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의 미국 이야기 #22
뉴욕의 맨해튼이 가끔 버거울 때가 있다. 숨막힐 듯한 분주함과 번잡함이 그곳의 매력이지만, 그곳 일상의 테투리 안에 머물려면 나 역시 그만큼 바지런하게 살아내야 하니까.
미국이란 거대한 규모의 나라, 그중에서도 뉴욕주는 남한의 1.4배 크기이다. 언제나 세상 가장 화려하고 24시간 잠들지 않을 것 같은 맨해튼이 속한 뉴욕 시티는 이중에서도 0.5%가 채 되지 않는 셈이다. 그러니 아이러니하게도 맨해튼에서 기차나 차로 1~2시간만 이동을 하면 거짓말 같은 전원 풍경이 펼쳐진다. 늘 느끼는 상상 그 이상의 규모를 보여주는 미국의 규모에 놀라고, 재미있기도 하다.
뉴욕주와 맞닿은 다른 주로 여행을 갈 때 늘 오가며 지났던 도시들을 모처럼 여행의 목적지로 정했다. 겉만 훑으며 오가는 여정 속 도시가 아닌, 그 도시 속으로 내가 직접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렇게 선정한 도시는 세 곳. 숙소를 한 곳에 정해둔 채 여기저기 도시를 오가는 일정으로 잡았다.


미국에서 발견한 둘레길! 자연에 푹 빠지는 뉴 팔츠
가장 좋았던 1순위 도시는 뉴 팔츠(New Paltz)의 ‘River to Ridge Trail’이었다. 사실 얼마 전부터 유난히 제주도가 그리웠는데 그 마음을 잠시나마 채워준 곳이었다. 미국에서 발견한 둘레길이라니! 눈앞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잔디와 옥수수 밭, 그리고 해바라기 밭을 바라보며 자전거를 타거나 뛰거나 걷기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그 시간을 즐겼다. 강줄기를 따라 카누를 타거나 낚시하는 사람들도 간간히 보면서 걷다 보니 지루할 틈은 없었다.
미국판 둘레길
이 도시를 더 매력적으로 만든 건, 넓게 펼쳐진 들판 뒤로 보이는 모홍크(Mohonk) 산맥이었다. 병풍처럼 넓게 펼쳐져 마을을 감싸 안고 있는 듯한 그 느낌이 한없이 좋았다. 바람 소리 들으며 천천히 걷기만 해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첫날 방문하고 나서 그 여운이 가시질 않아 여행 마지막날 다시 가서 그 풍경을 눈과 마음에 더 많이 담아왔다. 예쁘게 단풍이 질 때쯤 또 와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정겨운 뉴팔츠 풍경
히피 문화의 유산이 남은 도시, 우드스탁
사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지로 꼽은 곳은 우드스탁(Woodstock)이었다. 1960년대 히피 문화와 음악적 유산이 짙게 남아 있는 보헤미안 감성의 예술 마을이라고 알려져 있어 기대가 컸다. 우드스탁 최고의 중심가인 팅커 스트리트(Tinker Street)로 향했더니 이른 아침부터 이미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대로변의 양 옆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수공예품과 핸드 메이드 주얼리, 레트로 빈티지 의류 숍들과 갤러리, 컵케이크와 타코 맛집 등을 구경하며 걷기 좋은 곳이었다.
우드스탁의 이모저모
마침 주말에만 열리는 플리 마켓까지 둘러볼 수 있어서 좀 더 여유롭게 우드스탁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걷다가 고개를 한 번씩 들면 저 멀리 산맥과 구름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어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폭포를 만난 것도 재미난 추억이었다.


플리 마켓을 볼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우드스탁에는 유명한 야외 공연장이 몇 곳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건 다음 기회에 방문해 보기로 했다. 그 정도 핑계는 있어 줘야 머지않아 다시 오게 될 테니까.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역시 도시, 킹스턴
마지막으로 방문한 킹스턴(Kingston) 역시 늘 다른 여행지를 오가며 지나다니기만 했던 곳인데, 이토록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도시를 왜 지금껏 제대로 둘러보지 않은 건지 반성까지 하게 되었다.

과거 뉴욕주의 첫 수도라는 역사적 자부심을 지닌 곳으로, 고풍스러운 유적과 트렌디한 샵들이 공존하는 것이 매력인 도시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포 코너스(Historic Four Corners). John Street와 Crown Street가 만나는 이 교차로의 네 퉁이에는 독립전쟁 이전(17~18세기)에 지어진 석조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정확히는 1663년~1775년 사이에 건립된 건물들로, 1777년 영국군이 킹스턴을 방화했을 때의 흔적과 재건 역사를 담고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4대 석조 건물로는 Matthewis Persen House(박물관으로 운영 중인 역사적 건물), Dr. Matthew Jansen House, Franz Roggen House, Kingston Academy(과거 아카데미 건물로 사용되었으며, 현재 Rough Draft Bar & Books가 입점해 있는 공간)가 있다.

역사적인 건물들이 모여 있는 포 코너스
이 교차로에서 가장 좋았던 건 역사적인 킹스턴 아카데미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Rough Draft Bar & Books. 들어가자마자 놀랐다. 킹스턴에 온 모든 사람이 다 그 안에 모여 있는 것 같아서. 내부는 독립서점, 크래프트 맥주 바, 그리고 카페가 하나로 결합된 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킹스턴 최고 인기의 사랑방 같았다. 서점 & 카페 & 바가 조화된 이곳은 큐레이션 된 신간 도서를 구경하면서 스페셜티 커피(Counter Culture Coffee)나 로컬 수제 맥주, 와인 등을 함께 즐길 수 있어 현지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듣기만 해도 인기가 있을 것 같은 콘셉트 아닌가?
Rough Draft Bar & Books
동네 베이커리에서 공급받는 파이와 소금 초콜릿 칩 쿠키 등 대표 메뉴를 맛보며 통 유리로 펼쳐지는 창밖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 꽤나 설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곳은 실제로 지역 내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북 클럽, 작가 사인회 등 다양한 행사도 활발히 운영 중이라고 한다.
Rough Draft Bar & Books는 마을의 사랑방이었다.
킹스턴을 떠나기 전, 허드슨 강의 한적한 풍경을 담고 싶어 가장 인기 많은 항구인 론다웃(Rondout)을 방문했다. 시끌벅쩍한 음악에 초록 물결이 휘날리고 있어 향해 보니, 아이리쉬들을 위한 지역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허드슨강 위에는 유유히 떠다니는 수많은 요트가 가득했고, 현지인들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자유로이 춤추고 있었다. 보는 내 어깨가 절로 들썩일 정도로 흥 많고 술 좋아하는 아일랜드 사람들은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그들의 행복한 표정이 나에게도 전염되어 여행의 마지막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론다웃에서 본 아이리쉬 축제
이 글을 읽는 그대가 언젠가 뉴욕 여행을 꿈꾼다면 기억해 두길. 뉴욕 근교의 소도시를 테마로 여행하는 것 또한 맨해튼의 화려한 풍경만큼이나 평생 기억에 남을 아주아주 특별한 여행이 될 것이라는 걸.

글·사진 | 조은정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https://eiffel.blog.me/
조은정의 미국 이야기 #22
뉴욕의 맨해튼이 가끔 버거울 때가 있다. 숨막힐 듯한 분주함과 번잡함이 그곳의 매력이지만, 그곳 일상의 테투리 안에 머물려면 나 역시 그만큼 바지런하게 살아내야 하니까.
미국이란 거대한 규모의 나라, 그중에서도 뉴욕주는 남한의 1.4배 크기이다. 언제나 세상 가장 화려하고 24시간 잠들지 않을 것 같은 맨해튼이 속한 뉴욕 시티는 이중에서도 0.5%가 채 되지 않는 셈이다. 그러니 아이러니하게도 맨해튼에서 기차나 차로 1~2시간만 이동을 하면 거짓말 같은 전원 풍경이 펼쳐진다. 늘 느끼는 상상 그 이상의 규모를 보여주는 미국의 규모에 놀라고, 재미있기도 하다.
뉴욕주와 맞닿은 다른 주로 여행을 갈 때 늘 오가며 지났던 도시들을 모처럼 여행의 목적지로 정했다. 겉만 훑으며 오가는 여정 속 도시가 아닌, 그 도시 속으로 내가 직접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렇게 선정한 도시는 세 곳. 숙소를 한 곳에 정해둔 채 여기저기 도시를 오가는 일정으로 잡았다.
미국에서 발견한 둘레길! 자연에 푹 빠지는 뉴 팔츠
가장 좋았던 1순위 도시는 뉴 팔츠(New Paltz)의 ‘River to Ridge Trail’이었다. 사실 얼마 전부터 유난히 제주도가 그리웠는데 그 마음을 잠시나마 채워준 곳이었다. 미국에서 발견한 둘레길이라니! 눈앞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잔디와 옥수수 밭, 그리고 해바라기 밭을 바라보며 자전거를 타거나 뛰거나 걷기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그 시간을 즐겼다. 강줄기를 따라 카누를 타거나 낚시하는 사람들도 간간히 보면서 걷다 보니 지루할 틈은 없었다.
이 도시를 더 매력적으로 만든 건, 넓게 펼쳐진 들판 뒤로 보이는 모홍크(Mohonk) 산맥이었다. 병풍처럼 넓게 펼쳐져 마을을 감싸 안고 있는 듯한 그 느낌이 한없이 좋았다. 바람 소리 들으며 천천히 걷기만 해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첫날 방문하고 나서 그 여운이 가시질 않아 여행 마지막날 다시 가서 그 풍경을 눈과 마음에 더 많이 담아왔다. 예쁘게 단풍이 질 때쯤 또 와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히피 문화의 유산이 남은 도시, 우드스탁
사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지로 꼽은 곳은 우드스탁(Woodstock)이었다. 1960년대 히피 문화와 음악적 유산이 짙게 남아 있는 보헤미안 감성의 예술 마을이라고 알려져 있어 기대가 컸다. 우드스탁 최고의 중심가인 팅커 스트리트(Tinker Street)로 향했더니 이른 아침부터 이미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대로변의 양 옆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수공예품과 핸드 메이드 주얼리, 레트로 빈티지 의류 숍들과 갤러리, 컵케이크와 타코 맛집 등을 구경하며 걷기 좋은 곳이었다.
마침 주말에만 열리는 플리 마켓까지 둘러볼 수 있어서 좀 더 여유롭게 우드스탁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걷다가 고개를 한 번씩 들면 저 멀리 산맥과 구름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어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폭포를 만난 것도 재미난 추억이었다.
플리 마켓을 볼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우드스탁에는 유명한 야외 공연장이 몇 곳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건 다음 기회에 방문해 보기로 했다. 그 정도 핑계는 있어 줘야 머지않아 다시 오게 될 테니까.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역시 도시, 킹스턴
마지막으로 방문한 킹스턴(Kingston) 역시 늘 다른 여행지를 오가며 지나다니기만 했던 곳인데, 이토록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도시를 왜 지금껏 제대로 둘러보지 않은 건지 반성까지 하게 되었다.
과거 뉴욕주의 첫 수도라는 역사적 자부심을 지닌 곳으로, 고풍스러운 유적과 트렌디한 샵들이 공존하는 것이 매력인 도시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포 코너스(Historic Four Corners). John Street와 Crown Street가 만나는 이 교차로의 네 퉁이에는 독립전쟁 이전(17~18세기)에 지어진 석조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정확히는 1663년~1775년 사이에 건립된 건물들로, 1777년 영국군이 킹스턴을 방화했을 때의 흔적과 재건 역사를 담고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4대 석조 건물로는 Matthewis Persen House(박물관으로 운영 중인 역사적 건물), Dr. Matthew Jansen House, Franz Roggen House, Kingston Academy(과거 아카데미 건물로 사용되었으며, 현재 Rough Draft Bar & Books가 입점해 있는 공간)가 있다.
이 교차로에서 가장 좋았던 건 역사적인 킹스턴 아카데미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Rough Draft Bar & Books. 들어가자마자 놀랐다. 킹스턴에 온 모든 사람이 다 그 안에 모여 있는 것 같아서. 내부는 독립서점, 크래프트 맥주 바, 그리고 카페가 하나로 결합된 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킹스턴 최고 인기의 사랑방 같았다. 서점 & 카페 & 바가 조화된 이곳은 큐레이션 된 신간 도서를 구경하면서 스페셜티 커피(Counter Culture Coffee)나 로컬 수제 맥주, 와인 등을 함께 즐길 수 있어 현지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듣기만 해도 인기가 있을 것 같은 콘셉트 아닌가?
동네 베이커리에서 공급받는 파이와 소금 초콜릿 칩 쿠키 등 대표 메뉴를 맛보며 통 유리로 펼쳐지는 창밖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 꽤나 설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곳은 실제로 지역 내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북 클럽, 작가 사인회 등 다양한 행사도 활발히 운영 중이라고 한다.
킹스턴을 떠나기 전, 허드슨 강의 한적한 풍경을 담고 싶어 가장 인기 많은 항구인 론다웃(Rondout)을 방문했다. 시끌벅쩍한 음악에 초록 물결이 휘날리고 있어 향해 보니, 아이리쉬들을 위한 지역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허드슨강 위에는 유유히 떠다니는 수많은 요트가 가득했고, 현지인들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자유로이 춤추고 있었다. 보는 내 어깨가 절로 들썩일 정도로 흥 많고 술 좋아하는 아일랜드 사람들은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그들의 행복한 표정이 나에게도 전염되어 여행의 마지막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그대가 언젠가 뉴욕 여행을 꿈꾼다면 기억해 두길. 뉴욕 근교의 소도시를 테마로 여행하는 것 또한 맨해튼의 화려한 풍경만큼이나 평생 기억에 남을 아주아주 특별한 여행이 될 것이라는 걸.
글·사진 | 조은정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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