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맹의생> 양조위의 새해 인사 거리에서 | ⓒ강병무
“새해는 무슨 새해야, 그냥 살아가는 거지.” 마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살민 살아진다”라는 대사처럼 <류망의생>(1995)의 ‘양아치 의사’ 혹은 ‘츤데레 의사’ 양조위가, 새해 축하 파티를 하러 가자는 사람들을 물리치며 투덜거리듯 내뱉은 대사다. 난 이 장면이 정말 좋다. 왜냐하면 정말 슬픈 일이긴 하나, 1년 365일 중 딱 하루라도 4월 1일이 되면 자동적으로 장국영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연말연시에 저 대사 장면 ‘짤’이 SNS에 넘쳐나기 때문이다. 비록 대부분 양조위의 무슨 영화인지 모른 채 주고받는 경우가 많지만, 양조위 역시 1년 365일 중 단 하루라도 그를 무조건 떠올리게 만드는 영구적인 짤이 생성된 것. 그처럼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양조위를 잊지 않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난 이 짤을 맨 처음 쓰기 시작한 사람을 찾아가 밥이라도 사주고 싶다.
<류맹의생>의 바로 그 장면
<류망의생>은 분명 국내에서 개봉하긴 했으나 현재 포털 사이트에 개봉일도 표기되지 않았을 정도로 본 사람도 별로 없는 영화다. 사실 원제는 <류맹의생>(流氓醫生)인데 안타깝게도 국내 소개 제목이 잘못되어 계속 <류망의생>으로 불리고 있다. 중국어 발음이 ‘리우망’이긴 하지만, 어쨌건 이 글에서는 <류맹의생>으로 하겠다. 일단 ‘류맹’은 일정한 거처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사람을 뜻한다. 유랑민과도 비슷한 뜻인데,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를 거치며 불량하고 건달 같은 사람들 혹은 양아치스러운 사람들도 류맹이라 불렀다. 의생(醫生)이 ‘의사’라는 뜻이니 <류맹의생>에서 양조위가 연기하는 ‘빈민가의 의사’ 캐릭터는 ‘건달 의사’라 할 수 있다. 까탈스럽고 괴팍한 의사 캐릭터 그레고리 하우스로 2006년과 2007년 연속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최우수 남자연기상을 수상한 휴 로리의 인기 미드 <하우스>(House)가 홍콩에 소개될 때의 제목도 바로 <류맹의생>이었다.

<류맹의생>
더 나아가 유행에 민감하여 이상한 복장과 헤어스타일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도 그렇게 불렀다. 이쯤 되면 함께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그와 유사한 의미를 가진 <아비정전>(1990)의 ‘아비’(阿飛)다. 이런 부류를 상하이와 광동 지방에서는 주로 ‘아비’라 불렀는데, 실제로 둘을 붙여서 리우망아페이(류맹아비, 流氓阿飛)라고도 불렀다 한다.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이 연기한 캐릭터를 과거에는 늘 ‘아비’라고 부르다가 최근에는 ‘요크’라고도 종종 표현하는데, 작품 속 실제 이름이 욱자(旭仔)여서 그 중국어 표기법을 따른 것이다. 아무튼 아비라고 하건 요크라고 하건 다 맞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류맹을 연기한 양조위와 아비를 연기한 장국영은 이미 ‘류맹아비’라는 한 몸이었다. <해피 투게더>(1997)에서 다시 한몸으로 만날 운명이었던 것인가.
<아비정전>의 아비 혹은 류맹 ‘장국영’
유문(양조위)은 빈민가에 진료소를 차리고, 동네 매춘부와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고 있다. 이곳엔 제각기 여러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살고 있다. 친구의 낙태수술을 돕기 위해 왔다가 유문에게 반해버린 귀여운 부잣집 딸 아미(양영기), 언제나 잠복근무를 하며 매춘부를 짝사랑하는 경찰 아초(유청운) 등 모두 소외받은 이들이다. 어느 날, 경찰 아초가 쏜 총에 범인이 총상을 입게 된다. 환자를 데리고 간 병원에서 유문은 촉망받는 의사가 된 동창생 자걸(두덕위)을 만난다. 대학 시절 절친한 친구였으나, 자걸은 유문과 한 여자를 좋아하면서 그를 줄곧 질투했던 친구였다. 급기야 유문의 공을 가로채고 유문이 홍콩에서 의사로 활동하지 못하게 함정에 빠뜨리려 했다. 한편, 자걸의 애인 제이미(종려제)는 거의 10년 만에 다시 만난 유문을 만나 마음이 흔들린다.

영화 <류맹의생> 중
<류맹의생>은 일본 만화 「닥터 쿠마히게」를 원작으로 삼고 있는데, 「북두의 권」 스토리를 담당했던 부론손의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 신주쿠 뒷골목에서 진료소를 개업해 활동한 재일교포 의사를 모델로 했다고 하며, 일본어 제목처럼 ‘곰 같은 수염’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캐릭터로 인해 국내에서는 「닥터 베어」라는 제목의 해적판으로 제법 큰 인기를 끌었다. 원작 만화의 주인공은 굉장히 터프한, 액션 만화의 주인공 같은 인물이라면 양조위가 연기하는 류맹은 확실히 무해한 느낌이다. 겉으로는 차갑고 모든 것을 대충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섬세하고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은 의사다. 실력도 뛰어날 뿐더러 불공정한 의료 제도에 불만을 품고 그걸 바꾸고자 노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함께 새해를 함께 하자는 사람들에게 “새해는 무슨 새해야, 그냥 살아가는 거지”라며 돌아서서 얘기하지만, 속정이 깊어 환자로 만난 사람들과 언제나 좋은 친구가 된다.
그러면 다음 편에서는 <류맹의생>에서 ‘등용 스트리트’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홍콩 셩완 지역의 고흐 스트리트(Gough Street)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카우키 레스토랑(왼)과 바로 옆 고흐 스트리트 <류맹의생> 계단 | ⓒ강병무
:: 셩완의 고흐 스트리트, 과연 장국영과 양조위는 만났을까 #2 이어서 읽기
글 | 주성철

씨네플레이 편집장. 유튜브 무비건조. 돌아온 방구석1열 출연. 키노 씨네필 프로젝트 참여. 저서로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데뷔의 순간>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등이 있다.
https://www.instagram.com/woofordto/
사진 | 강병무
https://www.instagram.com/saram.travel/
“새해는 무슨 새해야, 그냥 살아가는 거지.” 마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살민 살아진다”라는 대사처럼 <류망의생>(1995)의 ‘양아치 의사’ 혹은 ‘츤데레 의사’ 양조위가, 새해 축하 파티를 하러 가자는 사람들을 물리치며 투덜거리듯 내뱉은 대사다. 난 이 장면이 정말 좋다. 왜냐하면 정말 슬픈 일이긴 하나, 1년 365일 중 딱 하루라도 4월 1일이 되면 자동적으로 장국영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연말연시에 저 대사 장면 ‘짤’이 SNS에 넘쳐나기 때문이다. 비록 대부분 양조위의 무슨 영화인지 모른 채 주고받는 경우가 많지만, 양조위 역시 1년 365일 중 단 하루라도 그를 무조건 떠올리게 만드는 영구적인 짤이 생성된 것. 그처럼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양조위를 잊지 않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난 이 짤을 맨 처음 쓰기 시작한 사람을 찾아가 밥이라도 사주고 싶다.
<류망의생>은 분명 국내에서 개봉하긴 했으나 현재 포털 사이트에 개봉일도 표기되지 않았을 정도로 본 사람도 별로 없는 영화다. 사실 원제는 <류맹의생>(流氓醫生)인데 안타깝게도 국내 소개 제목이 잘못되어 계속 <류망의생>으로 불리고 있다. 중국어 발음이 ‘리우망’이긴 하지만, 어쨌건 이 글에서는 <류맹의생>으로 하겠다. 일단 ‘류맹’은 일정한 거처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사람을 뜻한다. 유랑민과도 비슷한 뜻인데,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를 거치며 불량하고 건달 같은 사람들 혹은 양아치스러운 사람들도 류맹이라 불렀다. 의생(醫生)이 ‘의사’라는 뜻이니 <류맹의생>에서 양조위가 연기하는 ‘빈민가의 의사’ 캐릭터는 ‘건달 의사’라 할 수 있다. 까탈스럽고 괴팍한 의사 캐릭터 그레고리 하우스로 2006년과 2007년 연속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최우수 남자연기상을 수상한 휴 로리의 인기 미드 <하우스>(House)가 홍콩에 소개될 때의 제목도 바로 <류맹의생>이었다.
<류맹의생>
더 나아가 유행에 민감하여 이상한 복장과 헤어스타일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도 그렇게 불렀다. 이쯤 되면 함께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그와 유사한 의미를 가진 <아비정전>(1990)의 ‘아비’(阿飛)다. 이런 부류를 상하이와 광동 지방에서는 주로 ‘아비’라 불렀는데, 실제로 둘을 붙여서 리우망아페이(류맹아비, 流氓阿飛)라고도 불렀다 한다.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이 연기한 캐릭터를 과거에는 늘 ‘아비’라고 부르다가 최근에는 ‘요크’라고도 종종 표현하는데, 작품 속 실제 이름이 욱자(旭仔)여서 그 중국어 표기법을 따른 것이다. 아무튼 아비라고 하건 요크라고 하건 다 맞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류맹을 연기한 양조위와 아비를 연기한 장국영은 이미 ‘류맹아비’라는 한 몸이었다. <해피 투게더>(1997)에서 다시 한몸으로 만날 운명이었던 것인가.
유문(양조위)은 빈민가에 진료소를 차리고, 동네 매춘부와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고 있다. 이곳엔 제각기 여러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살고 있다. 친구의 낙태수술을 돕기 위해 왔다가 유문에게 반해버린 귀여운 부잣집 딸 아미(양영기), 언제나 잠복근무를 하며 매춘부를 짝사랑하는 경찰 아초(유청운) 등 모두 소외받은 이들이다. 어느 날, 경찰 아초가 쏜 총에 범인이 총상을 입게 된다. 환자를 데리고 간 병원에서 유문은 촉망받는 의사가 된 동창생 자걸(두덕위)을 만난다. 대학 시절 절친한 친구였으나, 자걸은 유문과 한 여자를 좋아하면서 그를 줄곧 질투했던 친구였다. 급기야 유문의 공을 가로채고 유문이 홍콩에서 의사로 활동하지 못하게 함정에 빠뜨리려 했다. 한편, 자걸의 애인 제이미(종려제)는 거의 10년 만에 다시 만난 유문을 만나 마음이 흔들린다.
<류맹의생>은 일본 만화 「닥터 쿠마히게」를 원작으로 삼고 있는데, 「북두의 권」 스토리를 담당했던 부론손의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 신주쿠 뒷골목에서 진료소를 개업해 활동한 재일교포 의사를 모델로 했다고 하며, 일본어 제목처럼 ‘곰 같은 수염’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캐릭터로 인해 국내에서는 「닥터 베어」라는 제목의 해적판으로 제법 큰 인기를 끌었다. 원작 만화의 주인공은 굉장히 터프한, 액션 만화의 주인공 같은 인물이라면 양조위가 연기하는 류맹은 확실히 무해한 느낌이다. 겉으로는 차갑고 모든 것을 대충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섬세하고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은 의사다. 실력도 뛰어날 뿐더러 불공정한 의료 제도에 불만을 품고 그걸 바꾸고자 노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함께 새해를 함께 하자는 사람들에게 “새해는 무슨 새해야, 그냥 살아가는 거지”라며 돌아서서 얘기하지만, 속정이 깊어 환자로 만난 사람들과 언제나 좋은 친구가 된다.
그러면 다음 편에서는 <류맹의생>에서 ‘등용 스트리트’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홍콩 셩완 지역의 고흐 스트리트(Gough Street)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카우키 레스토랑(왼)과 바로 옆 고흐 스트리트 <류맹의생> 계단 | ⓒ강병무
:: 셩완의 고흐 스트리트, 과연 장국영과 양조위는 만났을까 #2 이어서 읽기
글 | 주성철
씨네플레이 편집장. 유튜브 무비건조. 돌아온 방구석1열 출연. 키노 씨네필 프로젝트 참여. 저서로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데뷔의 순간>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등이 있다.
https://www.instagram.com/woofordto/
사진 | 강병무
https://www.instagram.com/saram.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