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브릭스 Vol.42

새해를 시작하는 방법


그냥 달력 한 장, 년도 한 자리 바뀌는 건데

새해는 그냥 맞이하면 안 될 것 같기만 합니다.

브릭스에서는 이번 달,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현재를, 새로운 해를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이미 또 한 해의 산책은 시작되었죠?

그 길에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2022년을 브릭스의 새로운 볼륨과 함께하세요!



매거진 브릭스 Vol.42를 읽어봅시다.

매거진 브릭스 Vol.42

새해를 시작하는 방법


그냥 달력 한 장, 년도 한 자리 바뀌는 건데

새해는 그냥 맞이하면 안 될 것 같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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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현재를, 새로운 해를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이미 또 한 해의 산책은 시작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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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브릭스 Vol.42를 읽어봅시다.


매거진 브릭스 Vol.42

새해를 시작하는 방법


Contents

도망가고 싶은데요: 다시 따뜻해지겠지

소설가 박서련 인터뷰:

삶은 허구보다 훨씬 서사적이잖아요

일러스트레이터 박은지 인터뷰:

달력에 실린 그림들의 기원은?

무늬책방 책방지기 인터뷰:

당신의 마음에 무늬를 남기는 책방

시칠리아에서 보낸 한 달:

활화산의 기운, 1유로에 집을 판다고?

이것은 여행이 아니다: 파아란 하늘 아래의 LA

여분의 책방 리뷰: 여분의 책 리뷰 12월

매거진 브릭스 Vol.42

새해를 시작하는 방법


Contents

도망가고 싶은데요: 다시 따뜻해지겠지

소설가 박서련 인터뷰: 삶은 허구보다 훨씬 서사적이잖아요

일러스트레이터 박은지 인터뷰: 달력에 실린 그림들의 기원은?

무늬책방 책방지기 인터뷰: 당신의 마음에 무늬를 남기는 책방

시칠리아에서 보낸 한 달: 활화산의 기운, 1유로에 집을 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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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여분의 리뷰: 2021년 12월

월간 여분의 리뷰: 2021년 12월


1. 『세상이 잠든 동안』, 커트 보니것 지음



세상이 잠든 동안, 크리스마스 야외 조명 콘테스트의 유력한 우승 후보자 집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합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석고상이 사라진 것이죠. 주인은 엄청난 현상금을 겁니다. 하지만 끝내 석고상은 나타나지 않고, 주인은 급하게 다른 장식을 사들여 예정대로 콘테스트의 승자가 됩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도박장을 운영하며 살인, 탈세를 저지르는 범죄자였던 그는 누가 봐도 천박하고 화려한 조명 쇼로 신문에 대서특필될 순간을 고대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잠든 동안, 공장 지대 너머 어느 누추한 헛간에서 사라졌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석고상이 발견됩니다. 예수의 탄생 순간이 그대로 재현된 듯한, 보자마자 모두가 저절로 진심 어린 기도를 올리게 되는 그런 모습으로 말이죠. 수많은 사람이 도시의 축제를 뒤로하고 기적이 일어난 헛간으로 경건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 우화 같은 이야기는 커트 보니것의 단편입니다. 책의 표제작이지요. 모두 열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된 『세상이 잠든 동안』은 그의 장편 소설보다는 좀 더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입니다. 죽은 아들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시어머니를 만나야 하는 여인, 타인의 실체 대신 녹음된 목소리만 들으며 일하는 외로운 타이피스트, 같은 팀의 노부인에게 거짓 이야기를 꾸며내며 삶의 기쁨을 찾는 회사원, 얼굴도 모르는 펜팔 친구에게 애틋한 감정을 키우는 여인, 내심 열등감을 느끼던 상대와 그림으로 대결을 하게 된 두 명의 화가……. 저마다 다른 상황과 관계에 놓인 이들이 선택하고 행동하는 이유는 하나,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함입니다.


커트 보니것이 반전, 풍자, 휴머니즘으로 유명한 작가이긴 하지만, 그의 단편을 읽으며 비판과 해학이 주는 쾌감 그 이상의 울림을 받았습니다. 예컨대 같은 영미권 작가인 레이먼드 카버와 제임스 설터의 단편은 칼로 툭 내리치듯 이야기를 시작해 구경이 넓은 드릴로 살덩이 안을 천천히 파고드는데요, 보니것의 단편에도 그에 못지않은 해부학적 파괴력이 있습니다. 보니것의 인물들은 카버보다는 좀 덜 처절하긴 하지만 보다 보편적인 인간상을 끌어안고 있어요. 그래서 더 깊지는 않을지언정 더 넓다는 느낌, 더군다나 아닌 척하면서도 끊임없이 인물들에게 장난기 어린 애정을 보내는 작가의 시선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열여섯 편 중 특히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제니」, 「세상이 잠든 동안」, 「사기꾼들」이었습니다. 공장 지대의 쓸쓸함이 전해져 오는 「여성인력팀」도 좋았네요. 그러고 보니 도움이 필요한 타인을 외면하는 게 일상이 된 이 시대에 메시지를 전할 법한 「루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다가는 계속 나열할 거 같으니 여기서 줄여야겠습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유령이에요. 아침이면 연기와 추위를 뚫고 나타나서, 하루종일 보일러와 실리콘 개스킷과 몰리브데넘 걱정을 하며 바쁘게 돌아다니다가, 다섯시가 되면 사라져요. 말 한마디 없이 사라져버린다고요.” _「여성인력팀」 중

“세네카행 427번 열차가 4번 플랫폼에 도착합니다.”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목소리는 자신들의 목적지가 원래 있던 곳보다 나을 거라는 승객들의 환상을 전부 박살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_「루스」 중

캐딜락이 벤의 가게 앞에 섰다. 캐딜락의 점잖으 천둥 같은 엔진 소리가 멎었다. 싸구려 천으로 된 코트를 입은 젊은 여자가 차에서 내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찬 공기 속에서도 건강과 젊음으로 꽃처럼 피어나고 있었지만, 굉장히 수줍어했다. 내딛는 모든 걸음이 사과하는 것처럼 보였다. _「돈이 말한다」 중



2. 『여기에 무늬를 남기고 갑니다』, 박무늬 지음



책방은 어떤 사람들이 여는 걸까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 건 당연하겠죠.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정반대일 수도 있고요. 책을 매개로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고, 다른 일을 매개로 책에 좀 더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겠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할 수도, 그림 그리기나 음악 플레이리스트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여기에 무늬를 남기고 갑니다』는 박무늬 작가가 안산에서 ‘무늬 책방’을 열고 운영하며 쓴 책입니다. 부동산에 뒤통수 맞은 준비 단계부터 가족의 도움으로 성공한 셀프 인테리어, 손님 없는 나날의 고통, 책방을 유지하기 위해 야간 알바를 뛰고 이런저런 모임을 꾸리는 분투까지……. 직업상 동네 책방의 고충을 종종 전해 듣지만, 이렇게 책으로 읽을 땐 새삼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시다는 감탄을 지울 수 없습니다. 차분한 문장에 서린(?) 두려움과 분노와 서러움의 무늬가 선명하게 만져집니다.


그런데 손님들이 저자를 감동시키면서 책이라는 상품의 교환이 마음의 교환으로 확장되어 갑니다. 혼자 아무도 오지 않는 책방을 지키는 걸 힘들어 하던 사람이 결국 책방을 운영하는 게 가장 즐겁다고 선언하게 된 것도 그런 인연 덕분이겠지요. 책방은 주인을 닮습니다. 심지어 대형 서점에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단호하면서도 소심하고 섬세하면서도 덤덤한 문장의 주인이, 무엇보다 꽤 웃기기도 하는 문장의 주인이 꾸려가는 공간을 얼마간 그럴싸하게 상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여분의 책방도 정말 책방으로 열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출판사 사무실이자 서점을 내기로 하여 거의 성사 직전까지 갔었죠. 마침 팬데믹이 뻥 터지며 무산되었지만, 언젠가는 다시 도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때마다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이들의 책을 읽는 건 마음의 준비이자 사전 조사이며, 동시에 단념의 일환인 셈입니다. 그래서 작가의 “서점은 책을 매개로 한 서비스업”이라는 문장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아직은 책 ‘제조업’ 마인드뿐이니 일단 노트에 꼬박 적어두기로 합니다.


올해 1월 쯤 올린 리뷰에서 박무늬 작가가 『오늘도 손님이 많지만 빵은 굽습니다』라는 책을 쓰길 바란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해가 가기 전 『여기에 무늬를 남기고 갑니다』라는 더 멋진 제목이 돌아왔습니다. 제목을 짓는 한 수에서도 많은 걸 배웁니다. 또, ‘일자리’를 다루는 에세이 시리즈의 이름을 백의 자리, 천의 자리의 시작점이 되는 ‘일의 자리’라고 지은 출판사의 기획 의도에도 감탄합니다.


나와 비슷한 정도로 망가진 사람을 만나면 덜 외로워질 거란 착각을 한다. 함께 좋아질 수 있을 거라고, 내가 저 사람을 치유하고, 나는 저 사람에게 위로받을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품는다. 미리 결말을 말하자면, 그런 종류의 착각이 늘 그렇듯이 서로에게 실망만 안겼고 만나기 전보다 상태는 악화되며 끝났다. _30p.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이 어디 있나, 아름다운 건 그 자체로 쓸모가 있지, 라고 생각하며 즐거울 뿐이었다. _43p.

책방을 운영 중인 나는 대표이면서, 기획팀이고, 동시에 홍보팀이고, 운영팀이면서, 재무팀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팀원들이 다 신입이라는 거다. _110p.



3.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조구만 스튜디오 지음



언제부턴가 자꾸 눈에 걸리는 공룡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300만 살이라고 하는, 사실 300만 년 전이라고 해도 새를 제외하고는 공룡은 이미 씨가 마른 상태이긴 했지만, 어쨌든 퍽 귀엽고 한편으로는 시니컬하기도 해서 두 배로 더 귀여워 보이는 존재였지요. 그 친구가 바로 조구만 스튜디오의 ‘브라키오’였습니다. 저는 주로 서점에 갈 때마다 마주쳤는데, 어떤 일로 방문을 했든 이 친구를 어느 코너에선가 또 볼 수 있겠구나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답니다. 당시 한창 유행이던 ‘캐릭터+삶의 지혜를 담은 한마디’ 유의 책들이 저를 놀라게도, 한편으로는 울적하게도 만들었기 때문에 브라키오가 주인공인 책이 나왔다는 걸 알아차렸으면서도 차마 펼쳐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거의 1년이 지난 어느 날, 그러니까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12월, 갑자기 공룡을 만나기로 결심했습니다.


독자에게 편안하게 질문도 던지는 책이니까 리뷰도 편안하게 풀어나가 봅시다. 사실 ‘당신은 괜찮다’ 혹은 ‘나는 나다’라고 말하는 책들이 저는 조금 불편합니다. 브라키오 이 친구는 살짝 그 두 가지가 합쳐진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너무 일찍 잠이 깬 어느 새벽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그 무해해 보이는 표정 덕분이었습니다. 점 두 개를 찍어 그린 눈, 45도도 안 되는 각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ㅡ’자 입. 어렸을 적 교과서에 의미 없이 그리곤 했던 작은 거북이(비슷한)와 닮은 얼굴이라 더 친근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짝궁과 함께 살며 프리랜서로 일하는 브라키오는 이런저런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들려줍니다. 책의 거의 첫 부분에 나오는 비오는 날의 수영 에피소드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바다 위로 토도독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치 자기가 맛있게 튀겨지는 것 같다고 하네요. 이왕이면 가장 맛있는 새우튀김이 되고 싶다고요! 그 표현에 아늑한 아득함이, 아득한 아늑함이 밀려왔습니다.


혼자 지내는 시간, 누군가와의 관계, 일, 꿈, 타인과 주고받는 마음에 관한, 과연 300만 살을 산 존재다운 빛나는 시각들이 귀여운 그림체 너머로 번져 나옵니다. 코믹 스트립 부분은 언제 어디를 펼쳐도 기분을 탁탁 펼쳐 줄 것 같고요, 간결한 에세이 부분은 문득 한두 페이지 정도의 부담 없는 읽기가 필요할 때 딱 알맞을 것 같습니다. 저자들이 한 컷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 적절한 지문과 대사를 고르고 골라 넣는 데 능숙한 만큼 글도 참 잘 쓴답니다.


저는 또 이 리뷰를 쓰며 책 여기저기를 펼쳐봅니다. 대체로 무해해 보이는 이 초록 공룡을 책상 어딘가에 데려다 놓으면 더 좋겠다는 욕심이 커집니다. 역시 굿즈도 사야하는 걸까요?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과거에 했던 후회되는 말이나 행동, 선택 따위를 생각하지 말고, 그 아이나, 우주에 혼자 남겨진 것 같다거나 죽음이나 사후세계나,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걸 생각하기 시작하면… 완전히 잠을 못 자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할 바에는 단호박 수프를 끓이는 게 천만 배 더 낫다. _42p.

내 마음에는 기타가 있다. 외로울 때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딱히 그러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조금은 얕은 외로움에 머물고 싶을 때 나는 기타를 친다. 서투르지만 그래도 친다. 딱 나만을 위로할 수 있을 정도로. _64p.

언젠가 때가 되면 주인 없는 밥그릇과 장난감을 보고 아주 많이 울게 될 것이다. 며칠은 집에서 개의 오도도하는 발걸음 소리를 환청으로 듣게 될 것이다. 몇 달은 방문을 완전히 닫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불편과 귀찮음과 슬픔에도 불구하고 개와 함께 산다. 우리가 서로 주고받는 사랑의 크기는 귀찮음과 슬픔을 뛰어넘고 있으니까. _143p.



4. 『스토리의 기술』, 피터 거버 지음



자기계발,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건 꽤 오래된 일입니다. ‘나만의 스토리를 개발하라’, ‘스토리텔링으로 승부하라’ 같은 선언문들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지요? 그게 마케팅 측면에서 남을 설득하는 기술 혹은 태도를 말함을 알았지만, 뭐, 흥미로운 접근이군, 틀린 말은 아니야, 그러고 넘어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토리는 영화, 소설 같은 전형적인 의미에서의 서사였으니 말이죠.


그러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얼마 전. YES24의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스토리의 기술』이라는 책의 공식(?) 서평단 모집 글을 보았습니다. 책 소개 이미지를 쭉 내려다 보는데 저자가 컬럼비아 픽처스의 사장을 지냈다는 이력이 눈에 띄더군요. 성화를 든 여인의 로고, 아시죠? 영화의 도입부에 나타났다가 우리를 기대의 암전 속으로 이끄는 그 익숙한 이미지들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극장에 앉아 있는 것처럼 흥분이 되더니 이내 그것이 책을 향한 기대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미 비즈니스 실용서라는 걸 알아차린 후였지만 손은 이미 신청서를 쓰고 있었습니다. 출판 일을 하면서 서평단 모집을 해 본 적은 있어도 ‘서평단 신청’은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자기계발서, 비즈니스 관련 실용서조차도 난생 처음 읽게 될 판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피터 거버는 영화는 물론, 음악, 프로 스포츠 같은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대부 같은 인물입니다. UCLA의 교수이기도 한데 그의 주 연구‧강의 주제가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한 ‘스토리텔링’입니다. 『스토리의 기술』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비즈니스를 잘 하려면 이야기를 잘 해야 한다”인데요, 이 책은 이야기란 무엇인지,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어떻게 이야기를 잘 준비하고 만들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지금껏 그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거나 전문가와 인터뷰를 하면서 축적한 어마어마한 사례들과 함께 말입니다.


수많은 사례는 이 책의 강점이자 약점입니다. 6하 원칙에 따라 진행되고 디테일도 생생해서 조금 과장하자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단편 영화가 계속 쏟아져 나오는 듯합니다.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책이니 만큼 그 주장을 펼치는 방법도 ‘스토리텔링’인 셈입니다. 영화 쪽에서 오래 일했던 사람이라 누구나 아는 영화와 감독, 배우의 뒷이야기도 흥미로웠고요, 본인의 성공담은 물론 실패담(어쩔 수 없이 이 부분이 재미있습니다)도 적극 활용하며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은 점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사례 자체는 재미있는데 너무 많이 나오니까 이게 어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기됐던 건지는 잊고 마는 불상사가 자주 벌어지기기도 했네요.


사실 『스토리의 기술』의 서평단 신청을 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우리의 책과 글을 더 많이 보게 하는 데 필요한 게 무엇일까 줄곧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이 책을 보자마자 그것이 ‘스토리’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아주 오래전에 저버렸던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라는 선언문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기어코 제 어딘가에 비집고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더 드라마틱하게, 그러니까 ‘스토리텔링’하듯이 할 수는 없을까? 한 번은 재고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냐고 물으신다면, 뭐, 노력은 해 보겠다고 웃을 뿐이지만요.


피터 거버도 슬쩍 언급하듯 누구나 뛰어난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저자만 하더라도 최고경영자로서 지금껏 이룬 성공을 차치하고서라도 신문 기사가 흥미롭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직접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당사자를 만나는 엄청난 호기심과 행동력의 소유자입니다. 와, 그런 에너지 저에게도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위로가 될 부분이 있다면요, 이 역시 저자가 한 말입니다만, 인간은 누구나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능력을 타고 났다는 것입니다. 엄청 불리한 계약을 뒤집거나 수백 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천재적인 스토리텔러가 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소박한 스토리텔러 정도 될 여지가 있다는 희망은 가져 보게 되었습니다.


상품이 그다지 훌륭하지 못하거나, 시장 점유율이 3위 혹은 4위에 지나지 않을 때도 여전히 에너지와 열정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것은 많은 비즈니스맨들이 처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꼭 극복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그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점을 찾아보는 것이다. _276p.

비즈니스 스토리를 전하면서 마술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지만, (…) 자신의 스토리를 좀 더 기억에 남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실행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언제나 감정에 따라 결정을 내린 다음, 나중에 지적 알리바이를 동원해 정당화한다고 한다. 우리는 감정적으로 나한테 이익이 된다고 느끼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_300p.

이야기를 ‘내 것’으로 여기기보다 ‘우리’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청중이 화자와 청자를 구분 짓는 벽을 허물고 한발 가까이 다가서서 함께 그 스토리를 공유하도록 그들을 초청하는 행동이다. 실제로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이제 그 스토리는 청중에게 공감을 발휘한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리고 공감을 발휘한다면, ‘우리’ 스토리는 충분히 그들의 가슴에 울림을 줄 수 있다. _328p.




글 신태진

매거진 BRICKS의 에디터. 『꽃 파르페 물고기 그리고 당신』을 냈고, 『홍콩단편, 어쩌면 익숙한 하루』를 함께 썼다.

https://www.instagram.com/ecrire_lire_vivr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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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의 재미, 춤의 어려움: 발레부터 케이팝 댄스까지

허유미 지음


춤의 세계로 안내하는 친절한 대중 입문서


BTS가 신곡을 내면 음악만큼이나 그들의 춤이 이슈가 된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춤추는 동영상을 찍어 올린다. 이만큼 춤이 대중에 가까웠던 시기가 있을까? 하지만 케이팝 댄스가 아닌 다른 춤들은 어떨까?


춤은 잘 추기도 어렵고, 잘 읽기도 어렵다. 어쩌면 모든 예술 중에서 진입 장벽이 제일 높은 분야일지 모른다. 어렸을 적부터 춤을 추고 읽는 교육을 받지 못하여 ‘몸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이 책은 일반 대중이 춤에 관해 궁금해 하는 것들, 춤을 추고 감상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개념과 내용 들을 소개한다. 춤이라는 예술의 발전 과정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는 것뿐만 아니라 철학적, 사회학적 시각으로 춤과 세상을 바라보며 독자가 ‘몸의 언어’에 가까워지게 돕는다. 또한, 춤 작품을 감상하고 분석·비평하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하며 춤을 취미와 교양으로 접근하고 싶은 이들의 막막한 호기심을 채워준다.


『춤의 재미, 춤의 어려움』은 춤의 모든 것을 만나기 위한 출발점에서 당신의 첫 스텝과 함께할 친절한 대중 입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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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그토록 불거져도

하늘의 푸른기는 가려지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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