닭은 시장 안에서 작고 소박하게 영업을 했다. 노포라는 유명도가 있는데도 조촐했다. 그러다가 최근에야 규모를 키워 의왕역 앞으로 이전했다. 역시나 착해 보이는 인상의 청년 같은 사장이 맞아준다.


f88cd0af8e014.jpg부모님 뒤를 이어 부곡통닭을 운영 중인 황대성 씨


부곡통닭은 아버지 황영근(49년생)과 어머니 이행순(58년생) 두 분이 일군 가게다. 한 분은 튀기고 한 분은 서빙도 하고 배달도 했다. 90년대 중후반부터 부부가 운영하며, 아내는 튀기고 남편은 스티커 붙이고(홍보) 배달하는, 이른바 ‘프라이드부부’가 하나의 직업군이 되었는데, 이는 아이엠에프 사태로 수많은 회사원이 직장을 잃고 난 시대의 일이다.


이 부곡통닭은 그런 대유행에 앞서 그런 영업을 하고 있었다. 원조 격이랄까. 가게에 황 사장의 어머니가 아기이던 그를 업고 닭을 튀기는 사진이 걸려 있다.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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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때부터 팔았던 옛날 통닭, 요새의 흐름에 맞는 프라이드치킨 메뉴가 있다. 특이하게도 이 집은 ‘염지’를 하지 않는다. 염지란 닭에 여러 가지 첨가물과 소금을 묻히거나 용액에 넣어 침지하는 방식인데 이렇게 하면 닭 맛이 강해진다. 하지만 옛날엔 없던 방식이라 이 집은 하지 않는다. 대단한 고집이고 자신감이다. 조리실도 얼마나 깨끗한지 놀랄 정도다. 기름 쓰는 집은 항상 청결하기 어렵다. 주인의 선대의 마음을 따라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3b7f128350fcb.jpg부곡통닭의 프라이드치킨, '1975후라이드'


닭의 맛은 순결하며 고소하고 깔끔하다. 기름 좋고 깨끗한 집이니 그럴 수밖에. 잘 관리된 생맥주 한 잔을 받아서 같이 먹으니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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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통닭, 프라이드치킨, 간장 양념 윙봉치킨


의왕시는 전형적인 소도시이면서 농촌도 병존했다고 썼다. 그래서 재미있는 술회도 나온다. 황대성 사장의 부친이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할 때부터 있던 일이다. 


“요즘도 배달 주문 전화가 ‘월암리 감나무집에 통닭 한 마리 보내 줘요’하는 식입니다. 하하. 또는 파란 철대문집 알죠? 이러세요. 옛 단골들이에요. 아버지 시대에 그렇게 배달했어요. 뭐, 지번 갖고 다니지 않았던 시대의 일화죠.”


45ae34c96e366.jpgcc757ac91201d.jpg부곡통닭의 샐러드와 무


의왕시가 특이한 역사가 있는데, 서울 배후 도시이면서 동시에 농촌이고, 수원, 안양과 연계 도시이면서 공업도시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철도를 만드는 유명한 회사 현대 로템의 본사가 이곳에 있다. 원래 대우중공업이었다.


“대우중공업이 들어서면서 노동자들이 많이 유입됐어요. 그분들이 또 손님이 되셨죠. 가게 와서 싼값에 통닭을 드시면서 호프를 마시고 하루의 피로를 푸신 거죠. 어쩌면 우리 가게는 그런 사회사를 다 안고 있는 옛날 가게가 아닌가 싶어요.”


오래오래 그 모습대로, 그 맛 그대로 지켜가는 부곡통닭은 하나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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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성 씨




글·인터뷰 | 박찬일
사진 | 신태진
기획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 신한카드 & 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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