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에서 청춘을]결국엔 "함나 시다!"

탄자니아에서 청춘을 #4



눈 오지 않는 겨울. 건기가 생각보다 빨리 끝나가고 있다. 탄자니아에서의 근무는 어느덧 5개월 차로 접어들었다. 이 시간 동안 나는 함께 사업을 운영하는 현지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익혔고, 이제는 그 비슷한 외형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도 발음이 어려운 내 이름을 어설프게 소리 내며 반겨준다. 우리는 이렇게 호흡을 맞추어 나간다. 역할을 서로 분담하고, 지역 사회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함께 고민한다.  


10월에 있을 행사 준비를 위해 모인 관계자들. 언제나 그렇듯 회의는 단 한 번도 제 시간에 시작된 적이 없다.


하지만, 서로 너.무.나.도. 다른 우리가 같이 가치 있는 일을 위해 걸어간다는 것은 순탄한 일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나눠 줄 티셔츠는 7월에 주문했는데 일부는 아직도 배달되지 않았다. 업체 사람을 불러 화를 내고 지랄을 해봐도 곧 나머지를 가져다주겠다며 “함나 시다(문제없어)”라고 말로만 약속할 뿐이다. 나는 할 수 없이 또 한 번의 기회를 주고야 만다.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계약서는 누굴 위한 것일까. 공공기관에 나눠 줄 교육 자료 역시 한 달이 걸렸고, 담당자는 제작에 문제가 생겨 차로 10시간을 달려 다르살람의 공장에 다녀오겠다고 하였다. 내가 너를 어떻게 믿느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또 그 놈의 “함나 시다(문제없어)”가 나온다. 자기 차를 우리 사무실 마당에 담보로 맡겨둘 테니 자신을 믿어 달라 한다. 나는 홧김에 소리를 질렀다. “그 쓰레기 차 줘도 안 가진다고!!!”


우리가 제작한 티셔츠를 입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 나머지는 언제 배달되려나. 너희가 내 속을 알까?



우리 사무실의 현지 직원 A는 나와 쿵짝이 잘 맞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하기 짝이 없다. 


가령 학교 모니터링에 같이 갈 교육부 공무원의 스케줄을 알아보라고 하면, 그 사람이 된다 안 된다, 확인만 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아니 그 사람이 그날 안 되면 언제 되는지 물어보면 되잖아, 왜 안 물어보는데?!” 그럼 그는 이렇게 답한다. “너가 그 날 물어보라며. 오케이, 함나 시다. 다시 전화할게.”  


친구들 앞에서 손 씻는 방법을 보여주는 어린이. 나도 저렇게까지는 안 씻는데! 이건 비밀이다.


보건소 방문을 계획하고 떠난 어느 날. 잘 달리던 차가 갑자기 퍼져서 멈췄다. 내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차 빌린 값이랑 주유비는 어떻게 처리하지? 오늘 가기로 한 곳은 또 언제 가야 하지?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빨리 연락해야겠는데? 그러나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현지 직원 A와 운전기사 F는 또 그놈의 “함나 시다”를 말하며 웃는다. “걱정 마! 그래도 이 차로 돌아갈 수는 있어. 단지 속도를 못 낼 뿐이야. 20km로 달려서 우리는 3시간 안에 사무실 도착할거야.” ․․․․․․장난하냐?


마을 보건소에서 실시되는 보건 교육. 이 자료 프린트 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차를 걸어 이 사람아.


그렇게 해서 다시 잡은 보건소 방문. 그런데 정작 중요한 설문지를 내가 깜박하고 챙기지 못했다. 인터넷도 전화도 잘 안 터지는 곳에서 겨우 신호를 잡아 사무소로 연락해 파일을 보내달라고 했다. 사람들은 A를 탓하며 이거 돌아오면 아주 혼을 내줘야겠다고, A 정신 차리게 혼 좀 내주라고 말하지만, 옆에 서 있는 A는 미소를 짓고 있다. 


내가 말했다. 


“그렇지! 함나 시다! (이번엔 내 실수로 안 가져왔지만) 어쨌든 받았으니까 괜찮아!” 




글/사진 김정화

인류학을 공부하며 국제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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