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니즘, 일상에서 즐기는 일본 문화 여행 #7-2
자포니즘을 매개로 일본 인형, NHK 월드재팬과 인연을 맺어 온 개인적인 경험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낸 공식이 있다. 오사카 출신의 인형이라는 점에서 분라쿠 인형을 친근하게 생각하는 오사카 아줌마(大阪おばちゃん) + 국립 분라쿠 극장에 붙어 있던 영화 <국보>의 포스터 = NHK 월드재팬 한국어 방송 <하나카페>라는 등식이다. NHK <하나카페>에 출연해 일본 인형과 자포니즘이 연결된 에피소드를 관심 있게 듣서고 NHK 방송국에 종종 엽서를 보내주시던 어느 일본인 애청자 분이 오사카 출신의 중년여성이었다. 오사카의 애청자 분이 일본 인형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추천해 준 오사카의 관광지가 <소네자키 신주>와 얽혀 있는 신사, 10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쓰유노텐 신사(露天神社)였다.
오사카에 온 덕분에 <소네자키 신주>와 관련된 신사를 마침내 직접 찾아가 볼 수 있었다. <소네자키 신주>는 비극적인 내용이지만, 정작 소네자키 신주의 배경이 된 신사는 커플들이 찾아와 사랑의 결실을 빌거나 행운의 에마와 오미쿠지를 구입하는 밝은 분위기의 장소라는 평이 많았다. 실제로 보니 듣던 대로 연인들의 성지였다. 신사에서 소원을 비는 20~30대의 일본인 커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나라에 관계없이 진심어린 사랑 이야기는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본질적인 것'에 있지 않을까?

소네자키 신주의 배경이 된 쓰유노텐 신사의 풍경
쓰유노텐 신사
주소 : 2 Chome-5-4 Sonezaki, Kita Ward, Osaka, 530-0057 일본
개방 시간 : 06:00 ~ 23:00
홈페이지 : tuyutenjin.com
오사카의 인형들과 영화 <국보> 포스터가 손을 잡고 만들어낸 NHK <하나카페>의 공식은 저녁에도 효력을 발휘했다.

도톤보리 강변의 한 귀퉁이 벽을 장식한 유명한 우키요에 두 점.
고흐 등 유명한 인상파 화가들 사이에 자포니즘 물결을 일으킨 대표적인 호쿠사이의 우키요에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와 <붉은 후지산>.
도톤보리의 강변을 걸으면서 내 눈이 자연스럽게 멈춘 곳은 어느 가게의 벽을 장식한 호쿠사이의 우키요에 대표작이었다. 서구권 관광객들도 이 익숙한 우키요에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호감은 아는 것과 익숙한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 온 나나 서구에서 온 여행객이나 우키요에 앞에 서면 일본 문화에 똑같은 호기심을 보이는 외국인들이었다.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는 나에게 긴키(간사이) 지방과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게 해준 관문이기도 하다.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가 표지의 고정 모델로 활용되는 한일 공저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시리즈가 긴키 지방 출신의 PD님이 총괄하는 NHK 하나카페와 오사카 출신의 <하나카페> 애청자와 2021년부터 지금까지 인연의 물결을 만들어주고 있어서다. 지난 번 연재에서는 우키요에 출판업자인 츠타야 주자부로의 인생을 그린 NHK 대하드라마 <베라보(べらぼう)>(영화 <국보>에서 슌스케를 연기한 요코하마 류세이가 츠타야 주자부로 역으로 활약)와 우키요에 이야기를 했다.

한일 집필진의 공저 다섯 번째 이야기『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5』의 저자이자 자포니즘 연구가 타이틀로 작년에도 출연한 NHK <하나카페>.
이미지 출처는 NHK <하나카페> 홈페이지

오사카 아주머니도 좋아하는 호쿠사이의 우키요에와 NHK <베라보>의 원작소설, 그리고 작년에 NHK <하나카페>에서 기념품으로 받은 <베라보>의 굿즈.
오사카 우키요에 미술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국립 분라쿠 극장과 마찬가지로 오사카 우키요에 미술관도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오사카 우키요에 미술관은 미술관의 편견을 깨주겠다는 듯 아케이드 상점가 3층에 있었다. 도쿄에서도, 오사카에서도, 우키요에 미술관에는 어김없이 서구권 관광객들이 잔뜩 모여 있다. 미술관 입구부터 전시장 안까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가 마구 뒤섞이고 있었다. 서양 근대미술에 영향을 끼친 자포니즘은 우키요에로부터 시작되었으니 서구권 사람들에게 우키요에는 단순히 보고 스치는 이국적인 미술이 아니라 교과서, 광고, 대중문화에서 익숙해진, 그들 나름 편안함을 가진 예술 장르이다.
2019년 7월에 문을 연 오사카 우키요에 미술관은 아담한 규모와 달리 전시되는 우키요에 작품 수는 적지 않았다. 미술관의 설명대로 ‘우키요에 판화 작품을 가까이서 천천히 감상할 수 있다.’ 이곳 미술관에서는 NHK 대하드라마 <베라보>에서 츠타야 주자부로가 천재적인 기획으로 세상에 알린 도슈사이 샤라쿠의 우키요에도 만날 수 있다. 신선한 테마의 우키요에를 전시회나 엽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제대로 만족할 수 있는 미술관이다.

오사카 우키요에 미술관
오사카 우키요에 미술관
주소 : 〒542-0085 Osaka, Chuo Ward, Shinsaibashisuji, 2 Chome−2−23 不二家心斎橋ビル 3F
운영 시간 : 10:00 ~ 17:00
입장료 : 1,000엔
홈페이지 : osaka-ukiyoe-museum.com

영화 <국보>의 주인공 키쿠오 역을 맡았던 요시자와 료가 신권 1만엔 지폐의 NHK 대하드라마 <청천을 찔러라> DVD
요시자와 료처럼 시부사와로 분한 NHK 캐릭터 도모군, 그리고 한국어판 번역을 맡은 NHK 출판사의 시부사와 평전 원서.
이제 오사카 근교의 와카야마현으로 향할 시간. 이번에는 영화 <국보>의 주인공 키쿠오를 연기한 요시자와 료가 2021년 NHK 대하드라마 <청천을 찔러라(青天を衝け)>의 시부사와 에이이치 모습으로 등장했다. 신권 1만 엔 지폐의 초상인물이자 ‘근대 일본 경제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는 노년에 민간 외교관으로 활약하며 ‘민간인들의 힘’이 만들어 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를 대표하는 활동이 시부사와에게 노벨 평화상 후보 타이틀을 안겨주기도 한 미일 인형 교류이다. 작년 NHK <하나카페>에서도 소개했는데, 20세기 초에 이민 문제로 악화된 미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양국의 어른들은 뒤에서 지원하고 양국의 아이들과 인형들이 주역으로 활약한 역사가 미일 인형 교류다.
일본 측 대표를 맡았던 시부사와는 미국이 보내 온 파란 눈의 인형들에 대한 답례로 장인들의 섬세한 손에서 탄생한 여자 아이 모습의 이치마쓰 인형들을 미국으로 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세기 유럽과 북미의 자포니즘에서는 미술과 공예 분야에서 남자 아이 모습의 이치마쓰 인형이 주목을 받았으나, 시부사와의 미일 인형 교류 이후에는 여자 아이 모습의 이치마쓰 인형이 현대의 미국에서 더욱 주목을 받으며 21세기 미국 문학의 소재로도 등장하게 되었다.

인형공양 신사로 잘 알려진 와카야마현의 아와시마 신사. 이치마쓰 인형 콜렉션이 있는 내 방의 한 공간을 확장한 버전과도 같은 아와시마 신사의 이치마쓰 인형 코너.
서구권에서 자포니즘 테마로 연구되는 다양한 일본 인형들을 만날 수 있는 인형의 집과도 같은 곳이다.
붉은색 내부의 열차를 타고 카다(加太)역에 도착했다. 오토바이를 조용히 모는 할머니,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유치원생들, 프랑스어 간판이 있는 고즈넉한 카페가 있는 와카야마현 카다는 활기차게 북적이는 오사카 시내와는 다른 세계였다. 같은 긴키 지방이지만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카다 역에서 20~30분 정도 걸었을까? 마침내 붉은색 도리이가 있는 아와지마 신사가 보였다. 시부사와의 미일 인형 교류에 관한 석사논문을 쓰면서 현대 미국 문학에 ‘작은 자포니즘’ 물결을 일으키기도 한 여아 이치마쓰 인형들이 많이 모여 있는 이 신사에 꼭 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소원을 이루었다.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 모습의 이치마쓰 인형 외에도 다양한 일본 인형이 안치되어 있는 아와시마 신사는 일본인들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는 장소이다. 일본에서 인형은 원래 액운을 쫓아내고 행운을 가져다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인형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물이다. 하지만 인형을 사람처럼 대하는 문화와 정서가 있는 일본에서는 낡은 인형이나 더 이상 맡아 줄 사람이 없는 인형을 사람처럼 ‘화장’하는데, 그런 ‘인형 공양’을 맡아주는 곳이 사찰이나 신사다. 인형 공양으로 유명한 아와시마 신사는 누군가에게 사랑받던 인형들이 마지막 여정을 보내는 안식처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것도 사람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에게 아와시마 신사의 이치마쓰 인형 코너는 내 방에서 이치마쓰 인형들이 있는 작은 공간을 확대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어서 친근했다. 이 신사를 주로 찾는 사람들은 부인병 치유, 건강한 출산, 행복한 연애 성취라는 바람을 안고 온다. 의미를 알면 다르게 보인다. 아와시마 신사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인형들과 자신의 일을 소중히 해나가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따뜻한 공간이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에서 자극을 받아 하게 된 이번 긴키 지방의 여행은 인형에서 시작해 인형으로 끝나는 여행이 되었다. 거리에도, 극장에도, 우키요에, 신사에도, 인형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살고 있었다. 인형을 통해 일본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연구는 서구에서 일찌감치 19세기 자포니즘 붐과 함께 시작되었다. 당시 서구의 예술가들에게 일본 인형은 우키요에와 함께 인기 수집품이기도 했다. 현대 한국의 출판과 영화 등 문화 콘텐츠에도 일본 인형이 영감의 원천으로 공존하는 예시들이 있다. 창작의 원동력은 내부(자국 문화)에서 받을 수도 있고 외부(타국 문화)에서도 받을 수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오사카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도 도착 첫 날과 같이 숙소 근처의 번화가 도톤보리를 걸었다. 일본어만큼이나 한국어도 많이 들렸다. 오사카는 한국 사람들이 친근하고 편하게 느끼는 도시다. 간사이공항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나를 비롯해 일본 문화와 일본 여행에서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는 한국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일본 문화와 일본 여행을 소비로만 끝내지 않고 어떠한 방법으로든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사람들도 떠올려 보았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관찰하는 게 내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자포니즘 연구가 아닐까 싶었다.
글·사진 | 이주영

프랑스어와 일본학을 전공했다. 프랑스어, 일본어, 영어, 한국어를 활용해 다언어 일본학도 번역가와 출판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 집필진의 공저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시리즈와 시사일본연구소에 자포니즘 연구가 타이틀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자포니즘 테마로 NHK 국제라디오 한국어 방송 <하나카페>와 영어 방송 <Friends Around The World> 에 출연했다. 신권 1만엔 지폐의 시부사와 에이이치와 미일인형교류가 일으킨 미국문학의 자포니즘을 논문과 특강에서 다루었고 NHK 출판사의 도서『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윤리경영 리더십』을 번역했다.
자포니즘, 일상에서 즐기는 일본 문화 여행 #7-2
자포니즘을 매개로 일본 인형, NHK 월드재팬과 인연을 맺어 온 개인적인 경험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낸 공식이 있다. 오사카 출신의 인형이라는 점에서 분라쿠 인형을 친근하게 생각하는 오사카 아줌마(大阪おばちゃん) + 국립 분라쿠 극장에 붙어 있던 영화 <국보>의 포스터 = NHK 월드재팬 한국어 방송 <하나카페>라는 등식이다. NHK <하나카페>에 출연해 일본 인형과 자포니즘이 연결된 에피소드를 관심 있게 듣서고 NHK 방송국에 종종 엽서를 보내주시던 어느 일본인 애청자 분이 오사카 출신의 중년여성이었다. 오사카의 애청자 분이 일본 인형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추천해 준 오사카의 관광지가 <소네자키 신주>와 얽혀 있는 신사, 10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쓰유노텐 신사(露天神社)였다.
오사카에 온 덕분에 <소네자키 신주>와 관련된 신사를 마침내 직접 찾아가 볼 수 있었다. <소네자키 신주>는 비극적인 내용이지만, 정작 소네자키 신주의 배경이 된 신사는 커플들이 찾아와 사랑의 결실을 빌거나 행운의 에마와 오미쿠지를 구입하는 밝은 분위기의 장소라는 평이 많았다. 실제로 보니 듣던 대로 연인들의 성지였다. 신사에서 소원을 비는 20~30대의 일본인 커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나라에 관계없이 진심어린 사랑 이야기는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본질적인 것'에 있지 않을까?
소네자키 신주의 배경이 된 쓰유노텐 신사의 풍경
오사카의 인형들과 영화 <국보> 포스터가 손을 잡고 만들어낸 NHK <하나카페>의 공식은 저녁에도 효력을 발휘했다.
도톤보리 강변의 한 귀퉁이 벽을 장식한 유명한 우키요에 두 점.
고흐 등 유명한 인상파 화가들 사이에 자포니즘 물결을 일으킨 대표적인 호쿠사이의 우키요에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와 <붉은 후지산>.
도톤보리의 강변을 걸으면서 내 눈이 자연스럽게 멈춘 곳은 어느 가게의 벽을 장식한 호쿠사이의 우키요에 대표작이었다. 서구권 관광객들도 이 익숙한 우키요에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호감은 아는 것과 익숙한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 온 나나 서구에서 온 여행객이나 우키요에 앞에 서면 일본 문화에 똑같은 호기심을 보이는 외국인들이었다.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는 나에게 긴키(간사이) 지방과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게 해준 관문이기도 하다.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가 표지의 고정 모델로 활용되는 한일 공저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시리즈가 긴키 지방 출신의 PD님이 총괄하는 NHK 하나카페와 오사카 출신의 <하나카페> 애청자와 2021년부터 지금까지 인연의 물결을 만들어주고 있어서다. 지난 번 연재에서는 우키요에 출판업자인 츠타야 주자부로의 인생을 그린 NHK 대하드라마 <베라보(べらぼう)>(영화 <국보>에서 슌스케를 연기한 요코하마 류세이가 츠타야 주자부로 역으로 활약)와 우키요에 이야기를 했다.
한일 집필진의 공저 다섯 번째 이야기『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5』의 저자이자 자포니즘 연구가 타이틀로 작년에도 출연한 NHK <하나카페>.
이미지 출처는 NHK <하나카페> 홈페이지
오사카 아주머니도 좋아하는 호쿠사이의 우키요에와 NHK <베라보>의 원작소설, 그리고 작년에 NHK <하나카페>에서 기념품으로 받은 <베라보>의 굿즈.
오사카 우키요에 미술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국립 분라쿠 극장과 마찬가지로 오사카 우키요에 미술관도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오사카 우키요에 미술관은 미술관의 편견을 깨주겠다는 듯 아케이드 상점가 3층에 있었다. 도쿄에서도, 오사카에서도, 우키요에 미술관에는 어김없이 서구권 관광객들이 잔뜩 모여 있다. 미술관 입구부터 전시장 안까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가 마구 뒤섞이고 있었다. 서양 근대미술에 영향을 끼친 자포니즘은 우키요에로부터 시작되었으니 서구권 사람들에게 우키요에는 단순히 보고 스치는 이국적인 미술이 아니라 교과서, 광고, 대중문화에서 익숙해진, 그들 나름 편안함을 가진 예술 장르이다.
2019년 7월에 문을 연 오사카 우키요에 미술관은 아담한 규모와 달리 전시되는 우키요에 작품 수는 적지 않았다. 미술관의 설명대로 ‘우키요에 판화 작품을 가까이서 천천히 감상할 수 있다.’ 이곳 미술관에서는 NHK 대하드라마 <베라보>에서 츠타야 주자부로가 천재적인 기획으로 세상에 알린 도슈사이 샤라쿠의 우키요에도 만날 수 있다. 신선한 테마의 우키요에를 전시회나 엽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제대로 만족할 수 있는 미술관이다.
오사카 우키요에 미술관
영화 <국보>의 주인공 키쿠오 역을 맡았던 요시자와 료가 신권 1만엔 지폐의 NHK 대하드라마 <청천을 찔러라> DVD
요시자와 료처럼 시부사와로 분한 NHK 캐릭터 도모군, 그리고 한국어판 번역을 맡은 NHK 출판사의 시부사와 평전 원서.
이제 오사카 근교의 와카야마현으로 향할 시간. 이번에는 영화 <국보>의 주인공 키쿠오를 연기한 요시자와 료가 2021년 NHK 대하드라마 <청천을 찔러라(青天を衝け)>의 시부사와 에이이치 모습으로 등장했다. 신권 1만 엔 지폐의 초상인물이자 ‘근대 일본 경제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는 노년에 민간 외교관으로 활약하며 ‘민간인들의 힘’이 만들어 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를 대표하는 활동이 시부사와에게 노벨 평화상 후보 타이틀을 안겨주기도 한 미일 인형 교류이다. 작년 NHK <하나카페>에서도 소개했는데, 20세기 초에 이민 문제로 악화된 미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양국의 어른들은 뒤에서 지원하고 양국의 아이들과 인형들이 주역으로 활약한 역사가 미일 인형 교류다.
일본 측 대표를 맡았던 시부사와는 미국이 보내 온 파란 눈의 인형들에 대한 답례로 장인들의 섬세한 손에서 탄생한 여자 아이 모습의 이치마쓰 인형들을 미국으로 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세기 유럽과 북미의 자포니즘에서는 미술과 공예 분야에서 남자 아이 모습의 이치마쓰 인형이 주목을 받았으나, 시부사와의 미일 인형 교류 이후에는 여자 아이 모습의 이치마쓰 인형이 현대의 미국에서 더욱 주목을 받으며 21세기 미국 문학의 소재로도 등장하게 되었다.
인형공양 신사로 잘 알려진 와카야마현의 아와시마 신사. 이치마쓰 인형 콜렉션이 있는 내 방의 한 공간을 확장한 버전과도 같은 아와시마 신사의 이치마쓰 인형 코너.
서구권에서 자포니즘 테마로 연구되는 다양한 일본 인형들을 만날 수 있는 인형의 집과도 같은 곳이다.
붉은색 내부의 열차를 타고 카다(加太)역에 도착했다. 오토바이를 조용히 모는 할머니,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유치원생들, 프랑스어 간판이 있는 고즈넉한 카페가 있는 와카야마현 카다는 활기차게 북적이는 오사카 시내와는 다른 세계였다. 같은 긴키 지방이지만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카다 역에서 20~30분 정도 걸었을까? 마침내 붉은색 도리이가 있는 아와지마 신사가 보였다. 시부사와의 미일 인형 교류에 관한 석사논문을 쓰면서 현대 미국 문학에 ‘작은 자포니즘’ 물결을 일으키기도 한 여아 이치마쓰 인형들이 많이 모여 있는 이 신사에 꼭 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소원을 이루었다.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 모습의 이치마쓰 인형 외에도 다양한 일본 인형이 안치되어 있는 아와시마 신사는 일본인들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는 장소이다. 일본에서 인형은 원래 액운을 쫓아내고 행운을 가져다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인형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물이다. 하지만 인형을 사람처럼 대하는 문화와 정서가 있는 일본에서는 낡은 인형이나 더 이상 맡아 줄 사람이 없는 인형을 사람처럼 ‘화장’하는데, 그런 ‘인형 공양’을 맡아주는 곳이 사찰이나 신사다. 인형 공양으로 유명한 아와시마 신사는 누군가에게 사랑받던 인형들이 마지막 여정을 보내는 안식처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것도 사람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에게 아와시마 신사의 이치마쓰 인형 코너는 내 방에서 이치마쓰 인형들이 있는 작은 공간을 확대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어서 친근했다. 이 신사를 주로 찾는 사람들은 부인병 치유, 건강한 출산, 행복한 연애 성취라는 바람을 안고 온다. 의미를 알면 다르게 보인다. 아와시마 신사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인형들과 자신의 일을 소중히 해나가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따뜻한 공간이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에서 자극을 받아 하게 된 이번 긴키 지방의 여행은 인형에서 시작해 인형으로 끝나는 여행이 되었다. 거리에도, 극장에도, 우키요에, 신사에도, 인형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살고 있었다. 인형을 통해 일본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연구는 서구에서 일찌감치 19세기 자포니즘 붐과 함께 시작되었다. 당시 서구의 예술가들에게 일본 인형은 우키요에와 함께 인기 수집품이기도 했다. 현대 한국의 출판과 영화 등 문화 콘텐츠에도 일본 인형이 영감의 원천으로 공존하는 예시들이 있다. 창작의 원동력은 내부(자국 문화)에서 받을 수도 있고 외부(타국 문화)에서도 받을 수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오사카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도 도착 첫 날과 같이 숙소 근처의 번화가 도톤보리를 걸었다. 일본어만큼이나 한국어도 많이 들렸다. 오사카는 한국 사람들이 친근하고 편하게 느끼는 도시다. 간사이공항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나를 비롯해 일본 문화와 일본 여행에서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는 한국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일본 문화와 일본 여행을 소비로만 끝내지 않고 어떠한 방법으로든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사람들도 떠올려 보았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관찰하는 게 내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자포니즘 연구가 아닐까 싶었다.
글·사진 | 이주영
프랑스어와 일본학을 전공했다. 프랑스어, 일본어, 영어, 한국어를 활용해 다언어 일본학도 번역가와 출판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 집필진의 공저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시리즈와 시사일본연구소에 자포니즘 연구가 타이틀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자포니즘 테마로 NHK 국제라디오 한국어 방송 <하나카페>와 영어 방송 <Friends Around The World> 에 출연했다. 신권 1만엔 지폐의 시부사와 에이이치와 미일인형교류가 일으킨 미국문학의 자포니즘을 논문과 특강에서 다루었고 NHK 출판사의 도서『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윤리경영 리더십』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