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제주] 굿바이 플루토 #4, #5
욕망 없이, 두려움 없이 #1 / #2 by 이주호


제주를 걷는다. 욕망도, 두려움도 없이 걸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서울에 놔두고 온 걱정거리, 피했다 싶었던 수많은 요구들이 끝끝내 따라 붙는다. 잠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기로 했다. 낯선 이와 한 공간을 공유한다는 게 언제나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는 아닌 것을. 뒤척이다 읽은 책에선 비슷한 처지의 저자가 수도원을 다녀온다. 침묵과 희생, 참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목적지이다. 비양도 위로 찬란한 빛 하나가 떠오른다. 그저 걸으라 말한다.

제주도를 반바퀴 돌자 고산리란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거대한 개 한 마리가 버거울 정도로 애교를 부리고, 그동안 먼 소식으로만 알던 제주의 한 서점을 찾는다. 거기서 산 책은 장 그르니에의 『지중해의 영감』. 제주는 나에게 어떤 영감을 줄까. 그저 나흘 간의 걷기가 온몸의 통증으로 자신을 증명할 뿐이다. 욕망 없이, 두려움 없이 걸을 날은 그 언제인지.

[일본 > 교토] 혼자서, 교토 #2
음예예찬 by 한수정


교토의 밤. 촛불 하나의 빛에 의지해 방안을 살펴본다. 거의 아무것도 갖춰져 있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시간의 감각이 무뎌진다. 나는 나를 숨길 수도, 밤 산책자들 사이로 밀어넣을 수도 있다.

[스페인 > 마드리드] 여행에서 삶으로 #4
나를 살찌게 하는 아! 스페인 by 이진희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 아니 스페인 요리. 고된 일을 하면서도 한국에 갈 때마다 핀잔 아닌 핀잔을 듣는 건 입맛에 잘맞는 스페인 음식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도 여기서라면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본격 스페인 미식 기행.

[캐나다 > 몬트리올] 몬트리올에서 보낸 가을 #10
펍에서 글을 쓰는 두 번째 사람 by 신태진


'듀 뒤 시엘'은 몬트리올의 수제 맥주 펍이다. 동네 주민이나 먼 나라 여행자나 열다섯 가지 맥주 앞에 고심하는 건 매한가지. 이곳에선 만년필로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 하느님 맙소사, 술집의 이름이 그랬다.

[태국 > 방콕] Pied Piper #2, #3
이런 여행도 있다 #1 / #2 by 백지은


5년 만에 다시 찾은 방콕. 보통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떠나던 여행과는 조금 다르다. 바로 여기, 방콕에서 BTS의 콘서트가 열리기 때문이다. 4월의 후텁지근한 공기가 사람을 짓누르고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사람을 물에 빠진 새앙쥐처럼 만들지만, 그 무엇도 우리를 멈추게 할 순 없다. '우리라서 다행이다. 함께라서 다행이다' 그 말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보러 대여섯 시간씩 비행기를 타러 간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나조차도 이런 여행은 처음이다. 하지만 서로 언어도 다르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우의를 나눠 쓰는 행위에는 설명할 필요 없는 직관적인 감정이 묻어 있다. 우리는 이 순간을 즐긴다. 그들의 춤과 노래를 즐긴다. 이번엔 여행이 덤이다. 이런 여행도 있다.

[프랑스 > 부르고뉴] 와인으로 기억하는 여행 #2
아름답다는 말로써 by 이원식


깐깐한 와인이라면, 그걸 만드는 사람도 까다로울까? 그런 궁금증과 함께 찾아간 와이너리에서 푸근한 미소와 마주쳤다. 자신의 양조 철학에 관하 이야기해 주던 그가 가장 많이 쓴 말은 '아름답다'는 말. 빈티지가 좋은 해든 나쁜 해든, 그에겐 그 모든 날들이 아름다웠던 모양이다.

와인도, 그 와인을 기르는 포도밭도 우리는 아름답다는 것밖에는 내려놓을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