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중국 현대미술의 중심지였던 베이징의 아트신은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가 두드러지는 작품들과 작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이에 비해, 젊고 개방적인 그리고 글로벌한 느낌의 상하이 아트신은 앞서 소개한 페로탕이나 알민 레쉬 같은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진출하고, 웅장한 스케일의 대형 뮤지엄들이 들어서며, 그 어느 때보다 다층적이고 재미있는 양상을 띄게 되었다. 오늘은 상하이의 아트신을 이끌고 있는 젊고 혁신적인 플랫폼과 대형 미술 기관들을 통해 상하이 현대미술의 현 주소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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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슐 상하이 Capsule Shanghai - <12 Tales of the 23rd Parallel North> ::
상하이의 역사를 보여주는 프랑스 조계지 지역 중에서도 카페와 아기자기한 숍들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내는 안푸루(安福路)에 상하이의 숨은 보석 같은 갤러리 캡슐(Capsule)이 있다. 중국에서는 구글지도가 잘 작동되지 않는 탓에 중국의 로컬 지도 앱을 사용했는데 캡슐 상하이가 워낙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탓에 찾기가 쉽지 않았다. 먼저 다녀온 친구가 남긴, ‘이 길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면 그 길이 맞는 길이니 쭉 따라 들어가라’는 코멘트를 따라 어렵사리 갤러리를 찾았고, 마침내 도심 속 작은 정원 같은 캡슐 상하이를 만날 수 있었다.

갤러리 전경 ⓒCapsule Shanghai

갤러리 전경 ⓒbtw_sanghee
상하이의 대표적 로컬 갤러리인 캡슐은 특이하게도 상하이 출신의 상하이니즈(Shanghainess)가 아닌 이탈리아의 갤러리스트 엔리코 뽈라또(Enrico Polato)가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지에 2016년 오픈한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다. 초록색 가든이 아름다운 1930년대 프랑스 스타일 주택을 개조해 만든 갤러리는 중국의 떠오르는 신진 작가들부터 세계적인 명성의 작가들까지 폭넓게 전시한다. 특히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상하이 지점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베니스에도 공간을 오픈했고 다양한 글로벌 아트페어들에 참여해 소속 작가들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Confusion at Midnight> Cai Zebin작 ⓒsunmin_b

<Gaze from the Fountain> Cai Zebin작 ⓒbtw_sanghee

Installation view ⓒbtw_sanghee
상하이 아트위크를 맞아 갤러리를 방문했을 때 캡슐에서는 중국의 떠오르는 작가 카이 제빈(Cai Zebin)의 <12 Tales of the 23rd Parallel North>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번 보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독특한 스타일과 색감의 회화 작품들과 재기 넘치는 드로잉, 스토리보드 들이 광동 출신 젊은 작가가 품고 있는 상상의 예술세계를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었다. 상하이에 간다면 꼭 들려 볼만 한 갤러리!
캡슐 상하이 Capsule Shanghai
1st Floor, Building 16, Anfu Lu 275 Nong, Xuhui District, Shanghai, China (200031)
Open Tue – Sat 10:00 – 18:00
https://maps.app.goo.gl/Le8xmAhe4TDE2h9y8
Cai Zebin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caizebincaizebin/
Capsule Shanghai: https://www.instagram.com/capsuleshang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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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tenna Space - <Take a Perceptual Leap> ::
상하이의 손꼽히는 현대미술 갤러리로 사이몬 웡(Simon Wang)이 지난 2013년 설립한 안테나 스페이스를 꼽을 수 있다. 2000년대에 조성된 상하이의 예술 지구, 모간산루의 오래된 공장과 창고 건물들에는 130여 개의 갤러리와 아트 스페이스 등이 위치해 있고, 안테나 스페이스는 빌딩 17에서 찾을 수 있다. 안테나 스페이스는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계속해서 선보이며 중국뿐 아니라 아트 바젤, 프리즈 참여를 통해 글로벌 아트신에도 활발하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위성 스페이스인 안테나-테나(Antenna-Tenna)를 오픈했다. 안테나 스페이스의 전형적 갤러리 세팅에서 벗어나 젊은 작가들에게 비정형의 전시 공간과 조응하는 더욱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게 한 것이다. 현재 안테나 스페이스에서는 큐레이터 피오나 헤(Fiona He)의 중국 현대작가 3인(Wan Yang, Wang Xiaofu, and Wang Zhiyuan)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Take a Perceptual Leap> 전시 포스터 ⓒAntenna Space
<Take a Perceptual Leap> 전시는 세 명의 젊은 작가들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 대해 답을 한다. 세 명의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기술과 회화를 융합하여 도출해 낸 새로운 인식의 가능성을 회화라는 동일한 포맷을 통해 한 공간에 선보였다. 왕 샤오푸(Wang Xiaofu)는 주관적으로 시각화한 세계를 추상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그 안에 친숙한 요소들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인식의 회화화를 이루고자 했다. 왕 즈위안(Wang Zhiyuan)은 반도체 제조 기술의 한 개념을 차용, 회화에 적용하여 아크릴 물감의 물성과 색감을 통해 이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완 양(Wan Yang)은 AI 생성 이미지, 3D 프린팅 등의 첨단 기법을 회화와 융합해 인간 중심의 사고를 넘어서는 영역을 회화로 구현하고자 했다. 전시는 3월 3일까지.

<Take a Perceptual Leap> 전시 전경 – 왕 샤오푸의 작품 ⓒAntenna Space




<Take a Perceptual Leap> 전시 전경 ⓒAnttena Space
Antenna Space
Room 202, Building 17, No.50 Moganshan Rd. Shanghai, China
Open Tue – Sat 11:00 –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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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 Hive Becoming ::

하이브 센터 포 컨템포러리 아트가 위치한 황푸 디스트릭트 ⓒsunmin_b

하이브 센터 포 컨템포러리 아트 ⓒsunmin_b
23년 6월 상하이에 두 군데의 새로운 예술 공간이 동시에 문을 열었다. 2013년 베이징에서 출발해 지난 12년간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 스페이스 중 한 곳으로 성장한 하이브 컨템포러리 아트 (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가 상하이에 두 군데의 분점, ‘상하이 하이브 센터 포 컨템포러리 아트’와 ‘하이브 비커밍(Hive Becoming)’을 낸 것이다.
상하이의 하이브 컨템포러리 아트는 한때 여러 은행과 금융 기관들이 나란히 위치해 상하이의 금융 중심지로 불리던 베이징 이스트 로드의 역사적인 빌딩, 퍼스트 트러스트 빌딩(First Trust Co. Building) 1층에 자리잡았다. 2005년 상하이의 네 번째 문화유산 건물로 지정된 이 건물은 1924년 영국의 유명한 건축 회사인 앤킨슨 앤 댈러스(Atkinson & Dallas Architects)에서 설계했고, 지난 세월 동안 두 번의 보존과 복원 공사를 통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Zhang Ji 작가의 <Phowa> 전시 전경, 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sunmin_b

Zhang Ji 작가의 <Phowa> 전시 전경, 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Zhang Ji 작가의 <Phowa> 전시 전경, 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sunmin_b

Zhang Ji 작가의 <Phowa> 전시 전경, 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sunmin_b
상하이 하이브 컨템포러리 아트의 길 건너편에는 하이브의 동시대 영 아티스트 발굴 및 육성 프로그램인 하이브 비커밍이 처음으로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하이브 비커밍이 자리한 이 건물 역시 상하이의 역사가 깃든 유서 깊은 건물로 하이브 비커밍에서는 중국 출신이면서 중국이 아닌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80~90년대생 젊은 아티스트들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Fu Liang작가의 <Echoes of the Void> 전시 전경, Hive Becoming ⓒsunmin_b


Fu Liang작가의 <Echoes of the Void> 전시 전경 ©Hive Becoming


Fu Liang작가의 <Echoes of the Void> 전시 전경, Hive Becoming ⓒsunmin_b
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First Trust Co. Building, Beijing East Road No.270, Huangpu District, Shanghai, China (200000)
Open Tue – Sun 10:00 – 18:00
Hive Becoming
Beijing East Road No.211, Huangpu District, Shanghai, China (200000)
Open Tue – Sun 10:00 – 18:00
글·사진 | 변선민

틈날 때마다 책을 읽고 전시를 보는 예술-생활인. 새벽에 글을 쓰고 낮에는 기획일을 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sunmin_b
오랫동안 중국 현대미술의 중심지였던 베이징의 아트신은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가 두드러지는 작품들과 작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이에 비해, 젊고 개방적인 그리고 글로벌한 느낌의 상하이 아트신은 앞서 소개한 페로탕이나 알민 레쉬 같은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진출하고, 웅장한 스케일의 대형 뮤지엄들이 들어서며, 그 어느 때보다 다층적이고 재미있는 양상을 띄게 되었다. 오늘은 상하이의 아트신을 이끌고 있는 젊고 혁신적인 플랫폼과 대형 미술 기관들을 통해 상하이 현대미술의 현 주소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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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슐 상하이 Capsule Shanghai - <12 Tales of the 23rd Parallel North> ::
상하이의 역사를 보여주는 프랑스 조계지 지역 중에서도 카페와 아기자기한 숍들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내는 안푸루(安福路)에 상하이의 숨은 보석 같은 갤러리 캡슐(Capsule)이 있다. 중국에서는 구글지도가 잘 작동되지 않는 탓에 중국의 로컬 지도 앱을 사용했는데 캡슐 상하이가 워낙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탓에 찾기가 쉽지 않았다. 먼저 다녀온 친구가 남긴, ‘이 길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면 그 길이 맞는 길이니 쭉 따라 들어가라’는 코멘트를 따라 어렵사리 갤러리를 찾았고, 마침내 도심 속 작은 정원 같은 캡슐 상하이를 만날 수 있었다.
갤러리 전경 ⓒCapsule Shanghai
갤러리 전경 ⓒbtw_sanghee
상하이의 대표적 로컬 갤러리인 캡슐은 특이하게도 상하이 출신의 상하이니즈(Shanghainess)가 아닌 이탈리아의 갤러리스트 엔리코 뽈라또(Enrico Polato)가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지에 2016년 오픈한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다. 초록색 가든이 아름다운 1930년대 프랑스 스타일 주택을 개조해 만든 갤러리는 중국의 떠오르는 신진 작가들부터 세계적인 명성의 작가들까지 폭넓게 전시한다. 특히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상하이 지점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베니스에도 공간을 오픈했고 다양한 글로벌 아트페어들에 참여해 소속 작가들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Confusion at Midnight> Cai Zebin작 ⓒsunmin_b
<Gaze from the Fountain> Cai Zebin작 ⓒbtw_sanghee
Installation view ⓒbtw_sanghee
상하이 아트위크를 맞아 갤러리를 방문했을 때 캡슐에서는 중국의 떠오르는 작가 카이 제빈(Cai Zebin)의 <12 Tales of the 23rd Parallel North>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번 보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독특한 스타일과 색감의 회화 작품들과 재기 넘치는 드로잉, 스토리보드 들이 광동 출신 젊은 작가가 품고 있는 상상의 예술세계를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었다. 상하이에 간다면 꼭 들려 볼만 한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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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tenna Space - <Take a Perceptual Leap> ::
상하이의 손꼽히는 현대미술 갤러리로 사이몬 웡(Simon Wang)이 지난 2013년 설립한 안테나 스페이스를 꼽을 수 있다. 2000년대에 조성된 상하이의 예술 지구, 모간산루의 오래된 공장과 창고 건물들에는 130여 개의 갤러리와 아트 스페이스 등이 위치해 있고, 안테나 스페이스는 빌딩 17에서 찾을 수 있다. 안테나 스페이스는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계속해서 선보이며 중국뿐 아니라 아트 바젤, 프리즈 참여를 통해 글로벌 아트신에도 활발하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위성 스페이스인 안테나-테나(Antenna-Tenna)를 오픈했다. 안테나 스페이스의 전형적 갤러리 세팅에서 벗어나 젊은 작가들에게 비정형의 전시 공간과 조응하는 더욱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게 한 것이다. 현재 안테나 스페이스에서는 큐레이터 피오나 헤(Fiona He)의 중국 현대작가 3인(Wan Yang, Wang Xiaofu, and Wang Zhiyuan)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Take a Perceptual Leap> 전시 포스터 ⓒAntenna Space
<Take a Perceptual Leap> 전시는 세 명의 젊은 작가들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 대해 답을 한다. 세 명의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기술과 회화를 융합하여 도출해 낸 새로운 인식의 가능성을 회화라는 동일한 포맷을 통해 한 공간에 선보였다. 왕 샤오푸(Wang Xiaofu)는 주관적으로 시각화한 세계를 추상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그 안에 친숙한 요소들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인식의 회화화를 이루고자 했다. 왕 즈위안(Wang Zhiyuan)은 반도체 제조 기술의 한 개념을 차용, 회화에 적용하여 아크릴 물감의 물성과 색감을 통해 이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완 양(Wan Yang)은 AI 생성 이미지, 3D 프린팅 등의 첨단 기법을 회화와 융합해 인간 중심의 사고를 넘어서는 영역을 회화로 구현하고자 했다. 전시는 3월 3일까지.
<Take a Perceptual Leap> 전시 전경 – 왕 샤오푸의 작품 ⓒAntenna Space
<Take a Perceptual Leap> 전시 전경 ⓒAnttena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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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 Hive Becoming ::
하이브 센터 포 컨템포러리 아트가 위치한 황푸 디스트릭트 ⓒsunmin_b
하이브 센터 포 컨템포러리 아트 ⓒsunmin_b
23년 6월 상하이에 두 군데의 새로운 예술 공간이 동시에 문을 열었다. 2013년 베이징에서 출발해 지난 12년간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 스페이스 중 한 곳으로 성장한 하이브 컨템포러리 아트 (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가 상하이에 두 군데의 분점, ‘상하이 하이브 센터 포 컨템포러리 아트’와 ‘하이브 비커밍(Hive Becoming)’을 낸 것이다.
상하이의 하이브 컨템포러리 아트는 한때 여러 은행과 금융 기관들이 나란히 위치해 상하이의 금융 중심지로 불리던 베이징 이스트 로드의 역사적인 빌딩, 퍼스트 트러스트 빌딩(First Trust Co. Building) 1층에 자리잡았다. 2005년 상하이의 네 번째 문화유산 건물로 지정된 이 건물은 1924년 영국의 유명한 건축 회사인 앤킨슨 앤 댈러스(Atkinson & Dallas Architects)에서 설계했고, 지난 세월 동안 두 번의 보존과 복원 공사를 통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Zhang Ji 작가의 <Phowa> 전시 전경, 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sunmin_b
Zhang Ji 작가의 <Phowa> 전시 전경, 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Zhang Ji 작가의 <Phowa> 전시 전경, 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sunmin_b
Zhang Ji 작가의 <Phowa> 전시 전경, 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sunmin_b
상하이 하이브 컨템포러리 아트의 길 건너편에는 하이브의 동시대 영 아티스트 발굴 및 육성 프로그램인 하이브 비커밍이 처음으로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하이브 비커밍이 자리한 이 건물 역시 상하이의 역사가 깃든 유서 깊은 건물로 하이브 비커밍에서는 중국 출신이면서 중국이 아닌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80~90년대생 젊은 아티스트들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Fu Liang작가의 <Echoes of the Void> 전시 전경, Hive Becoming ⓒsunmin_b
Fu Liang작가의 <Echoes of the Void> 전시 전경 ©Hive Becoming
Fu Liang작가의 <Echoes of the Void> 전시 전경, Hive Becoming ⓒsunmin_b
글·사진 | 변선민
틈날 때마다 책을 읽고 전시를 보는 예술-생활인. 새벽에 글을 쓰고 낮에는 기획일을 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sunmin_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