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자 그냥 우리][음악] 노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로켓트 아가씨 <같이 있자 그냥 우리> 작업 일기 #2

2025-07-17

<같이 있자 그냥 우리> 작업 일기 #2



대박이 난 곡들은 단 몇 분 만에 술술 써졌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음, 이 곡은 대박 날 운명은 아닌 걸로.


그런데, 여기서 잠깐. 정말 단 몇 분 만에, 노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무통 분만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을까? 나는 여기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다. 훅 멜로디, 즉 메인 테마는 한번에 떠올랐을 수 있다. 백번 양보해서 한 절 정도가 주르륵 흘러나왔다고 치자.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그 곡을 다듬고, 구조를 짜고, 녹음을 하고 등등. 사람들이 한 번의 클릭으로 들을 수 있는 ‘하나의 곡’으로 만들기까지는 셀 수 없이 많은 단계와 손질이 필요하다.


작업 중인 나의 뒷모습


윤종신은 <월간 윤종신>을 만들 때, 한 달 내내 머릿속 한 부분이 곡에 잠식되어 잠잘 때도, 놀 때도, 일을 할 때도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했다. 많은 창작자가 그 말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나 역시 “같이 있자, 그냥 우리”라는 모티브는 있었지만, 그다음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어떤 스토리텔링을 덧붙여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 완전히 지배당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여전히 그 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쌀쌀한 날씨, 그에 어울리는 적당한 쓸쓸함, 그리고 만개했던 화려함을 뒤로한 채 휑하게 서 있는 가로수들.


그 순간 떠올랐다. 볼품없는 사람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 이 세상에서 주류는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존재 이유가 되어주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 감정은 구체적인 가사로 이어졌다. 


우리 같이 있자. 아무거 없어도 난 괜찮아
화려한 세상에서 우린 볼품없는 사람들이지만


곡 작업 화면


그즈음,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 나들이조차 조심스러웠던 시기, 나는 집에서 각종 OTT 드라마를 섭렵하고 있었다. 마침 강풀 원작의 드라마 <무빙>에서 내 마음이 무장해제 되었던 장면이 있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아무 쓸모가 없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주인공에게, 상대 배우가 삼겹살 쌈을 우격다짐으로 입에 넣어주며 말한다.


 “넌 나의 쓸모고 난 너의 쓸모야.” 


그 대사가 가슴 깊이 박혔다. 그래서 프리 코러스 파트는 그 말을 거의 그대로 옮겨왔다. 감사합니다, 강풀 님.


우리 같이 있으면
너는 나의 쓸모가
나는 너의 쓸모가 되니


이제 음악적인 이야기를 좀 해보자. 처음에는 I–IV 반복의 아주 단순한 코드 진행에서 출발했다. 멜로디도 단순하고, 가사 역시 반복이 많은 구조였기에, 코드마저 단조롭다면 자칫 유치하게 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I, IV를 기반으로 하되 화성적인 변형을 더해 미묘하게 뒤틀어주었다. 듣는 이가 명확히 인지하지는 못하더라도, 곡 전체의 결이 평면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한 셈이다.



이 곡에는 나만의 히든 포인트도 있다. 바로 브릿지에 등장하는 신스 아르페지오 사운드. 앞서 언급한 드라마 <무빙>에서 주인공이 하늘을 나는 장면에 깔리던 음악이 인상 깊게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의 공기, 속도, 감정을 이 사운드로 구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 꼭 가사로 풀어보고 싶었던 내 마음속 저장된 문장을 그 브릿지 부분에 얹었다.

 

전쟁 같은 내 삶에 사랑은 유일한 사치
가난한 마음 깊이 숨겨둔 보물 같은 너
뺏기고 싶지 않아
나를 보며 웃어 줄 때엔 정말
온 세상이 내 것 같아
너로 인해 가득 차


자! 이제 곡의 절정, 말 그대로 ‘빵’ 터져야 할 순간이다. 전반부와는 반전된 분위기를 주고 싶어서, 일렉기타의 락 사운드를 넣기로 했다. 8 마디뿐이라 세션 연주자를 부르자니 민망하고, 그냥 부탁하자니 어딘가 눈치 보여서, 예전에 편곡비 대신 받아둔 일렉기타를 슬그머니 꺼냈다. 


“그래, 이 정도는 내가 해도 되겠지?” 


용기는 가상했으나 아아, 이래서 모든 분야엔 ‘전문가’가 있는 거였다. 결국 한 프레이즈씩 끊어가며 수차례 녹음해서야 겨우 완성되었다. 물론 이 비밀은 - 쉿! - 이 글을 읽는 당신만 아는 걸로.





글/사진 고진수(뮤지션 로켓트아가씨)

싱어송라이터. 싱글 《노래나 부르자》로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하여 정규 《Chapter_01》, 싱글 《Lady Rocket》, 《눈이 부시게》, 《자니? 잘자!》, 드라마 〈러;브로큰〉OST인 《러;브로큰》  등을 냈다. 25년 7월 21일 신곡 〈같이 있자 그냥 우리〉를 발매한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oul_of_roc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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