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엘리의 모리셔스 이야기 #1



오늘 아침도 바람이 세다. 이러다가 소나기가 쏟아지고 또 순식간에 해가 쨍 비추며 새들이 지저귄다. 여기는 “신은 모리셔스를 만들고 그리고 천국을 만들었다”는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 더 유명한 모리셔스다. 그의 말대로 천국 같이 아름다운 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나는 이곳에서 남편과 만 세 살 딸과 함께 작은 비즈니스를 하며 살고 있는 모리셔스 3년차 한국인이다.



우리의 삶은 때론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그것이 인생의 반전이고 묘미이다. 2003년 영국에서 홈스테이를 하는데 호스트가 인도인처럼 생긴 부부였다. 그들은 자신들을 모리셔스인이라 소개했다. 모리셔스는 아주 아름다운 섬이고 부자들이 놀러가는 섬이라면서 너도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놀러가라는 말도 했다. 그렇게 나는 모리셔스란 나라를 처음 알게 되었으나 오랜 세월 관심 밖의 나라였다. 2014년 시부모님이 사업을 하시러 그곳에 가시겠다고 할 때까지는 그랬다. 그 후 2016,년 나는 남편과 함께 6개월 난 딸아이를 데리고 모리셔스로 왔다.


처음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모리셔스는 진짜 푸르름이 가득했다. 공항에 착륙하는데 쭉 펼쳐진 갈대밭이 너무나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수확을 앞둔 사탕수수나무에 꽃이 핀 것이었다. 모리셔스는 사방팔방 온통 사탕수수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이곳은 사탕수수 설탕과 럼주가 유명하다. 사탕수수밭은 한국 신혼여행객들의 스냅촬영 장소로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


우리 집은 사탕수수와 리조트가 몰려있는 동부 센트럴 플락이라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교사들이 밀집해서 살고 있는 마을인데 우리 집 주인도 교사이다. 집 마당에서 정면을 보면 동해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멋지지 않은가? 빨래를 널면서 바다를 보고 마당에 앉아 바다를 보며 책을 읽고 바다를 보며 멍을 때린다.



모리셔스에선 해가 지면 (보통 오후 6시) 버스가 끊기고 그 전에 모두 집으로 간다. 근무시간도 오전 8시에 시작해서 5시면 끝난다. 집 주변은 암흑이 되고 가로등 불빛과 커튼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만이 있다. 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도 놀랍다. 어릴 적 시골집에서 보았던 그 수많은 별들이 정말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매일 밤 감동을 안겨준다. 한국에서도 저 별은 저기 저렇게 있었을 텐데, 마치 사라졌던 별들이 다시 탄생한 것처럼 새롭고도 놀랍다. 하늘은 또 어떠한가. 한국이었다면 사진 백 장을 찍고 SNS에 올리며 난리 났을 법한 그런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거의 매일 그림 같이 거기에 있다. 고층건물이 별로 없어 고개를 들지 않고 앞만 보아도 멋진 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림을 못 그려도 그림을 그리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작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 에메랄드 빛 바다, 동해바다 같은 파란바다, 화강암이 있는 제주도 바다와 같은 다양한 바다를 볼 수 있다. 우리 집에서도 15분만 차타고 가면 동쪽 에메랄드 빛 바다가 펼쳐진다. 이곳 사람들은 휴일에 퍼블릭 비치로 피크닉을 자주 간다. 작은 간이 의자와 음료 빵 바비큐를 싸들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그러고 논다. 나도 여기 온 첫해에 가장 많이 한 것이 바다 피크닉과 해안가에 들어선 리조트 가기, 배타고 섬에 가기였다. 이곳 리조트와 내가 좋아하는 명소는 다음 편에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고 보면 이 축복받은 날씨가 이곳을 천국으로 불리게 한 모양이다.



여기도 도시는 여느 나라 도시와 비슷한 모습인데 내가 사는 플락은 여전히 많은 노인들이 무슬림 전통복장, 인디언 전통 복장을 입고 다니는 시골이다. 인구의 절반 정도가 힌두교라 하고 또 그 외 절반이 카톨릭 그리고 그의 또 절반이 무슬림 등 기타 종교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은 종교 행사도 많고 비즈니스도 종교 행사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모든 국민이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목요일은 힌두교의 영향으로 많은 상점들이 오후 12시에 문을 닫는다. 금요일은 무슬림의 영향으로 오후 12시에 문을 닫는다. 설사 그로 인해 손해가 난다 해도 전혀 개의치 않고 그 문화를 따른다.



우리 회사는 목요일도 금요일도 정상 근무하지만 목요일 금요일 오후는 이와 같은 이유로 손님이 적다. 모리셔스의 1인당 GDP는 약 U$10,000(약 1120만원)로 가난하지만 배를 굶는 극빈층도 없다고 한다. 아프리카에 속해 있지만 오랫동안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의 통치 하에 있었기 때문에 생활수준이 높다. 말의 앞뒤가 맞지 않지만 GDP는 작아도 대형 마트나 쇼핑몰의 물가는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 공산품은 품질에 비해 오히려 더 비싸다. 모두 수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들이 이처럼 여유롭게 살 수 있는 것은 국가에서 기본적인 복지를 책임지고 있고, 축복받은 날씨 덕분에 사시사철 맛 나는 과일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후가 좋고 배를 굶지 않으니 큰 욕심만 없으면 돈이 없어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곳에 온지 3년차. 한국인이라면 모두 천성처럼 지니고 있는 빨리빨리 근성을 이들에게도 강요하며 부지런히 살았고, 그래서 직원들과 겪은 마찰과 스트레스도 많았다. 지금은 처음보단 많이 내려놓고 이들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따라가고 있다. 나도 이 섬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글/사진 정은숙

서울에서 10년간 무역회사에 근무하다 2016년 남편, 딸 아이와 함께 모리셔스로 건너가 작은 사업을 하며 시트콤 삶을 살고 있는 한국아줌마. 영어이름이 Elly라서 이곳에서는 마담 앨리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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