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지구를 돌아보는 여행][여행] 오래된 것을 찾아, 교토 #1

2023-03-15

나와 지구를 되돌아보는 여행, 교토 #2

 


천년고도, 교토 

몇 년 전 경주에 다녀온 후 오래된 문화와 역사가 좋아졌다. 수학여행 때는 따분하고 별 볼 일 없었던 경주였는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새로웠다. 우리 전통 문화유산이 가득한 경주의 정취는 도시에서 잊고 지낸 감정, 오래된 것의 멋을 일깨워 주었다.

 

그때의 잔향이 깊게 남아 일본 여행에서도 경주와 비슷한 오래된 도시에 가고 싶었다. 일본 천년고도의 역사가 깃든 교토가 떠오른 것도 그 때문이었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몇 번이고 다시 찾아도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교토. 셋째 날 숙소를 나서며 또 어떤 감정을 마주할지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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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넨인에서 바라본 교토



240년 전통의 초밥집

셋째 날부터는 버스를 타고 교토를 여행했다. 버스에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과 여행객이 뒤섞여 있었다. 그럼에도 아주 조용했다.


휠체어를 타고 승차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우리나라 버스에도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갖추어져 있지만 장애인이 타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버스 운전기사는 재빠르게 움직여 휠체어에 탄 승객을 도왔고, 버스에 탄 사람 대다수는 일상인 듯 동요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상이 어색했던 것은 나 혼자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 저런 모습이 자연스러워질까.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가 떠올라 한동안 씁쓸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240년 전통의 고등어 숙성초밥집 ‘이즈우’를 찾았다. 아주 오래된 건물임에도 외관이 정갈했다. 고등어 숙성 초밥과 붕장어 숙성 초밥을 주문했는데, 오래된 목조 건물 특유의 포근함에 식사를 하기도 전에 마음이 든든해졌다. 빈틈없이 다시마로 감싼 고등어는 전혀 비리지 않았다. 식초로 숙성해 새콤하면서도 뭉근한 고등어의 맛이 고스란히 살아있었다. 제주에서도 숙성한 고등어회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240년 전 초밥 장인으로부터 이어진 맛을 지금도 맛볼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fd765817ca9af.jpg5d61162c873c1.jpg고등어 숙성초밥집 '이즈우'에서



오래된 것을 찾아서

점심을 먹고 친구가 알려준 오래된 사찰로 향했다. 교토에는 은각사, 금각사 등 규모와 외양이 남다른 사찰이 족히 수천 개는 있다. 그중 내가 가는 곳은 현지인들이 찾는 조용한 사찰 ‘호넨인’이었다. 호넨인은 교토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철학의 길’에 있었다. 교토의 한 철학자가 길을 오가며 사색하기 좋은 길이라 붙인 이름이라는데 과연 그랬다. 오래된 집, 집 앞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 단조로우면서 소박한 일본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5dcc0143ea998.jpg3ff66a2496454.jpg6a65983a028cc.jpg철학의 길에서


호넨인은 산어귀에 위치한 아주 작은 사찰이었다. 사찰 입구의 단풍과 특이한 지붕이 먼저 나를 반겼다. 에도 시대인 1600년대에 지어진 목조 건물이었다. 소담한 정원도 모습을 드러냈다. 어제 갔던 텐류지의 정원보다 훨씬 크기가 작았음에도 오래된 건물과 단풍, 다양한 식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2af2f737e8c67.jpg호넨인 입구에서


호넨인에서도 정원을 관리하는 사람을 우연히 만났다. 내가 일본인이라 생각했는지 “곤니치와”라고 인사를 건네 왔다. 다정한 마음에 더듬더듬 “아리가토 고자이마스”라고 화답하며 잠시 온기를 나누었다. 

 

c06177880e0d4.jpg호넨인에서


호넨인을 나와 이번에는 은각사로 향했다. 오래된 사찰, 오래된 집, 오래된 길. 한때 나도 새로운 것만 좋아했던 적이 있다. 새로운 휴대전화, 새로운 필기구, 새로운 가방 등을 끊임없이 갈구했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이 가득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허해진 속을 달래기 위해 물건을 사들이면서 정작 내가 가진 문제는 제대로 보지 않고 회피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얼마 전 을지로의 오래된 상가들이 재개발로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래된 것의 가치를 새로운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데, 왜 우리는 자꾸만 새로운 것으로 오래된 것을 덧칠하려 하는 건지. 추억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지는 세월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안타까웠다.


은각사는 관광객에게 유명한 사찰이라 그런지 인파로 북적였다. 어쩐지 발길이 이어지지 않아 교토 시내로 발걸음을 돌렸다. 셋째 날 여행은 교토 사람들의 오래된 삶과 현재의 삶이 공존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다. 일상에 대한 그리움이 잔잔하게 밀려왔다. 때때로 권태롭게 여긴 일상이 여행지에 오면 괜스레 소중해진다. 오래된 삶과 현재의 삶이 공존하듯, 우리의 삶도 무수한 일상과 반짝이는 여행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오늘도 어김없이 이런저런 상념을 생맥주 한 잔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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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황주(chant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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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래오래 집을 이고 다니며 생활하고 싶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제주에 삽니다.
http://blog.naver.com/rashimi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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