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고 싶은데요][예술] 8월의 변곡점

도망가고 싶은데요 #8

 


오늘 또! 또! 또! 마음속으로 ‘10분만 더’를 크게 외치며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몸을 기어코 일으키기 위해 나와의 사투를 벌이는 중. 너무 훈훈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공기가 스며들어 새로운 계절이 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물론, 요 며칠 사이의 햇빛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긴 했지만 눈이 다 뜨이기도 전에 느껴지는 이 공기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럼 지금이 벌써 그러니까 말이지, 그러니까…….



격하게 차가워지고 싶다. 이가 시릴 정도의 추위를 느껴보고 싶다, 그럼 빙수를 먹을까, 어떤 빙수를 먹어볼까, 그냥 얼음이라도 씹어 먹을까. 얼음. 문득 지난 2월에 개최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떠올랐다. 지금이 2022년 2월이면 좋겠다. 아직 올해가 10개월 정도 남은 거잖아. 내 마음에 설렘과 기대의 바람도 불 텐데, 그런데, 너무도 뜨거운 8월인 거지. 쳇!



지난 2월, 동계 올림픽에 매우 진심, 과몰입 상태였던지라 경기 영상뿐 아니라 선수들의 인터뷰, 다큐 등을 모두 챙겨 봤다. 스포츠 선수들은 부상 얘기를 하지 않고서는 현재를 말할 수 없는데, 순간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선수들은 부상을 당하면 재활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충분한 재활 기간을 가지려고 노력하는데, 그런데 마음! 이 마음이란 것이 부상을 당하면 애써 외면하고, 아니라고 부정하며 모른 척해 버린다. 결국 그러다가 마음이 곪아 터져버린다. 이 또한 시간을 들여서 충분히 재활 기간을 거쳐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고 정말로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이치를 평소엔 자주 잊는다. 특히 요즘같이 날씨에도 져버리는 시기, 바로 이런 시기에 마음의 상태를 잘 돌보는 것이 선수들의 재활 기간만큼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도 각자의 필드에서 선전하는 선수들이니까. 그러니까 각자만의 재활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아 볼 일이다. 나도 꽤 노력 중이다. 

 


그래, 나도 꽤 노력 중이다. ‘아직도 안 그만뒀어?’라고 하면……, 이거 한 번 들어볼래?


가수 장기하의 《공중부양》 앨범에 매료되어 있었다. 배우보다 더 강력한 장기하의 딕션이 내 귀를 또렷하게 한다. 그뿐 아니라, 무언가를 또렷하게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스트 음악가라고 해야 할까. 정제미가 있다고나 할까. 확실히 자신만의 뚜렷한 문체가 돋보인다. 독보적이다. 나는 그의 표현 방식이 마음에 든다.


장기하와 얼굴들 시절에도 상당히 연극적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장기하는 이제 솔로가 되어 더 많은 장르를 넘나드는 느낌이다. 노래 부를 때의 손동작이 굉장히 퍼포먼스적이라고도 느꼈는데,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부럽지가 않어〉의 뮤비를 보고 확실해졌다. “손을 잘 쓰시네?” 친구 말로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그렇고 그런 사이〉 때도 이런 시도를 했다고 했다.



춤과 기술을 사랑하는 미술인인 yan 님도 손으로 꽤 많은 시도를 했다. 연기와 그림을 사랑하는 Kosh 님도 손으로 손을 꽤 그리시는 편인데, 그러고 보니 손이 정말 많은 일을 하잖아! 나도 지금 열심히 손을 움직이고 있으니까! 세상의 모든 손이 지금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럼 발은? 잠깐 쉴까요?



〈부럽지가 않어〉는 진짜로 부럽지가 않다는 것인지 아니면 실은 진짜로 부럽다는 것인지, 실은 나도 자랑을 하고 싶은 것인지 그 묘한 속마음의 경계를 담은 노래라고 느꼈다. 뮤비에서는 그 경계에서 붙잡고 싶다는 듯 어딘가를 계속 응시하지만 결국엔 흔들리는 마음이 보였다. 나는 그렇게 느꼈는데,

 

원래 마음이란 게 흔들리라고 있는 거 아냐?
원래 삶이란 것도 생과 사의 경계에서…… 그러니까 모든 것은
경계에서…….



어디서 식초 냄새 올라오지 않아? 아까 청소한다고 식초를 맨손으로 만졌는데 손을 몇 번이나 닦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흔들리는 마음을 손으로 잘 부여잡으라는 거잖아. 맞지? 맞아?



날씨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은데 얼음물 한 사발 들이켜고, 이제 진짜 쉴까요? 빙수가 아니라면, 오늘은 맥주를 마실까요?





글/사진 황소윤

춤. 사진. 글. 로 대화하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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