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의 미국 이야기][여행] 뉴욕에서 차박 해본 사람? 나야 나! (Feat. 포트 저비스)

2024-09-26

조은정의 미국 이야기 #3



그토록 사랑하는 뉴욕에 살고 있건만, 생업 전선에 뛰어들고 나자 정작 이전처럼 뉴욕 구경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 이걸 단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가 됐건, “내가 돈을 쓰러 가느냐, 돈을 벌러 가느냐”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는 것. 


뉴욕에서의 버라이어티한 삶을 영위하려다 보니 보통의 나날은 치열하다. 맨해튼에 가도 볼일만 보고 바로 집으로 돌아온다. 특별한 날이 되어야 종일 맨해튼에 머물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곳에 가면 가슴이 뛴다. 이걸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96514f7bf52c6.jpg포트 저비스에서 캠핑을 하며


이런 웃픈 아이러니 속에서, 얼마 전 미국의 공휴일 노동절을 낀 사흘의 연휴가 있었다. 금, 토, 일 사흘 동안 수많은 미국인이 휴가를 즐겼다. 나 역시 그 틈에 껴서 뉴욕 근교를 여행했다. 현실에 찌들어 있다가 모처럼 콧바람 쐬면서 좋은 날씨를 즐기고 여기저기 쏘다녔더니 에너지 100% 충전 완료! 나의 피는 언제나 여행을 향해 있나 보다.


4fe77d64d1385.jpg여행은 나에게 곧 휴식이다.


이번 연휴의 하이라이트는 차박이었다. 세상에나, 한국에서도 해본 적 없는 차박을 뉴욕에서 하게 될 줄이야! 내가 차박을 한 장소는 포트 저비스(Port Jervis). 이곳은 미국 뉴욕주 오렌지 카운티의 델라웨어 워터 갭(Delaware Water Gap) 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인구수가 채 1만 명이 안 되는 곳이다. 뉴욕주가 워낙 크고, 여러 작은 마을과 소도시를 품고 있어 일일이 방문할 수는 없지만, 포트 저비스가 내게 특별한 건 1년 전 이곳에서 먹었던 자연산 장어의 맛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느끼하다고 늘 몇 점 집어 먹지 않았던 장어 요리였는데, 이곳 강가에서 건져낸 ‘완전 생 리얼 찐’ 자연산 장어를 맛본 후 장어에 대한 선입견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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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서 잡아 올린 장어


1년 만에 포트 저비스를 다시 찾으며 차박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2박의 짐을 쌌다. 처음 해보는 차박, 무사히 세팅을 마무리하려면 해가 지기 전 서둘러야 했다. 화장실 사용이나 샤워가 불편하겠다고 예상했지만, 막상 현지에 가니 기대 이상으로 적응을 잘 해냈다. 아침저녁 이어지는 불멍, 물멍. 물소리와 함께 잠들고 물소리에 잠을 깨는 시간을 보냈다. 마치 강원도 어디 산골에 머무는 것 같던 느낌적인 느낌!?


8720831360952.jpg차박을 위한 준비


그곳에서 욕심 없이 사는 현지인들을 보며 새삼 인생의 의미를 돌이켜 보기도 했다.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텃밭을 가꾸며 동네 친구들을 불러 바비큐를 해 먹고 좋아하는 브랜드의 맥주를 마시며 자연 속에서 사는 삶. 뉴욕에 산다고 해서 모두가 다 미국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맨해튼에 살지 않고, 영화 속 인물처럼 모두가 복잡하고 바쁘게 살지는 않는다는 걸 포트 저비스의 주민들은 직접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4c052e8fb254e.jpg5d58b55d12678.jpg768c92179b080.jpg한가로운 시간


사실 작년에 이곳에 왔을 때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시설이 불편했고 모든 게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이번엔 2박을 하면서 차박까지 했는데, 이상하게도 조금씩 문명의 이기를 원하던 불편한 마음이 이울고 ‘자연 속 편안한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마음이 피어났다. 흐르는 냇물에 세수를 하고, 샤워는 대충 건너뛰고, 휴대폰은 손에서 내려놓으며 그곳의 시간과 공간에 잠시나마 동화됐던 것 같다. 


8dab55ac14aa9.jpg지극히 미국스러운 식사


어쨌거나 내 인생 첫 차박을 뉴욕에서 하다니! 뉴욕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몹시 뿌듯했다. 잠을 청하려고 차 안에 누웠을 때 차창 너머로 무수히 빛나던 수많은 별이 지금도 종종 떠오른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건 왼쪽으로 눈을 돌리건 마치 나만을 따라다니는 것처럼 가득했던 그 별들이 잊히지가 않는다. 


8d901fd9dcc2a.jpg지인에게 받은 선물


잠시나마 문명의 편리함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지내볼 수 있어 감사했던 여행. 돌아올 땐 지인이 직접 키운 토마토와 오이, 가지가 내 품에 한 아름이었다. 조만간 나는 다시 한 번 포트 저비스로 돌아가 소박하고 따스한 여행을 할지 모른다. 더 추워지기 전에 제대로 즐겨볼, 나의 ‘두 번째 뉴욕 차박’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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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불멍의 시간




글·사진 | 조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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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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