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도쿄대학 석사연구생 합격 통지와 함께 신속하게 기숙사를 신청하라는 안내가 왔었다. 도쿄대학의 기숙사는 도쿄 시내와 근교 곳곳에 여러 군데가 있고, 나는 1지망으로 미타카 국제학생기숙사를 신청했다. 그 이유는, 기숙사 월세가 9천 엔(한화 8만 원대)이 안 되는 파격적인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미타카시는 도쿄도에 소속된 지역이긴 하지만, 도쿄 시내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다닐 분교구(文京区)의 혼고 캠퍼스와는 거리가 꽤 있다. 나머지 2, 3순위로 지망한 기숙사는 도쿄 시내에 있고 월세도 3, 4만 엔대라 그리 비싼 편은 아니지만, 방 안에 샤워실과 화장실이 없어서 생활이 불편할 것 같았다. 부디 나는, 학교와는 멀어도 방 안에 화장실도 샤워실도 있고 저렴한 미타카 기숙사에 붙길 바랐다.
그렇게 기숙사를 신청해두고 인터넷과 유튜브에 미타카 기숙사에 대해 찾아보니, 국내 TV 방송에서 다뤄진 적도 있고 유튜브에도 도쿄대 학생들이 올려둔 기숙사 체험기 영상이 여러 개였다. 영상으로 미리 본 미타카 기숙사는 시설 연식이 꽤 되어 보이고, 화장실이 무척 좁아 보이는 데다 그 작은 공간에 세면대, 샤워 설비, 변기까지 있었다. 대부분 샤워실과 변기가 따로 있는 일본에서는 미타카 기숙사가 이러한 ‘유닛 배스’ 라는 점에서 악명 높다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화장실이 좁든 말든, 학교에서 멀든 가깝든 나에게는 별 문제가 아니었다. 그 월세 비싸다는 도쿄에서 이렇게 저렴한 금액으로 방을 구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었다. 과연 앞으로 지낼 미타카 기숙사는 실제로 들어가 보면 어떤 곳일지…! 일본으로 떠나는 날까지도 계속해서 미타카 기숙사에 대해 기대와 걱정, 그리고 궁금증으로 가득했다.
방송에서 소개된 미타카 기숙사
직접 찍은 기숙사 화장실 영상. 살다살다 이렇게 콤팩트한 화장실은 처음 봤다.
기숙사 입구로 들어와서 찍은 풍경
도쿄대 미타카 기숙사의 첫 인상
2024년 10월 1일, JR키치죠지 역에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미타카 기숙사에 도착했다. 기숙사는 A부터 F동까지 있고, 기숙사 전체가 하나의 작은 도쿄대 분캠 같기도 했다. (날씨가 꿉꿉할 땐 폐쇄병동 같기도 하다…)
학교에서 사전에 안내해준 대로, 기숙사 한가운데에 있는 체육관 같은 곳(정확히는 공용동)에서 입주 수속을 마친 후 안내 책자와 팸플릿, 열쇠를 받아 방으로 이동했다. 건물의 1, 2층은 남자층, 3층은 여자층으로 되어 있고 3층에 들어갈 때에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방 앞에는 한국에서 미리 보내둔 배편 택배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앞으로 5박스는 더 올 예정. 방문을 열고 들어와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좁고 낡은 상태였다. 방 크기는 화장실과 싱크대 공간까지 합해야 4~5평 정도인 것 같고, 전체적으로 얼추 청소는 되어 있지만 바닥에 얼룩이나 흠집이 너무 많았다. 구석구석 먼지도 쌓여 있었다. 그런데 무슨 상관인가? 월세가 1만 엔도 안 하는데! 이런 기숙사라도 감사하면서 지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정도로 바닥이 더러우면 한 번 싹 갈 법도 한데…)
기숙사 생활은 이번이 세 번째다. 들고 온 짐을 책상과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딱 10년 전, 도쿄에서 교환유학을 하던 시절에 기숙사에 처음 들어왔던 순간을 떠올렸다.
기숙사 방에 들어오자마자 찍은 사진. 광곽으로 찍어서 얼핏 공간이 여유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좁게 느껴지는 방 크기다.
10년 전, 도쿄의 다른 대학교에서 교환유학을 하게 되면서 배정받은 기숙사는 무척 깔끔했고 좋은 향이 났다. 모든 게 흠집 하나 없는 새것들이었다. 내가 첫 번째 입주자라고 했다. 다행히도 방세가 공짜였고, 인생 첫 유학생활에 무척 설레고 들뜬 기분이었다. 반 년 동안 그곳에서 무척 행복하고 즐거운 유학생활을 보냈었다.
2014년, 한 학기 동안 교환유학을 했던 쇼와여자대학 기숙사에 들어오자마자 찍은 사진
2015년, 마찬가지로 한 학기 동안 교환유학을 했던 후쿠오카대학 기숙사에 들어오자마자 찍은 사진
그리고 도쿄에서의 한 학기를 마친 후, 나는 바로 후쿠오카로 넘어가서 두 번째 교환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이전의 기숙사에 비해서는 확실히 세월감이 느껴졌지만 방이 조금 더 넓어졌다. 그리고 구석구석 깔끔하게 청소도 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월 3~4만 엔 정도의 방세를 내야 했지만, 후쿠오카에서도 매일 행복에 겨운 유학생활을 했다.
도쿄에서의 반 년, 후쿠오카에서의 반 년, 일본에서의 이 1년이 내 30여 년 인생 중 가장 행복한 시절로 기억되어 있다. 그래서 이렇게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게 된 것 같다.
(왼) 미타카 기숙사 방에는 발코니가 없고, 창문은 이 정도까지만 열린다. | (오) 현관에는 월세+공과금의 남은 금액이 표시된 작은 모니터(?)가 있다.
이번 기숙사는 이전의 두 군데에 비해 시설이 여러모로 열악하지만 거의 거저나 다름없는 월세에, 다시 일본에서 새로운 일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그 시절처럼 즐겁고, 행복하고, 알찬 유학생활을 보내리라 다짐했다. 입주 첫날인 만큼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싶었지만, 전날 밤부터 오사카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오느라 잠을 거의 못 잔 탓에 짐을 풀자마자 바로 기절했다.
월세+공과금을 입금하는 기계. 현금만 가능하다.
도쿄대 미타카 기숙사의 이런저런 모습들
침대 밑은 오른쪽은 수납공간이 큰 서랍, 왼쪽은 이렇게 빈 공간이 있어서 박스를 접어서 쌓아두었다. 입주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자는 도중에 엉덩이 밑이 푹 꺼져서 확인해보니 침대 나무판이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2024년 10월에 찍은 사진. 지금은 물건이나 장난감이 훨씬 더 늘었다.
방 안에는 햇볕이 꽤 잘 드는 편이다. 해가 뜨면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해져서 아침잠이 많은 나는 좀 버겁다. | 잠들기 전 가끔 이렇게 조명을 켜두기도 한다.
공용동 입구와 내부 풍경
입구에 있는 자판기. 편의점조차 가기 귀찮을 때 가끔씩 이용한다.
기숙사 내부 풍경
그렇게 이 기숙사에서 생활한지도 어느덧 10개월 째. 나는 이곳에 1년까지만 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슬슬 새 집을 알아봐야 한다. 그동안 여기서 마음 맞는 친구들도 생겼고, 별 탈 없이 잘 지내왔고, 월세가 저렴한 만큼 군것질도 많이 하고, 사고 싶은 것도 많이 살 수 있었기에 아쉬운 마음이 크다. 자취방을 구하면 그만큼 금전적인 자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1년이라도 살아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다음 편에는 기숙사에 관한 재미있는 정보들과 주변 풍경, 동네 이야기를 전해보겠다.
글·사진 | 이스안
키덜트 매거진 《토이크라우드》 편집장. 대학에서 조각과 일본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일본에서 미학을 공부중이다. 여행, 호러 장르, 키덜트 문화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호러소설집 <기요틴> <카데바> <신체 조각 미술관>, 여행서 <도쿄 모노로그> <한국 인형박물관 답사기> 등이 있다. https://www.instagram.com/sumomo.suan
도쿄대 유학하며 도쿄대 여행하기 #5
도쿄대 미타카 기숙사를 소개합니다
2024년 6월, 도쿄대학 석사연구생 합격 통지와 함께 신속하게 기숙사를 신청하라는 안내가 왔었다. 도쿄대학의 기숙사는 도쿄 시내와 근교 곳곳에 여러 군데가 있고, 나는 1지망으로 미타카 국제학생기숙사를 신청했다. 그 이유는, 기숙사 월세가 9천 엔(한화 8만 원대)이 안 되는 파격적인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미타카시는 도쿄도에 소속된 지역이긴 하지만, 도쿄 시내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다닐 분교구(文京区)의 혼고 캠퍼스와는 거리가 꽤 있다. 나머지 2, 3순위로 지망한 기숙사는 도쿄 시내에 있고 월세도 3, 4만 엔대라 그리 비싼 편은 아니지만, 방 안에 샤워실과 화장실이 없어서 생활이 불편할 것 같았다. 부디 나는, 학교와는 멀어도 방 안에 화장실도 샤워실도 있고 저렴한 미타카 기숙사에 붙길 바랐다.
그렇게 기숙사를 신청해두고 인터넷과 유튜브에 미타카 기숙사에 대해 찾아보니, 국내 TV 방송에서 다뤄진 적도 있고 유튜브에도 도쿄대 학생들이 올려둔 기숙사 체험기 영상이 여러 개였다. 영상으로 미리 본 미타카 기숙사는 시설 연식이 꽤 되어 보이고, 화장실이 무척 좁아 보이는 데다 그 작은 공간에 세면대, 샤워 설비, 변기까지 있었다. 대부분 샤워실과 변기가 따로 있는 일본에서는 미타카 기숙사가 이러한 ‘유닛 배스’ 라는 점에서 악명 높다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화장실이 좁든 말든, 학교에서 멀든 가깝든 나에게는 별 문제가 아니었다. 그 월세 비싸다는 도쿄에서 이렇게 저렴한 금액으로 방을 구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었다. 과연 앞으로 지낼 미타카 기숙사는 실제로 들어가 보면 어떤 곳일지…! 일본으로 떠나는 날까지도 계속해서 미타카 기숙사에 대해 기대와 걱정, 그리고 궁금증으로 가득했다.
방송에서 소개된 미타카 기숙사
직접 찍은 기숙사 화장실 영상. 살다살다 이렇게 콤팩트한 화장실은 처음 봤다.
기숙사 입구로 들어와서 찍은 풍경
도쿄대 미타카 기숙사의 첫 인상
2024년 10월 1일, JR키치죠지 역에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미타카 기숙사에 도착했다. 기숙사는 A부터 F동까지 있고, 기숙사 전체가 하나의 작은 도쿄대 분캠 같기도 했다. (날씨가 꿉꿉할 땐 폐쇄병동 같기도 하다…)
학교에서 사전에 안내해준 대로, 기숙사 한가운데에 있는 체육관 같은 곳(정확히는 공용동)에서 입주 수속을 마친 후 안내 책자와 팸플릿, 열쇠를 받아 방으로 이동했다. 건물의 1, 2층은 남자층, 3층은 여자층으로 되어 있고 3층에 들어갈 때에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방 앞에는 한국에서 미리 보내둔 배편 택배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앞으로 5박스는 더 올 예정. 방문을 열고 들어와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좁고 낡은 상태였다. 방 크기는 화장실과 싱크대 공간까지 합해야 4~5평 정도인 것 같고, 전체적으로 얼추 청소는 되어 있지만 바닥에 얼룩이나 흠집이 너무 많았다. 구석구석 먼지도 쌓여 있었다. 그런데 무슨 상관인가? 월세가 1만 엔도 안 하는데! 이런 기숙사라도 감사하면서 지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정도로 바닥이 더러우면 한 번 싹 갈 법도 한데…)
기숙사 생활은 이번이 세 번째다. 들고 온 짐을 책상과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딱 10년 전, 도쿄에서 교환유학을 하던 시절에 기숙사에 처음 들어왔던 순간을 떠올렸다.
기숙사 방에 들어오자마자 찍은 사진. 광곽으로 찍어서 얼핏 공간이 여유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좁게 느껴지는 방 크기다.
10년 전, 도쿄의 다른 대학교에서 교환유학을 하게 되면서 배정받은 기숙사는 무척 깔끔했고 좋은 향이 났다. 모든 게 흠집 하나 없는 새것들이었다. 내가 첫 번째 입주자라고 했다. 다행히도 방세가 공짜였고, 인생 첫 유학생활에 무척 설레고 들뜬 기분이었다. 반 년 동안 그곳에서 무척 행복하고 즐거운 유학생활을 보냈었다.
2014년, 한 학기 동안 교환유학을 했던 쇼와여자대학 기숙사에 들어오자마자 찍은 사진
2015년, 마찬가지로 한 학기 동안 교환유학을 했던 후쿠오카대학 기숙사에 들어오자마자 찍은 사진
그리고 도쿄에서의 한 학기를 마친 후, 나는 바로 후쿠오카로 넘어가서 두 번째 교환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이전의 기숙사에 비해서는 확실히 세월감이 느껴졌지만 방이 조금 더 넓어졌다. 그리고 구석구석 깔끔하게 청소도 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월 3~4만 엔 정도의 방세를 내야 했지만, 후쿠오카에서도 매일 행복에 겨운 유학생활을 했다.
도쿄에서의 반 년, 후쿠오카에서의 반 년, 일본에서의 이 1년이 내 30여 년 인생 중 가장 행복한 시절로 기억되어 있다. 그래서 이렇게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게 된 것 같다.
(왼) 미타카 기숙사 방에는 발코니가 없고, 창문은 이 정도까지만 열린다. | (오) 현관에는 월세+공과금의 남은 금액이 표시된 작은 모니터(?)가 있다.
이번 기숙사는 이전의 두 군데에 비해 시설이 여러모로 열악하지만 거의 거저나 다름없는 월세에, 다시 일본에서 새로운 일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그 시절처럼 즐겁고, 행복하고, 알찬 유학생활을 보내리라 다짐했다. 입주 첫날인 만큼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싶었지만, 전날 밤부터 오사카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오느라 잠을 거의 못 잔 탓에 짐을 풀자마자 바로 기절했다.
월세+공과금을 입금하는 기계. 현금만 가능하다.
도쿄대 미타카 기숙사의 이런저런 모습들
입주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자는 도중에 엉덩이 밑이 푹 꺼져서 확인해보니 침대 나무판이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공용동 입구와 내부 풍경
입구에 있는 자판기. 편의점조차 가기 귀찮을 때 가끔씩 이용한다.
기숙사 내부 풍경
그렇게 이 기숙사에서 생활한지도 어느덧 10개월 째. 나는 이곳에 1년까지만 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슬슬 새 집을 알아봐야 한다. 그동안 여기서 마음 맞는 친구들도 생겼고, 별 탈 없이 잘 지내왔고, 월세가 저렴한 만큼 군것질도 많이 하고, 사고 싶은 것도 많이 살 수 있었기에 아쉬운 마음이 크다. 자취방을 구하면 그만큼 금전적인 자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1년이라도 살아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다음 편에는 기숙사에 관한 재미있는 정보들과 주변 풍경, 동네 이야기를 전해보겠다.
글·사진 | 이스안
키덜트 매거진 《토이크라우드》 편집장. 대학에서 조각과 일본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일본에서 미학을 공부중이다. 여행, 호러 장르, 키덜트 문화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호러소설집 <기요틴> <카데바> <신체 조각 미술관>, 여행서 <도쿄 모노로그> <한국 인형박물관 답사기> 등이 있다.
https://www.instagram.com/sumomo.su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