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의 미국 이야기][여행] 여긴 가을이 빨라! 단풍따라 떠난 미국의 북쪽 끝, 뉴 햄프셔

2025-10-22

조은정의 미국 이야기 #10


세상에 이런 실수도 있을까? 가뜩이나 운전하는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안고 먼 길을 떠났는데, 아뿔싸! 네비게이션을 잘못 찍었다. 나는 작은 소도시 다운타운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이름의 다른 곳을 선택해 버린 것. (사실 미국에선 동명의 도시나 매장이 많아 흔히 있는 일 중 하나다.) 도착해 보니 그곳은 생뚱맞게도 메사추세츠대학교(University of Massachusetts). 어리둥절 차에서 내리니 고급스러운 건물들이 이어진 거대한 캠퍼스가 나를 반겼다. 


실수로(?) 찾은 메사추세츠대학교


메사추세츠대학교는 1867년 개교한 미국 동부 최대의 주립대학교로 본교인 애머스트 외에도 로웰, 보스턴, 다트머스 등에 4개의 분교를 두고 있으며, 캠퍼스 면적과 재학생 수가 미국 북동부에서는 최대 규모라고 알려져 있다. 소가 뒷걸음질치다가 얻어 걸린 게 이토록 멋진 대학교라니! 여행의 시작이 흥미진진하다. 


학교를 둘러보고 다시 원래 가려던 곳으로 향했다. 서둘러 숙소로 이동하니 이미 날이 저물었고, 얼른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케이블카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

캠퍼스 내 건물이 고급스럽다.



캐논 마운틴 공중 트램웨이, 구사일생!


예정대로 일찍 일어나 캐논 마운틴(Cannon Mountain)에 도착했는데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아침 9시였는데, 당일 케이블카 티켓이 벌써 판매 마감이란다. 이럴 수가… 나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단 말인가! 한탄하며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매표소에 갔다. 그리고 간절함을 담아 애원했다.


캐넌 마운틴 공중 트램웨이를 타러


“나는 이 케이블카를 타려고 저 멀리 뉴저지주에서부터 네 개 주를 넘어와 어젯밤에 도착했어. 이 케이블카 타고 사진 촬영해서 한국의 여행자들에게 이곳의 소식을 꼭 전해줘야 한단 말이야.”


매표소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만 기다리란다. 그러고는 바로 옆 칸에서 이어진 취소자의 티켓 소식. 아아! 구사일생으로 살았다! 지루하지 말라고 이런 일이 자꾸 생기나보다. 우여곡절 끝에 그렇게 케이블카에 올라탔다. 


구사일생으로 얻은 티켓


캐논 마운틴 공중 트램웨이(Cannon Mountain Aerial Tramway)는 미국에서 최초로 운행된 트램이다. 1938년 스키 타는 사람들을 산의 정상까지 운송하기 위해 개통되었다가 1980년에 현대식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승객 수용 인원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케이블카에 탑승해 출발한 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산의 정상인 캐논 마운틴의 4,080피트(대략 1,244m) 정상에 도착했다. 캐나다를 비롯해 버몬트, 뉴욕, 메인, 메사추세츠주 등 총 4개의 주가 보일 거라 기대했지만, 살짝 뿌연 하늘 덕분에 그다지 선명하지 않아 아쉬웠다. 정상에는 산의 절벽을 산책할 수 있는 코스가 잘 만들어져 있어 맑은 공기로 심호흡을 즐기며 걸었다. 


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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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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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사진

캐논 마운틴과 케이블카


우연히 찾은 평화 에코 레이크 비치


우연히 본 화장실 벽에 주변 추천 여행지로 에코 레이크 비치(Echo Lake Beach)가 있길래 거리를 확인해보니 1.5km. 바로 달려가자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면서 보였던 커다란 호수가 바로 이곳이었다.


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

에코 레이크 비치에서


주차료 겸 입장료 $5을 내고 들어가자 또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치 뉴질랜드의 퀸스타운과도 같은 분위기였다고 할까? 산과 산 사이에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곡선의 호수, 단풍이 들어 울긋불긋한 나무들. 호수 수영을 즐기던 추위 안 타는(?) 미국인들을 구경하며 잠시나마 망중한을 즐겼다. 마침 친구의 차 트렁크에 있던 해변용 의자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의자를 펼치고 앉아 햇볕을 쬐며 호수와 단풍을 즐긴 시간은 실로 평화로웠다. 뉴욕보다 이른 단풍을 맞이하기 위해 북쪽으로 향해 온 보람이 있었다.


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
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

호수에서 망중한을 즐기며


그렇게 올해의 단풍 여행은 아름답게 마무리되었으니 나는 이제 슬슬 내년 단풍 여행을 꿈꾸려고 한다. 이번엔 북쪽으로 다녀왔으니 그땐 남쪽으로 내려가게 되지 않을까? 아직 정복하지 않은 또다른 1년 뒤의 여행이 나를 얼마나 설레게 하는지. 이것이 내 인생에 얼마나 큰 기쁨인지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 그저 감사하고 감사하다고.





글·사진 | 조은정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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