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의 미국 이야기 #4
한국에 살 땐 ‘뉴욕’ 하면 무조건 ‘맨해튼’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 이상은 꿈꾸지 않았던 걸 수도 있다. 와서 살아보니, 거대한 뉴욕주 안에서 맨해튼은 지극히 일부 중의 일부였다. 그래서 기회가 닿는 대로 뉴욕주 안에 어떤 도시들이 있나 찾아다니는 재미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요즘 한창 미술관으로 뜨고 있는 비콘(Beacon), 에드워드 호퍼의 고향인 나약(Nyack), 허드슨 강가에 위치한 작고 예쁜 마을 피어몬트(Piermont), 콜드 스프링(Cold Spring). 이런 저런 도시 이름이 머릿속을 줄줄 흐른다. 그런데 짧은 여행 일정에 이곳만은 꼭 들러 보라 추천한다면 단연코 라인벡(Rhinebeck)이 떠오른다. 이름도 예쁘지만, 실제로 가면 풍경이 더 예쁜 곳이 바로 그곳이다.

오늘의 주인공, 라인벡
라인벡(Rhinebeck)은 미국 뉴욕주의 더치스 카운티(Dutchess County)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뉴욕주를 관통하는 허드슨 강가에 위치하고 있는 수많은 마을 중 하나이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유럽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곳을 찾아가게 된 건 요즘 핫한 스레드 덕분이었다. 뉴욕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소개가 있었고, 사진을 찾아보니 그 말이 거의 사실로 보였고, 그래서 바로 떠날 날을 잡았다. 맨해튼 기준으로 대략 2시간 반 정도 북쪽으로 올라간다. 가깝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주말 나들이로는 한번쯤 시도해 볼만한 거리 아닐까. 맨해튼 내에서 차가 막히느니 교외를 달려 보는 것도 좋지 않나 싶기도 하고.


간판조차 아름다운 라인벡
조용한 주택가 골목에 주차할 자리를 찾은 뒤 걸어서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작은 도시를 여행할 때 최고의 장점은 역시 뭐든 걸어서 다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내 눈에 들어온 간판은 ‘Beekman Arms Delamater Inn’.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딸 첼시가 결혼식후 늦은 밤까지 피로연을 연 곳이라고 한다.

Beekman Arms Delamater Inn
일단 눈에 띄는 점을 나열하면, 동네 사거리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어 찾기가 쉽고, 이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 지나쳐야 하는 장소에 있다. 뉴욕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숙박을 할 계획이 없었지만 내부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고 싶어 호텔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Beekman Arms Delamater Inn 내부
호텔 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오래된 나무 가구와 집기들. 와, 곧 무너지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이 첫 번째 소감이다. 호텔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704년. 줄곧 이 자리를 지켜왔으나 호텔 외관에서는 그 정도의 연식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전통을 살리는 레노베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친 듯, 로비와 바, 작은 라운지에서 300년 넘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느껴졌다. 역시나 어디서든 옛 것을 참 좋아하고 바꾸는 걸 싫어하는 미국 사람들. 이곳에 그들의 성향이 응집되어 있었다. 바로 이 공간에서 밤늦도록 춤을 추고 술을 마시며 아름다운 결혼 피로연을 보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호텔을 나왔다.


세월이 흔적이 그대로 느껴지는 호텔 내부
로컬 숍들로 가득 채워진 사거리 중심의 다운타운엔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체인점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한 곳 한 곳 골라 들어가 보는 재미가 있었다. 커피랑 빵 파는 매장도, 옷을 파는 가게도, 작은 갤러리도, 미국 안에서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체인점이 아닌 라인벡에만 있을 법한 곳들. 이런 자부심이 보기 좋았다. 거주민의 마음은 상상이 잘 안 가긴 하지만, 이런 마을 주민들은 대개 동네 자부심이 높았다. 실제로 산책하며 만난 주민들의 표정은 여유 있고 온화해 보였다.

소도시다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라인벡
유럽 여행을 다닐 때 대도시보다 작은 마을이 매력이 있는 것처럼 뉴욕도 맨해튼만 매력적인 게 아니다. 작고 귀여운 마을들에 훨씬 더 매력을 느끼는 분들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음에는 또 어떤 마을을 찾게 될지, 이보다 더 좋고 멋진 뉴욕 교외 여행을 기대해 본다.

글·사진 | 조은정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https://eiffel.blog.me/
조은정의 미국 이야기 #4
한국에 살 땐 ‘뉴욕’ 하면 무조건 ‘맨해튼’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 이상은 꿈꾸지 않았던 걸 수도 있다. 와서 살아보니, 거대한 뉴욕주 안에서 맨해튼은 지극히 일부 중의 일부였다. 그래서 기회가 닿는 대로 뉴욕주 안에 어떤 도시들이 있나 찾아다니는 재미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요즘 한창 미술관으로 뜨고 있는 비콘(Beacon), 에드워드 호퍼의 고향인 나약(Nyack), 허드슨 강가에 위치한 작고 예쁜 마을 피어몬트(Piermont), 콜드 스프링(Cold Spring). 이런 저런 도시 이름이 머릿속을 줄줄 흐른다. 그런데 짧은 여행 일정에 이곳만은 꼭 들러 보라 추천한다면 단연코 라인벡(Rhinebeck)이 떠오른다. 이름도 예쁘지만, 실제로 가면 풍경이 더 예쁜 곳이 바로 그곳이다.
라인벡(Rhinebeck)은 미국 뉴욕주의 더치스 카운티(Dutchess County)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뉴욕주를 관통하는 허드슨 강가에 위치하고 있는 수많은 마을 중 하나이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유럽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곳을 찾아가게 된 건 요즘 핫한 스레드 덕분이었다. 뉴욕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소개가 있었고, 사진을 찾아보니 그 말이 거의 사실로 보였고, 그래서 바로 떠날 날을 잡았다. 맨해튼 기준으로 대략 2시간 반 정도 북쪽으로 올라간다. 가깝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주말 나들이로는 한번쯤 시도해 볼만한 거리 아닐까. 맨해튼 내에서 차가 막히느니 교외를 달려 보는 것도 좋지 않나 싶기도 하고.
조용한 주택가 골목에 주차할 자리를 찾은 뒤 걸어서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작은 도시를 여행할 때 최고의 장점은 역시 뭐든 걸어서 다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내 눈에 들어온 간판은 ‘Beekman Arms Delamater Inn’.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딸 첼시가 결혼식후 늦은 밤까지 피로연을 연 곳이라고 한다.
일단 눈에 띄는 점을 나열하면, 동네 사거리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어 찾기가 쉽고, 이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 지나쳐야 하는 장소에 있다. 뉴욕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숙박을 할 계획이 없었지만 내부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고 싶어 호텔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호텔 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오래된 나무 가구와 집기들. 와, 곧 무너지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이 첫 번째 소감이다. 호텔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704년. 줄곧 이 자리를 지켜왔으나 호텔 외관에서는 그 정도의 연식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전통을 살리는 레노베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친 듯, 로비와 바, 작은 라운지에서 300년 넘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느껴졌다. 역시나 어디서든 옛 것을 참 좋아하고 바꾸는 걸 싫어하는 미국 사람들. 이곳에 그들의 성향이 응집되어 있었다. 바로 이 공간에서 밤늦도록 춤을 추고 술을 마시며 아름다운 결혼 피로연을 보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호텔을 나왔다.
세월이 흔적이 그대로 느껴지는 호텔 내부
로컬 숍들로 가득 채워진 사거리 중심의 다운타운엔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체인점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한 곳 한 곳 골라 들어가 보는 재미가 있었다. 커피랑 빵 파는 매장도, 옷을 파는 가게도, 작은 갤러리도, 미국 안에서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체인점이 아닌 라인벡에만 있을 법한 곳들. 이런 자부심이 보기 좋았다. 거주민의 마음은 상상이 잘 안 가긴 하지만, 이런 마을 주민들은 대개 동네 자부심이 높았다. 실제로 산책하며 만난 주민들의 표정은 여유 있고 온화해 보였다.
유럽 여행을 다닐 때 대도시보다 작은 마을이 매력이 있는 것처럼 뉴욕도 맨해튼만 매력적인 게 아니다. 작고 귀여운 마을들에 훨씬 더 매력을 느끼는 분들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음에는 또 어떤 마을을 찾게 될지, 이보다 더 좋고 멋진 뉴욕 교외 여행을 기대해 본다.

글·사진 | 조은정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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