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캄보디아]캄보디아가 싫어지면서 배운 것들

나의 캄보디아 #5



지금은 캄보디아가 싫거나 좋다고 의미를 부여할 시간은 지났다. 그저 익숙해졌고, 연속된 삶 속에 있던 또 하나의 삶의 터전, 그뿐이다. 하지만 나도 캄보디아가 끔찍하게 싫었던 때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캄보디아가 싫어지면서 나는 더 많이 성장했다. 캄보디아를 다시 좋아하겠노라 마음먹지도 않았다. 그냥 그대로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때를 떠올려본다.



캄보디아에 온 지 2년 즈음 되었을 때의 일이다. 모니터링을 위해 시골에서 한 달을 지냈다. 나의 잣대를 통해 그들을 평가하고 있으니 지금까지 해온 일들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그들은 한 걸음씩 그들의 속도대로 잘 나아가고 있었는데 나는 그 속도가 자꾸 잘못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트레스와 시골 생활 부적응으로 온몸이 아파왔다. 모니터링을 끝맺지 못하고 내가 살던 도시로 돌아왔다. 하지만 도시에서도 부딪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예전 같지 않았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말소리조차 듣고 싶지 않았고, 끊임없이 불만을 내뱉기에 바빴다. 그동안 나는 캄보디아를 받아들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캄보디아가 싫어진 이후부터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참고 버티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떤 충돌이 있어도 나는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 더 힘들고 두려워서 피하기에 바빴던 것이다. 그리고 혼자 판단하며 그 시간을 버티고 참아왔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그들의 옳고 그름을 내 멋대로 판단하고, 결론을 지어버린 것이다.


NGO에서 일하는 이들이 가장 기본으로 삼아야 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어려운 일은 함께하는 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 이해관계자들, 내가 있는 지역의 마을 사람들을 편견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그 말을 여러 차례 들어왔고, 몸에 새기듯 했다. 몇 차례의 해외 경험으로 그들을 잘 받아들이고 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심지어 자기소개서에는 늘 타인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드러냈다.


그런데 지난 나의 자기소개서를 갈기갈기 찢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스스로가 엄청난 거짓말쟁이가 된 듯하다. 그동안 역지사지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었던 나를 발견한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아주 조금. 나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편견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어쩔 수 없는 나란 사람이라는 것이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오늘도 누군가를 보며 답답해하고 한숨 쉬는 나를 깨달았다. 그 또한 나인 것이다. 아직 편견을 가지지 않고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당분간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 포장하지 않는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 일을 매일 밥 먹듯이 반복할 수도 있다. 또 그 시간이 꽤 길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다음의 길을 찾아 걸어가는 날이 오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우스갯소리로 NGO에서 일하면 도를 닦는 기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저 우스갯소리는 아닌 것 같다. NGO는 깨지고 부딪힐 때는 많이 아프지만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성장해나가기에는 훌륭한 일터인 것 같다. 특히 나처럼 스스로를 알아가는 것이 즐거운 사람에게는 그 수련이 재미있다는 생각도 때때로 든다. 다 내어놓으며 조금씩 보여주는 것이 삶이고 인생일까. 


지금은 그 시간에서 많이 비켜섰지만, 여전히 나는 그때의 생각들을 반복하고 있다. 언젠가 다른 깨우침이 내게 선물같이 다가오기를 바라면서.




※ 지금까지 〈나의 캄보디아〉 시리즈를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호부터는 필자 chantrea의 제주 책방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글/사진 chantrea

오랫동안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래오래 집을 이고 다니며 생활하고 싶습니다. 4년 동안의 캄보디아 생활을 뒤로 하고 지금은 제주에 삽니다.

http://blog.naver.com/rashimi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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