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일상]신 오오쿠보의 꼼장어 가게

도쿄의 일상 #4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길 거부한 지친 두 발은 전철에 놓여 신오오쿠보(新大久保: 도쿄의 비공식 코리아타운으로 대표적 번화가인 신주쿠 옆에 위치. 다양한 한국관련 상품을 파는 상점과 한국 음식점이 밀집해 있다.)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 나의 혀를 잡아 끌어당기는 신오오쿠보의 메뉴, 엄밀히 얘기해 소주 안주는 꼼장어 볶음이었다. 꼼장어는 거의 접할 기회가 없는 일본 한복판이라는 이유도 있거니와, 대부분의 한국 음식점의 대표 메뉴가 삼겹살에 편중되어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요 근래 꼼장어 볶음이라는 메뉴는 나에게 있어, 본래의 고소함과 함께 지리적, 문화적인 의아함과 어색함을 더한 매력적인 술안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白石准


신오오쿠보역에 도착한 후, 아는 형님과 친한 동생 둘이 운영하는 가게로 배고픈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가게에 도착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선 벌써 꼼장어 한판을 비우고 남은 양념에 밥을 볶고 있었다.


가게 문을 염과 동시에 상상 속의 볶음밥은 현실의 불판 연기에 감겨 사라지고, 기다렸다는 듯한 동생의 목소리가 나를 반긴다.


“형 왔어요?”
“어. 여기, 친구도 같이 왔어.”


방금 전 문장까진 글 분량에 대한 걱정으로 동행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고 있었지만, 난 절대로 술을 혼자 마시러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 둘은 동생에게 서비스 안주를 요구하기 편하게 주방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별다른 고민 없이 꼼장어 볶음에 초록병 소주를 주문했다. 참고로 일본 음식점에서 한국 소주 한 병은 한국 돈으로 대략 만 원 정도다. 소주를 주문할 때 한국과의 차이에서 오는 무의식적인 고민은 아주 가끔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눈치 빠른 동생이 서비스 안주로 달걀부침 두개와 함께 주문한 꼼장어 볶음을 내오자, 동행과 나는 소주 한 잔씩을 부어 그날의 노고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꼼장어가 일본인 동행의 입에 안 맞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술잔을 기울였다.


둥그런 철제 테이블에 놓인 ‘부르스타’, 그리고 그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꼼장어 볶음은 대학시절 자주 들르던 청량리 어느 골목으로 나를 데려가고 있었다. 얼마나 혼자서 청량리를 배회하고 있었을까, 일본어로 다시 대화를 이어가기가 무섭게, 청량리로 이탈하던 유체가 신오오쿠보로 급히 돌아오고, 빈 술병과 함께, 빈 그릇들도 하나둘 치워졌다.



꼼장어 집을 나선 후, 동행과 나는 가라오케로 향했다. 일본의 가라오케는 술과 안주가 제공되므로 2차 장소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나의 애창곡인 도쿠나가 히데아키(徳永英明:일본의 중견가수. 애절한 창법으로 유명하다.)의 레이니블루를, 동행에 앞서 한곡 부르고 있자니, 노크소리와 함께 주문한 하이볼과 오렌지 사와(한국의 과일 소주와 비슷한 술로, 영어 sour)가 도착했다.


그리고 그날의 열창은, 하이볼과 또 다른 술로 축인 촉촉한 성대에 힘입어, 실로 오랜만에 새벽까지 이어졌다.




글/사진(1, 3~4) 굔 짱

국문학과를 다니는 내내 일본어를 공부하다 7년 전 도쿄로 떠나 은행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일본 여자를 만나 하루빨리 도쿄 가정을 이루고 싶지만, 이유를 모르겠네, 줄곧 미팅만 하고 있다.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