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반달살기에서 일본 한달살기로 (6)
다시 돌아온 후쿠오카에서의 3일
일주일간의 도쿄 일정을 마치고 후쿠오카로 돌아왔다. 원래는 후쿠오카에서 하루만 머물려고 했지만, 이대로 한 달 살기 여정을 끝내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워 후쿠오카 숙박은 물론 배편과 대마도 숙소까지 변경했다. 이키섬에서는 대마도에서 만났던 친구 에미카의 집에서 묵을 예정이었는데, 에미카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바꾸었다. 나의 변덕에 여러 사람들이 불편을 겪어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결국 일정 변경은 원활하게 해결되었다.
후쿠오카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지난번에 못 갔던 곳들을 찾아 한을 풀기로 했다. 제일 먼저 휴관이라 가지 못했던 하카타 포트타워에 올랐다. 호텔에서 나와 걸어가는 동안 찬란한 햇살을 실컷 받았다. 타워에 올라 바다 쪽을 보며 우미노나카미치 지역도 찾고, 항구를 떠나는 배를 눈으로 좇으며 해수면에 그려지는 거품 물결도 구경했다. 복작복작한 후쿠오카 시내 안에서 텐진, 하카타, 후쿠오카타워, 커다란 대관람차가 있는 마리노아시티, 후쿠오카 공항, 아일랜드시티, 후쿠오카 대학교까지 모두 찾아냈는데, 이제 후쿠오카 시내는 눈 감고도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하카타 포트타워

타워에서 내려다본 풍경
하카타 포트타워를 내려와 텐진을 돌아다녔다. 서점에서 한참 책 구경을 하는데 후쿠오카에 잘 돌아왔는지 묻는 쇼타의 연락이 왔다. 마침 날씨도 좋으니 함께 모모치 해변에 가기로 했다. 우리는 해변 근처 마크이즈 쇼핑몰에서 저녁을 먹고 해변에서 바다와 하늘이 검게 물들어 가는 풍경과 도시의 야경을 감상했다. 쇼타는 후쿠오카에 몇 년째 살면서 후쿠오카타워에도, 포트타워에도 오른 적 없다고 했다. 굳이 오를 이유를 못 느꼈다나.

후쿠오카타워

페이페이돔과 힐튼 호텔
나카스카와바타역 부근에 타코야키 가게가 몇 군데 모여 있다는 쇼타의 말에 다코야키 덕후인 내가 안 가 볼 수 없었다. 나카스의 환락가를 지나 쇼타가 추천해 준 다코야키 가게에서 다코야키를 한 팩씩 사 들고 나카스 강변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또다시 이어지는 쇼타의 토크쇼…. 딱 한 시간만 듣고 다음 날은 저녁에 신사에 가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다음 날은 2015년에 교환 유학을 왔던 후쿠오카 대학에 가서 유학 시절 매일 먹었던 학생 식당 카레를 먹었다. 카레에는 추억의 향이 가득 들어 있었다.

후쿠오카 대학교

유학 시절 거의 매일 먹었던 카레
쇼타와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토오카에비스 신사’는 히가시 공원 안에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신사는 주로 사업 번창을 기원하는 곳이라고 한다. 연초라 그런지 인기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인파가 몰려들어 신사 구경을 하거나 기도를 올리는 건 도저히 무리였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공원에서 빠져나왔고, 텐진으로 이동해서 각자 라멘 한 그릇과 맥주 한 잔을 비웠다. 쇼타의 집 앞에서 그동안 맡겨뒀던 내 짐을 건네받았고, 우리는 작별 인사를 나눴다.
“쇼타, 사요나라. 덕분에 그동안 후쿠오카 일정이 알차고 즐거웠어. 고마워.”
“나도 즐거웠어. 스안짱, 한국 가서도 잘 지내.”
우연히 만난 인연이었지만, 쇼타 덕분에 후쿠오카 일정이 외롭지 않고 더 알찼던 것 같다. 쇼타가 쭉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토오카에비스 신사
자연과 폐건물이 아름다웠던 이키섬에서의 1박 2일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하카타항으로 가는 길
이키의 시내 풍경
이른 아침 하카타항에서 올라탄 배는 약 두 시간 만에 이키에 도착했고, 대마도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섬 풍경이 펼쳐졌다. 친구 에미카와는 근무 시간 때문에 저녁 7시쯤 만나기로 했다. 그동안 나는 이키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관광안내소로 가서 이키의 대표 관광지인 사루이와(원숭이 바위)로 갈 방법을 물었는데, 직원분이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 저 버스가 사루이와로 가는 마지막 버스인데 마침 떠났네요….” 아악,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차도 렌터카도 없는 뚜벅이 여행자의 설움. 결국 사루이와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노선의 버스로 이키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 버스마저도 2시간 후에 올 예정이었다.
이키 시내인 혼마치 쪽을 다니며 끼니를 해결할 곳을 찾아다녔다. 혼마치는 대마도의 이즈하라보다 훨씬 더 한적했고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당장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음식점이 한 군데도 없었다. 인터넷도 끊긴 걸 보니 이키가 대마도보다 더 오지인 듯하다. 다행히 동네 슈퍼 같기도 하고 편의점 같기도 한 가게에서 도시락을 찾았다. 가게 안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여럿 놓여 있었다. 도시락은 가게에서 직접 만든다고. 가라아게 도시락과 작은 컵 우동을 만족스럽게 먹었다.

시내 다리 위에 세워진 동상, 원숭이 모양의 거리 전등, 이키에서의 첫 끼
시간에 맞춰 도착한 버스에 올라 창밖으로 이키의 풍경을 즐겼다. 중간에 작은 항구가 있는 동네에서 10분 정도 정차를 하기에, 나도 내려서 잠시 마을을 둘러보았다.
버스는 이키에 딱 하나 있다는 이온 마트에도 정차했고, 여기에서는 15분이 주어졌다. 대마도에 있을 때 에미카 커플에게 이키에는 티아라몰 같은 곳이 없는지 물었더니 티아라몰처럼 크지는 않지만 그나마 이온 마트가 하나 있다고 했는데 여기가 바로 그곳이었다.
건물 안에는 모스버거와 작은 기념품점, 잡화점, 서점, 100엔숍 등이 모여 있었고 이키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많은 곳 같았다. 마트 건너편에는 아시베항 페리 터미널이 있었는데, 그 앞에 말에 올라탄 어느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그렇게 15분간 초스피드로 구경을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이키의 다양한 풍경을 거쳐 처음 출발했던 혼마치의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시간은 아직 오후 네 시가 안 되어 있었다. 혼자서 딱히 할 게 없는 혼마치에서 일곱 시까지 에미카를 기다릴까? 그냥 아까 탄 버스와 반대 방향으로 도는 버스를 한 번 더 타기로 했다. 어디서 혼자 가만히 있느니 버스 안에서 해 지는 풍경을 보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
창밖으로 다시 익숙한 풍경이 지나갔다. 중간중간 중학생들이 우르르 탔다가 우르르 내리기도 했다. 다섯 시 반쯤 되자 해가 저물기 시작했고, 여섯 시가 지나자 버스 창문에 검은색 불투명 필름을 붙인 것처럼 칠흑이 펼쳐졌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본 이키의 풍경들
두 번째 버스에서 내리자 퇴근한 에미카가 차를 몰고 나타났다. 우리는 멀지 않은 식당에서 오뎅, 야키소바, 가라아게를 먹으면서 실컷 수다를 떨었다. 나는 후쿠오카와 도쿄에서 있었던 일들을, 에미카는 히로토와 이곳저곳에서 데이트한 일들을 나누었다. 그러다 보니 후쿠오카대 유학 시절 얘기도 나오고, 한국과 일본 얘기도 나오고, 결혼 얘기도 나오고…
그리고 에미카에게 대마도보다 이키가 더 번화한 편이라는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키보다 대마도가 땅덩이가 훨씬 크고 한국인 관광객도 많으니 더 번화한 줄 알았는데, 일본인 중 이키는 알아도 대마도를 모르는 사람이 꽤 많은 모양이었다. 이키는 일본인들의 휴양지이기도 하단다.
한자리에 너무 오래 머물렀다 싶어 에미카의 집으로 갔다. 혼마치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에미카의 집은 정말 깨끗하고 넓었는데, 20평도 넘어 보였다. 우리는 드라마도 보고 영화도 보면서 수다를 계속 이어갔다. 자정이 지나자 솔솔 잠이 오기 시작했고, 에미카가 깔아준 포근한 이불 속에서 순식간에 정신을 잃었다.

다음 날.
바깥에서 흘러들어오는 노랫소리에 알람을 맞춰놓은 시각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마트에서 흘러나오는 그 소리에 에미카도 매일 잠에서 깬다고 한다. 에미카가 혼마치 중심가에 나를 내려주면서 우리는 헤어졌다. 올해 또 서울이나 부산으로 놀러 오겠다고 하니 그때 에미카를 다시 만나기로 했다.
대마도로 가는 배를 기다리는 동안 이키를 마저 돌아보기로 했다. 혼마치의 강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본 다음 어제 갔던 편의점에 다시 갔지만 아직 시간이 일러서인지 도시락이 하나도 없었다. 또 다른 편의점이나 식당도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도 끊겼지만 두 다리와 감을 믿고 아무 식당이나 찾아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높은 곳에서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얼추 내려다보이겠지 싶어 언덕도 올라 보고 동네 이곳저곳도 돌아다녀 봤지만 식당 찾기는 실패. 덕분에 경치 구경만 실컷 했다. 결국 처음 편의점으로 돌아가 봤더니 새로운 도시락이 만들어져 있었다. 오늘도 가라아게 도시락을 점심으로 먹기로 했다.

이키의 아침 해
푸짐한 아침 식사
배 두둑하게 채우고 다시 산책을 시작했다. 이키의 심볼인 대교를 건너 항구 건너편 해변공원도 가보고, 공원 안의 놀이공원에서 그네와 미끄럼틀도 타고, 그 옆의 폐모텔도 기웃거리고, 폐모텔 앞 넓은 주차장에 타이어 공기가 빠진 채 버려진 몇 대의 차 안을 살펴보고, 폐건물을 보며 인형박물관으로 꾸미는 상상도 해보고, 시내에 있는 폐모텔의 2호점도 텅텅 비어있는 걸 보며 괜히 내가 더 안타까워하고, 텅 빈 건물을 보며 저런 건물은 과연 얼마에 매입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기도 하고, 언덕 위 전망대에 올라서 바다를 바라보려 했지만 경관이 나무로 가려져 있어 조망은 포기하고, 그 근처 놀이터의 식수대에서 물을 먹으려다 엄청난 수압으로 얼굴에 물벼락을 세차게 맞기도 하고, 작은 등대 앞에 쪼그려 앉아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고…… 오전 동안 아주 즐겁고 알찬 시간을 보냈다.

이키에서 혼자서도 아주 신나고 알차게 보낸 네 시간
탑승 시간 10분 전에 터미널로 돌아왔다. 멀리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배 ‘키즈나’가 보이기 시작했고, 배에 올라탄 후 서서히 멀어지는 이키에게 작별을 고했다.
안녕, 다음에는 기필코 사루이와를 보러 올게.

이키의 따사로운 햇살이 마지막으로 배웅해 주는 듯했다.

이번 한 달 살기 동안 세 번 탑승한 키즈나

이키의 관광지 갈무리
글·사진 | 이스안

키덜트 매거진 《토이크라우드》 편집장. 대학에서 조각과 일본학을 공부했으며 여행, 호러 장르, 키덜트 문화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호러소설집 <기요틴> <카데바> <신체 조각 미술관>, 여행서 <도쿄 모노로그> <한국 인형박물관 답사기> 등이 있다.
https://www.instagram.com/toyphilbooks_suan
대마도 반달살기에서 일본 한달살기로 (6)
다시 돌아온 후쿠오카에서의 3일
일주일간의 도쿄 일정을 마치고 후쿠오카로 돌아왔다. 원래는 후쿠오카에서 하루만 머물려고 했지만, 이대로 한 달 살기 여정을 끝내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워 후쿠오카 숙박은 물론 배편과 대마도 숙소까지 변경했다. 이키섬에서는 대마도에서 만났던 친구 에미카의 집에서 묵을 예정이었는데, 에미카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바꾸었다. 나의 변덕에 여러 사람들이 불편을 겪어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결국 일정 변경은 원활하게 해결되었다.
후쿠오카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지난번에 못 갔던 곳들을 찾아 한을 풀기로 했다. 제일 먼저 휴관이라 가지 못했던 하카타 포트타워에 올랐다. 호텔에서 나와 걸어가는 동안 찬란한 햇살을 실컷 받았다. 타워에 올라 바다 쪽을 보며 우미노나카미치 지역도 찾고, 항구를 떠나는 배를 눈으로 좇으며 해수면에 그려지는 거품 물결도 구경했다. 복작복작한 후쿠오카 시내 안에서 텐진, 하카타, 후쿠오카타워, 커다란 대관람차가 있는 마리노아시티, 후쿠오카 공항, 아일랜드시티, 후쿠오카 대학교까지 모두 찾아냈는데, 이제 후쿠오카 시내는 눈 감고도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하카타 포트타워
타워에서 내려다본 풍경
하카타 포트타워를 내려와 텐진을 돌아다녔다. 서점에서 한참 책 구경을 하는데 후쿠오카에 잘 돌아왔는지 묻는 쇼타의 연락이 왔다. 마침 날씨도 좋으니 함께 모모치 해변에 가기로 했다. 우리는 해변 근처 마크이즈 쇼핑몰에서 저녁을 먹고 해변에서 바다와 하늘이 검게 물들어 가는 풍경과 도시의 야경을 감상했다. 쇼타는 후쿠오카에 몇 년째 살면서 후쿠오카타워에도, 포트타워에도 오른 적 없다고 했다. 굳이 오를 이유를 못 느꼈다나.
후쿠오카타워
페이페이돔과 힐튼 호텔
나카스카와바타역 부근에 타코야키 가게가 몇 군데 모여 있다는 쇼타의 말에 다코야키 덕후인 내가 안 가 볼 수 없었다. 나카스의 환락가를 지나 쇼타가 추천해 준 다코야키 가게에서 다코야키를 한 팩씩 사 들고 나카스 강변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또다시 이어지는 쇼타의 토크쇼…. 딱 한 시간만 듣고 다음 날은 저녁에 신사에 가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다음 날은 2015년에 교환 유학을 왔던 후쿠오카 대학에 가서 유학 시절 매일 먹었던 학생 식당 카레를 먹었다. 카레에는 추억의 향이 가득 들어 있었다.
후쿠오카 대학교
유학 시절 거의 매일 먹었던 카레
쇼타와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토오카에비스 신사’는 히가시 공원 안에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신사는 주로 사업 번창을 기원하는 곳이라고 한다. 연초라 그런지 인기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인파가 몰려들어 신사 구경을 하거나 기도를 올리는 건 도저히 무리였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공원에서 빠져나왔고, 텐진으로 이동해서 각자 라멘 한 그릇과 맥주 한 잔을 비웠다. 쇼타의 집 앞에서 그동안 맡겨뒀던 내 짐을 건네받았고, 우리는 작별 인사를 나눴다.
“쇼타, 사요나라. 덕분에 그동안 후쿠오카 일정이 알차고 즐거웠어. 고마워.”
“나도 즐거웠어. 스안짱, 한국 가서도 잘 지내.”
우연히 만난 인연이었지만, 쇼타 덕분에 후쿠오카 일정이 외롭지 않고 더 알찼던 것 같다. 쇼타가 쭉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토오카에비스 신사
자연과 폐건물이 아름다웠던 이키섬에서의 1박 2일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하카타항으로 가는 길
이른 아침 하카타항에서 올라탄 배는 약 두 시간 만에 이키에 도착했고, 대마도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섬 풍경이 펼쳐졌다. 친구 에미카와는 근무 시간 때문에 저녁 7시쯤 만나기로 했다. 그동안 나는 이키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관광안내소로 가서 이키의 대표 관광지인 사루이와(원숭이 바위)로 갈 방법을 물었는데, 직원분이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 저 버스가 사루이와로 가는 마지막 버스인데 마침 떠났네요….” 아악,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차도 렌터카도 없는 뚜벅이 여행자의 설움. 결국 사루이와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노선의 버스로 이키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 버스마저도 2시간 후에 올 예정이었다.
이키 시내인 혼마치 쪽을 다니며 끼니를 해결할 곳을 찾아다녔다. 혼마치는 대마도의 이즈하라보다 훨씬 더 한적했고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당장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음식점이 한 군데도 없었다. 인터넷도 끊긴 걸 보니 이키가 대마도보다 더 오지인 듯하다. 다행히 동네 슈퍼 같기도 하고 편의점 같기도 한 가게에서 도시락을 찾았다. 가게 안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여럿 놓여 있었다. 도시락은 가게에서 직접 만든다고. 가라아게 도시락과 작은 컵 우동을 만족스럽게 먹었다.
시내 다리 위에 세워진 동상, 원숭이 모양의 거리 전등, 이키에서의 첫 끼
시간에 맞춰 도착한 버스에 올라 창밖으로 이키의 풍경을 즐겼다. 중간에 작은 항구가 있는 동네에서 10분 정도 정차를 하기에, 나도 내려서 잠시 마을을 둘러보았다.
버스는 이키에 딱 하나 있다는 이온 마트에도 정차했고, 여기에서는 15분이 주어졌다. 대마도에 있을 때 에미카 커플에게 이키에는 티아라몰 같은 곳이 없는지 물었더니 티아라몰처럼 크지는 않지만 그나마 이온 마트가 하나 있다고 했는데 여기가 바로 그곳이었다.
건물 안에는 모스버거와 작은 기념품점, 잡화점, 서점, 100엔숍 등이 모여 있었고 이키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많은 곳 같았다. 마트 건너편에는 아시베항 페리 터미널이 있었는데, 그 앞에 말에 올라탄 어느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그렇게 15분간 초스피드로 구경을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이키의 다양한 풍경을 거쳐 처음 출발했던 혼마치의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시간은 아직 오후 네 시가 안 되어 있었다. 혼자서 딱히 할 게 없는 혼마치에서 일곱 시까지 에미카를 기다릴까? 그냥 아까 탄 버스와 반대 방향으로 도는 버스를 한 번 더 타기로 했다. 어디서 혼자 가만히 있느니 버스 안에서 해 지는 풍경을 보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
창밖으로 다시 익숙한 풍경이 지나갔다. 중간중간 중학생들이 우르르 탔다가 우르르 내리기도 했다. 다섯 시 반쯤 되자 해가 저물기 시작했고, 여섯 시가 지나자 버스 창문에 검은색 불투명 필름을 붙인 것처럼 칠흑이 펼쳐졌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본 이키의 풍경들
두 번째 버스에서 내리자 퇴근한 에미카가 차를 몰고 나타났다. 우리는 멀지 않은 식당에서 오뎅, 야키소바, 가라아게를 먹으면서 실컷 수다를 떨었다. 나는 후쿠오카와 도쿄에서 있었던 일들을, 에미카는 히로토와 이곳저곳에서 데이트한 일들을 나누었다. 그러다 보니 후쿠오카대 유학 시절 얘기도 나오고, 한국과 일본 얘기도 나오고, 결혼 얘기도 나오고…
그리고 에미카에게 대마도보다 이키가 더 번화한 편이라는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키보다 대마도가 땅덩이가 훨씬 크고 한국인 관광객도 많으니 더 번화한 줄 알았는데, 일본인 중 이키는 알아도 대마도를 모르는 사람이 꽤 많은 모양이었다. 이키는 일본인들의 휴양지이기도 하단다.
한자리에 너무 오래 머물렀다 싶어 에미카의 집으로 갔다. 혼마치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에미카의 집은 정말 깨끗하고 넓었는데, 20평도 넘어 보였다. 우리는 드라마도 보고 영화도 보면서 수다를 계속 이어갔다. 자정이 지나자 솔솔 잠이 오기 시작했고, 에미카가 깔아준 포근한 이불 속에서 순식간에 정신을 잃었다.
다음 날.
바깥에서 흘러들어오는 노랫소리에 알람을 맞춰놓은 시각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마트에서 흘러나오는 그 소리에 에미카도 매일 잠에서 깬다고 한다. 에미카가 혼마치 중심가에 나를 내려주면서 우리는 헤어졌다. 올해 또 서울이나 부산으로 놀러 오겠다고 하니 그때 에미카를 다시 만나기로 했다.
대마도로 가는 배를 기다리는 동안 이키를 마저 돌아보기로 했다. 혼마치의 강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본 다음 어제 갔던 편의점에 다시 갔지만 아직 시간이 일러서인지 도시락이 하나도 없었다. 또 다른 편의점이나 식당도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도 끊겼지만 두 다리와 감을 믿고 아무 식당이나 찾아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높은 곳에서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얼추 내려다보이겠지 싶어 언덕도 올라 보고 동네 이곳저곳도 돌아다녀 봤지만 식당 찾기는 실패. 덕분에 경치 구경만 실컷 했다. 결국 처음 편의점으로 돌아가 봤더니 새로운 도시락이 만들어져 있었다. 오늘도 가라아게 도시락을 점심으로 먹기로 했다.
이키의 아침 해
배 두둑하게 채우고 다시 산책을 시작했다. 이키의 심볼인 대교를 건너 항구 건너편 해변공원도 가보고, 공원 안의 놀이공원에서 그네와 미끄럼틀도 타고, 그 옆의 폐모텔도 기웃거리고, 폐모텔 앞 넓은 주차장에 타이어 공기가 빠진 채 버려진 몇 대의 차 안을 살펴보고, 폐건물을 보며 인형박물관으로 꾸미는 상상도 해보고, 시내에 있는 폐모텔의 2호점도 텅텅 비어있는 걸 보며 괜히 내가 더 안타까워하고, 텅 빈 건물을 보며 저런 건물은 과연 얼마에 매입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기도 하고, 언덕 위 전망대에 올라서 바다를 바라보려 했지만 경관이 나무로 가려져 있어 조망은 포기하고, 그 근처 놀이터의 식수대에서 물을 먹으려다 엄청난 수압으로 얼굴에 물벼락을 세차게 맞기도 하고, 작은 등대 앞에 쪼그려 앉아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고…… 오전 동안 아주 즐겁고 알찬 시간을 보냈다.
이키에서 혼자서도 아주 신나고 알차게 보낸 네 시간
탑승 시간 10분 전에 터미널로 돌아왔다. 멀리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배 ‘키즈나’가 보이기 시작했고, 배에 올라탄 후 서서히 멀어지는 이키에게 작별을 고했다.
안녕, 다음에는 기필코 사루이와를 보러 올게.
이키의 따사로운 햇살이 마지막으로 배웅해 주는 듯했다.
이번 한 달 살기 동안 세 번 탑승한 키즈나
이키의 관광지 갈무리
글·사진 | 이스안
키덜트 매거진 《토이크라우드》 편집장. 대학에서 조각과 일본학을 공부했으며 여행, 호러 장르, 키덜트 문화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호러소설집 <기요틴> <카데바> <신체 조각 미술관>, 여행서 <도쿄 모노로그> <한국 인형박물관 답사기> 등이 있다.
https://www.instagram.com/toyphilbooks_su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