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달살기][여행] 어디든 떠야겠는데, 대마도 갈까? #2

2024-02-22

대마도 반달살기에서 일본 한달살기로 (2)



일본 친구들과 대마도 여행

대마도에는 나의 일본 친구들이 살고 있다. 대마도에 오기 몇 주 전에 그들이 한국에 놀러 왔는데, 대마도에서도 만나면 좋겠다 싶어서 대마도 여행을 결정한 것이기도 하다. 친구들은 한 쌍의 커플인데, 후쿠오카 교환학생 시절 친해진 에미카는 대마도와 후쿠오카 사이의 이키섬에, 에미카의 남자 친구는 대마도에 거주하고 있다. 두 사람 다 약사이고 매주 서로가 있는 섬을 오가며 만난다고 한다.


대마도에서의 넷째 날, 친구 커플이 아침부터 숙소 앞까지 차로 데리러 와주었다. 나를 위해 대마도 여행 코스를 짰다는 친구들 덕분에 자전거나 버스로는 가기 힘든 대마도 관광지 여러 군데를 다닐 수 있었다. 함께 다니는 내내 바람이 정말 거세게 불고 날도 너무 추웠는데, 그렇게 종일 고생하고서도 다음 날도 같이 여행하자고 말해주는 친구들이 참 고마웠다.


친구들과 함께


첫날은 이즈하라에서 미쓰시마, 도요타마, 미네를 돌아보고 둘째 날은 이즈하라 근교와 대마도의 가장 아래 지역인 쓰쓰를 다녀왔다. 대마도 여행 중 가장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던 곳이 바로 ‘쓰쓰자키’인데, 끝없이 펼쳐지는 망망대해와 그 위로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누군가 대마도 여행을 계획한다면 쓰쓰자키는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대마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쓰쓰자키 해안


   일본 친구들과 함께 돌아본 대마도의 관광 명소들



대마도에서 느낀 따뜻한 정

숙소 사장님들과 일본 친구들뿐만 아니라 사람의 정을 느끼게 해준 이들이 또 있었다. 인적 드문 버스 정류장에서 같이 버스를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먼저 말을 걸어와 스몰토크를 나누게 되었는데, 아주머니는 대마도에서 나고 자랐다고 하셨다. 매서운 바람이 계속해서 불고 잠시 정적이 흐를 때, 아주머니가 조금 떨어진 자판기로 가더니 음료를 두 개 뽑아서 하나를 건네주셨다. 손난로처럼 따뜻한 캔 커피였다. 그 마음이 감사했다. 


캔 커피


어느 날은 숙소 근처 식당에서 주문한 밥을 기다리고 있는데 옆자리에 일본인 아저씨 두 명이 앉았다. 한 아저씨가 말을 걸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두 분 중 한 분은 기타큐슈, 또 한 분은 나가사키 출신이고 지금은 대마도에서 뱃일을 한다고 했다. 한 아저씨는 부산에 한두 번 간 적이 있는데 찜질방 불가마에 들어갔을 때 꼭 피자 가마 같았다고 하여 풉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한국 여자들이 정말 예쁘다고 몇 번이나 칭찬해 주기도 했다. 두 분은 나보다 먼저 식사를 마치고는 “나이 든 사람들 말동무 되어 줘서 고마워”라며 내가 먹고 있던 돈가스 정식을 계산해 주고 나가셨다. 


돈가스 정식


몇 년 전, 대마도에 사는 일본인들의 혐한 감정이 고조되어 한국인 손님은 받지 않는 가게들이 여러 군데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아무리 일본어를 잘해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가게 밖으로 사람을 내쫓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대마도에 오기 전, 나도 한국인이라서 홀대를 받는 일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고 이렇게 따스한 기억만 남아있다. 여행하는 동안 여러 관광지를 돌아보며 추억을 쌓는 만큼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의 추억도 쌓이는 것 같다.



이즈하라 시내 관광

대마도에 머무르는 동안 이즈하라 시내에 매일 출근하듯 드나들었다. 앞서 언급했듯 이즈하라는 대마도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자 여러 관광지가 집결되어 있고, 숙소가 있는 구타에서 자전거로 쉽게 오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자주 간 곳은 대마도의 유일한 쇼핑몰 ‘티아라몰’이었다. 마트, 식당, 100엔숍, 도서관 등이 모여 있어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쇼핑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쌓아놓고 읽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대마도는 땅덩이가 그렇게 좁지는 않다. 여기서 조금 더 발전해서 더 많은 관광지나 가게가 생길 수는 없을까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이즈하라 시내도 대마도의 얼굴인 만큼 더 복작복작해지면 좋겠다. 대마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이즈하라에서 가볼 만한 곳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 티아라몰: 1, 2층에는 마트와 모스버거, 옷 가게, 신발가게, 100엔숍, 기념품 가게 등이 있고 3층에는 공민관과 강당, 4층에는 도서관이 있다. 대마도에서 가장 큰 복합문화생활공간.

- 후레아이도코로&버스정류장: 티아라몰 바로 맞은편에 위치. 친절하고 자세하게 안내를 도와주는 관광안내소, 대마도의 역사와 자연을 소개하는 전시관, 기념품 가게, 식당, 버스정류장, 흡연소 등이 모여 있다. 

- 나카라이 도스이관: 춘향전을 번역하여 일본 신문에 연재한 신문 기자이자 소설가 ‘나카라이 도스이’의 생가터. 그는 5,000엔 지폐의 ‘히구치 이치요’의 연인으로도 유명하다. 2층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 쓰시마박물관: 대마도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박물관. 비교적 최근에 새로 지어졌고, 건물 디자인이 꽤 웅장하고 현대적이다. 관광객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 덕혜옹주 결혼 봉축 기념비: 덕혜옹주와 대마도 번주 소 다케유키의 결혼을 축하하는 뜻으로 건립되었으며, 가네이시 성터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기념비 앞에는 한국인들이 남기고 간 꽃다발이 놓여 있다. 

- 시미즈산 성터: 성의 흔적은 거의 없고, 가벼운 등산을 하기에 좋다. 정상까지 2~3시간가량 소요된다. 

- 하치만구 신사: 대마도의 대표적인 신사로, 하치만 신을 모신 곳. 

- 이사리비공원: 이즈하라항 근처의 언덕에 위치한 공원으로 넓게 펼쳐진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밤에는 오징어잡이 배들의 조명이 장관이라고 한다. 

- 이즈하라항: 이키와 후쿠오카로 향하는 배를 타는 곳. 국제터미널은 현재 공사 중이며, 완공된 후에는 훨씬 더 많은 사람으로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슬슬 대마도를 떠나야 할 것 같다

대마도는 한국과 가까운 만큼 날씨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머무르던 12월 중순은 아마 1년 중 가장 추울 때였을 것이다. 장갑을 끼고 다녔는데도 손등이 다 터서 피가 흐를 정도였고, 밖에 한 번 나갔다 오면 양 볼이 불에 타는 듯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6시 이후로는 온통 깜깜해지고 대부분의 가게가 셔터를 내리는 탓에 저녁에는 딱히 혼자서 할 게 없었다. 시내에서 시간을 보내다 해가 질 때쯤 숙소로 돌아와 방 안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노트북으로 할 일을 했고(실은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이 가장 길었던 것 같지만), 그마저도 답답할 때는 다시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가 항구의 방파제 위에 앉아 가만히 밤바다를 바라보곤 했다.


매일 건넜던, 이즈하라와 구타를 잇는 다리 


혼자 멍하니 바라본 밤바다


대마도에는 대부분 커플, 친구, 가족끼리 여행을 왔다. 혼자 온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슬슬 북적북적한 도시가 그리웠고, 여러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실컷 수다를 떨고 싶었다. 이즈하라항에서 후쿠오카 하카타항으로 가는 배편은 편도 5,500엔 정도이며 4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대마도에서 계획했던 2주를 다 채우지 않고 충동적으로 후쿠오카로 떠나기로 했다.


후쿠오카로 가는 배편


후쿠오카는 대학생 시절 한 학기 동안 교환학생으로 있었던 곳이고 작년에는 5주 동안 머물렀던 데다 대마도에 오기 반년 전에도 며칠간 다녀왔던 만큼 일본에서 가장 친숙한 지역이다. 대마도에서 후쿠오카로 이동해 일주일간 머무르기로 하고, 내친김에 후쿠오카에서 도쿄로 가는 비행기도 끊어버렸다. 도쿄에서도 일주일간 머무른 다음 여정의 마지막에는 다시 대마도로 돌아오는 것으로 해서 귀국 배편 날짜를 변경했다. 그렇게 대마도 반달살기는 일본 한달살기가 되었다. 


대마도에서 후쿠오카로 떠나는 날, 언제 혹한이었냐는 듯 따뜻하고 햇살이 눈부신 봄 같은 날씨가 펼쳐졌다. 분했다.





글·사진 | 이스안

키덜트 매거진 《토이크라우드》  편집장. 대학에서 조각과 일본학을 공부했으며 여행, 호러 장르, 키덜트 문화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호러소설집 <기요틴> <카데바> <신체 조각 미술관>, 여행서 <도쿄 모노로그> <한국 인형박물관 답사기> 등이 있다.
https://www.instagram.com/toyphilbooks_su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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