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걷고 쉬며 일본 여행][여행] 일본 규슈 올레길 여행 #1

2023-04-24

먹고 걷고 쉬며 보낸 22일간의 일본 여행 #1

 


코로나로 지난 3년 동안 오로지 여행 유튜브를 보며 꿈틀거리는 역마살을 다스렸다. 짬짬이 국내 여행을 다니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있었다. 낯선 곳에 가고 싶다! 풍경도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는 해외에!

 

올해 초 드디어 해외여행 길에 올랐다. 정말 먼 곳으로 가서 객창감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지만, 훌쩍 뛰어버린 비행기 티켓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일본으로 가는 것이 가장 적절하겠다, 도시뿐 아니라 시골까지 속속들이 볼 수 있는 여행을 해 보자, 그렇게 마음먹고 찾아본 것이 규슈올레다.

 

d6ffd7dc7b4f2.jpg규슈올레 다카치호 코스를 걷다가


규슈올레는 제주올레에서 콘셉트를 가져와 만든 제주올레의 자매길이다. 2012년 다케오 코스를 시작으로 총 25개의 코스를 개장했다. 규슈올레 여행 가이드북인 『규슈올레-놀멍 쉬멍 먹멍 일본 규슈 걷기 여행』(손민호, 2015, 중앙북스)을 미리 읽고 시골 길과 숲길 위주의 몇 코스를 점찍어뒀다. 그런데 막상 규슈에 도착해서 규슈올레 사이트를 찾아보니 책과 정보가 달랐다. 기차역 관광안내소에서 설명해 준 내용 역시 그러했다. 코로나 동안 폐쇄된 코스가 생겨 지금은 18개 코스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근래 생긴 코스도 몇 개 있는 듯했다. 최근 규슈올레를 여행한 몇 안 되는 블로그 글 중에는 ‘사람이 한동안 다니지 않아 잡초가 무성해진 구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안전하게 트래킹을 즐기려면 많은 사람이 찾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데 하물며 해외에서라면. 최신 정보가 부족하니 어느 코스를 선택해도 불안한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21박 22일을 계획하고 온 규슈에서 올레길을 걷지 않으면 딱히 할 일도 없었다. 모험을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불편한 상황이 오면 걷기를 멈추면 될 일이었다.

 

a11feae37124f.jpg규슈올레 다카치호 코스의 시작 다카치호 대교

후쿠오카에 도착한 다음 날 ‘다카치호 코스’를 가기 위해 하카타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미야자키현 다카치호까지는 3시간 30분 거리인데, 반쯤은 구불구불한 산길이라 생각보다 멀게 느껴졌다. 다카치호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졌다. 내륙 산골이라 몹시 서늘했다. 오랜만에 큰 배낭을 메고 쌀쌀한 날씨에 많이 걸었더니 온몸이 욱신거렸다. 이날 묵었던 숙소는 다다미방 게스트하우스였는데, 난방도 시원치 않아 정말 춥게 잤다. 피로가 풀리기는커녕 근육통이 심해진 상태로 다음 날 다카치호 협곡으로 향했다.

 

다카치호 협곡은 아소산의 화산 분출로 흘러내린 용암이 만들어낸 주상절리 협곡이다. 1934년 일본 국가 명승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규슈 올레 다카치호 코스는 이 협곡과 주변의 자연을 둘러보는 12km의 길인데, 코로나 동안 사람이 다니질 않아 결국 운영이 정지되었다. 관광안내소의 설명으로는 “길은 여전히 있는데, 쓰러진 나무와 잡초 때문에 일부 구간은 지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협곡만 보고 다음 여행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2b641a0f678d1.jpg다카치호 협곡


길은 다카치호 대교에서부터 시작한다. 다리 아래로 펼쳐진 협곡을 보자마자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좁은 계곡 사이를 거칠게 휩쓸고 지나가는 장쾌한 계곡물 소리와 그 에너지가 모든 생각을 지워버렸다. 기기묘묘한 주상절리 또한 다채롭고 신기했다. 어떤 부분은 보석 결정처럼 직사각형 기둥들이 덩어리져 있는 형태이고, 또 어떤 부분은 뜨거운 용암이 천천히 흘러간 흔적으로 보이는 곡선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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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치호 협곡

생각지 못한 풍경 앞에서 그저 감탄만 하며 아무 생각도 없어지는 경험. 아, 드디어 여행을 왔구나 싶었다. 용암이 창조한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협곡을 쭉 따라가자 마지막 구간에는 보트를 탈 수 있는 잔잔한 계곡이 나왔다. 쌀쌀한 날씨 탓에 보트는 포기했지만, 뱃놀이하는 사람들 구경만으로도 좋았다.

 

81e5b245a4ed9.jpg다카치호 협곡


다카치호에서 고속버스로 3시간을 이동하여 도착한 곳은 구마모토였다. 일본 내 지역 이동은 고속버스가 경제적이긴 한데 좌석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좁았다. 좌석 너비가 내 어깨보다 좁은 느낌이라 내가 이렇게 거구였나 싶을 정도였다. 불편하게 몸을 구기고 꼬부랑 산길을 또 한참 지나야 하니 고작 3시간에도 피곤해졌다.

 

피로를 단번에 날려준 것은 멋지고 착한 음식이었다. 구마모토 시내 중심가를 지나다 현지인이 소개해준 이자카야에 들어갔는데 종업원 중 한국말을 잘하는 이가 있어 편안하게 아무거나 시켜볼 수 있었다. 이 가게에는 사흘 내내 가서 거의 모든 메뉴를 다 먹어보았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리워서 침이 고인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외식비가 보통 1인 1만 원이 넘는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은 대체로 가격도 저렴하고 음식 수준은 높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식도락만 즐겨도 불만이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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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허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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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춤과 관련된 수업과 글쓰기를 함께 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춤들에 관심이 있다. 저서로 『춤의 재미, 춤의 어려움』, 『춤추는 세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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