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의 미국 이야기][여행] 미국의 스위스, 짐 소프에서 기차로 즐긴 미국 단풍 기차여행

조은정의 미국 이야기 #5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의 짐 소프(Jim Thorpe)는 앨런타운에서 북서쪽으로 약 29마일(47km), 필라델피아에서 북서쪽으로 83마일(134km), 뉴욕에서 서쪽으로 117마일(188km) 떨어진 펜실베이니아 북동부의 포코노산맥에 위치하고 있다. 


이 보석 같은 마을을 발견하게 된 건 포코노(Pocono Mountains)라는 곳을 여행하기 위해서였다. 뉴욕과 뉴저지에 사는 많은 한국인들이 폭포에서 물놀이, 하이킹 등을 즐기는 곳이다. 나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하고자 자료를 찾기 시작했으나 넓고도 넓은 지역인지라 딱히 어디를 가야 할지 고를 수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짐 소프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여기다.


짐 소프


나는 자연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에선 쉽게 지루해지는 편이다. 뉴질랜드에 처음 갔을 때, 드넓은 녹색 초원과 그 위에 몰려다니는 양 떼에 감동하던 것도 몇 시간. 이내 지루해서 졸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깨달았다. “아, 나는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짐 소프는, 그런 면에서 두 가지를 모두 갖춘 곳이다. 도시에 처음 도착하던 순간, 굽이굽이 거대한 산과 산 사이에 둘러싸여 있던 작은 마을의 첫인상을 잊지 못하겠다. 미국에서 한국의 강원도 같은 느낌이 나는 도시는 처음이다 싶어 반가운 마음. 대로변에서 바로 다운타운이 이어지고, 구경하고 먹으면서 산책하기에 딱 알맞은 곳이었다. 시내 중심에는 기차역이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어 운치를 더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매년 봄에서 가을까지 운행되는 관광 기차가 있으며, 가을이 이 기차를 타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사실을.


기차역


그래서 지난가을, 다시 짐 소프를 다녀왔다. 오로지 기차를 타고 단풍을 보기 위해! 여전히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여서 도시 전체에 활기가 넘쳤다. 상점과 집 사이사이로 보이는 포토노 산맥 줄기와 단풍으로 물든 숲이 어우러져 그림엽서 속 풍경을 현실화하고 있었다. 이윽고 짐 소프는 몇 번을 와도 지루하지 않은 곳이 되었고, 애정하게 되어버린 지 이제 3년 차다. 


티켓도 예쁘다.


관광 기차에 올랐다. 운행 시간은 45분. 오래전부터 선로 위를 달렸을 법한 증기 기관차가 예약된 시간에 나타났다. 제복을 차려입은 승무원들은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들며 관광객들을 맞이해 주었다. 좌석은 창문이 열린 긴 의자형과 일반 기차 객실을 선택할 수 있는데, 사진을 마음껏 촬영하고 싶은 마음에 오픈형 좌석에 앉았다. 대신 추위에 부들부들 떨어야 했지만. 


짐 소프 관광 기차 안에서


막상 타 보니 편도 선로를 왕복하는 관광 코스였다. 기차가 산맥과 자전거 길을 따라 움직였다. 지루해질 즈음이 되니 다행히 내리라고 한다. 내 발이 아닌 기차로 등산을 했던 것. 그래도 미국에서 기차는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려 흔히 이용하지 않는 수단인데, 이렇게 잠시나마 단풍 구경을 하며 기차 여행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 


그런 이유로 내국 여행자들도 기차를 많이 탄다.


돌아와선 다운타운을 산책했다. 악어부터 오리까지 세상 모든 종류의 고기로 만든 육포 상점, 귀엽고 앙증맞은 사탕과 젤리가 가득하던 사탕 가게, 귀여운 도넛 매장, 천장에 별이 반짝이던 낭만 가득 카페, 일반 가정집을 가게로 꾸민 빈티지 숍 등을 하나하나 구경하다 보니 하루가 훌쩍 지났다. 


육포 상점


귀여운 도넛 가게


손님이 길게 줄을 선 카페


빈티지 숍과 거리 풍경


미국에 작고 예쁜 소도시는 많다. 하지만 이렇게 산속에 그림처럼 자리 잡은 마을과 관광 기차가 다니는 곳은 흔치 않으리라 믿는다. 지금 와서 공개하니, 그리하여 짐 소프의 별칭이 ‘미국의 스위스’인 것이 아닐까? 사계절을 모두 방문해 본 결과 이곳의 베스트는 가을이다. 혹시 짐 소프를 찾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가을에 오기를. 기차는 인기가 많아 티켓이 금방 매진이 되는 편이니 도착하자마자 바로 예약해 둘 것을 추천한다. 아쉽게도 온라인 사전 예약 시스템은 없다. 


짐 소프를 추억하기


Lehigh Gorge Scenic Railway
탑승 시간 45분, 1인 $24 (노약자/어린이 할인 없음)




글·사진 | 조은정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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