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달살기][여행] 도쿄에서 보낸 일주일 #2 - 도쿄타워와 스카이트리

대마도 반달살기에서 일본 한달살기로 (5)



도쿄의 랜드마크, 도쿄타워와 스카이트리


대부분의 사람이 도쿄 하면 제일 먼저 도쿄타워를 떠올리고 그다음으로 스카이트리를 떠올리지 않을까? 두 타워는 색깔도 생김새도 완전히 다르지만, 도쿄를 상징하는 마천루라는 점, 방송 전파를 송신하는 송신탑이라는 점은 같다. 빨간 도쿄타워는 미나토구에, 푸른 스카이트리는 스미다구에 뿌리를 박고 나란히 솟은 채로 여기가 바로 도쿄라는 걸 보여준다. 나는 도쿄에 올 때마다 이 두 곳을 찾는다. 타워 바로 근처에서 올려다보는 것도 좋고, 주변에 흥미로운 장소도 많기 때문이다.


도쿄타워 


조죠지에서 바라본 도쿄타워 


먼저, 333m 높이로 1958년에 완공된 도쿄타워는 주변에 빌딩촌과 절 조죠지, 시바공원이 있어 전망대에 오르면 다채로운 도심 뷰가 펼쳐진다. 파리의 에펠탑을 모방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에펠탑이 가까이 보이는 호텔이 인기인 것처럼 도쿄타워 뷰 호텔은 항상 인기가 높다. 바로 근처에 위치한 조죠지도 유명한 절인데, 빨간 뜨개 모자와 뜨개옷을 입고서 바람개비를 하나씩 지닌 아기 돌 부처상이 사찰 한쪽에 빽빽하게 늘어선 모습은 스산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내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이기에 몇 년 전 출간했던 도쿄 포토에세이의 표지로 쓰기도 했다. 


조죠지가 표지인 『도쿄 모노로그』


높이 634m로 도쿄타워보다 두 배가량 높은 스카이트리는 2008년도부터 착공을 시작해 2012년 2월에 완공되었다. 1년 반 만에 완공된 도쿄타워보다는 건설 기간이 훨씬 오래 걸렸지만 그만큼 더 정교하고 높으며, 탑 아래 소라마치에는 아쿠아리움, 플라네타륨, 미술관, 박물관 등 문화시설과 다양한 브랜드 매장이 모여 있어 구경도 하고 쇼핑도 하는 재미가 있다.


스카이트리


스카이트리가 있는 미나토구에서 아사쿠사 지역의 다이토구를 잇는 다리를 건너면 스미다강과 스미다공원, 그리고 맥주를 형상화한 건물과 거대한 황금 변(맥주 거품이라고 주장하지만 누가 봐도 ‘그것’ 같다)이 한눈에 들어온다. 스카이트리와 소라마치, 스미다강변, 센소지와 아사쿠사 일대를 묶어 관광하다 보면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여행으로 하루를 풍족하게 채울 수 있다. 


아사쿠사에서 바라본 스카이트리


누군가 도쿄타워와 스카이트리 중 뭐가 더 좋은지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스카이트리를 고를 것이다. 타워를 올려다보고 있으면 나도 저 하늘 위 우주로 솟아오를 것만 같고, 주변에 볼거리도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도쿄 사람은 스카이트리보다 한참 형님인 도쿄타워에 더욱 애착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도쿄타워가 곧 칠순이다.


지어진 시대에 따라 도쿄타워는 쇼와 시대를, 스카이트리는 헤이세이 시대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레이와 시대 이후에는 또 어떤 마천루가 도쿄에 세워질지 궁금해진다.


* 도쿄타워 전망대 요금 : 성인 기준 150m 1,200엔 / 250m & 150m 투어 3,000엔 (영업시간 9:00~22:30)
가미야초역, 아카바네바시역 부근

 * 스카이트리 전망대 요금 : 성인 기준 350m 2,100엔 / 450m 3,100엔 (영업시간 10:00~21:00)
오시아게역, 도쿄스카이트리역 부근


+ 도쿄타워와 스카이트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무료 전망대로는 도쿄도청, 아자부다이힐스, 도쿄역 KITTE, 네리마구청 등이 있고, 그 외 유명 유료 전망대는 롯폰기힐스 모리타워, 시부야 스카이, 선샤인 시티 등이 있다.



인형 & 장난감 덕후의 덕질 필수 코스!


도쿄에선 인형과 장난감에 진심인 사람들을 위한 코스도 있다. 이른바 덕질 필수 코스를 소개한다.



■ 나카노 : 나카노의 심장, ‘나카노 브로드웨이 상가’에는 음식, 디저트, 옷, 책은 물론 시계, 보석, 마사지 등등 없는 게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만다라케 나카노점을 비롯해 인형과 장난감을 취급하는 상점이 많아 나와 같은 덕후들에게는 성지 중 하나다. (덕후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만다라케’는 애니 & 피규어 & 만화 & 아이돌 등 서브컬처 굿즈를 취급하는 매장으로 일본 대도시마다 있다. 도쿄에는 나카노, 아키하바라, 시부야, 이케부쿠로점이 있다.)


■ 아키하바라 : 줄여서 ‘아키바’라고도 하며 일본의 국민적 아이돌 AKB48의 탄생지. 만다라케와 라디오회관을 비롯한 수많은 피규어 매장과 메이드카페, 지하 아이돌 극장 등 일본 덕후 성지 중에서도 원탑이라고 할 수 있다. 건물마다 애니메이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 것이 아키하바라의 진풍경 중 하나. 대표적인 덕후 코스 중 하나인 라디오회관은 건물 안에 모든 덕후의 취향을 섭렵하는 매장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 시부야 : 도쿄의 모든 지역 중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곳이 시부야가 아닐까 싶다. 젊은이들의 집결지이며 스크램블 교차로와 하치코 동상, 원기둥 모양의 109 건물이 시부야의 대표 아이콘이다. 비교적 최근에 세워진 ‘시부야 히카리에’와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가 마천루로 유명하다. 만다라케, 빌리지뱅가드, 디즈니스토어, 팝마트, 로프트, 도큐핸즈, 파르코 백화점, 등 덕후들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시부야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 하라주쿠 : 하라주쿠의 심볼인 ‘다케시타 거리’에는 일본의 MZ세대를 대표하는 브랜드와 매장이 가득하다. 덕후 코스로는 키디랜드, 보크스, 토이사피엔스, 팝마트, 라포레(파르코와 비슷한 복합쇼핑몰) 등이 있다. 구경을 하느라 허기가 진다면 하라주쿠에서는 크레페를 먹어보는 것도 추천.


■ 이케부쿠로 : 아키하바라 다음으로 유명한 덕후 성지. 대표적인 복합쇼핑몰인 선샤인 시티 안에는 애니 & 캐릭터 마니아들을 위한 층이 따로 있으며 일본 최대 규모의 가챠폰 매장도 입점해 있다. 당연히 만다라케와 파르코백화점, 아이돌 굿즈숍도 이케부쿠로에 있다. 


■ 도쿄역 : 역 지하 1층에 위치한 캐릭터스트리트도 캐릭터 마니아 필수코스로 유명!


■ 긴자 : 고급 브랜드가 가득한 번화가로 유명하지만, 긴자인형관, 하쿠힌칸 토이파크가 있어 인형과 장난감 덕후인 나는 도쿄에 올 때마다 긴자도 꼭 방문한다. 독특하고 예술적인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긴자식스 츠타야에 방문해 보는 것도 강력 추천. 


■ 아사쿠사바시 : 일본 전통인형 가게이자 인형 갤러리인 ‘요시토쿠’가 있다. 


■ 요코하마 인형의 집 : 일본을 대표하는 인형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세계 각국의 인형과 시기마다 달라지는 특별전도 즐길 수 있다. 도쿄 시내는 아니지만 도쿄에서 금방이다. 박물관 근처에 미나토미라이와 ‘부리키 장난감 박물관 & 크리스마스 마을’도 있다. 



도쿄의 대표 관광지는?


물론 덕후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장소도 도쿄에는 수두룩하다. 직접 꼽아본 도쿄의 대표 관광지를 소개한다.



■ 신주쿠 : 전철역 출구가 100개가 훌쩍 넘을 정도로 수많은 전철과 지하철, 기차역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교통의 요충지. 다나카 상의 근무지(?)로도 유명한 가부키초도 신주쿠에 있으며 한국 거리인 신오쿠보도 신주쿠와 매우 인접한다.


■ 롯폰기 : 도쿄의 고급스러운 번화가 중 하나로, 롯폰기힐스 전망대와 모리 미술관으로 유명한 모리타워가 이곳에 있다. 도쿄타워와 아자부주반과도 가깝다.


■ 도쿄돔 : 한국과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가수라면 꼭 털고 간다는 도쿄돔. 원래는 야구장이지만 아이돌 문화에도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일본의 대표적인 콘서트장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주변에는 여러 놀이기구가 있어 시내 속 유원지 같기도 하다. 


■ 오모테산도 : 하라주쿠와 이어지며, 6차선 도로의 양쪽 거리에 고급 패션 브랜드 매장이 늘어서 있다. 골목 안에도 다양한 편집숍과 맛집이 잔뜩 숨어있다. 


■ 시모키타자와 : 빈티지 편집숍의 거리로, 일본의 스트리트 패션의 중심지라고도 할 수 있다. 


■ 나카메구로 : 메구로강과 벚꽃으로 유명하며 동네 분위기는 차분하고 고급스럽다. 


■ 지유가오카 : 맛있는 디저트 카페와 맛집으로 가득한 예쁜 동네. 


■ 코엔지 : 역시 빈티지 편집숍과 맛집 많기로 유명한 매력적인 동네로, 오래된 가게와 새로운 가게가 뒤섞여 있어 코엔지 안에서도 다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진보초 : 책과 출판의 동네. 고서점 거리로 유명하니 책 덕후라면 꼭 방문하는 것을 추천. 


■ 오다이바 : 도쿄가 바다와 인접한 도시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인공 섬으로, 자유의 여신상과 대형 건담, 아쿠아시티, 덱스 도쿄, 후지TV 스튜디오, 빅사이트 박람회장 등 엔터테인먼트 스폿으로 가득하다. 


+ 도쿄의 대표 공원 List

 



일주일 동안 도쿄에서 열 명의 친구와 만나다


도쿄에서 머무른 일주일간 열심히 인형과 장난감을 찾아다니는 동시에 열 명의 한국인, 일본인 친구들과 만났다. 10대 때부터 펜팔로 친해진 오랜 친구, 유학 시절 친구, 일본인과 결혼한 친구, 일본에서 회사를 다니는 친구, 여행 시기가 우연히 겹친 한국 친구……. 오랜만에 연락했는데도 친구들은 선뜻 시간을 내주었고,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도쿄에서 자리를 잡고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성실히 살아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본인의 힘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했거나, 어느새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있거나,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있었다.


솔직히 그들을 보며 나 스스로가 아직 어리게 느껴졌다. 계속 글을 쓰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가도, 나도 이제는 어느 회사에 소속된 구성원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결혼 생각이 크게 없었지만, 나도 친구들처럼 결혼을 해야 할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고민 중이다. 계속 내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에서 살아가며 일본은 가끔 여행으로만 찾아올지, 아니면 일본으로 이주해서 회사 생활을 하거나 일본에서 출판사를 차릴지. 결정은 올해 안으로 하기로 했다. 도쿄의 친구들은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할 것이라고 했고, 도쿄에 오면 자주 만날 수 있으니 기쁠 거라고도 말해주었다. 


나에게 도쿄는 마냥 차갑기만 한 대도시가 아니다. 잠시 살았던 곳이기에 고향 같기도 하고, 나를 응원해 주는 친구들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인형과 장난감이 넘쳐나고, 볼거리가 아주 많은 도시다. 이렇게 일주일간 머무는 동안 도쿄가 더 좋아졌다. 곧 다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하며 후쿠오카로 향하는 저녁 비행기에 올라탔다. 이제 후쿠오카에서 잠시 지내다 이키섬을 거쳐 다시 대마도로 돌아갈 여정이 남아 있다. 일본 한 달 살기도 슬슬 마무리할 때가 다가와 아쉽지만, 최고의 한 달을 완성해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도쿄에서 친구들과 함께




글·사진 | 이스안

키덜트 매거진 《토이크라우드》  편집장. 대학에서 조각과 일본학을 공부했으며 여행, 호러 장르, 키덜트 문화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호러소설집 <기요틴> <카데바> <신체 조각 미술관>, 여행서 <도쿄 모노로그> <한국 인형박물관 답사기> 등이 있다.
https://www.instagram.com/toyphilbooks_su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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