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특집]신오오쿠보 : 약간 특별한 치맥

일본 특집호 #4



지난 금요일 가족들이랑 연락할 때 이외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카카오톡으로 메시지가 하나 도착하였다. 언제나처럼 어머니한테 온 메시지라 생각하며 휴대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하는데, 카카오톡 팝업창의 왼쪽 귀퉁이에는 어랏! 하는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눈을 의심케 하는 이름이 표시되어 있었다.


‘은정(가명)’


익숙한 한국여성의 이름, 허나 내가 아는 유일한 은정이란 이름의 카카오톡 주인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우연한 기회에 만나 조금 긴 시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같이 식사를 했었던 일본여성뿐이었다. 한국과 깊은 연이 있어 한국 이름을 갖고 있다던…….


놀라움 반 반가움 반으로 카카오톡 아이콘을 눌러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자, 메시지의 발신자는 역시, 일본 명 노리코(가명). 방송연예인으로 전직 성인영화배우인, 내가 아는 유일한 그 ‘은정’이었다.


반갑다는 답신에 더해 경황이 없는 채로 몇 번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 휴대폰을 내려놓고 정신을 차리자, 어느 샌가 바로 다음날 저녁 치맥을 먹기 위해 신오오쿠보新大久保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야 말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남은 하루를 빠르게 소비할 다짐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하루가 빠르게 지나 이미 땅거미가 드리운 신오오쿠보역에서 그녀를 만나, 서로 변한 게 별로 없다는 인사를 건네며 근처의 치킨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몇 년 간의 침체기를 거쳤다가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의 인기에 힘입어 다시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는 신오오쿠보이기에 치킨집 문 앞에서 잠시 기다리기도 해야 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우리는 치킨을 뜯고, 진정한 치맥을 맛보기 위해 어쩔 수 시킨 한국 맥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각자의 근황과 일터에서의 불만, 연애부터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어 댔다.


앞에 앉아 즐겁게 얘기하고 있는 분을 다시 만나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 일본에서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온 나에게 일반 사람들과 제법 다른 삶을 살아온 앞자리 친구(?)의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얘기들은 왠지 알 수 없는 특별함으로 느껴졌다.



닭똥집 튀김까지 맛있게 먹은 후 다시 근처 바에서 2차를 하고, 그리고 실로 오랜만에 롯폰기六本木 클럽으로 이어지는 3차까지 이동하여 전에 없던 체력으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적당히 마시며 고막을 때리는 음악을 즐겼다.


다음날 집에서 일어나 전날 역시 좀 취했었구나 하는 사실은, 비가 오고 쌀쌀했던 탓으로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그녀에게 건네주며 작별인사를 했던 장면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으로 다시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분명 다시 그녀를 만나 또 다른 근황을 묻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리리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6년 만에 나의 평범한 하루를 특별한 시간으로 바꿔준 그녀의 기억은 벌써 물 담배 수증기처럼 흩어지려 하고 있지만, 간만의 치맥을 떠올리게 해 준 그녀에게 더 할 나위 없는 감사를 전한다.






글/사진 굔 짱

국문학과를 다니는 내내 일본어를 공부하다 7년 전 도쿄로 떠나 은행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일본 여자를 만나 하루빨리 도쿄 가정을 이루고 싶지만, 이유를 모르겠네, 줄곧 미팅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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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 취해도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