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의 미국 이야기 #2
처음 갔던 이곳에는 눈이 가득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호수에 흰 눈이 소복이 쌓이던 그날. 그 포근하고도 시린 공기가 좋아 여름에 다시 찾았다. 여름이 되니 여기저기 눈 돌리는 곳마다 뉴요커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호수에 몸을 던지며 여유로운 휴가를 만끽하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두 번의 레이크 조지. 내가 느낀 또 다른 미국의 씬. 그곳을 소개하려 한다.

레이크 조지
여긴 스위스야? 뉴질랜드야?
레이크 조지(Lake George)는 미국 뉴욕주(State) 워렌 카운티(Warren County)에 있는 작은 마을 안 호수다. 거주 인구가 2020년 기준 3,502명이었다고 하니, 작은 타운이라고 상상하면 된다. 글렌 폴스(Glens Falls)시와 남부의 애디론댁(Adirondack) 마을을 둘러싸고 호수가 펼쳐져 있는데, 글렌 폴스의 쿠퍼 케이브(Cooper's Cave)는 영화 〈라스트 모히칸〉에 등장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호숫가 풍경
이곳은 여름철에 특히 인기인데, 호수 위를 도는 유람선이 유명하다. 식사를 하든 관람만 하든 다양한 방법으로 유람선을 타고 호수 주변을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호숫가로 뛰어들어 카약, 낚시, 수영을 즐길 수도 있다. 그래서 액티비티를 선호하는 가족 여행객들이 많은 편이다.
호숫가 주변에는 여러 숙박 업체가 즐비하다. 이는 사실 미국 여행지에서는 흔치 않은 풍경이다. 보통 이렇게 모여 있지 않고 띄엄띄엄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관광지와는 반대의 느낌이랄까.




레이크 조지 빌리지
겨울철이라고 할 게 없지는 않다. 매년 겨울이 되면 ‘아이스 캐슬(Ice Castles)’ 이라는 얼음 축제가 개최되는데 아이들이 있는 집은 필수로 참여해야 하는 코스라고. 미국인들은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겨울에도 어디든 떠나길 원하는데, 덕분에 레이크 조지도 계절 상관없이 붐빈다.
레이크 조지는 남북으로 길쭉한 형태인데, 놀랍게도 그 길이가 51.8km라고 한다. 마라톤 코스보다도 길다. 세상에 동네 호수 크기가 이 정도라니! 아직도 미국이란 나라의 ‘사이즈’에 놀랍기만 하다. 차로 한참을 달려도 한 바퀴를 다 도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정도이니 걸어서 호수를 다 보려면 며칠간 캠핑을 하며 다녀야 할 것이다. 나는 호수를 차로도 돌고, 산책도 하고, 배도 타면서 조금씩 둘러보았다.



유람선을 타고
이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호숫가 주변의 한적한 집에서 유람선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던 사람들이다. 그렇게 여유로운 모습이라니…. 따뜻하게 인사해 주며 미소 짓던 그들이 마치 다른 세상의 사람들처럼 느껴졌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호숫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승객들
호숫가 주변의 집들이 대개 그렇듯, 2층 혹은 3층으로 지어진 주택에 앞마당에는 수영장과 비치 체어가 설치되어 있고, 물가에는 자기네 소유인 듯한(?) 보트가 정박해 있다. 어떤 사람은 집 테라스에서 호수로 풍덩 뛰어들면서 피서를 제대로 즐기고 있더라. 이런 곳에서도 늘 사진을 촬영하거나 뛰어다니며 다음 일정을 준비하는 게 몸에 배어있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를 맘껏 누리는 그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누군가는 취재로나마 뉴요커들의 세컨드 하우스가 넘쳐나는 호숫가를 찾은 내가 부러울 수도 있겠지만.



호숫가에 세워진 집들
P.S.
얼마 전 내 책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개정판을 위해 원고 업데이트를 해달라는 출판사 측의 연락이 있었다. 생업이 필요하니 뉴욕에서 이런저런 일에 뛰어들고 있고, 체력은 하루가 다르게 바닥을 쳐가는 요즘, 출판사의 연락이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었다. 하루하루 목이 조이는 느낌으로 종종 악몽도 꾸면서 원고를 겨우 마감했다. 일하러 나가는 것 외에 외출은 거의 불가하고, 퉁퉁 부은 다리를 두드리며 원고 매진에만 매달렸다. 하루의 기쁨이라곤 그저 ‘벤 앤 제리’ 아이스크림을 퍼먹는 것뿐이던 인고의 시간.
이제 그 시간이 끝이 났다. 다시 여행을 떠날 때다. 부러운 눈으로 지켜만 보던 레이크 조지에서의 호수 점프를 시도해 보고 싶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둘째 딸이 조용히 결혼식을 치렀다는 뉴욕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 라인벡(Rhinebeck)도 가 보고 싶고, 여름이 끝나기 전에 뉴저지의 롱 브랜치(Long Branch) 비치에서 바다가 보이는 호텔을 잡고 호캉스를 즐기고 싶다. 몹시도 치열하게 행복한 고민의 결론은 어디일까? 그 결과는 다음 편 글에서 이어지지 않을까? |
글·사진 | 조은정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https://eiffel.blog.me/
조은정의 미국 이야기 #2
처음 갔던 이곳에는 눈이 가득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호수에 흰 눈이 소복이 쌓이던 그날. 그 포근하고도 시린 공기가 좋아 여름에 다시 찾았다. 여름이 되니 여기저기 눈 돌리는 곳마다 뉴요커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호수에 몸을 던지며 여유로운 휴가를 만끽하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두 번의 레이크 조지. 내가 느낀 또 다른 미국의 씬. 그곳을 소개하려 한다.
레이크 조지
여긴 스위스야? 뉴질랜드야?
레이크 조지(Lake George)는 미국 뉴욕주(State) 워렌 카운티(Warren County)에 있는 작은 마을 안 호수다. 거주 인구가 2020년 기준 3,502명이었다고 하니, 작은 타운이라고 상상하면 된다. 글렌 폴스(Glens Falls)시와 남부의 애디론댁(Adirondack) 마을을 둘러싸고 호수가 펼쳐져 있는데, 글렌 폴스의 쿠퍼 케이브(Cooper's Cave)는 영화 〈라스트 모히칸〉에 등장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곳은 여름철에 특히 인기인데, 호수 위를 도는 유람선이 유명하다. 식사를 하든 관람만 하든 다양한 방법으로 유람선을 타고 호수 주변을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호숫가로 뛰어들어 카약, 낚시, 수영을 즐길 수도 있다. 그래서 액티비티를 선호하는 가족 여행객들이 많은 편이다.
호숫가 주변에는 여러 숙박 업체가 즐비하다. 이는 사실 미국 여행지에서는 흔치 않은 풍경이다. 보통 이렇게 모여 있지 않고 띄엄띄엄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관광지와는 반대의 느낌이랄까.
레이크 조지 빌리지
겨울철이라고 할 게 없지는 않다. 매년 겨울이 되면 ‘아이스 캐슬(Ice Castles)’ 이라는 얼음 축제가 개최되는데 아이들이 있는 집은 필수로 참여해야 하는 코스라고. 미국인들은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겨울에도 어디든 떠나길 원하는데, 덕분에 레이크 조지도 계절 상관없이 붐빈다.
레이크 조지는 남북으로 길쭉한 형태인데, 놀랍게도 그 길이가 51.8km라고 한다. 마라톤 코스보다도 길다. 세상에 동네 호수 크기가 이 정도라니! 아직도 미국이란 나라의 ‘사이즈’에 놀랍기만 하다. 차로 한참을 달려도 한 바퀴를 다 도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정도이니 걸어서 호수를 다 보려면 며칠간 캠핑을 하며 다녀야 할 것이다. 나는 호수를 차로도 돌고, 산책도 하고, 배도 타면서 조금씩 둘러보았다.
유람선을 타고
이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호숫가 주변의 한적한 집에서 유람선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던 사람들이다. 그렇게 여유로운 모습이라니…. 따뜻하게 인사해 주며 미소 짓던 그들이 마치 다른 세상의 사람들처럼 느껴졌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호숫가 주변의 집들이 대개 그렇듯, 2층 혹은 3층으로 지어진 주택에 앞마당에는 수영장과 비치 체어가 설치되어 있고, 물가에는 자기네 소유인 듯한(?) 보트가 정박해 있다. 어떤 사람은 집 테라스에서 호수로 풍덩 뛰어들면서 피서를 제대로 즐기고 있더라. 이런 곳에서도 늘 사진을 촬영하거나 뛰어다니며 다음 일정을 준비하는 게 몸에 배어있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를 맘껏 누리는 그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누군가는 취재로나마 뉴요커들의 세컨드 하우스가 넘쳐나는 호숫가를 찾은 내가 부러울 수도 있겠지만.
호숫가에 세워진 집들
P.S.
얼마 전 내 책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개정판을 위해 원고 업데이트를 해달라는 출판사 측의 연락이 있었다. 생업이 필요하니 뉴욕에서 이런저런 일에 뛰어들고 있고, 체력은 하루가 다르게 바닥을 쳐가는 요즘, 출판사의 연락이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었다. 하루하루 목이 조이는 느낌으로 종종 악몽도 꾸면서 원고를 겨우 마감했다. 일하러 나가는 것 외에 외출은 거의 불가하고, 퉁퉁 부은 다리를 두드리며 원고 매진에만 매달렸다. 하루의 기쁨이라곤 그저 ‘벤 앤 제리’ 아이스크림을 퍼먹는 것뿐이던 인고의 시간.
이제 그 시간이 끝이 났다. 다시 여행을 떠날 때다. 부러운 눈으로 지켜만 보던 레이크 조지에서의 호수 점프를 시도해 보고 싶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둘째 딸이 조용히 결혼식을 치렀다는 뉴욕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 라인벡(Rhinebeck)도 가 보고 싶고, 여름이 끝나기 전에 뉴저지의 롱 브랜치(Long Branch) 비치에서 바다가 보이는 호텔을 잡고 호캉스를 즐기고 싶다. 몹시도 치열하게 행복한 고민의 결론은 어디일까? 그 결과는 다음 편 글에서 이어지지 않을까?
글·사진 | 조은정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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