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반달살기에서 일본 한달살기로 (1)
2023년 말, 드디어 《토이크라우드》라는 잡지를 창간했다. 2016년 출판을 시작하면서부터 내내 품고 있던 꿈을 드디어 이루었다. 1년 반 동안 여러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받아 적고, 취재 내용을 정리하고, 수십 권의 잡지를 읽으며 연구하고, 결국 모든 페이지를 직접 편집하고 디자인해 창간호를 만들어냈다. 몰두하고 달려온 만큼 잡지의 완성도는 내가 봐도 만족스러웠다. 판매량을 떠나 한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고, 최근 반년 동안 어딘가로 여행을 다녀온 적도 없었고, 생일도 다가오고 있었기에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고 싶었다. 슬슬 어딘가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마도
잡지 출간 후 한 달 정도가 지난 새벽. 인터넷 서핑을 하던 도중 충동적으로 당장 사흘 후 대마도로 떠나는 배편과 숙소를 예약해 버렸다. 왜 하필 대마도인가 묻는다면, 그간 수십 번의 일본 여행 대부분은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위주로만 다녔기에 또 다른 지역에도 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마도는 부산에서 배로 1시간 반도 안 걸리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이다. 일본 본토보다 더 가깝고, 특히 부산에서는 가장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라 웬만한 부산 사람들은 대마도에 가본 적이 있을 정도다. 내 부산 친구들도 대부분 대마도에 다녀왔다고 한다. 나는 경상도 출신이긴 하지만 거의 서울에서 자랐고 생활 거점도 서울이기에 여태 대마도와는 그리 친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떠나보기로 했다. 그리 크지 않은 섬이고, 도시가 아니니까 오히려 느긋하게 여행하며 푹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여행을 떠나면 최소 2주 정도는 머무르는 편이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오면 여정의 기록을 꼭 책으로 엮는다. 그런 나에게는 일주일 여정도 짧다. 그렇게 대마도에서의 반달살기를 계획했다.

도쿄나 오사카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일본, 자연의 여행을 할 수 있는 대마도
대마도는 한국 땅? 일본 땅?
대마도의 일본 표기는 ‘쓰시마(対馬)’다. 하우스텐보스로 유명한 나가사키현에 속해 있는 대마도는 섬의 직선거리가 제주도와 비슷하지만 제주도만큼 시내가 번화하거나 관광지가 발달하지 않아 시골이나 다름없다. 일본인 중에서는 대마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대마도는 한국 땅일까, 일본 땅일까. 예전부터 궁금했다. 부산에서 대마도까지 빠른 배로 한 시간 반, 후쿠오카에서 대마도까지는 두 시간 반 정도가 걸리고, 지도를 봐도 거의 한국의 섬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본 본토보다 한국과 더 가깝기에 날씨가 좋을 때는 부산의 높은 아파트에서 대마도가 보일 정도라고 한다.
대마도로 떠나기 전,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대마도에 대해 검색해 보니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글들이 적지 않게 보였다. 역사적으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일본인들이 들어와 살았고, 한국과 일본 양쪽 사이에서 무역으로 섬의 경제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궁핍해지면 왜구의 거점이 되기도 하여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세 차례 대마도 정벌이 있기도 했다. 물론 현재 대마도는 명백한 일본 땅이며 한국인은 여권이 없으면 대마도에 출입할 수 없다. 한국인으로서는 솔직히 아쉽지만, 대마도가 한국의 영토가 될 가능성은 아무래도 없을 것 같다.
대마도로 갈 준비
대마도로 떠나기 이틀 전, 당근마켓으로 접이식 자전거를 구했다. 대마도에 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배차간격이 워낙 길고 그마저도 오후 6시 전에 거의 끊긴다. 차가 없으면 여기저기 다니기 쉽지 않아 여행자들은 렌터카를 많이 이용하는데, 나는 자동차 면허가 없으니까 자전거라도 가지고 가야겠다 싶었다. 현지에서 대여도 가능하지만, 유료이고 해가 지기 전 정해진 시각에 반납해야 하는 부분이 내키지 않았다.
부산에서 대마도까지 당일치기 왕복 배편은 저렴하게는 3만 원대로 예약할 수 있는데(출국세 2천 엔 별도), 여정이 길어질수록 금액이 높아진다. 1박 2일은 7만 원대로 올라가고, 2박 3일은 몇만 원이 더 올라간다. 나는 워낙 출국 직전에 예약했고 또 2주나 체류하다 보니 20만 원 가까이 주고 배편을 예약했다. 부산에서 한 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데 왜 이리 비싼 건지! 그래도 해당 요금은 자전거나 낚시 도구를 지참할 경우 추가 비용이 들지 않고, 귀국편 날짜 변경도 수수료 없이 가능하다고 한다.

밤의 부산항에서 바라본 풍경

대마도로 가는 배 ‘니나호’
대마도로 떠나기 전날,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에 도착했다. 데일리백, 거대한 캐리어, 접이식 자전거를 혼자 들고서 대중교통으로 서울 마포구 집에서 출발해 고속버스터미널을 거쳐 부산 사상 터미널로 이동, 거기서 다시 부산항으로 가는 여정은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미친 짓이었다.
짐이 부피가 크고 무거운 것도 힘들었지만, ‘저 여자는 뭘 저렇게 짐을 한가득 들고 있지’ 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게 더 힘들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친 탓인지 두통이 심하게 와서 그날 밤에 잠을 못 잘 정도였다. 일본에서 부족하게 생활하지 않기 위해 택시비조차 아끼려 했던 것이었지만, 역시 탈 때는 타야 한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부산항 근처에 잡은 숙소에 도착했고, 부산 사는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저녁 식사를 하고 놀다가 헤어졌다.

다음 날 오전 9시 10분 배를 타야 했기에 새벽 일찍 일어났다. 깜깜한 하늘에 서서히 해가 뜨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부산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배에 올라탔다, 고 하기에는 잠이 너무 부족했다. 배가 항구를 떠나기 시작할 때부터 눈을 붙였고, 날씨가 궂고 파도가 거세서 항해하는 내내 배가 크게 흔들렸지만 오히려 그래서 잠이 잘 왔다. 드디어 떠난다는 설렘과 놀이기구 타듯 몸이 흔들려 잠결에도 신나는 마음이었지만, 몇 명의 어린아이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구토를 하는 소리가 바로 근처에서 들려왔기에 마음이 영 좋지는 못했다.

배는 곧 대마도의 히타카쓰항에 도착했다. 숙소는 이즈하라항 부근에 잡아두었다. 대마도는 국제여객터미널이 있는 이즈하라와 히타카쓰 위주로 여행을 하게 되는데, 이즈하라 쪽이 관광지가 모여 있고 쇼핑몰도 있어 대마도에서 그나마 가장 번화한 곳이다. 하지만 이즈하라 국제여객터미널이 팬데믹 때부터 공사 중이기에 히타카쓰항에서 두 시간 반 동안 버스를 타고 이즈하라 시내로 이동해야 했다. 버스 안은 대부분 한국인 관광객과 짐으로 가득했다. 참고로 이즈하라 국제여객터미널 완공은 2024년도 봄쯤이라고 한다.

일본식 주택에서 살아보기
대마도에서는 민숙을 이용했다. 위치는 이즈하라 시내에서 약 2km 떨어진 구타(久田) 지역으로, 찾아본 숙소 중에서 가장 저렴했고 또 일본의 전형적인 목조 주택이어서 호텔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착해서 보니 민숙 사장님 두 분은 부산 출신 한국인이었고, 여사장님은 책을 쓴 작가이기도 했다. 특히 숙소의 고양이가 정말 사랑스러웠는데,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고 오히려 더 쓰다듬어달라고 치대곤 했다.


배정받은 방은 바닥에 다다미가 깔려 있었고 혼자 쓰기에는 넓은 편이었다. 일본 전국의 수많은 숙소와 지인들의 집에서 묵어보았지만, 이렇게 일본 시골집에서 지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이 엿보였으나 사장님들이 워낙 매일 깨끗하게 청소를 하셔서 구석구석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의 목조 주택의 단점은 겨울에는 꽤 춥다는 것…! 히터를 틀지 않으면 실외 기온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사장님들이 더 춥지 않게끔 이동식 히터도 더 가져다주시고 패딩과 목도리도 빌려주시며 신경을 써주셨다.
숙소 사장님들이 사 주신 김치 라멘
차가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는 대마도에서의 일정은, 그런 숙소 사장님들 덕분에 다채로워질 수 있었다. 밤에 혼자 방에 있을 때 여기저기 같이 가 보자고 불러주시고, 식사도 여러 번 사주셨다. 내 생일날에는 이즈하라 시내의 라멘집에서 김치라멘을 사 주셨고, 조각 케이크도 선물해 주셨다. 거의 매일 아침 커피와 빵, 쿠키 등의 간식도 챙겨주셨다. 대마도의 혹한 속에서 숙소 사장님들과 함께한 시간은 참 따뜻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글·사진 | 이스안

키덜트 매거진 《토이크라우드》 편집장. 대학에서 조각과 일본학을 공부했으며 여행, 호러 장르, 키덜트 문화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호러소설집 <기요틴> <카데바> <신체 조각 미술관>, 여행서 <도쿄 모노로그> <한국 인형박물관 답사기> 등이 있다.
https://www.instagram.com/toyphilbooks_suan
대마도 반달살기에서 일본 한달살기로 (1)
2023년 말, 드디어 《토이크라우드》라는 잡지를 창간했다. 2016년 출판을 시작하면서부터 내내 품고 있던 꿈을 드디어 이루었다. 1년 반 동안 여러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받아 적고, 취재 내용을 정리하고, 수십 권의 잡지를 읽으며 연구하고, 결국 모든 페이지를 직접 편집하고 디자인해 창간호를 만들어냈다. 몰두하고 달려온 만큼 잡지의 완성도는 내가 봐도 만족스러웠다. 판매량을 떠나 한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고, 최근 반년 동안 어딘가로 여행을 다녀온 적도 없었고, 생일도 다가오고 있었기에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고 싶었다. 슬슬 어딘가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마도
잡지 출간 후 한 달 정도가 지난 새벽. 인터넷 서핑을 하던 도중 충동적으로 당장 사흘 후 대마도로 떠나는 배편과 숙소를 예약해 버렸다. 왜 하필 대마도인가 묻는다면, 그간 수십 번의 일본 여행 대부분은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위주로만 다녔기에 또 다른 지역에도 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마도는 부산에서 배로 1시간 반도 안 걸리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이다. 일본 본토보다 더 가깝고, 특히 부산에서는 가장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라 웬만한 부산 사람들은 대마도에 가본 적이 있을 정도다. 내 부산 친구들도 대부분 대마도에 다녀왔다고 한다. 나는 경상도 출신이긴 하지만 거의 서울에서 자랐고 생활 거점도 서울이기에 여태 대마도와는 그리 친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떠나보기로 했다. 그리 크지 않은 섬이고, 도시가 아니니까 오히려 느긋하게 여행하며 푹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여행을 떠나면 최소 2주 정도는 머무르는 편이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오면 여정의 기록을 꼭 책으로 엮는다. 그런 나에게는 일주일 여정도 짧다. 그렇게 대마도에서의 반달살기를 계획했다.
도쿄나 오사카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일본, 자연의 여행을 할 수 있는 대마도
대마도는 한국 땅? 일본 땅?
대마도의 일본 표기는 ‘쓰시마(対馬)’다. 하우스텐보스로 유명한 나가사키현에 속해 있는 대마도는 섬의 직선거리가 제주도와 비슷하지만 제주도만큼 시내가 번화하거나 관광지가 발달하지 않아 시골이나 다름없다. 일본인 중에서는 대마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대마도는 한국 땅일까, 일본 땅일까. 예전부터 궁금했다. 부산에서 대마도까지 빠른 배로 한 시간 반, 후쿠오카에서 대마도까지는 두 시간 반 정도가 걸리고, 지도를 봐도 거의 한국의 섬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본 본토보다 한국과 더 가깝기에 날씨가 좋을 때는 부산의 높은 아파트에서 대마도가 보일 정도라고 한다.
대마도로 떠나기 전,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대마도에 대해 검색해 보니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글들이 적지 않게 보였다. 역사적으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일본인들이 들어와 살았고, 한국과 일본 양쪽 사이에서 무역으로 섬의 경제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궁핍해지면 왜구의 거점이 되기도 하여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세 차례 대마도 정벌이 있기도 했다. 물론 현재 대마도는 명백한 일본 땅이며 한국인은 여권이 없으면 대마도에 출입할 수 없다. 한국인으로서는 솔직히 아쉽지만, 대마도가 한국의 영토가 될 가능성은 아무래도 없을 것 같다.
대마도로 갈 준비
대마도로 떠나기 이틀 전, 당근마켓으로 접이식 자전거를 구했다. 대마도에 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배차간격이 워낙 길고 그마저도 오후 6시 전에 거의 끊긴다. 차가 없으면 여기저기 다니기 쉽지 않아 여행자들은 렌터카를 많이 이용하는데, 나는 자동차 면허가 없으니까 자전거라도 가지고 가야겠다 싶었다. 현지에서 대여도 가능하지만, 유료이고 해가 지기 전 정해진 시각에 반납해야 하는 부분이 내키지 않았다.
부산에서 대마도까지 당일치기 왕복 배편은 저렴하게는 3만 원대로 예약할 수 있는데(출국세 2천 엔 별도), 여정이 길어질수록 금액이 높아진다. 1박 2일은 7만 원대로 올라가고, 2박 3일은 몇만 원이 더 올라간다. 나는 워낙 출국 직전에 예약했고 또 2주나 체류하다 보니 20만 원 가까이 주고 배편을 예약했다. 부산에서 한 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데 왜 이리 비싼 건지! 그래도 해당 요금은 자전거나 낚시 도구를 지참할 경우 추가 비용이 들지 않고, 귀국편 날짜 변경도 수수료 없이 가능하다고 한다.
밤의 부산항에서 바라본 풍경
대마도로 가는 배 ‘니나호’
대마도로 떠나기 전날,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에 도착했다. 데일리백, 거대한 캐리어, 접이식 자전거를 혼자 들고서 대중교통으로 서울 마포구 집에서 출발해 고속버스터미널을 거쳐 부산 사상 터미널로 이동, 거기서 다시 부산항으로 가는 여정은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미친 짓이었다.
짐이 부피가 크고 무거운 것도 힘들었지만, ‘저 여자는 뭘 저렇게 짐을 한가득 들고 있지’ 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게 더 힘들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친 탓인지 두통이 심하게 와서 그날 밤에 잠을 못 잘 정도였다. 일본에서 부족하게 생활하지 않기 위해 택시비조차 아끼려 했던 것이었지만, 역시 탈 때는 타야 한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부산항 근처에 잡은 숙소에 도착했고, 부산 사는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저녁 식사를 하고 놀다가 헤어졌다.
다음 날 오전 9시 10분 배를 타야 했기에 새벽 일찍 일어났다. 깜깜한 하늘에 서서히 해가 뜨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부산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배에 올라탔다, 고 하기에는 잠이 너무 부족했다. 배가 항구를 떠나기 시작할 때부터 눈을 붙였고, 날씨가 궂고 파도가 거세서 항해하는 내내 배가 크게 흔들렸지만 오히려 그래서 잠이 잘 왔다. 드디어 떠난다는 설렘과 놀이기구 타듯 몸이 흔들려 잠결에도 신나는 마음이었지만, 몇 명의 어린아이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구토를 하는 소리가 바로 근처에서 들려왔기에 마음이 영 좋지는 못했다.
배는 곧 대마도의 히타카쓰항에 도착했다. 숙소는 이즈하라항 부근에 잡아두었다. 대마도는 국제여객터미널이 있는 이즈하라와 히타카쓰 위주로 여행을 하게 되는데, 이즈하라 쪽이 관광지가 모여 있고 쇼핑몰도 있어 대마도에서 그나마 가장 번화한 곳이다. 하지만 이즈하라 국제여객터미널이 팬데믹 때부터 공사 중이기에 히타카쓰항에서 두 시간 반 동안 버스를 타고 이즈하라 시내로 이동해야 했다. 버스 안은 대부분 한국인 관광객과 짐으로 가득했다. 참고로 이즈하라 국제여객터미널 완공은 2024년도 봄쯤이라고 한다.
일본식 주택에서 살아보기
대마도에서는 민숙을 이용했다. 위치는 이즈하라 시내에서 약 2km 떨어진 구타(久田) 지역으로, 찾아본 숙소 중에서 가장 저렴했고 또 일본의 전형적인 목조 주택이어서 호텔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착해서 보니 민숙 사장님 두 분은 부산 출신 한국인이었고, 여사장님은 책을 쓴 작가이기도 했다. 특히 숙소의 고양이가 정말 사랑스러웠는데,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고 오히려 더 쓰다듬어달라고 치대곤 했다.
배정받은 방은 바닥에 다다미가 깔려 있었고 혼자 쓰기에는 넓은 편이었다. 일본 전국의 수많은 숙소와 지인들의 집에서 묵어보았지만, 이렇게 일본 시골집에서 지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이 엿보였으나 사장님들이 워낙 매일 깨끗하게 청소를 하셔서 구석구석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의 목조 주택의 단점은 겨울에는 꽤 춥다는 것…! 히터를 틀지 않으면 실외 기온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사장님들이 더 춥지 않게끔 이동식 히터도 더 가져다주시고 패딩과 목도리도 빌려주시며 신경을 써주셨다.
차가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는 대마도에서의 일정은, 그런 숙소 사장님들 덕분에 다채로워질 수 있었다. 밤에 혼자 방에 있을 때 여기저기 같이 가 보자고 불러주시고, 식사도 여러 번 사주셨다. 내 생일날에는 이즈하라 시내의 라멘집에서 김치라멘을 사 주셨고, 조각 케이크도 선물해 주셨다. 거의 매일 아침 커피와 빵, 쿠키 등의 간식도 챙겨주셨다. 대마도의 혹한 속에서 숙소 사장님들과 함께한 시간은 참 따뜻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글·사진 | 이스안
키덜트 매거진 《토이크라우드》 편집장. 대학에서 조각과 일본학을 공부했으며 여행, 호러 장르, 키덜트 문화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호러소설집 <기요틴> <카데바> <신체 조각 미술관>, 여행서 <도쿄 모노로그> <한국 인형박물관 답사기> 등이 있다.
https://www.instagram.com/toyphilbooks_su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