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몽골의 긴 겨울이 지나고 바야흐로 7월. 올 초부터 계획했던 서몽골, 알타이 타왕복드(Altai Tavan Bogd)로 여행을 떠났다. 5개의 큰 봉우리라는 뜻의 타왕복드(Tavan Bogd)는 해발 평균 4,000m가량으로, 몽골 제일 서쪽 지역인 바양울기(Bayan-Ölgii)에 위치해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함께하고 있다.
범고래같이 생긴 알타이(Altai) 산맥. 중국,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4개국에 걸쳐 있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바양울기까지는 약 1,700km. 이동 수단은 고속버스로, 정확히 편도 30시간이 걸렸다. 국내선을 이용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두말할 필요 없이 버스가 너무 싸니까.
어떤 차량일지 걱정했는데 한국에서 수입된 익숙한 고속버스
여행 일행은 몽골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5명과 한국에서 날아온 1분, 총 6명. 동행 모집 시 유일한 고려사항은, ‘어떤 변화에도 짜증 내지 않고 그럴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장착한 사람’이었다. 친하다고 하기엔 어색한 우리는 이것이 낮인지 밤인지 정신이 혼미할 때쯤 바양울기에 도착하였다. 도시에는 모스크가 보였고, 외양이 사뭇 다른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눈동자 색이 매우 예쁘다고 생각했다. 다음날부터 시작될 3박 4일 알타이 타왕복드 캠핑 기간 동안 씻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샤워를 하고 잠에 들었다.

오프로드에서 엄청난 저력을 보여준 푸르공과 인간 내비게이션 운전기사 아저씨
출발 당일 아침, 여행사 주인으로부터 일정 설명을 들었다. 푸르공에는 캠핑 장비와 4일 치 식량, 그리고 우리의 짐이 테트리스처럼 차곡차곡 쌓였다. 역시나 아침 9시에 출발하지 않았고, 11시가 넘어서야 시내를 벗어날 수 있었다. 가는 길에 암각화를 볼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기억하자. 그럴 수도 있다.


수많은 여행자와 함께 했을 알타이 타왕복드 국립공원 지도와 우리의 밤을 책임진 텐트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몽골은 땅이 정말 크다. 첫날 도착지는 5개 봉우리 중 하나인 말칭(Malchin) 베이스캠프였는데 울기 시내에서 이곳까지 약 9시간 정도가 걸렸다. 푸르공은 내부 의자를 나름 신식으로 교체한 것이라 탈 만했다. 차 안에서 풍경을 감상하고, 중간에 이름 모를 마을에서 점심을 먹었다. 고개가 부러질 듯이 잠을 자고 이제 다 왔나 지루할 무렵 도착한 베이스캠프. 차에서 내려 모두 일사불란하게 텐트를 치고 저녁을 먹었다. 요리만 전문으로 해주시는 요리사 어머니의 솜씨가 대단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모두 매우 피곤했기 때문에 와인 한두 잔에 취해 잠이 들었다.
사진으로 담기지 않는 거대한 자연. 종종 저 얼음판을 등산하는 사람들이 실종된다고 한다.
이 춥고 외진 곳에 홀로 남겨진 야크
말칭으로 가는 길. 시작부터 차로 2~3시간이 걸렸다. 서낭당이 있는 곳에서 내려 말을 타고 또 입구까지 이동했다. 말 위에서 본 풍경은 인도 라다크 지역을 떠올리게 했다. 그냥 좋았다. 오랜만에 자연 풍경을 보고 감탄을 했다. 말에서 내려 또 1시간을 걸어 들어갔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정상까지는 가지 못했다. 그래도 좋았다. 내가 살아있는 생명이라는 걸 간만에 느꼈다. 하지만 하산 길에 죽어 있는 야크를 발견하곤 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역시 삶이란… 잠시 혼자 생각에 잠겼다.
캠프에 돌아와서는 근처 강에서 물을 떠 와 머리를 감았는데 머리통이 깨질 것 같았다. 요리사님이 준비해 주신 따뜻한 음식을 먹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따뜻한 온도 속에서 또 다른 하루가 끝이 났다.
하얀 강 차강골(Tsagaan gol)에서 잠시 휴식
빙하가 녹으면서 흐르는 하얗고 뽀얀 강 차강골을 지나 바가 투르겐(Baga Turgen) 폭포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폭포가 있는 초원에 닿기 위해서는 허텅(Khoton) 호수와 호르강(Khurgan) 호수가 만나는 지점을 지나야 하는데, 이게 웬일인지 우리가 도착하기 며칠 전 다리가 무너졌다고 한다.
엄청 큰 트럭들이 차를 줄에 묶어 강을 건너고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게 된다고? 우리는 냅다 큰 트럭에 타서 줄에 묶인 우리의 푸르공과 주변을 구경하며 재미있게 건넜다. 이런 게 기술인 건지, 푸르공 안에 단 한 방울의 물도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 신기했다. 무사히 푸른 초원에 당도하여 장소를 물색하고 텐트를 쳤다. 저녁이 준비될 동안 휴식을 취했다. 모기가 너무 많아서 괴로웠지만 개인적으로 이곳이 가장 좋았다. 옆 텐트에서 수박도 얻어먹고, 비틀스 노래와 별을 감상하며 잠들었다.

물살을 가르며 강을 건너는 푸르공
다음날 근처에서 말을 타고 스위스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풍경을 감상하며 폭포에 다다랐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진을 찍는 데 줄을 서야 했다. 시원한 물방울 속에 무지개가 비췄다. 1년 반을 몽골에서 살면서 동서남북 안 가본 곳이 없었는데, 알타이 타왕복드가 그 모든 것을 제치고 최고라고 생각했다. 다른 곳 다 갈 필요 없고 여기가 몽골 최고.

여기가 스위스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몽골 전역에서 모인 관광객들
그렇게 마지막 날,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비포장도로를 또 8~9시간 달려 울기 시내에 도착했다. 차 안에서 본 자연 풍경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역시 세상을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낯선 곳으로 떠나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이 최고다. 울기에서 울란바토르까지 또 버스를 타고 왔다.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잡고 집으로 오는 길. 기분이 너무 좋아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아마 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버스 장거리 여행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마지막 여행.
서몽골 안 보고 떠났으면 나중에 후회할 뻔했다.
글/사진 김정화

인류학을 공부하며 국제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몽골의 긴 겨울이 지나고 바야흐로 7월. 올 초부터 계획했던 서몽골, 알타이 타왕복드(Altai Tavan Bogd)로 여행을 떠났다. 5개의 큰 봉우리라는 뜻의 타왕복드(Tavan Bogd)는 해발 평균 4,000m가량으로, 몽골 제일 서쪽 지역인 바양울기(Bayan-Ölgii)에 위치해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함께하고 있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바양울기까지는 약 1,700km. 이동 수단은 고속버스로, 정확히 편도 30시간이 걸렸다. 국내선을 이용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두말할 필요 없이 버스가 너무 싸니까.
여행 일행은 몽골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5명과 한국에서 날아온 1분, 총 6명. 동행 모집 시 유일한 고려사항은, ‘어떤 변화에도 짜증 내지 않고 그럴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장착한 사람’이었다. 친하다고 하기엔 어색한 우리는 이것이 낮인지 밤인지 정신이 혼미할 때쯤 바양울기에 도착하였다. 도시에는 모스크가 보였고, 외양이 사뭇 다른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눈동자 색이 매우 예쁘다고 생각했다. 다음날부터 시작될 3박 4일 알타이 타왕복드 캠핑 기간 동안 씻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샤워를 하고 잠에 들었다.
출발 당일 아침, 여행사 주인으로부터 일정 설명을 들었다. 푸르공에는 캠핑 장비와 4일 치 식량, 그리고 우리의 짐이 테트리스처럼 차곡차곡 쌓였다. 역시나 아침 9시에 출발하지 않았고, 11시가 넘어서야 시내를 벗어날 수 있었다. 가는 길에 암각화를 볼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기억하자. 그럴 수도 있다.
수많은 여행자와 함께 했을 알타이 타왕복드 국립공원 지도와 우리의 밤을 책임진 텐트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몽골은 땅이 정말 크다. 첫날 도착지는 5개 봉우리 중 하나인 말칭(Malchin) 베이스캠프였는데 울기 시내에서 이곳까지 약 9시간 정도가 걸렸다. 푸르공은 내부 의자를 나름 신식으로 교체한 것이라 탈 만했다. 차 안에서 풍경을 감상하고, 중간에 이름 모를 마을에서 점심을 먹었다. 고개가 부러질 듯이 잠을 자고 이제 다 왔나 지루할 무렵 도착한 베이스캠프. 차에서 내려 모두 일사불란하게 텐트를 치고 저녁을 먹었다. 요리만 전문으로 해주시는 요리사 어머니의 솜씨가 대단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모두 매우 피곤했기 때문에 와인 한두 잔에 취해 잠이 들었다.
말칭으로 가는 길. 시작부터 차로 2~3시간이 걸렸다. 서낭당이 있는 곳에서 내려 말을 타고 또 입구까지 이동했다. 말 위에서 본 풍경은 인도 라다크 지역을 떠올리게 했다. 그냥 좋았다. 오랜만에 자연 풍경을 보고 감탄을 했다. 말에서 내려 또 1시간을 걸어 들어갔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정상까지는 가지 못했다. 그래도 좋았다. 내가 살아있는 생명이라는 걸 간만에 느꼈다. 하지만 하산 길에 죽어 있는 야크를 발견하곤 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역시 삶이란… 잠시 혼자 생각에 잠겼다.
캠프에 돌아와서는 근처 강에서 물을 떠 와 머리를 감았는데 머리통이 깨질 것 같았다. 요리사님이 준비해 주신 따뜻한 음식을 먹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따뜻한 온도 속에서 또 다른 하루가 끝이 났다.
빙하가 녹으면서 흐르는 하얗고 뽀얀 강 차강골을 지나 바가 투르겐(Baga Turgen) 폭포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폭포가 있는 초원에 닿기 위해서는 허텅(Khoton) 호수와 호르강(Khurgan) 호수가 만나는 지점을 지나야 하는데, 이게 웬일인지 우리가 도착하기 며칠 전 다리가 무너졌다고 한다.
엄청 큰 트럭들이 차를 줄에 묶어 강을 건너고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게 된다고? 우리는 냅다 큰 트럭에 타서 줄에 묶인 우리의 푸르공과 주변을 구경하며 재미있게 건넜다. 이런 게 기술인 건지, 푸르공 안에 단 한 방울의 물도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 신기했다. 무사히 푸른 초원에 당도하여 장소를 물색하고 텐트를 쳤다. 저녁이 준비될 동안 휴식을 취했다. 모기가 너무 많아서 괴로웠지만 개인적으로 이곳이 가장 좋았다. 옆 텐트에서 수박도 얻어먹고, 비틀스 노래와 별을 감상하며 잠들었다.
물살을 가르며 강을 건너는 푸르공
다음날 근처에서 말을 타고 스위스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풍경을 감상하며 폭포에 다다랐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진을 찍는 데 줄을 서야 했다. 시원한 물방울 속에 무지개가 비췄다. 1년 반을 몽골에서 살면서 동서남북 안 가본 곳이 없었는데, 알타이 타왕복드가 그 모든 것을 제치고 최고라고 생각했다. 다른 곳 다 갈 필요 없고 여기가 몽골 최고.
여기가 스위스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그렇게 마지막 날,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비포장도로를 또 8~9시간 달려 울기 시내에 도착했다. 차 안에서 본 자연 풍경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역시 세상을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낯선 곳으로 떠나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이 최고다. 울기에서 울란바토르까지 또 버스를 타고 왔다.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잡고 집으로 오는 길. 기분이 너무 좋아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아마 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버스 장거리 여행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마지막 여행.
글/사진 김정화
인류학을 공부하며 국제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