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지구를 돌아보는 여행][여행] 5박 6일간의 여행 쓰레기 일지

2023-08-23

나와 지구를 되돌아보는 여행, 교토 #5



쓰레기 일지를 쓰기로 했다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제 기후 위기의 시대에 직면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산불, 홍수와 폭염. 곳곳에서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는 지구의 당연한 변화라고 하지만, 산업화 이후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속도로 지구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즉, 기후 위기는 인재라는 뜻이다.   


나는 누구보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것을 즐기고, 그 경험의 8할은 단연 여행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나의 쉼이 지구에 고통을 남긴다면 여행 방식도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비록 오가는 비행기로 인해 탄소를 배출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최소한의 흔적을 남길 수는 없을까. 5박 6일간의 쓰레기 일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쓰레기 일지를 쓰며 내가 살아가는 터전에 남기는 나의 흔적을 관찰하고, 최소한의 흔적을 남길 방법을 고민해 보기로 했다. 


651650018d2f2.jpg5박 6일간의 배낭


cd65cf7c37a74.jpg5박 6일간의 짐



2022년 12월 9일(금) ~ 10일(토)

첫째 날에는 여행지에 늦게 도착해 쓰레기가 많이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둘째 날부터는 꽤 많은 쓰레기가 발생했다. 면 마스크를 두고 여전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다는 핑계로 일회용 마스크를 챙겨 온 것이 마음에 걸렸고, 숙소에 있는 치약이 일회용 치약이라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텀블러를 가지고 왔지만 정수기가 없어서 무용지물이었다. 편의점에서 팩에 들어있는 물을 찾아보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플라스틱병에 든 생수를 마셔야만 했다.


그래도 의도적으로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하니 이틀간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 휴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휴지를 많이 사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누군가는 휴지 한 장을 덜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지구를 위한 일인지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물 발자국*을 계산해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두루마리 휴지 하나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물은 168L다. 그렇다면 휴지 한 장의 물 발자국이 다회용으로 사용하는 손수건 한 장, 와입스, 혹은 걸레를 사용한 후까지의 물 발자국에 비해 적은 양이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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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생한 쓰레기: 비행기 티켓, 나무꼬챙이(꼬지 먹은 후 발생한 쓰레기), 티백, 일회용 치약, 플라스틱 생수병, 삼각김밥 비닐, 마스크



2022년 12월 11일(일)

셋째 날, 편의점에서 산 푸딩을 먹으려는데 수저통을 들고 오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평소에도 손수건과 텀블러는 잊지 않고 챙기는 편인데, 수저통은 아직 습관이 몸에 배지 않은 탓이다. 야식으로 편의점 음식을 먹을 일이 많았는데 그때 발생하는 일회용 스푼, 비닐 등 일회용 쓰레기가 꽤 많았다. 우리나라는 작년부터 편의점에서 비닐봉지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일본은 계산도 하기 전에 당연하게 내가 산 것들이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고, 일회용 물티슈까지 챙겨 주길래 거절했다. 그리고 일회용 마스크가 마음에 걸려 면 마스크를 구입했다.


그래도 다행히 오늘은 친구 덕분에 약수를 받을 수 있는 신사를 알게 되었다. 플라스틱에 든 물 한 병을 마시고 둘째 날부터는 최대한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 수돗물을 끓여 마셨는데,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식수를 찾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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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생한 쓰레기: 삼각김밥 비닐, 맥주 캔, 푸딩 컵, 두유 종이 팩, 각종 영수증과 티켓



2022년 12월 12일(월) 

나흘째가 되니 교토 거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의 도시처럼 관광지는 잘 정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가니 곳곳에 버려진 폐기물과 방치된 쓰레기가 있었다. 또 우연히 분리수거 쓰레기를 수거하는 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종이류 쓰레기와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류하지 않고 한 곳에 투척하는 모습이 충격이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우리나라보다 재활용률이 높다고 하는데, 내가 본 것이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오늘도 숙소에 가기 전 편의점에 들렀다. 역시나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길래 얼른 다시 꺼내놓았고, 플라스틱 숟가락은 어제 사용한 것을 깨끗하게 씻어 사용하고자 괜찮다고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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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생한 쓰레기: 유산균 음료 병, 푸딩 컵, 일회용 스푼, 동전 파스, 동전파스 곽, 티백, 각종 영수증, 면봉 



2022년 12월 13일(화) ~14일(수) 

여행을 마무리하면서도 끊임없이 쓰레기는 발생했다. 마지막 날이 되니 내가 배출한 쓰레기의 종류를 분류할 수 있었다. 대체로 편의점 쓰레기, 각종 영수증과 티켓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일회용 수저, 일회용 마스크, 각종 영수증과 티켓처럼 내가 조금만 더 세심하게 신경썼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쓰레기를 눈으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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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생한 쓰레기: 컵라면, 일회용 젓가락, 과자 봉지, 버스 티켓, 면봉, 두유 종이 팩, 일회용 치약, 각종 영수증, 휴족시간



5박 6일간의 쓰레기 일지, 그 후 

5박 6일간의 쓰레기 일지를 쓴 후, 쓰레기에 대한 정의부터 달라졌다. 쓰레기를 매일 사진으로 찍어 관찰하니 더럽고 버려야 할 것으로 생각했던 쓰레기가 아껴야 할 지구의 자원으로 여겨졌다. 


인간이 생활하면서 쓰레기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것이 지구를 위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만을 사고, 약간의 노력을 기울여 일회용 쓰레기와 같이 배출하지 않아도 될 쓰레기는 줄여야 하지 않을까. 나 역시 귀찮음이라는 변명을 늘어놓기 보다는 5박 6일간의 쓰레기 일지를 쓴 것처럼 지구에 살면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들을 해나갈 예정이다. 



*물 발자국: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산, 유통, 사용, 폐기까지의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사용하는 물의 총량


※ 황주 작가의 <나와 지구를 되돌아보는 여행, 교토> 시리즈는 여기서 마칩니다.




글/사진 황주(chant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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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래오래 집을 이고 다니며 생활하고 싶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부산에 삽니다.
http://blog.naver.com/rashimi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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