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의 미국 이야기][여행] 추수감사절 시작된 펜실베니아 크리스마스 시즌

2025-12-08


조은정의 미국 이야기 #13


사실, 별다른 계획이 없었다. 미국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이 코앞이었지만, 며칠 쉴 수 있다는 해방감 외에는 특별한 계획을 세우진 못했다. 그렇다고 모처럼 온 연휴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일단 떠났다, 펜실베이니아로.


땅이 넓은 나라에 살다 보니 한국에 살던 때와 아주 많이 다르다는 걸 자주 체감한다. 예를 들어 설날이나 추석 같은 민족의 대이동이 예상되는 큰 명절이라 해도, 미국은 사실 그다지 차가 막히거나 여행경비가 엄청 올라가지는 않는다. 물론 특정 지역이나 특정 호텔의 경우 비용이 올라가긴 하지만,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경비는 미국의 국내선 가격 정도이다. 이 시기 온 국민이 움직여 저마다 멀리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비행기를 타고 모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거의 고속버스 수준인 미국은 그래서 명절에 국내선 비용이 많이 오른다. 그것 말고는 호텔의 비용은 평소와 거의 비슷하기에 선택의 폭이 넓다. 교통체증 또한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다. 워낙 땅이 넓고 고속도로, 국도 등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2129815b6795c.jpg크리스마스 한 달 전인 추수감사절부터 미국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돌입한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펜실베이니아 주(Pennsylvania), 머물 호텔은 나자렛(Nazareth)이라는 작은 동네에 있다. 성수기임에도 1박 가격이 채 $100도 하지 않았고, 최근 오픈한 신축 건물이었으며, 키친 시설까지 있었다. 미국 호텔의 경우 키친이 딸려 있다 해도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많아 만일을 대비해 후라이팬과 냄비까지 챙겨가는 치밀함(?)을 발휘했는데, 역시나 가보니 예상 그대로였다. 촘촘한 여정이 아닌 쉬는 여행이 목적이었고, 어차피 추수감사절엔 문 닫는 곳이 많기에 호텔 룸에서 오래 체류하게 될 것 같았다.


황홀한 느낌 가득, 필라델피아 시청사


6bf93c96f567f.jpg필라델피아 시청사


슬렁슬렁 간 첫날의 일정은 필라델피아! 필라델피아 시청사(Philadelphia City Hall)는 겨울이면 아이스 스케이트장으로 변신하고, 건물 자체도 멋지기에 겨울에 꼭 한 번 다시 들러 보고 싶은 곳이었다. 이 건물은 과거 1901년부터 1908년까지 세계 최고층 건물이었던 곳으로, 무려 167m(9층 높이)의 높이를 자랑한다. 시계탑과 250여 개의 조각상, 오로지 석조로 지어진 구조, 프랑스 건축 양식 등이 어우러져 건물만 봐서는 유럽에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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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사 주변을 채운 크리스마스 분위기


시청사를 중심으로 주변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느끼게 꾸며둔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관람차, 꼬마기차, 회전목마 등의 시설물 사이로 아이스링크와 정원, 그리고 크리스마스 마켓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시청의 대각선에 위치한 러브 파크(Love Park)는 이미 크리스마스 빌리지가 펼쳐지고 있어 더욱 신나고 설레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필라델피아의 상징인 러브 간판 앞에서의 기념 촬영. 다양한 수제품 판매와 함께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파는 뱅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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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

'찐'으로 느낄 수 있는 크리스마스


미국의 겨울 풍경,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찐’으로 느끼고 싶다면 무조건 필라델피아로 가보시라. 장담컨대 기대 이상의 아름다운 장면을 가슴 가득 담아올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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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시청사(Philadelphia City Hall)
1400 John F Kennedy Blvd, Philadelphia, PA 19107


유럽 아니고 미국이라고? 베들레헴의 크리스마스 마켓!


이건 정말 기대 이상의 수확이었다. 호텔 룸에서 쉬면서 늦잠을 자고 일어나 휴대폰을 체크하고 있는데 검색을 하다가 찾아낸 이곳! 사진 속 이국적인 풍경에 일단 놀랐다. 거대한 화학공장(?) 같은 건물들이 가득한 곳에 세상 화려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펼쳐지고 있다니!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129c093b3d5dd.jpg크리스트킨들마르크트 마켓


당장 달려가자 역시나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알고 보니 베들레헴은 미국 내에서도 ‘크리스마스 시티’로 불릴 만큼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도시였던 것. 실내외에 형성된 거대한 마켓에는 수많은 사람이 북적대며 미리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었고, 식사를 하거나 데이트, 쇼핑을 하면서 저마다의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있었다. 야외에 놓인 로맨틱한 이글루와 야외 라이브 공연은 차가운 밤공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었고, 유리 공예로 직접 눈앞에서 불을 이용해 만들어주는 예쁜 그릇은 감동스러웠다. 


fe7cc637e86f2.jpg52abffd361c3c.jpg야외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이 놀랍도록 예쁘다.


공장 건물의 기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국적인 느낌이 가득했다. 나중에는 손이 꽁꽁 얼어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기온이 떨어지는데도 흥에 겨워서, 분위기에 한껏 취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그렇게 특별하게 깊어 갔던 그날 밤, 왜 그리 현지인들이 이곳을 사랑하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

옛 제철소 건물을 그대로 보존해 두고 있으며, 그 앞에 크리스마스마켓이 열러 더 색다른 풍경을 자랑한다.


앞으로 누군가 내게 미국에서 보내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방법을 묻는다면 무조건 미국의 크리스마스는 이곳에서 시작한다고 말해줄 것이다. 유럽 못지않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바로 베들레헴에 펼쳐져 있다고. 33년째 이어지고 있는 역사, 미국 모든 매거진이 인정한 최고의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는 자부심, 나의 이야기를 뒷받침해 줄 근거도 충분하다.


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


크라이스트킨들마르크트(Christkindlmarkt)
711 E 1st St, Bethlehem, PA 18015




글·사진 | 조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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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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