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니즘, 일상에서 즐기는 일본 문화 여행 #5
드디어 ‘서울 촌사람’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졌다. 2021년 2월 26일 여의도에 오픈한 이래 서울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로 꼽히던 ‘더 현대 서울’을 올해 3월에야 처음 다녀온 것이다.
더 현대 서울을 방문한 것은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를 보기 위해서였다. 작년 1월 27일에서 4월 7일까지 도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같은 제목 <印象派 モネからアメリカへ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으로 먼저 열렸던 전시회다. 2024년은 인상파가 프랑스에서 탄생한 지 150주년을 맞이한 특별한 해였다. 보고 싶었으나 전시가 열렸던 기간에는 도쿄에 없었기 때문에 관람을 포기했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같은 전시회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역시 모네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테마여서 도쿄에서 보지 못한 전시회는 조금만 기다리면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인상파 화가들이야말로 서울과 도쿄의 거리를 좁혀주는 ‘보이지 않는 비행기’다.

더 현대 서울에서 열린 전시회의 포스터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모네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이유가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는 ‘일본학도’라는 정체성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모네를 비롯해 인상파 화가들은 나와 같은 ‘일본 문화 덕후’이자 ‘일본 문화를 활용해 나다움을 고민하고 표현하려 했던 외국인’이어서 동질감이 느껴진다. ‘익숙함’ 때문에 내부에서 영감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바깥에서 자극과 영감을 얻어야 한다.
실제로 내가 연구하는 자포니즘(Japonisme)도 인상파 화가들이 발전시킨 예술 운동이다. 인상파 화가들은 일본 목판화 우키요에, 도자기, 기모노, 일본 인형, 쥘부채 등 '일본 감성'을 미술 기법이나 소재로 적극 활용해 아카데미라는 속박에 갇힌 서양 미술의 전통적인 표현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냈다. 19세기에 등장한 인상파 미술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사랑을 받는 것은 현대인들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자유’와 ‘개성’ 때문이 아닐까?
인상파와 마찬가지로 자포니즘도 프랑스에서 탄생했고, 그 둘 모두를 대표하는 화가가 바로 모네다.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전에서도 모네의 대표작 <수련>이 호스트처럼 관객들을 맞이했다.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전시회에서 마주한 모네의 <수련>
모네도 고흐, 로트레크 등 다른 인상파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우키요에의 팬이었다. 한국인과 일본인에게 친숙한 모네의 <수련> 연작은 호쿠사이의 <후지산 36경(富士三十六景)>과 히로시게의 <명소 에도 백경> 같은 풍경화 연작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네의 그림에 나오는 수련은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한국과 같은 아시아에서는 사찰의 연못에 떠 있는 수련을 떠올리게 한다. 이것도 한국과 일본에서 모네의 <수련>이 인기가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프랑스에서 태어난 자포니즘은 바다를 건너 미국에도 영향을 끼쳤다.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전시회가 특별한 것은 미국의 인상파와 자포니즘을 감상할 수 있어서였다. 한국에서 미국의 자포니즘은 유럽의 자포니즘이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신선한 테마다. 그런데 영어와 일본어 도서에서 간접적으로 만났던 미국 인상파 화가들의 자포니즘을 서울에서 만나다니!
전시장에서는 미국의 자포니즘을 대표하는 두 점의 그림 앞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제임스 맥닐 휘슬러, <장미와 은을 위한 스케치 : 도자기 나라의 공주>
제임스 맥닐 휘슬러는 동시대 미국 화가들보다 10년 정도 일찍 유럽 예술계에 진출했다. 런던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파리의 예술가들과도 꾸준히 교류했다. 휘슬러는 우키요에의 미학을 간결하면서도 대담한 붓 터치로 표현한 화가로 유명하다. <장미와 은을 위한 스케치>가 대표적이다.
특히 이 작품처럼 기모노를 입은 서양 여성이 나에게 이질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일본 인형’ 수집 취미를 공유하고 있는 일본인 지인들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일본 전통 인형을 수집하는 일본인들 중에는 일본산 서양풍 비스크돌도 함께 수집하는 경우가 많다. 서양인의 모습을 한 비스크돌에 드레스뿐만 아니라 기모노를 갈아입히고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데, 나도 사진을 접하며 자연스레 그 모습에 익숙해진 것이다.
자포니즘을 연구하면서 생긴 감각이 굳이 동서양을 구분하지 않는 ‘확대 지향의 블렌딩’이다. 주변 지인들 중 미일커플의 자녀, 한불커플의 자녀가 있는 것도 이러한 감각에 영향을 끼쳐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차일드 하삼, <브렉퍼스트 룸, 겨울 아침, 뉴욕>
파리에서 유학한 차일드 하삼은 ‘미국의 모네’로 불릴 정도로 미국을 대표하는 인상파 화가다. 뉴욕에 정착한 하삼은 미국의 물질주의와는 차별화되는 일본의 미학에 관심을 가졌다. <브렉퍼스트 룸, 겨울 아침, 뉴욕>은 커튼이 미국의 물질주의와 일본의 미학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역할을 한다. 차단된 바깥은 번잡한 뉴욕의 현대적인 삶이다. 보호된 내부는 일본의 기모노를 연상시키는 복장에서 알 수 있듯이 조용한 일본의 미학이다. 나 역시 잔잔하고 섬세한 정서의 일본 문화 콘텐츠에서 힐링을 얻을 때가 많아서일까? 이 그림을 보면서 왠지 공감이 되었다.
사실, 내가 미국의 자포니즘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계기는 미술보다는 인형이었다. 도쿄에 갈 때마다 시간이 되면 꼭 들르는 곳이 요코하마 인형 박물관이다(일본에서는 조금 더 정겨운 표현을 사용해 ‘인형의 집(人形の家)’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현재 1만 엔권 지폐의 초상인물인 시부사와 에이이치가 1927년에 지일파 미국인 교수이자 선교사 지인인 시드니 걸릭과 함께 추진한 미일인형교류의 기록을 만날 수 있다.

요코하마 인형 박물관과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미일인형교류’ 상설전
당시 일본인의 미국 이민 문제로 미국과 일본은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악화된 미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시부사와와 걸릭이 미래 세대의 평화를 위해 기획한 것이 미일인형교류였다. 미일인형교류는 훗날 21세기 미국 문학에 일본 인형이 주인공이나 주요한 테마로 등장하는 새로운 감각의 ‘작은’ 자포니즘을 일으킨다.

미일인형교류가 일으킨 미국 문학의 자포니즘 예시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일본 문화를 바라보는 창, 우키요에』는 중국 도서다. 저자 판리는 우키요에와 자포니즘을 연구하는 중국인 전문가다. 이 책에서도 미국의 자포니즘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1854년 페리 제독이 이끄는 함대를 통해 일본은 미국과 처음 만났다. 문호 개방을 하며 일본은 미국과 활발하게 경제 및 문화를 교류했고, 미국에서도 자포니즘의 영향을 받아 유미주의가 유행했다. 미국의 자포니즘은 유럽의 자포니즘에 비해 미술과 공예뿐만 아니라 문학, 패션, 건축, 음악 등 분야가 더욱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자포니즘의 진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신자포니즘(新ジャポニズム)’이 대두되며 일본 문화가 영감을 주는 범위가 서구권을 넘어 다른 지역까지 더욱 넓어졌고, 예술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와 일상 문화로 영역도 확장된 것이다. 올해 NHK도 방송 100주년을 맞아 방송과 전시회를 통해 ‘신자포니즘’을 집중 조명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부사와 에이이치와 미국 문학의 자포니즘을 소개한 2025년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5』와 NHK 국제라디오 한국어 방송 <하나카페> | 출처: NHK <하나카페> 홈페이지

역시 NHK 국제라디오 한국어 방송 <하나카페>에 소개된 자포니즘 연구 활동 | 출처: NHK <하나카페> 홈페이지
NHK 스페셜 방송 시리즈 <신자포니즘>은 마치 음악 앨범처럼 총 4집으로 이루어져 있다. 1집은 망가, 2집은 J-POP 보컬로이드, 3집은 일본 요리, 4집은 디자인이다.
서울에서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전시회를 감상하고 나서 약 한 달 후, 도쿄로 떠났다. ‘신자포니즘(新ジャポニズム)’을 현지 조사하고 한일 공저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시리즈의 자포니즘 연구가 타이틀로 NHK 국제라디오 한국어 방송 <하나카페>에 출연하기 위해서였다.
도쿄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향하면서 ‘새로운’을 뜻하는 한자 ‘신(新)’은 자포니즘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아카데미 중심의 정체된 19세기 서양 미술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으며 근대 서양 미술의 세계를 개척해 가고자 한 인상파 화가들이 키워간 사조가 자포니즘이었으니 말이다. 과연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새로움이라는 단어에서 아드레날린과 설레임이 솟아올랐다.
신자포니즘 전시회를 보기 위해 찾은 도쿄국립박물관
글·사진 | 이주영

프랑스어와 일본학을 전공했다. 프랑스어, 일본어, 영어, 한국어를 활용해 다언어 일본학도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 집필진의 공저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시리즈에서는 2021년부터 매년 자포니즘 연구가 타이틀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자포니즘 테마로 NHK 국제라디오 한국어 방송 <하나카페>와 영어 방송 <Friends Around The World> 에 출연했다. 최근 역서로는 프랑스 소설 『할복』과 일본 도서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윤리경영 리더십』이 있다.
자포니즘, 일상에서 즐기는 일본 문화 여행 #5
드디어 ‘서울 촌사람’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졌다. 2021년 2월 26일 여의도에 오픈한 이래 서울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로 꼽히던 ‘더 현대 서울’을 올해 3월에야 처음 다녀온 것이다.
더 현대 서울을 방문한 것은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를 보기 위해서였다. 작년 1월 27일에서 4월 7일까지 도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같은 제목 <印象派 モネからアメリカへ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으로 먼저 열렸던 전시회다. 2024년은 인상파가 프랑스에서 탄생한 지 150주년을 맞이한 특별한 해였다. 보고 싶었으나 전시가 열렸던 기간에는 도쿄에 없었기 때문에 관람을 포기했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같은 전시회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역시 모네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테마여서 도쿄에서 보지 못한 전시회는 조금만 기다리면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인상파 화가들이야말로 서울과 도쿄의 거리를 좁혀주는 ‘보이지 않는 비행기’다.
더 현대 서울에서 열린 전시회의 포스터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모네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이유가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는 ‘일본학도’라는 정체성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모네를 비롯해 인상파 화가들은 나와 같은 ‘일본 문화 덕후’이자 ‘일본 문화를 활용해 나다움을 고민하고 표현하려 했던 외국인’이어서 동질감이 느껴진다. ‘익숙함’ 때문에 내부에서 영감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바깥에서 자극과 영감을 얻어야 한다.
실제로 내가 연구하는 자포니즘(Japonisme)도 인상파 화가들이 발전시킨 예술 운동이다. 인상파 화가들은 일본 목판화 우키요에, 도자기, 기모노, 일본 인형, 쥘부채 등 '일본 감성'을 미술 기법이나 소재로 적극 활용해 아카데미라는 속박에 갇힌 서양 미술의 전통적인 표현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냈다. 19세기에 등장한 인상파 미술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사랑을 받는 것은 현대인들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자유’와 ‘개성’ 때문이 아닐까?
인상파와 마찬가지로 자포니즘도 프랑스에서 탄생했고, 그 둘 모두를 대표하는 화가가 바로 모네다.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전에서도 모네의 대표작 <수련>이 호스트처럼 관객들을 맞이했다.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전시회에서 마주한 모네의 <수련>
모네도 고흐, 로트레크 등 다른 인상파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우키요에의 팬이었다. 한국인과 일본인에게 친숙한 모네의 <수련> 연작은 호쿠사이의 <후지산 36경(富士三十六景)>과 히로시게의 <명소 에도 백경> 같은 풍경화 연작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네의 그림에 나오는 수련은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한국과 같은 아시아에서는 사찰의 연못에 떠 있는 수련을 떠올리게 한다. 이것도 한국과 일본에서 모네의 <수련>이 인기가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프랑스에서 태어난 자포니즘은 바다를 건너 미국에도 영향을 끼쳤다.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전시회가 특별한 것은 미국의 인상파와 자포니즘을 감상할 수 있어서였다. 한국에서 미국의 자포니즘은 유럽의 자포니즘이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신선한 테마다. 그런데 영어와 일본어 도서에서 간접적으로 만났던 미국 인상파 화가들의 자포니즘을 서울에서 만나다니!
전시장에서는 미국의 자포니즘을 대표하는 두 점의 그림 앞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제임스 맥닐 휘슬러, <장미와 은을 위한 스케치 : 도자기 나라의 공주>
제임스 맥닐 휘슬러는 동시대 미국 화가들보다 10년 정도 일찍 유럽 예술계에 진출했다. 런던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파리의 예술가들과도 꾸준히 교류했다. 휘슬러는 우키요에의 미학을 간결하면서도 대담한 붓 터치로 표현한 화가로 유명하다. <장미와 은을 위한 스케치>가 대표적이다.
특히 이 작품처럼 기모노를 입은 서양 여성이 나에게 이질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일본 인형’ 수집 취미를 공유하고 있는 일본인 지인들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일본 전통 인형을 수집하는 일본인들 중에는 일본산 서양풍 비스크돌도 함께 수집하는 경우가 많다. 서양인의 모습을 한 비스크돌에 드레스뿐만 아니라 기모노를 갈아입히고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데, 나도 사진을 접하며 자연스레 그 모습에 익숙해진 것이다.
자포니즘을 연구하면서 생긴 감각이 굳이 동서양을 구분하지 않는 ‘확대 지향의 블렌딩’이다. 주변 지인들 중 미일커플의 자녀, 한불커플의 자녀가 있는 것도 이러한 감각에 영향을 끼쳐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차일드 하삼, <브렉퍼스트 룸, 겨울 아침, 뉴욕>
파리에서 유학한 차일드 하삼은 ‘미국의 모네’로 불릴 정도로 미국을 대표하는 인상파 화가다. 뉴욕에 정착한 하삼은 미국의 물질주의와는 차별화되는 일본의 미학에 관심을 가졌다. <브렉퍼스트 룸, 겨울 아침, 뉴욕>은 커튼이 미국의 물질주의와 일본의 미학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역할을 한다. 차단된 바깥은 번잡한 뉴욕의 현대적인 삶이다. 보호된 내부는 일본의 기모노를 연상시키는 복장에서 알 수 있듯이 조용한 일본의 미학이다. 나 역시 잔잔하고 섬세한 정서의 일본 문화 콘텐츠에서 힐링을 얻을 때가 많아서일까? 이 그림을 보면서 왠지 공감이 되었다.
사실, 내가 미국의 자포니즘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계기는 미술보다는 인형이었다. 도쿄에 갈 때마다 시간이 되면 꼭 들르는 곳이 요코하마 인형 박물관이다(일본에서는 조금 더 정겨운 표현을 사용해 ‘인형의 집(人形の家)’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현재 1만 엔권 지폐의 초상인물인 시부사와 에이이치가 1927년에 지일파 미국인 교수이자 선교사 지인인 시드니 걸릭과 함께 추진한 미일인형교류의 기록을 만날 수 있다.
요코하마 인형 박물관과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미일인형교류’ 상설전
당시 일본인의 미국 이민 문제로 미국과 일본은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악화된 미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시부사와와 걸릭이 미래 세대의 평화를 위해 기획한 것이 미일인형교류였다. 미일인형교류는 훗날 21세기 미국 문학에 일본 인형이 주인공이나 주요한 테마로 등장하는 새로운 감각의 ‘작은’ 자포니즘을 일으킨다.
미일인형교류가 일으킨 미국 문학의 자포니즘 예시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일본 문화를 바라보는 창, 우키요에』는 중국 도서다. 저자 판리는 우키요에와 자포니즘을 연구하는 중국인 전문가다. 이 책에서도 미국의 자포니즘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1854년 페리 제독이 이끄는 함대를 통해 일본은 미국과 처음 만났다. 문호 개방을 하며 일본은 미국과 활발하게 경제 및 문화를 교류했고, 미국에서도 자포니즘의 영향을 받아 유미주의가 유행했다. 미국의 자포니즘은 유럽의 자포니즘에 비해 미술과 공예뿐만 아니라 문학, 패션, 건축, 음악 등 분야가 더욱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자포니즘의 진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신자포니즘(新ジャポニズム)’이 대두되며 일본 문화가 영감을 주는 범위가 서구권을 넘어 다른 지역까지 더욱 넓어졌고, 예술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와 일상 문화로 영역도 확장된 것이다. 올해 NHK도 방송 100주년을 맞아 방송과 전시회를 통해 ‘신자포니즘’을 집중 조명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역시 NHK 국제라디오 한국어 방송 <하나카페>에 소개된 자포니즘 연구 활동 | 출처: NHK <하나카페> 홈페이지
NHK 스페셜 방송 시리즈 <신자포니즘>은 마치 음악 앨범처럼 총 4집으로 이루어져 있다. 1집은 망가, 2집은 J-POP 보컬로이드, 3집은 일본 요리, 4집은 디자인이다.
서울에서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전시회를 감상하고 나서 약 한 달 후, 도쿄로 떠났다. ‘신자포니즘(新ジャポニズム)’을 현지 조사하고 한일 공저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시리즈의 자포니즘 연구가 타이틀로 NHK 국제라디오 한국어 방송 <하나카페>에 출연하기 위해서였다.
도쿄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향하면서 ‘새로운’을 뜻하는 한자 ‘신(新)’은 자포니즘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아카데미 중심의 정체된 19세기 서양 미술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으며 근대 서양 미술의 세계를 개척해 가고자 한 인상파 화가들이 키워간 사조가 자포니즘이었으니 말이다. 과연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새로움이라는 단어에서 아드레날린과 설레임이 솟아올랐다.
글·사진 | 이주영
프랑스어와 일본학을 전공했다. 프랑스어, 일본어, 영어, 한국어를 활용해 다언어 일본학도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 집필진의 공저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시리즈에서는 2021년부터 매년 자포니즘 연구가 타이틀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자포니즘 테마로 NHK 국제라디오 한국어 방송 <하나카페>와 영어 방송 <Friends Around The World> 에 출연했다. 최근 역서로는 프랑스 소설 『할복』과 일본 도서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윤리경영 리더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