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학생의 도쿄대 여행][여행] 도쿄대 캠퍼스 투어의 마지막, 치바현 카시와캠퍼스

2025-06-25

도쿄대 유학하며 도쿄대 여행하기 #4



도쿄 중심부에 있는 도쿄대 혼고캠퍼스, 시부야 근처에 있는 코마바캠퍼스에 이어 도쿄 옆 치바현에 멀리 떨어져 있다는 카시와캠퍼스로 탐방을 떠나는 날.


기숙사에서 키치죠지역까지 3km를 40분 걸어서, 키치죠지역에서 JR소부선을 타고 아키하바라역까지 환승 없이 도착. 여기서 쓰쿠바익스프레스 선으로 환승하고 카시와노하캠퍼스역에 내려서 캠퍼스 바로 앞에 위치한 카시와노하 공원을 거쳐 다시 2km 정도를 걷는다. 그러면 도쿄대 카시와캠퍼스가 나타난다.


기숙사에서 키치죠지 역까지 버스를 탔다면 2시간 정도 만에 도착했겠지만, 딱히 서두를 것도 없고 걷는 것도 좋아해서 결국 두 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그래도 주로 동네에만 머무르거나 가던 곳만 가는 요즘이었는데, 이렇게 다른 지역으로 조금 멀리 떠나보는 게 일상 속 여행 같아서 설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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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학 카시와캠퍼스 입구


캠퍼스 입구에 혼고캠퍼스나 코마바캠퍼스처럼 정문이 설치되어 있진 않았다. ‘도쿄대학 카시와캠퍼스’라고 새겨진 육중한 비석이 반겨주었을 뿐이다. 이곳에는 도쿄대 캠퍼스의 상징인 시계탑도 보이지 않았다. 카시와 캠퍼스는 이공계 연구나 대학원 위주의 캠퍼스라서 학부생이 거의 없다고 한다. 건물들은 주로 연구소나 과학 센터 등이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신입생들의 활기는 딱히 느껴지지 않았고, 캠퍼스 분위기는 조금 한산했다. 


많이 걸은 만큼 당 충전이 필요했다. 매점이 눈에 띄어 얼른 들어가 보았다. 매점 겸 카페테리아는 그리 넓지 않았고, 판매하는 식품도 다양하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도 도쿄대라고, 한쪽에는 도쿄대 굿즈 코너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군것질로 허기를 달래며 숨을 돌린 후, 다시 밖으로 나왔다. 매점 바로 옆에는 학생식당이 보였고, 조명은 전부 꺼져 있었다. 그 앞 야외 테이블에는 몇몇의 학생과 직원(혹은 교수나 연구자)들이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d94a4e80086d0.jpg매점 풍경


학기 중에는 영업 종료 시간까지 휴게 시간 없이 운영하는 혼고 캠퍼스와 코마바 캠퍼스의 학생식당과는 달리, 이 캠퍼스의 식당은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맞춰 문을 열고 있었다. 학생식당은 두 군데가 있었는데, 매점 옆 식당은 점심시간에만 열고 또 한 군데는 오전 열한 시 반부터 한 시 반, 오후 다섯 시부터 일곱 시 반까지 연다. 아무래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다른 캠퍼스보다 많지 않아서 이렇게 운영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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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식당 풍경


이제부터 캠퍼스 건물들을 훑어보기로 했다. 캠퍼스 부지가 그리 넓거나 구조가 복잡하지 않아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았다. 캠퍼스 앞쪽에는 주차장이 일렬로, 안쪽에는 연구동 건물들이 일렬로 줄지어 있다. 내가 기대한 캠퍼스와는 사뭇 다른 일직선적인 풍경이었다.


어느 연구동은 건물 내부가 무척 깔끔했는데, 여러 연구실이 문이 잠긴 채 텅 비어 있었다. 또 어느 건물은 로비에 놓인 소파에 먼지가 쌓여 있기도 했다. 우주선연구소 건물 앞에는 우주선에 사용되는 용도로 추정되는 부품이 전시되어 있었으나 야외에서 직사광선을 너무 많이 쬔 탓인지 잔뜩 부식되어 있었다. 해양연구소 입구 바로 옆에는 절묘하게도 스시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 3층짜리 게스트하우스 건물도 한 동 있었는데, 어떤 사람들이 여기서 묵게 되는 건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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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곳곳의 풍경들


이번에는 건물들 뒤편으로 넘어가 보았다. 연구소 건물이 몇 채 더 보였고, 자전거와 스쿠터 주차장, 풀과 나무들이 우거진 곳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두 개의 지붕이 우산처럼 뾰족하게 솟은, 독특한 모양의 건물이 보였다. 건물명은 White Rhino Ⅱ로 ‘텐세그리티 구조 모델 스페이스’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는데, ‘tensegrity’는 ‘마치 떠 있는 듯한 디자인이 특징인 구조물’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안에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런 공간은 언제 활용되고 개방될는지. 그 근처에 운동장도 조성되어 있었지만 스포츠나 운동을 하는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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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없었던 특이한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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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c52ecd3ba4119.jpg캠퍼스 구역 사이를 가로지르는 도로 풍경, 캠퍼스 뒤편에 있던 신호등이 너무 많은 도로


많이 걸었다 싶어 캠퍼스 입구 쪽에 위치한 도서관에 잠시 앉아있기로 했다. 1층에는 자습실과 휴게 공간이 있었고, 연주홀도 있었다. 객석에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한 학생이 능숙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2층부터 열람실이고, 학생증을 터치해야 입장할 수 있다. 장서의 수는 이전의 두 캠퍼스보다 확연히 적은 편이었다. 주로 해당 캠퍼스의 연구과와 관련된 도서나 논문들이 많아 보였다. 열람실 곳곳에는 학생들이 책이나 노트북 화면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좌석에 앉아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 동시에, 사진을 많이 찍느라 닳아버린 핸드폰 배터리도 충전했다. 이대로 탐방을 끝내도 되려나 싶어 이 캠퍼스에 대해 더 알아보던 도중, 카시와2캠퍼스가 있다는 정보를 알아냈다. 이곳에서 1km 조금 넘게 떨어져 있다고 한다. 이 동네까지 왔는데 안 가볼 수가 없어서 결국 얼마 안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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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도서관 풍경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에 ‘도쿄대학’이 쓰인 셔틀버스를 발견했다. 카시와노하캠퍼스 역에서 학교로 오가며, 한 시간마다 여러 대씩 운행 중이었다. 카시와2캠퍼스까지 걸어서 갈지, 역으로 갔다가 다시 거기서 갈지 고민하던 중, 마침 곧 버스가 출발하려는 듯 보였다. 혼고캠퍼스와 코마바캠퍼스에는 없는 환경이라 한번 타보자 싶어 황급히 올라타려고 하니, 기사님이 학생증을 제시하라고 하셨다. 학생증을 보여드리자마자 무사히 탑승할 수 있었고, 버스는 바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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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와 캠퍼스 셔틀버스


버스는 카시와노하캠퍼스역에 학생들을 내려주었고, 나는 지도 어플을 보며 카시와2캠퍼스를 향해 걸어갔다. 어느새 하늘이 붉게 물들고, 길가의 가로등이 빛을 밝히기 시작할 때였다. 도착한 캠퍼스는 카시와1캠보다 더욱 한산했고, 규모도 훨씬 작았다. 캠퍼스 입구 옆에는 기숙사가 붙어있었는데, 입구에 부착된 기숙사 이름 글자 몇 개가 떨어져 있었다. (도쿄대는 일본 최고의 대학인 만큼 여러 연구 분야에서는 선두를 달리며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기숙사만큼은 나 몰라라 하는 것 같다. 내가 사는 미타카 기숙사도 그렇고….) 기숙사 건물 앞에는 풀이 무성한 공터가 휑뎅그렁했다. 여름에 벌레 괜찮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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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와2캠퍼스 입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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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카시와 롯지(기숙사)


캠퍼스 안은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고 건물들도 대부분 신식으로 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버려진(?) 캠퍼스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퇴근 시간이 되니 건물에서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신세대감염병센터’라는 곳은 팬데믹 이후에 지어진 건물이 아닐까 싶었는데, 그 어느 곳에도 불이 켜진 곳 없어 황량해 보였다. 새 건물인데 이미 폐건물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내 착각일 수도 있다. 하긴, 이 건물에 활기가 도는 것도 원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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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한산한 카시와2캠퍼스 풍경


카시와2캠퍼스 옆에 있는 샛길을 따라 직진하니 카시와노하캠퍼스역과 이어졌다. 여기로 올 땐 괜히 지도 앱만 믿고 더 먼 길을 돌아왔다. 이미 해는 졌지만 아직 하늘은 조금 짙은 하늘색이었다. 주황빛으로 해가 저물어가는 하늘과, 아직 다 어두워지지 않은 이 땅거미의 색깔의 하늘을 무척 좋아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역과 바로 인접한 라라포트 쇼핑몰에서 구경을 하고, 저녁식사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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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풍경들


다시 쓰쿠바익스프레스선을 타고 돌아오는데, 속도가 무척 빠른 급행 전철이 철로를 따라 일직선으로 달리면서도 뭔가 조금씩 곡선으로 움직이며 방향을 틀고는 했다. 그게 꼭, 그리 요란스럽지 않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 들어 피곤한 와중에도 조금 신이 났더랬다. 아무튼 그동안 궁금하기도 했고 숙제 같기도 했던 세 번째 캠퍼스도 이렇게 탐방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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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탐방 다음날, 기숙사 친구들에게 내가 사는 미타카 기숙사에서 카시와캠퍼스까지 거의 매일 통학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한 명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루 교통비가 거의 왕복 3천 엔 가까이 할 테고 카시와 기숙사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닌데 대체 왜…? 숱한 의문이 남은 카시와캠퍼스였다.




글·사진 | 이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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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매거진 《토이크라우드》  편집장. 대학에서 조각과 일본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일본에서 미학을 공부중이다. 여행, 호러 장르, 키덜트 문화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호러소설집 <기요틴> <카데바> <신체 조각 미술관>, 여행서 <도쿄 모노로그> <한국 인형박물관 답사기> 등이 있다.
https://www.instagram.com/sumomo.su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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