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의 미국 이야기 #20
전 세계를 바쁘게 여행하던 시기에는 호텔에 머물 시간이 없었다. 그날그날 방문하며 해치워 나가야 할 리스트가 빼곡했고, 하나라도 못하면 안달이 났다. 어설픈 완벽주의에 과다 열정 그 자체인 내가 늘 치르던 일이었다. 그렇게 여행준비도, 여행을 다녀와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여행을 다녀오면 더 피곤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 그걸 못 느꼈을 뿐. 언젠가 진맥을 본 적이 있는데 몸과 마음을 쉬지 않고 너무 많이 사용해서 장기가 모두 지쳐 있는 상태라는 진단에 충격을 받았다. 놀람도 그때뿐이었지만.
이렇게 앉아 있는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쉬어 가는 여행이 좋아졌다. 느긋느긋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게 되었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경험으로 마침내 깨달은 진리이겠지? 그런 의미에서 다녀온 이번 호캉스는, 모처럼 내 심신을 토닥여 주었다.
미국 동부의 커네디컷주는 뉴욕과 인접해 있어 뉴욕에 직장을 둔 많은 직장인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원 주택생활을 꿈꾸는 부자 뉴요커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으며, 맨해튼 월 스트리트 쪽의 금융가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전문 직종의 사람들이 특히 많다고 한다. 미국 독립기념일 여행기에서도 소개했던 그리니치 다운타운의 경우 뉴욕 5번가의 백화점과 매장 브랜드가 거의 그대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고급 쇼핑 거리가 조성되어 있는데, 이 조용한 도시에 그런 다운타운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거주자들의 소비력이 입증되는 셈이다.
그리니치의 다운타운
이번에 방문한 호텔은 커네디컷주의 올드 그리니치와 스탬퍼드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넓은 부지에 잔디 가득한 정원까지 끼고 있는 곳이었다. 호텔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4층 높이의 유리 천장으로 꾸며진 실내 정원에 놀랐다. 분수대를 중심으로 꽤 오랜 세월 자랐을 법한 거대한 나무와 꽃들이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사실 방문 전 미리 찾아본 사진을 통해 이런 분위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방문자들의 사진 실력이 넘 별로였나? 실물은 사진보다 훨씬 놀랍고도 멋졌다.

멋진 호텔의 로비
그렇게 체크인을 하고 룸으로 올라가니 큰 창 앞에 놓인 테이블이 나를 반겼다. 어서 와서 앉으라고 하는 듯한 표정. 찬찬히 둘러보니 다른 미국 호텔들에 비해 상당히 모던하고 최신식 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욕실 거울 내부에 설치되어 있던 디지털 시계, 밤이 되면 LED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던 미니 냉장고 등. 한국에서라면 이런 시설이 별것 아니겠지만, 늘 클래식(?)함을 최고로 치는 미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인테리어였다.


내가 묵은 방
룸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결심했다. 체크아웃 할 때까지 절대 이곳을 떠나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호텔 내 수영장(규모가 작아 아이들 몇이 노니 더 이상 끼어들 곳이 없었다만)에서 잠시 수영과 자쿠지를 즐기고는 다시 룸으로 돌아와 준비해 간 와인과 주전부리로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이 외에도 호텔은 연회장, 영화관, 연회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결혼식과 패션쇼에 참여하는 인원들로 내부가 꽤나 북적북적했다.

호텔의 바와 수영장
거대한 사이즈의 LG TV도 호캉스 필수 품목. TV가 너무 마음에 들어 머무는 내내 실컷 미국 방송을 봤다. 사실 나는 집에 TV가 없다. 그래서 여행 중 방문하는 호텔에서 미국 방송을 일부러 찾아보고는 한다. 여기서는 TV의 사이즈도, 화질도 최상이라서 마치 영화관에서 보는 것 같았다.
휴식의 동반자
그렇게 황홀한 휴식시간을 꽉꽉 채워 보내고는 호텔을 나섰다.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여기까지가 내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음은 명확했다.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웬디스에서 햄버거를 하나 먹자 금세 현실로 복귀하는 기분이었다.
여행을 다녀온 지 며칠이 지나도 여전히 호텔을 떠올린다.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고 외치며 새로운 곳만 찾던 나이지만, 이쯤 되면 그곳을 다시 방문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을 살아내다가 지치면 또 한 번 호사를 부려보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고. 지금의 나는 옛날의 나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 쉬는 것도 여행이라고, 그 소중한 경험을 너도 곧 하게 될 거라고.

Hyatt Regency Greenwich
1800 E Putnam Ave, Old Greenwich, CT 06870, USA
1 203-637-1234
글·사진 | 조은정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https://eiffel.blog.me/
조은정의 미국 이야기 #20
전 세계를 바쁘게 여행하던 시기에는 호텔에 머물 시간이 없었다. 그날그날 방문하며 해치워 나가야 할 리스트가 빼곡했고, 하나라도 못하면 안달이 났다. 어설픈 완벽주의에 과다 열정 그 자체인 내가 늘 치르던 일이었다. 그렇게 여행준비도, 여행을 다녀와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여행을 다녀오면 더 피곤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 그걸 못 느꼈을 뿐. 언젠가 진맥을 본 적이 있는데 몸과 마음을 쉬지 않고 너무 많이 사용해서 장기가 모두 지쳐 있는 상태라는 진단에 충격을 받았다. 놀람도 그때뿐이었지만.
그런데 언젠가부터 쉬어 가는 여행이 좋아졌다. 느긋느긋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게 되었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경험으로 마침내 깨달은 진리이겠지? 그런 의미에서 다녀온 이번 호캉스는, 모처럼 내 심신을 토닥여 주었다.
미국 동부의 커네디컷주는 뉴욕과 인접해 있어 뉴욕에 직장을 둔 많은 직장인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원 주택생활을 꿈꾸는 부자 뉴요커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으며, 맨해튼 월 스트리트 쪽의 금융가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전문 직종의 사람들이 특히 많다고 한다. 미국 독립기념일 여행기에서도 소개했던 그리니치 다운타운의 경우 뉴욕 5번가의 백화점과 매장 브랜드가 거의 그대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고급 쇼핑 거리가 조성되어 있는데, 이 조용한 도시에 그런 다운타운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거주자들의 소비력이 입증되는 셈이다.
이번에 방문한 호텔은 커네디컷주의 올드 그리니치와 스탬퍼드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넓은 부지에 잔디 가득한 정원까지 끼고 있는 곳이었다. 호텔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4층 높이의 유리 천장으로 꾸며진 실내 정원에 놀랐다. 분수대를 중심으로 꽤 오랜 세월 자랐을 법한 거대한 나무와 꽃들이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사실 방문 전 미리 찾아본 사진을 통해 이런 분위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방문자들의 사진 실력이 넘 별로였나? 실물은 사진보다 훨씬 놀랍고도 멋졌다.
그렇게 체크인을 하고 룸으로 올라가니 큰 창 앞에 놓인 테이블이 나를 반겼다. 어서 와서 앉으라고 하는 듯한 표정. 찬찬히 둘러보니 다른 미국 호텔들에 비해 상당히 모던하고 최신식 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욕실 거울 내부에 설치되어 있던 디지털 시계, 밤이 되면 LED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던 미니 냉장고 등. 한국에서라면 이런 시설이 별것 아니겠지만, 늘 클래식(?)함을 최고로 치는 미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인테리어였다.
내가 묵은 방
룸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결심했다. 체크아웃 할 때까지 절대 이곳을 떠나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호텔 내 수영장(규모가 작아 아이들 몇이 노니 더 이상 끼어들 곳이 없었다만)에서 잠시 수영과 자쿠지를 즐기고는 다시 룸으로 돌아와 준비해 간 와인과 주전부리로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이 외에도 호텔은 연회장, 영화관, 연회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결혼식과 패션쇼에 참여하는 인원들로 내부가 꽤나 북적북적했다.
거대한 사이즈의 LG TV도 호캉스 필수 품목. TV가 너무 마음에 들어 머무는 내내 실컷 미국 방송을 봤다. 사실 나는 집에 TV가 없다. 그래서 여행 중 방문하는 호텔에서 미국 방송을 일부러 찾아보고는 한다. 여기서는 TV의 사이즈도, 화질도 최상이라서 마치 영화관에서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황홀한 휴식시간을 꽉꽉 채워 보내고는 호텔을 나섰다.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여기까지가 내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음은 명확했다.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웬디스에서 햄버거를 하나 먹자 금세 현실로 복귀하는 기분이었다.
여행을 다녀온 지 며칠이 지나도 여전히 호텔을 떠올린다.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고 외치며 새로운 곳만 찾던 나이지만, 이쯤 되면 그곳을 다시 방문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을 살아내다가 지치면 또 한 번 호사를 부려보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고. 지금의 나는 옛날의 나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 쉬는 것도 여행이라고, 그 소중한 경험을 너도 곧 하게 될 거라고.
글·사진 | 조은정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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