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캄보디아]게으름에 대한 성찰

나의 캄보디아 #3



캄보디아에 지내면서 ‘이분들은 왜 이렇게 느릿느릿 한 걸까?’라는 생각을 꽤 많이 했다. 내가 만났던 몇몇 캄보디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매일 나의 출퇴근을 책임져주시던 뚝뚝이 아저씨는 손님을 기다리며 늘 영어 공부를 했다. 하루는 어떻게 공부하는지 궁금해서 쭈뼛쭈뼛 다가갔더니 유튜브를 보며 독학 중이셨다. 아저씨는 여러 가지 맛에 관해서 공부하고 있었고, 왜 영어를 시작했느냐고 묻자 외국인 손님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함께 일했던 캄보디아 여성들도 시간이 나면 한국어를 독학하곤 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이유가 그저 한국을 향한 동경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나와 대화하고 싶고, 종종 찾아오는 한국 손님들과 대화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뚝뚝이 아저씨나 같이 일했던 캄보디아 여성들은 시간을 쪼개어 자신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잘 채워나가고 있었다. 


그 외에도 거리에서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칠 때 운동을 하는 사람들, 가족과의 식사를 중요시하여 저녁은 꼭 가족과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면 일과 쉼의 조화를 잘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한국 사람들은 낮에 일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밤에도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살아가고 있다. 또 절대 게으르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늘 바쁘려고 애쓰고, 바쁘지 않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성공할수록 더욱 바빠지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더욱 여유로워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을 보면 무엇인가에 쫓기는 듯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할수록 더욱 성공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기 때문인 것인지, 아니면 바빠짐이 그저 몸에 배어서 더욱 그렇게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이러다 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게으르다고 단정 짓곤 한다. 사시사철 뜨거운 날씨 때문에 삶에 간절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와 생활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게으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내가 생활했던 환경과 캄보디아를 비교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습관들은 나를 지치게 하고, 결국은 슬럼프에 빠지게 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일인데 우리가 자라온 환경은 늘 비교와 경쟁에 익숙해져 있다.



그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그것이 얼마나 큰 편견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잘 살아내기를 원하고 있고, 어쩌면 우리보다 더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사실 이런 것으로 글을 쓰는 것조차 비교를 전제로 하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지내는 동안,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서, 좀 더 있는 사실 그대로, 어떤 것이 가진 ‘본질’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그래서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하고 살던 삶을 조금은 끊어내고 오롯이 나 자신이 되어보려 한다.





글/사진 Chantrea

오랫동안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래오래 집을 이고 다니며 생활하고 싶습니다. 4년 동안의 캄보디아 생활을 뒤로 하고 지금은 제주에 삽니다.

http://blog.naver.com/rashimi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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