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니즘, 일상에서 즐기는 일본 문화 여행 #8
‘고양이에 진심인 나라’ 일본에서 2월 22일은 고양이의 날이다. 왜 2월 22일이냐면,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나타내는 일본어 의성어 ‘냥냥냥(にゃん ․ にゃん ․ にゃん)과 숫자 222의 일본어 발음 ‘니니니(に ‧ に ‧ に)’가 비슷해서라고 한다. 고양이의 날은 1987년 고양이 애호가들이 모여서 만든 ‘고양이의 날 실행위원회’가 제정했다.
나는 집에서 일본의 복고양이 캐릭터 ‘마네키네코(招き猫)’ 두 마리를 기르고 있다.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를 읽고 고양이를 무서워했던 어린이가 캐릭터 형태의 고양이에게 친근감을 느끼는 어른이 되었다. 그 계기는 역시 ‛자포니즘’이다.

2022년 NHK 국제라디오 한국어 방송 <하나카페>에 소개한 NHK 간판 캐릭터 ‘도모군과’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시리즈의 간판 모델 마네키네코의 만남. | NHK 하나카페의 홈페이지
2021년부터 자포니즘 연구가 타이틀로 글을 기고하게 된 한일 공저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시리즈에서 고정 표지 모델이 마네키네코다.

고양이 두 마리가 주인공이기도 한 이주호 저자의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
일본학도의 눈으로 읽으니 노자의 철학을 글과 강연에 활용하기도 하는 중국 고전 전문가 모리야 아쓰시가 떠올랐다.
마침 처음 번역한 일본책이 공자의 『논어』를 기반으로 한 모리야 아쓰시의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윤리경영 리더십』이다.
그리고 자포니즘 에세이로 인연을 맺은 브릭스 매거진에서 올해 펴낸 신간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도 표지 모델이 고양이다. 브릭스 매거진의 편집장인 이주호 저자가 쓴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는 일본 고양이의 날처럼 재치 있는 언어유희를 품고 있다. 고양이 밥을 주고 맥주를 마시는 소박한 일상을 사랑하는 저자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철학자 노자의『도덕경』을 읽다가 길에서 구조된 고양이 두 마리를 우연히 맡아 기르게 된다.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의 표지를 장식한 두 마리 고양이 하나가 ‘노자’다. 하지만 중국 철학자 노자와 발음만 같을 뿐, 의미는 ‘길에서 태어난 아이(路子)’다.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시리즈의 표지 모델인 마네키네코, 그리고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의 표지 모델인 고양이 두 마리가 사뿐사뿐 걸어 나오는 상상을 해 본다. 그렇게 고양이들과 함께 떠나는 고양이 자포니즘의 여정!

‘검은 고양이’ 라는 키워드로 연결되는 니시자키 겐의 단편 에세이『조연들』과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
검은 고양이 노자를 보자마자 생각난 일본 작품이 있다. 매달 두 번 모이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어 번역연구회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베스트 에세이 2024ベストエッセイ 2024』에 실린 니시자키 겐(西崎 憲)의 『조연들』(脇役たち)이다. 1955년생으로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 편역 등 영미 환상문학 번역가이기도 한 작가이자 작곡가 니시자키 겐이 쓴 『조연들』에서 나의 눈을 사로잡은 단어는 단연 ‘シャノワール(샤누아르)’였다.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의 검은 고양이 노자도 집중할 수밖에 없는 프랑스어 ‘Chat noir(검은 고양이)’다. 일본 에세이에 나온 프랑스어 단어 ‘샤누아르’는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의 제목에서 영감을 얻은 파리 몽마르트르의 유명 카바레였던 ‘르 샤 누아르(Le Chat Noir)’를 가리킨다. 1881년에 세워진 세계 최초의 현대식 카바레로 알려진 ‘르 샤 누아르’는 자유로운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다.

19세기 파리에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현대식 카바레 「르 샤 누아르」의 포스터

드뷔시가 작곡한 <바다>에 큰 영감을 준 호쿠사이의 우키요에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자포니즘 연구에 큰 도움을 준 일본의 자포니즘 책 표지에서도 만난 우키요에. 엽서도 소장할 정도로 좋아하는 우키요에다.
카바레 르 샤 누아르를 드나들었던 예술가 중에는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우키요에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를 보고 <바다La Mer>를 작곡한 인상파 음악가 드뷔시도 있었다. 르 샤 누아르가 있던 곳이 몽마르트르인데, 몽마르트르의 예술가로 불릴 정도로 이곳의 분위기를 많은 그림과 포스터에 담은 화가 로트레크도 우키요에의 팬이었다. 19세기에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과 북미에 우키요에와 일본 감성에 매료된 작가, 예술가들이 적지 않았다. 일명 ‘자포니즘 붐’이다.
자포니즘을 일으킨 출발점은 일본 전통 판화 우키요에(浮世絵)인데, 모네의 일상과 우키요에 수집품에서 주목한 것은 흰색 고양이다. 순간, 하얀색의 마네키네코와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의 하얀 바탕 줄무늬 고양이가 신나하는 것 같다.
히로시게의《명소에도백경(名所江戸百景)》연작 중 하나인 <아사쿠사의 논과 도리노마치 제례(浅草田圃酉の町詣)>는 모네가 좋아해 수집한 우키요에로도 알려져 있다. 유녀의 방 창가에서 저 멀리 신사의 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하얀색 고양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에서 구입한 일본도서『인상파 모네 : 꽃의 정원, 물의 정원印象派のモネ「花の庭・水の庭』에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모네의 집 식당 벽은 우키요에로만 장식되어 있다. 식당 벽면 아래에 놓인 노란색 장식장에는 핑크색 쿠션에 올려놓은 도기로 된 하얀색 고양이 인형이 있다. 글만 읽어도 히로시게의 우키요에 <아사쿠사의 논과 도리노마치 제례>와 연결되는 풍경이다. 마네키네코 두 마리를 기르는 입장이라 그런지 모네의 집에 살았다는 하얀색 고양이 인형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모네가 아꼈다는 하얀색 고양이 모양의 도기 인형 | 이미지 출처: <Smithsonian Magazine>

정원 가꾸기를 즐겼던 모네는 그림도 녹색 배경이 많다. 모네의 집 식당 벽은 우키요에로 장식되어 있고 장식장에는 일본산 도기 흰색 고양이 인형이 살았다.
마침 우리 집의 주방 벽지도 녹색이라 일본산 녹색 빛 리사이클 기모노 천 위에 하얀색의 마네키네코 두 마리를 앉게 했다.
그리고 모네가 수집한 것으로 알려진 히로시게의 고양이 우키요에 <아사쿠사의 논과 도리노마치 제례>를 들고 있게 했다. 도쿄에서 구입한 엽서다.
놀랍게도 모네가 가지고 있었던 도기로 된 하얀색 고양이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모네가 고양이가 등장하는 <아사쿠사의 논과 도리노마치 제례>를 포함해 우키요에를 아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일본산 하얀색 고양이 도기 인형까지 소중하게 여겼다니, 모네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취향이 비슷하면 끌린다. 모네와 나는 살아가는 시대, 나라, 직업, 성별 공통점이 전혀 없지만 자포니즘에 매료되어 있다는 점에서 통한다. 그리고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의 표지에 있는 두 마리의 고양이 중에서 어느새 하얀색에 가까운 고양이에게 마음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표지에서 당당히 앞에 놓인 검은색 고양이 노자에 비해서 뒤에 소심하게 자리 잡은 고양이는 노자의 조연처럼 보인다. 우키요에의 세계에도 주인공처럼 보이는 고양이와 조연처럼 보이는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우키요에는 히로시게의 <아사쿠사의 논과 도리노마치 제례> 말고도 꽤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미인의 애완동물처럼 주인공인 사람을 빛내주는 조연으로 기능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주호 작가의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처럼 고양이를 과감히 주인공으로 내세운 우키요에 작가가 있다. ‘고양이 우키요에 화가’라는 수식이 어울리는 우타가와 구니요시(歌川国芳).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그림에 나오는 고양이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2024년 도쿄에서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의인화된 고양이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었던 전시회가 있었다. 우키요에 전문 미술관으로 유명한 오타기념미술관(太田記念美術館)에서 열린 <구니요시의 부채 그림>이었다. 에도 시대에 부채는 여름의 더위를 피하게 해주는 물건이기도 했지만, 가부키 팬들에게는 응원 활동용 굿즈이기도 했다. 그러니 부채의 디자인도 중요했다. 우타가와 구니요시는 고양이 애호가였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화가가 그린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당당하고 유쾌하다.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부채 그림 세상 속 고양이들은 춤도 추고 가부키 배우가 되어 연기도 하고 한껏 멋을 부리고 악기를 연주하기도 한다. 모습만 고양이지 영락없는 인간이다. 표정과 행동도 인간 같다. 애묘가인 우타가와 구니요시가 평소 고양이들의 행동을 얼마나 섬세하게 관찰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의 이주호 작가도 애묘가답게 고양이 두 마리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포착해 묘사한다. 어느 대상이든 애정이 있으면 집중하고 관찰한다.

도쿄 오타기념미술관의 전시회 <구니요시의 부채 그림>에서 구입한 도록과 엽서.
우타가와 구니요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미술 관련 프랑스 책을 리뷰하는 일을 하면서부터이다. 자포니즘의 탄생지 프랑스답게 미술사를 다룬 책에는 어김없이 프랑스 근대 미술에 영향을 준 우키요에를 상세히 다룬다. 우타가와 구니요시도 프랑스 미술책에 자주 나오는 화가이다. 프랑스에서도 그는 ‘고양이, 유령, 사무라이’를 그리는 우키요에 화가로 유명하다. 실제로 우타가와 구니요시는 요괴화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화가인데, 요괴화에도 당연히 고양이가 나온다.
도쿄 오타기념미술관의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부채 그림 전시회와 도록에서 본 앉아 있는 하얀색 고양이는 두 가지 이유에서 익숙하다. 우선, 이 고양이를 활용한 프랑스책 표지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두 마리나 기르고 있는 마네키네코와 어딘지 느낌이 비슷하다. 우키요에도, 우타가와 구니요시도, 마네키네코도, 에도 시대에 태어났다.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우키요에 속 고양이를 표지 모델로 활용한 프랑스 아동서 『LA FORMIDABLE AVENTURE DU CHAT DE MAITRE KUNIYOSHI』
6~8세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 우키요에 자체가 일본 만화와 닮은 데다 우타가와 구니요시 작품에는 요괴와 신비한 존재가 가득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우키요에를 탐험할 수 있게 돕는 존재로 ‘네코(Neko)’가 등장한다. 네코는 ‘고양이’를 뜻하는 말로 이 책에서 사무라이로 변신하는 고양이로 나온다.

일본과 프랑스 합작 애니메이션 <고스트캣 앙주>의 일본판 포스터. 이미지 출처: ghostcat-anzu.jp
한국에도 잘 알려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고스트캣 앙주>는 일본과 프랑스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일본의 전통 요괴 신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소녀 카린과 고양이 요괴 앙주의 따뜻하고 유쾌한 모험을 그린 작품으로 일본어 제목은 <化け猫あんずちゃん>이다. ‘고스트캣’과 ‘化け猫(고양이 요괴)’이라는 표현에서 고양이와 유령 및 요괴를 즐겨 그린 우타가와 구니요시를 떠올리게 된다. 어쩐지 <고스트캣 앙주>가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힐링 버전 같기도 하다.
표지에 등장하는 고양이 두 마리에 끌려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라는 책을 구입하고, 우키요에와 출판물 속 고양이에 주목하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고스트캣 앙주>를 찾아보는 나는 ‘애묘인’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실, 나는 고양이를 길러 본 적이 없다. 고양이를 길러보기는커녕, 고양이를 만져 본 적도 없다(강아지도 만져 본 적이 없다). 털이 달린 동물은 만질 용기가 나지 않는데, 털 원단으로 만들어진 고양이나 동물 모양의 봉제인형은 잘 껴안는다.
나에게 살아 있는 고양이나 동물은 적절한 거리를 지키고 그저 관찰하는 생명체일 때 편하다. 오히려 곁에 두고 계속 만지고 싶은 고양이나 동물은 일본 문화나 자포니즘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문화 콘텐츠에 나오는 고양이나 동물 캐릭터다. 마네키네코, 헬로키티, 도라에몽, 마네키네코, 요괴워치 지바냥, 토토로 고양이 버스, 우키요에 속 고양이, <고스트캣>의 앙주 등이 내가 선호하는 반려 고양이들이다.

헬로키티가 화면 맨 처음 등장하는 NHK 국제라디오 한국어 방송(2026년 5월 1일). | 이미지 출처: NHK WORLD 홈페이지
NHK 국제라디오 한국어 방송의 5월 1일자 짧은 영상에서 맨 처음 등장하는 헬로키티의 모습에 끌려 클릭했다. 헬로키티 등 인기 캐릭터로 유명한 ‘산리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박물관이 4월 3일 야마나시현에서 문을 열었다는 내용이다. 헬로키티는 태어나서 제일 먼저 좋아하게 된 고양이 캐릭터다. 지금도 헬로키티 그림이 들어간 파우치를 사용하고 포장지의 모델이 헬로키티일 때 제품을 선택한다. 타코야키집이나 일본풍 카페에 갈 때 가장 먼저 사진에 담는 것은 가게를 지키는 마네키네코다.
동네 근처 작은 공원을 지나칠 때마다 치즈 색에 가까운 털을 간직한 길고양이와 마주친다. 길고양이와 나는 매번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채 몇 초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서로 쳐다본다. 그리고 각자 갈 길을 간다. 길고양이는 생명체로서 존중한다. 길고양이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함부로 다가와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무해한 인간? 먹을 것 하나 안 주는 무심한 인간? 그런 면에서 내가 애묘인이 아니라는 걸 인정한다. 고양이를 매개로 하는 일본학과 자포니즘 연구를 사랑할 뿐일지도 모른다.

사람 대신 이치마쓰 인형이, 살아 있는 검은 고양이 대신 검은 고양이 스티커가 차지한 공간.
붙박이장에 붙어 있는 검은 고양이 스티커가 사뿐사뿐 걸어와 이렇게 말해주는 상상을 했다. “여기가 너의 ‘르 샤 누아르’야.”
글·사진 | 이주영

프랑스어와 일본학을 전공했다. 프랑스어, 일본어, 영어, 한국어를 활용해 다언어 일본학도 번역가와 출판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 집필진의 공저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시리즈와 시사일본연구소에 자포니즘 연구가 타이틀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자포니즘 테마로 NHK 국제라디오 한국어 방송 <하나카페>와 영어 방송 <Friends Around The World> 에 출연했다. 프랑스 소설 『할복』, NHK 일본 도서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윤리경영 리더십』,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집 『도쿄의 아침』(공역, 전자책)을 번역했다.
자포니즘, 일상에서 즐기는 일본 문화 여행 #8
‘고양이에 진심인 나라’ 일본에서 2월 22일은 고양이의 날이다. 왜 2월 22일이냐면,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나타내는 일본어 의성어 ‘냥냥냥(にゃん ․ にゃん ․ にゃん)과 숫자 222의 일본어 발음 ‘니니니(に ‧ に ‧ に)’가 비슷해서라고 한다. 고양이의 날은 1987년 고양이 애호가들이 모여서 만든 ‘고양이의 날 실행위원회’가 제정했다.
나는 집에서 일본의 복고양이 캐릭터 ‘마네키네코(招き猫)’ 두 마리를 기르고 있다.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를 읽고 고양이를 무서워했던 어린이가 캐릭터 형태의 고양이에게 친근감을 느끼는 어른이 되었다. 그 계기는 역시 ‛자포니즘’이다.
2022년 NHK 국제라디오 한국어 방송 <하나카페>에 소개한 NHK 간판 캐릭터 ‘도모군과’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시리즈의 간판 모델 마네키네코의 만남. | NHK 하나카페의 홈페이지
2021년부터 자포니즘 연구가 타이틀로 글을 기고하게 된 한일 공저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시리즈에서 고정 표지 모델이 마네키네코다.
고양이 두 마리가 주인공이기도 한 이주호 저자의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
일본학도의 눈으로 읽으니 노자의 철학을 글과 강연에 활용하기도 하는 중국 고전 전문가 모리야 아쓰시가 떠올랐다.
마침 처음 번역한 일본책이 공자의 『논어』를 기반으로 한 모리야 아쓰시의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윤리경영 리더십』이다.
그리고 자포니즘 에세이로 인연을 맺은 브릭스 매거진에서 올해 펴낸 신간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도 표지 모델이 고양이다. 브릭스 매거진의 편집장인 이주호 저자가 쓴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는 일본 고양이의 날처럼 재치 있는 언어유희를 품고 있다. 고양이 밥을 주고 맥주를 마시는 소박한 일상을 사랑하는 저자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철학자 노자의『도덕경』을 읽다가 길에서 구조된 고양이 두 마리를 우연히 맡아 기르게 된다.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의 표지를 장식한 두 마리 고양이 하나가 ‘노자’다. 하지만 중국 철학자 노자와 발음만 같을 뿐, 의미는 ‘길에서 태어난 아이(路子)’다.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시리즈의 표지 모델인 마네키네코, 그리고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의 표지 모델인 고양이 두 마리가 사뿐사뿐 걸어 나오는 상상을 해 본다. 그렇게 고양이들과 함께 떠나는 고양이 자포니즘의 여정!
‘검은 고양이’ 라는 키워드로 연결되는 니시자키 겐의 단편 에세이『조연들』과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
검은 고양이 노자를 보자마자 생각난 일본 작품이 있다. 매달 두 번 모이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어 번역연구회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베스트 에세이 2024ベストエッセイ 2024』에 실린 니시자키 겐(西崎 憲)의 『조연들』(脇役たち)이다. 1955년생으로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 편역 등 영미 환상문학 번역가이기도 한 작가이자 작곡가 니시자키 겐이 쓴 『조연들』에서 나의 눈을 사로잡은 단어는 단연 ‘シャノワール(샤누아르)’였다.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의 검은 고양이 노자도 집중할 수밖에 없는 프랑스어 ‘Chat noir(검은 고양이)’다. 일본 에세이에 나온 프랑스어 단어 ‘샤누아르’는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의 제목에서 영감을 얻은 파리 몽마르트르의 유명 카바레였던 ‘르 샤 누아르(Le Chat Noir)’를 가리킨다. 1881년에 세워진 세계 최초의 현대식 카바레로 알려진 ‘르 샤 누아르’는 자유로운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다.
19세기 파리에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현대식 카바레 「르 샤 누아르」의 포스터
드뷔시가 작곡한 <바다>에 큰 영감을 준 호쿠사이의 우키요에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자포니즘 연구에 큰 도움을 준 일본의 자포니즘 책 표지에서도 만난 우키요에. 엽서도 소장할 정도로 좋아하는 우키요에다.
카바레 르 샤 누아르를 드나들었던 예술가 중에는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우키요에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를 보고 <바다La Mer>를 작곡한 인상파 음악가 드뷔시도 있었다. 르 샤 누아르가 있던 곳이 몽마르트르인데, 몽마르트르의 예술가로 불릴 정도로 이곳의 분위기를 많은 그림과 포스터에 담은 화가 로트레크도 우키요에의 팬이었다. 19세기에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과 북미에 우키요에와 일본 감성에 매료된 작가, 예술가들이 적지 않았다. 일명 ‘자포니즘 붐’이다.
자포니즘을 일으킨 출발점은 일본 전통 판화 우키요에(浮世絵)인데, 모네의 일상과 우키요에 수집품에서 주목한 것은 흰색 고양이다. 순간, 하얀색의 마네키네코와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의 하얀 바탕 줄무늬 고양이가 신나하는 것 같다.
히로시게의《명소에도백경(名所江戸百景)》연작 중 하나인 <아사쿠사의 논과 도리노마치 제례(浅草田圃酉の町詣)>는 모네가 좋아해 수집한 우키요에로도 알려져 있다. 유녀의 방 창가에서 저 멀리 신사의 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하얀색 고양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에서 구입한 일본도서『인상파 모네 : 꽃의 정원, 물의 정원印象派のモネ「花の庭・水の庭』에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모네의 집 식당 벽은 우키요에로만 장식되어 있다. 식당 벽면 아래에 놓인 노란색 장식장에는 핑크색 쿠션에 올려놓은 도기로 된 하얀색 고양이 인형이 있다. 글만 읽어도 히로시게의 우키요에 <아사쿠사의 논과 도리노마치 제례>와 연결되는 풍경이다. 마네키네코 두 마리를 기르는 입장이라 그런지 모네의 집에 살았다는 하얀색 고양이 인형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모네가 아꼈다는 하얀색 고양이 모양의 도기 인형 | 이미지 출처: <Smithsonian Magazine>
정원 가꾸기를 즐겼던 모네는 그림도 녹색 배경이 많다. 모네의 집 식당 벽은 우키요에로 장식되어 있고 장식장에는 일본산 도기 흰색 고양이 인형이 살았다.
마침 우리 집의 주방 벽지도 녹색이라 일본산 녹색 빛 리사이클 기모노 천 위에 하얀색의 마네키네코 두 마리를 앉게 했다.
그리고 모네가 수집한 것으로 알려진 히로시게의 고양이 우키요에 <아사쿠사의 논과 도리노마치 제례>를 들고 있게 했다. 도쿄에서 구입한 엽서다.
놀랍게도 모네가 가지고 있었던 도기로 된 하얀색 고양이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모네가 고양이가 등장하는 <아사쿠사의 논과 도리노마치 제례>를 포함해 우키요에를 아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일본산 하얀색 고양이 도기 인형까지 소중하게 여겼다니, 모네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취향이 비슷하면 끌린다. 모네와 나는 살아가는 시대, 나라, 직업, 성별 공통점이 전혀 없지만 자포니즘에 매료되어 있다는 점에서 통한다. 그리고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의 표지에 있는 두 마리의 고양이 중에서 어느새 하얀색에 가까운 고양이에게 마음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표지에서 당당히 앞에 놓인 검은색 고양이 노자에 비해서 뒤에 소심하게 자리 잡은 고양이는 노자의 조연처럼 보인다. 우키요에의 세계에도 주인공처럼 보이는 고양이와 조연처럼 보이는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우키요에는 히로시게의 <아사쿠사의 논과 도리노마치 제례> 말고도 꽤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미인의 애완동물처럼 주인공인 사람을 빛내주는 조연으로 기능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주호 작가의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처럼 고양이를 과감히 주인공으로 내세운 우키요에 작가가 있다. ‘고양이 우키요에 화가’라는 수식이 어울리는 우타가와 구니요시(歌川国芳).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그림에 나오는 고양이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2024년 도쿄에서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의인화된 고양이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었던 전시회가 있었다. 우키요에 전문 미술관으로 유명한 오타기념미술관(太田記念美術館)에서 열린 <구니요시의 부채 그림>이었다. 에도 시대에 부채는 여름의 더위를 피하게 해주는 물건이기도 했지만, 가부키 팬들에게는 응원 활동용 굿즈이기도 했다. 그러니 부채의 디자인도 중요했다. 우타가와 구니요시는 고양이 애호가였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화가가 그린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당당하고 유쾌하다.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부채 그림 세상 속 고양이들은 춤도 추고 가부키 배우가 되어 연기도 하고 한껏 멋을 부리고 악기를 연주하기도 한다. 모습만 고양이지 영락없는 인간이다. 표정과 행동도 인간 같다. 애묘가인 우타가와 구니요시가 평소 고양이들의 행동을 얼마나 섬세하게 관찰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의 이주호 작가도 애묘가답게 고양이 두 마리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포착해 묘사한다. 어느 대상이든 애정이 있으면 집중하고 관찰한다.
도쿄 오타기념미술관의 전시회 <구니요시의 부채 그림>에서 구입한 도록과 엽서.
우타가와 구니요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미술 관련 프랑스 책을 리뷰하는 일을 하면서부터이다. 자포니즘의 탄생지 프랑스답게 미술사를 다룬 책에는 어김없이 프랑스 근대 미술에 영향을 준 우키요에를 상세히 다룬다. 우타가와 구니요시도 프랑스 미술책에 자주 나오는 화가이다. 프랑스에서도 그는 ‘고양이, 유령, 사무라이’를 그리는 우키요에 화가로 유명하다. 실제로 우타가와 구니요시는 요괴화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화가인데, 요괴화에도 당연히 고양이가 나온다.
도쿄 오타기념미술관의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부채 그림 전시회와 도록에서 본 앉아 있는 하얀색 고양이는 두 가지 이유에서 익숙하다. 우선, 이 고양이를 활용한 프랑스책 표지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두 마리나 기르고 있는 마네키네코와 어딘지 느낌이 비슷하다. 우키요에도, 우타가와 구니요시도, 마네키네코도, 에도 시대에 태어났다.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우키요에 속 고양이를 표지 모델로 활용한 프랑스 아동서 『LA FORMIDABLE AVENTURE DU CHAT DE MAITRE KUNIYOSHI』
6~8세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 우키요에 자체가 일본 만화와 닮은 데다 우타가와 구니요시 작품에는 요괴와 신비한 존재가 가득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우키요에를 탐험할 수 있게 돕는 존재로 ‘네코(Neko)’가 등장한다. 네코는 ‘고양이’를 뜻하는 말로 이 책에서 사무라이로 변신하는 고양이로 나온다.
일본과 프랑스 합작 애니메이션 <고스트캣 앙주>의 일본판 포스터. 이미지 출처: ghostcat-anzu.jp
한국에도 잘 알려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고스트캣 앙주>는 일본과 프랑스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일본의 전통 요괴 신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소녀 카린과 고양이 요괴 앙주의 따뜻하고 유쾌한 모험을 그린 작품으로 일본어 제목은 <化け猫あんずちゃん>이다. ‘고스트캣’과 ‘化け猫(고양이 요괴)’이라는 표현에서 고양이와 유령 및 요괴를 즐겨 그린 우타가와 구니요시를 떠올리게 된다. 어쩐지 <고스트캣 앙주>가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힐링 버전 같기도 하다.
표지에 등장하는 고양이 두 마리에 끌려 『사뿐사뿐 노자가 걸어왔다』라는 책을 구입하고, 우키요에와 출판물 속 고양이에 주목하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고스트캣 앙주>를 찾아보는 나는 ‘애묘인’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실, 나는 고양이를 길러 본 적이 없다. 고양이를 길러보기는커녕, 고양이를 만져 본 적도 없다(강아지도 만져 본 적이 없다). 털이 달린 동물은 만질 용기가 나지 않는데, 털 원단으로 만들어진 고양이나 동물 모양의 봉제인형은 잘 껴안는다.
나에게 살아 있는 고양이나 동물은 적절한 거리를 지키고 그저 관찰하는 생명체일 때 편하다. 오히려 곁에 두고 계속 만지고 싶은 고양이나 동물은 일본 문화나 자포니즘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문화 콘텐츠에 나오는 고양이나 동물 캐릭터다. 마네키네코, 헬로키티, 도라에몽, 마네키네코, 요괴워치 지바냥, 토토로 고양이 버스, 우키요에 속 고양이, <고스트캣>의 앙주 등이 내가 선호하는 반려 고양이들이다.
헬로키티가 화면 맨 처음 등장하는 NHK 국제라디오 한국어 방송(2026년 5월 1일). | 이미지 출처: NHK WORLD 홈페이지
NHK 국제라디오 한국어 방송의 5월 1일자 짧은 영상에서 맨 처음 등장하는 헬로키티의 모습에 끌려 클릭했다. 헬로키티 등 인기 캐릭터로 유명한 ‘산리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박물관이 4월 3일 야마나시현에서 문을 열었다는 내용이다. 헬로키티는 태어나서 제일 먼저 좋아하게 된 고양이 캐릭터다. 지금도 헬로키티 그림이 들어간 파우치를 사용하고 포장지의 모델이 헬로키티일 때 제품을 선택한다. 타코야키집이나 일본풍 카페에 갈 때 가장 먼저 사진에 담는 것은 가게를 지키는 마네키네코다.
동네 근처 작은 공원을 지나칠 때마다 치즈 색에 가까운 털을 간직한 길고양이와 마주친다. 길고양이와 나는 매번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채 몇 초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서로 쳐다본다. 그리고 각자 갈 길을 간다. 길고양이는 생명체로서 존중한다. 길고양이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함부로 다가와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무해한 인간? 먹을 것 하나 안 주는 무심한 인간? 그런 면에서 내가 애묘인이 아니라는 걸 인정한다. 고양이를 매개로 하는 일본학과 자포니즘 연구를 사랑할 뿐일지도 모른다.
사람 대신 이치마쓰 인형이, 살아 있는 검은 고양이 대신 검은 고양이 스티커가 차지한 공간.
붙박이장에 붙어 있는 검은 고양이 스티커가 사뿐사뿐 걸어와 이렇게 말해주는 상상을 했다. “여기가 너의 ‘르 샤 누아르’야.”
글·사진 | 이주영
프랑스어와 일본학을 전공했다. 프랑스어, 일본어, 영어, 한국어를 활용해 다언어 일본학도 번역가와 출판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 집필진의 공저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시리즈와 시사일본연구소에 자포니즘 연구가 타이틀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자포니즘 테마로 NHK 국제라디오 한국어 방송 <하나카페>와 영어 방송 <Friends Around The World> 에 출연했다. 프랑스 소설 『할복』, NHK 일본 도서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윤리경영 리더십』,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집 『도쿄의 아침』(공역, 전자책)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