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캄보디아]나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나의 캄보디아 #2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캄보디아 마을 사람들과 인터뷰나 회의를 할 때면 “어떤 것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혹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는가”를 가장 첫 화두로 던진다. 프로젝트에는 타당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이런 화두를 던졌을 때 답변자가 자신의 문제에 관해 쉽게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모니터링을 할 때도 늘 보고서에 문제점만 가득 적어서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의 시선에서는 모든 것이 문제처럼 보이고, 단점만을 찾아내다 보니 ‘이 프로젝트가 과연 필요한 일인가’, 더 심각하게는 ‘그동안 우리는 무슨 일을 한 거지?’와 같은 혼란을 겪게 된다. 결국 문제를 찾기 위해 온 사람 같아 맥이 풀리고,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어느 회의 날


그러던 어느 날, 역지사지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얼굴도 모르는 이가 나의 집, 나의 마을에 찾아와 다짜고짜 무엇이 문제인 것 같으며 무엇이 필요하냐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면 나는 과연 얼마나 답할 수 있을까. 또, 누군가 모니터링을 한다며 문제점이 무엇인지 쏟아내고 간다면 나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만약 나였다면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 돌이켜보니 그들의 삶에 관해서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고 성급히 그들을 판단하려는 무례한 행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NGO 활동가로 몇 년을 일해 왔는데 도대체 나의 역할은 무엇인지 의문에 빠졌다. 나는 단순히 이곳에 봉사를 하러 온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은 그랬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위해 내가 쓸모가 된다는 것이 기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NGO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단순한 봉사가 아니다. 만약 그냥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봉사자라면 내가 사라진 후에 그들은 내가 없었던 과거의 그 어디쯤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받는 게 익숙한 삶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며 허탈한 삶을 살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누군가의 삶을 망칠 수는 없다. 나에게는 단순히 프로젝트일 뿐이고 돈을 버는 직업으로써의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삶이 걸린 일이다.



NGO 활동가는 문제를 찾고 그들이 필요한 것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갖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문제의식을 찾았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든 떠나겠지만 그들의 삶은 이곳에서 계속될 것이고 결국 그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기다림이다. 꽤 긴 인내의 기간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내가 경험해 본 현장은 그 기다림을 견뎌낼 여력이 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다림만큼 좋은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게는 어떤 문제로 보이는 것이 그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 때도 있고, 자연스레 해결이 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그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그럴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그들의 문제점을 들추어내기보다는 그들의 평온한 삶에 먼저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예의다.


고백하자면 나는 여전히 문제를 더 많이 찾아내는 사람이다. 하지만 조금 물러서서 시간을 들여 그들 삶의 장점을 찾아보기 위해 노력한다. 문제점을 찾는 일은 쉽지만, 장점을 찾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럼에도 내가 가지고 있는 시야와 사고를 넓고 깊게 확장하기 위해 거듭 노력한다. 나 혼자 가는 길이 아니고 함께 가야 하는 길이기에 더욱 그래야만 한다. 여전히 깨지고 부딪히지만, 그래도 캄보디아 사람들의 손을 놓지 않고 함께 걸어가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한다.





글/사진 Chantrea

죽을 때까지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지금은 어쩌다보니 캄보디아와 사랑에 빠져 4년째 NGO활동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rashimi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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