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반달살기에서 일본 한달살기로 (4)
4년 만의 도쿄, 먼저 우에노로

도쿄로 향하는 새벽 비행기
후쿠오카에서 도쿄로 넘어가는 날. 아침 비행기를 탈 때까지 잠을 거의 못 잔 탓에 비행기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나리타 공항에 다 와 간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서야 잠이 깼다. 비몽사몽인 채로 나리타 공항에 내려 도쿄 시내로 이어진 전철역으로 향했다. 4년 만의 도쿄, 일반 전철(게이세이 쾌속), 스카이라이너, 넥스트, 버스 중 어떤 루트를 고를까.
나리타 공항
아직 아침이고, 급할 건 전혀 없고, 여유롭게 자면서 가면서 경비도 아낄 겸 가장 저렴한 전철로 도쿄 시내로 가기로 했다. 곧 전철이 도착한다고 해서 올라탈 준비를 했다. 그런데…… 플랫폼 길이보다 전철 길이가 훨씬 짧아 내가 서 있던 곳까지 전철이 안 와서 놓치고, 계속 기다리는데 다음 전철이 안 와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건너편 플랫폼으로 가서 타야 한다고 하고, 건너편 플랫폼으로 가려면 티켓을 다시 사야 하고……. 아니, 시내까지 가는 게 원래 이렇게 어려웠던가!? 도쿄에서 유학도 했고 여러 번 오기도 했는데 왜 이토록 헷갈리는지 당황스러웠다. 우여곡절 끝에 호텔이 있는 우에노역까지 가는 전철에 올라탔고, 끝자리에 앉자마자 봉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었다.

우에노역에서 나오자마자
우에노역은 엄청난 인파로 북적북적했다. 하긴 다양한 노선이 걸친 역인 데다 오늘은 1월 1일이니 당연한 풍경이다. 역사 밖으로 나오자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에 햇살이 쨍쨍했고, 그 아래 대도시 풍경이 펼쳐졌다. 대마도와 후쿠오카에 얼마나 있었다고, 모든 건물이 다 높고 복잡해 보이는 게 역시 도쿄구나 싶었다.
앞으로 내가 일주일간 머무를 우에노는 도쿄의 번화가 중 하나로, 도쿄를 여행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꼭 들르게 되는 곳이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낙엽으로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우에노공원에는 동물원, 미술관, 박물관 등의 문화시설이 있다. 역 근처 골목 안에 위치한 도쿄 최대 재래시장 아메요코초는 물건, 음식, 사람 냄새로 가득해 볼거리가 넘쳐난다.

아메요코 시장 풍경
우에노에서 머무는 동안 군것질거리를 사거나, 최애 음식 타코야끼를 사 먹거나, 친구들에게 나눠줄 과자 기념품을 사기 위해 아메요코 시장에 자주 들렀다. 하지만 호텔 근처였던 우에노공원에서 산책 한 번 하지 못했던 건 조금 아쉽다.
먹고 씻고 TV 보고 잠도 잘 수 있는 일본의 PC방, 넷카페
역에서 호텔로 가는 길을 찾아 헤매던 중 배에서 큰 진동이 느껴진 나는 곧장 발길을 돌려 넷카페로 향했다. 배가 고픈데 왜 넷카페냐고 묻는다면? 우에노에는 무제한 카레를 제공하기로 유명한 넷카페 ‘그란 카스토마(GURAN CUSTOMA)’가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알게 된 곳으로 PC방이자 숙소이며 식사와 온천욕까지 가능한 만능 공간이라 도쿄 여행자들 사이에서 나름 유명한 곳이다. 나는 한국식 레토르트 카레는 거의 먹지 않지만 일본식의 진한 카레는 너무나도 사랑하고, 또 한국에는 없는 일본의 넷카페 문화에도 깊은 흥미를 느끼기에 이곳에 꼭 와보고 싶었다.
카운터에서 결제를 기다리고 있으니 머리가 다 마르지 않은 채로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1시간 권을 끊고 무제한 카레를 먹을 수 있는 식당 & 라운지 층으로 향하는데 벌써부터 고소한 카레 냄새가 풍겨왔다. 그릇에 밥과 카레를 한가득 퍼 담고 빈자리에 앉았다. 식당 안에는 유카타를 입고 식사하는 사람, 신문을 읽는 사람, 꾸벅꾸벅 조는 사람 등 여러 사람이 앉아있었다. 나는 유튜브로 고양이 영상을 보면서 카레를 먹었다. 정말 맛있긴 한데, 반찬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좁지만 안락한 반 평짜리 개인 공간
식사를 마친 후에는 결제할 때 받았던 음료 1잔 무료 쿠폰으로 자판기에서 딸기오레를 뽑은 다음 배정된 개인실로 들어갔다. 퇴실 시간까지는 아직 30분 정도 남았으니 조금 쉬다 나가기로 했다. 660엔에 이 정도면 꽤 괜찮잖아? 다음에는 여기서 숙박도 한번 해볼까 싶다.
+ 넷카페란?
한국에는 찜질방과 PC방이 있고, 일본에는 넷카페가 있다. 넷카페는 숙박도 가능한 PC방으로 0.5평~1평 넓이의 독립된 공간 안에서 컴퓨터와 TV, 식사와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샤워 시설도 갖추고 있으며 일부 지점에는 목욕탕과 식당도 있다. 저렴하게는 하루 2,000엔대에 숙박할 수 있기에 막차를 놓치거나 호텔을 구하지 못한 경우 급한 대로 하루 묵는 용도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특징 탓에 ‘넷카페 난민’도 생겨나 일본의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안정적으로 머물 곳 없이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이 넷카페에서 생활을 연명해 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에 ‘넷카페 난민’을 검색하면 관련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의 각자 사연이 다소 암울하다.
나도 일본에서 단기간 머무를 때 넷카페를 종종 이용하는 편이다. 여행이나 출장 도중 너무 피곤하면 잠시 들어가 낮잠을 자기도 하고, 오로지 식사 목적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아예 호텔 대신 묵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개인실이 주어지니 캡슐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보다 더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떨 때는 그 공간 안에서 뭐라 딱 집어 설명할 수 없는 막막함과 암울함을 느낄 때도 있었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한국에는 없는 일본만의 넷카페 문화를 체험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글·사진 | 이스안

키덜트 매거진 《토이크라우드》 편집장. 대학에서 조각과 일본학을 공부했으며 여행, 호러 장르, 키덜트 문화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호러소설집 <기요틴> <카데바> <신체 조각 미술관>, 여행서 <도쿄 모노로그> <한국 인형박물관 답사기> 등이 있다.
https://www.instagram.com/toyphilbooks_suan
대마도 반달살기에서 일본 한달살기로 (4)
4년 만의 도쿄, 먼저 우에노로
도쿄로 향하는 새벽 비행기
후쿠오카에서 도쿄로 넘어가는 날. 아침 비행기를 탈 때까지 잠을 거의 못 잔 탓에 비행기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나리타 공항에 다 와 간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서야 잠이 깼다. 비몽사몽인 채로 나리타 공항에 내려 도쿄 시내로 이어진 전철역으로 향했다. 4년 만의 도쿄, 일반 전철(게이세이 쾌속), 스카이라이너, 넥스트, 버스 중 어떤 루트를 고를까.
아직 아침이고, 급할 건 전혀 없고, 여유롭게 자면서 가면서 경비도 아낄 겸 가장 저렴한 전철로 도쿄 시내로 가기로 했다. 곧 전철이 도착한다고 해서 올라탈 준비를 했다. 그런데…… 플랫폼 길이보다 전철 길이가 훨씬 짧아 내가 서 있던 곳까지 전철이 안 와서 놓치고, 계속 기다리는데 다음 전철이 안 와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건너편 플랫폼으로 가서 타야 한다고 하고, 건너편 플랫폼으로 가려면 티켓을 다시 사야 하고……. 아니, 시내까지 가는 게 원래 이렇게 어려웠던가!? 도쿄에서 유학도 했고 여러 번 오기도 했는데 왜 이토록 헷갈리는지 당황스러웠다. 우여곡절 끝에 호텔이 있는 우에노역까지 가는 전철에 올라탔고, 끝자리에 앉자마자 봉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었다.
우에노역에서 나오자마자
우에노역은 엄청난 인파로 북적북적했다. 하긴 다양한 노선이 걸친 역인 데다 오늘은 1월 1일이니 당연한 풍경이다. 역사 밖으로 나오자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에 햇살이 쨍쨍했고, 그 아래 대도시 풍경이 펼쳐졌다. 대마도와 후쿠오카에 얼마나 있었다고, 모든 건물이 다 높고 복잡해 보이는 게 역시 도쿄구나 싶었다.
앞으로 내가 일주일간 머무를 우에노는 도쿄의 번화가 중 하나로, 도쿄를 여행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꼭 들르게 되는 곳이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낙엽으로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우에노공원에는 동물원, 미술관, 박물관 등의 문화시설이 있다. 역 근처 골목 안에 위치한 도쿄 최대 재래시장 아메요코초는 물건, 음식, 사람 냄새로 가득해 볼거리가 넘쳐난다.
아메요코 시장 풍경
우에노에서 머무는 동안 군것질거리를 사거나, 최애 음식 타코야끼를 사 먹거나, 친구들에게 나눠줄 과자 기념품을 사기 위해 아메요코 시장에 자주 들렀다. 하지만 호텔 근처였던 우에노공원에서 산책 한 번 하지 못했던 건 조금 아쉽다.
먹고 씻고 TV 보고 잠도 잘 수 있는 일본의 PC방, 넷카페
역에서 호텔로 가는 길을 찾아 헤매던 중 배에서 큰 진동이 느껴진 나는 곧장 발길을 돌려 넷카페로 향했다. 배가 고픈데 왜 넷카페냐고 묻는다면? 우에노에는 무제한 카레를 제공하기로 유명한 넷카페 ‘그란 카스토마(GURAN CUSTOMA)’가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알게 된 곳으로 PC방이자 숙소이며 식사와 온천욕까지 가능한 만능 공간이라 도쿄 여행자들 사이에서 나름 유명한 곳이다. 나는 한국식 레토르트 카레는 거의 먹지 않지만 일본식의 진한 카레는 너무나도 사랑하고, 또 한국에는 없는 일본의 넷카페 문화에도 깊은 흥미를 느끼기에 이곳에 꼭 와보고 싶었다.
카운터에서 결제를 기다리고 있으니 머리가 다 마르지 않은 채로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1시간 권을 끊고 무제한 카레를 먹을 수 있는 식당 & 라운지 층으로 향하는데 벌써부터 고소한 카레 냄새가 풍겨왔다. 그릇에 밥과 카레를 한가득 퍼 담고 빈자리에 앉았다. 식당 안에는 유카타를 입고 식사하는 사람, 신문을 읽는 사람, 꾸벅꾸벅 조는 사람 등 여러 사람이 앉아있었다. 나는 유튜브로 고양이 영상을 보면서 카레를 먹었다. 정말 맛있긴 한데, 반찬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결제할 때 받았던 음료 1잔 무료 쿠폰으로 자판기에서 딸기오레를 뽑은 다음 배정된 개인실로 들어갔다. 퇴실 시간까지는 아직 30분 정도 남았으니 조금 쉬다 나가기로 했다. 660엔에 이 정도면 꽤 괜찮잖아? 다음에는 여기서 숙박도 한번 해볼까 싶다.
글·사진 | 이스안
키덜트 매거진 《토이크라우드》 편집장. 대학에서 조각과 일본학을 공부했으며 여행, 호러 장르, 키덜트 문화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호러소설집 <기요틴> <카데바> <신체 조각 미술관>, 여행서 <도쿄 모노로그> <한국 인형박물관 답사기> 등이 있다.
https://www.instagram.com/toyphilbooks_su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