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의 미국 이야기 #21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무기력함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를 친구가 불러냈다. 캠핑을 떠나자고. 그렇게 다녀온 2박3일의 캠핑 여행은 전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흘러갔는데…

오랜만에 떠난 캠핑 여행은 과연…
시작은 이토록 평온할 수 없었던 캠핑 여행
내가 사는 곳에서 1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캠핑장으로 향했다. 함께한 인원은 총 11명의 사람과 2마리의 강아지. 사실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내게는 이번 여행 자체가 크나큰 도전이기도 했다.
짐이 많으니 한 집당 차를 두 대씩 가지고 움직였다. 캠핑장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보니 내부는 크게 두 가지 구조로 꾸며져 있었다. 텐트를 칠 수 있는 부지, 아니면 캐빈 숙박. 이 구성에서 우리가 선택한 건 당연히 텐트! 체크인하는 입구 바로 옆에는 수영장이 있어 이미 수많은 방문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집 같은 텐트와 캐러반
캠핑장은 키타티니 산맥(Kittatinny Mountains) 일대의 25만 평에 달하는 자연 속에 위치해 있었다. 홈페이지에는 인근 애팔래치아 트레일(Appalachia Trail) 등 산책과 등산을 즐기기 좋은 곳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었다. 공기도 좋고 사람도 많지 않고 내부 시설 관리도 깨끗하게 되어 있어 만족스러웠다. 텐트를 설치하고는 서둘러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련하여 즐겼다. 귀찮고 불편하지만 캠핑의 묘미는 끝없이 이어지는 맛있는 먹거리와 불멍 아니던가! 각자 준비해온 맛있는 한식으로 다양한 캠핑 음식을 즐기다 보니 이곳이 바로 천국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초저녁이 되기 전부터 불을 피우며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맛있는 걸 정말 많이 먹었다.
어서 와, 곰과 함께하는 캠핑은 처음이지?
대부대의 인원들이 그렇게 삼삼오오 불 앞에 둘러 앉아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끝말 잇기 게임을 하며 불멍을 즐기고 있던 그때. 코앞으로 곰이 다가왔다. 이게 웬 영화 같은 일인지? 모두들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던 어느 캠핑 가족이 소리를 질렀다. “너네 텐트 쪽으로 곰이 가고 있으니 주의해!!” 사실 그 큰 소리를 들으면서도 설마 설마 했었다. ‘아니 지금 이쪽으로 곰이 온다고? 우리가 지금 저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거야?' 이러고 있다가 한순간에 곰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곰은 불쌍하게도 배가 고파 어슬렁거리며 사람 있는 곳을 배회하는 듯했다. 짠한 마음에 먹을 거라도 나눠 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자꾸 또 온다고 절대 주면 안 된다고 해서 참았다. 아주 가까이에서 본 곰은 사실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노래 가사 그 구절처럼,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그런 덩치 큰 동물로 느껴졌다.
유일하게 찍은 곰 사진
그렇게 놀랐던 마음을 진정시킨 채 잠이 들었다. 곰이 와서 먹거리를 뒤질 것을 감안해 아이스박스와 음식들은 모두 차 안에 안전하게 넣어두었다. 그러고는 잠이 들었는데 새벽이 되자 텐트 밖에서 다시 부스럭하는 소리가 났다. 잠귀가 밝은 옆자리 친구가 가장 먼저 일어났다. 그가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는 데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대체 저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친구는 밖으로 나가 곰과의 사투(?)를 벌이기 위해 텐트 바로 앞 차 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곰이 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나는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면서도 차마 동참할 수가 없었다. 도저히 텐트 밖으로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텐트 밖 주위를 오가는 곰의 발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곰이 이 안으로 들어온다면… 그냥 모든 게 여기서 끝나겠구나!’
저 하늘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시간이 흘렀고, 씩씩하고 정의로운 친구네 부부의 노력 덕분에 곰을 물리쳤다. 알고 보니, 처음에 곰은 아이스박스 속 얼음 비닐을 물고 갔는데 이게 먹을 게 아니란 걸 알아차리고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먹고 살겠다고 찾아오는 곰, 이를 무서워하는 인간… 참 아이러니한 삶의 굴레라고나 할까?
거기, 곰이 있나요?
첫날밤 곰과의 사투(?)를 벌인 탓에 잠을 설쳤던 우리는 둘째 날 좀 더 만반의 준비를 했다. 강한 불빛의 헤드라이트를 곳곳에 비치해 두었고, 초저녁부터 이미 먹을거리와 냄새나는 것들은 모두 안전한 곳으로 피신 시켰다. 그러고는 열심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다시 불 앞에 모여 불멍에 돌입… 우리 작전이 통했던 걸까? 이틀째 되던 날에는 다행히도(!) 곰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아침은 들어가더라.
캠핑장 화장실도 무조건 손전등을 들고 2인1조가 되어 다녀와야 했고, 캠핑장 내의 숲길을 걸을 때면 계속 두리번거리며 혹시 곰이 있나 살피는 게 습관처럼 몸에 배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가 갈림길이 나오면, 만약 곰이 지금 나온다면 어느 길로 도망가야 할지 열띤 토론을 하기도 했다. 캠핑장안의 평화로운 숲과 수영장, 호수 등의 풍경도 좋았지만, 곰과의 스릴 넘쳤던 캠핑은 아마 평생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까?
곰이 캠핑장에 나타난 다음날에도 아무렇지 않게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미국 뉴저지주에는 대략 3천여 마리의 곰이 살고 있다고 한다. 가까운 지인들의 집에서도 곰이 나타난다고 하는 이야기는 자주 들었지만, 이렇게 코앞에서 곰과 직접 조우하게 될 줄이야. 이 햇살 좋고 공기 맑은 아름다운 캠핑장에서 말이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여유로운 힐링의 시간을 보냈던 미국에서의 캠핑, ‘곰과 함께라서’ 더욱 특별했다. 평생 잊히지 않을 가장 강렬한 추억이 또 하나 생겼다.
곰이 아니었다면 캠핑의 꽃 구운 마시멜로우가 이번 여행의 백미였을 것이다.
Kymer's Campground
주소: 69 Kymer Rd, Branchville, NJ 07826
전화번호: 1-973-875-3167 / 1-800-526-2267
홈페이지: https://mymenuweb.com
이메일: Kymers@NJcamping.com
글·사진 | 조은정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https://eiffel.blog.me/
조은정의 미국 이야기 #21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무기력함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를 친구가 불러냈다. 캠핑을 떠나자고. 그렇게 다녀온 2박3일의 캠핑 여행은 전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흘러갔는데…
오랜만에 떠난 캠핑 여행은 과연…
시작은 이토록 평온할 수 없었던 캠핑 여행
내가 사는 곳에서 1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캠핑장으로 향했다. 함께한 인원은 총 11명의 사람과 2마리의 강아지. 사실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내게는 이번 여행 자체가 크나큰 도전이기도 했다.
짐이 많으니 한 집당 차를 두 대씩 가지고 움직였다. 캠핑장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보니 내부는 크게 두 가지 구조로 꾸며져 있었다. 텐트를 칠 수 있는 부지, 아니면 캐빈 숙박. 이 구성에서 우리가 선택한 건 당연히 텐트! 체크인하는 입구 바로 옆에는 수영장이 있어 이미 수많은 방문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캠핑장은 키타티니 산맥(Kittatinny Mountains) 일대의 25만 평에 달하는 자연 속에 위치해 있었다. 홈페이지에는 인근 애팔래치아 트레일(Appalachia Trail) 등 산책과 등산을 즐기기 좋은 곳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었다. 공기도 좋고 사람도 많지 않고 내부 시설 관리도 깨끗하게 되어 있어 만족스러웠다. 텐트를 설치하고는 서둘러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련하여 즐겼다. 귀찮고 불편하지만 캠핑의 묘미는 끝없이 이어지는 맛있는 먹거리와 불멍 아니던가! 각자 준비해온 맛있는 한식으로 다양한 캠핑 음식을 즐기다 보니 이곳이 바로 천국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초저녁이 되기 전부터 불을 피우며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맛있는 걸 정말 많이 먹었다.
어서 와, 곰과 함께하는 캠핑은 처음이지?
대부대의 인원들이 그렇게 삼삼오오 불 앞에 둘러 앉아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끝말 잇기 게임을 하며 불멍을 즐기고 있던 그때. 코앞으로 곰이 다가왔다. 이게 웬 영화 같은 일인지? 모두들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던 어느 캠핑 가족이 소리를 질렀다. “너네 텐트 쪽으로 곰이 가고 있으니 주의해!!” 사실 그 큰 소리를 들으면서도 설마 설마 했었다. ‘아니 지금 이쪽으로 곰이 온다고? 우리가 지금 저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거야?' 이러고 있다가 한순간에 곰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곰은 불쌍하게도 배가 고파 어슬렁거리며 사람 있는 곳을 배회하는 듯했다. 짠한 마음에 먹을 거라도 나눠 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자꾸 또 온다고 절대 주면 안 된다고 해서 참았다. 아주 가까이에서 본 곰은 사실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노래 가사 그 구절처럼,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그런 덩치 큰 동물로 느껴졌다.
그렇게 놀랐던 마음을 진정시킨 채 잠이 들었다. 곰이 와서 먹거리를 뒤질 것을 감안해 아이스박스와 음식들은 모두 차 안에 안전하게 넣어두었다. 그러고는 잠이 들었는데 새벽이 되자 텐트 밖에서 다시 부스럭하는 소리가 났다. 잠귀가 밝은 옆자리 친구가 가장 먼저 일어났다. 그가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는 데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대체 저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친구는 밖으로 나가 곰과의 사투(?)를 벌이기 위해 텐트 바로 앞 차 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곰이 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나는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면서도 차마 동참할 수가 없었다. 도저히 텐트 밖으로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텐트 밖 주위를 오가는 곰의 발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곰이 이 안으로 들어온다면… 그냥 모든 게 여기서 끝나겠구나!’
그렇게 정신없는 시간이 흘렀고, 씩씩하고 정의로운 친구네 부부의 노력 덕분에 곰을 물리쳤다. 알고 보니, 처음에 곰은 아이스박스 속 얼음 비닐을 물고 갔는데 이게 먹을 게 아니란 걸 알아차리고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먹고 살겠다고 찾아오는 곰, 이를 무서워하는 인간… 참 아이러니한 삶의 굴레라고나 할까?
거기, 곰이 있나요?
첫날밤 곰과의 사투(?)를 벌인 탓에 잠을 설쳤던 우리는 둘째 날 좀 더 만반의 준비를 했다. 강한 불빛의 헤드라이트를 곳곳에 비치해 두었고, 초저녁부터 이미 먹을거리와 냄새나는 것들은 모두 안전한 곳으로 피신 시켰다. 그러고는 열심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다시 불 앞에 모여 불멍에 돌입… 우리 작전이 통했던 걸까? 이틀째 되던 날에는 다행히도(!) 곰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아침은 들어가더라.
캠핑장 화장실도 무조건 손전등을 들고 2인1조가 되어 다녀와야 했고, 캠핑장 내의 숲길을 걸을 때면 계속 두리번거리며 혹시 곰이 있나 살피는 게 습관처럼 몸에 배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가 갈림길이 나오면, 만약 곰이 지금 나온다면 어느 길로 도망가야 할지 열띤 토론을 하기도 했다. 캠핑장안의 평화로운 숲과 수영장, 호수 등의 풍경도 좋았지만, 곰과의 스릴 넘쳤던 캠핑은 아마 평생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까?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미국 뉴저지주에는 대략 3천여 마리의 곰이 살고 있다고 한다. 가까운 지인들의 집에서도 곰이 나타난다고 하는 이야기는 자주 들었지만, 이렇게 코앞에서 곰과 직접 조우하게 될 줄이야. 이 햇살 좋고 공기 맑은 아름다운 캠핑장에서 말이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여유로운 힐링의 시간을 보냈던 미국에서의 캠핑, ‘곰과 함께라서’ 더욱 특별했다. 평생 잊히지 않을 가장 강렬한 추억이 또 하나 생겼다.
글·사진 | 조은정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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