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는 1895년 제1회를 시작으로 벌써 120년이 넘은 그야말로 ‘예술의 올림픽’ 이라 불리는 축제이다. 1회 비엔날레는 ‘베니스 국제 미술전’이라는 이름으로 움베르토 1세 국왕과 마르게리타 왕비의 은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열렸으며, 22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리면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비엔날레는 ‘2년마다’라는 뜻이다. 홀수 해에는 예술, 짝수 해에는 건축 비엔날레를 개최하며, 약 6개월 동안 진행한다. 그러다가 2020년 코로나로 한 해를 거르며 예술 비엔날레는 3년 만에 열렸다. 4월 23일부터 11월 27일까지 예년보다 긴 8개월의 대장정.
2019년 비엔날레 관람객이 30만 명 남짓이었는데, 올해는 8월 말 관람객 숫자가 이미 36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술 해설 수요도 급격히 증가했고, 올해는 나도 베니스 비엔날레 투어를 처음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예술 총감독이 기획하는 본 전시와 국가별 커미셔너가 자국 작가를 선정해 기획하는 국가별 전시로 진행된다. 개막일에는 최고 작가, 국가관, 평생 공로 부문으로 나누어 황금사자상을 수여한다. 이외에도 젊은 작가에게 수여하는 은사자상과 특별상이 있다. 한국 작가로는 1993년 독일관 작가로 참여했던 백남준이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한국은 자르디니 영구관 중 가장 늦게 국가관으로 자리 잡았는데, 독일관 작가로 참여했던 백남준 선생이 비엔날레 공식 위원회와 베네치아 시에 끊임없이 서신을 보내고 자신의 작품을 선물하면서 한국관 건립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 결과 1995년 비엔날레 100주년을 맞이하여 20여개 국가관을 공모할 때 한국관이 선정되어 지금까지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베니스 비엔날레는 자르디니(Giardini) 구역과 과거 국영 조선소이자 무기고였던 아르세날레(Arsenale)에서 나뉘어 열린다. 자르디니 구역에서만 진행되던 전시의 규모가 커져서 구역을 나눈 것이다. 거기에 베니스 본섬 곳곳에서 펼쳐지는 병행 전시와 개인전까지! 전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규모 행사이다.
올해의 메인 큐레이터인 체칠리아 알레마니는 58개국 213명의 예술가를 본 전시에 초청했으며, 큐레이터를 비롯한 90% 이상의 작가가 여성으로 구성되었다. 베니스 비엔날레 127년 역사상 여성 작가가 남성 작가보다 많은 수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체실리아 알레마니는 비엔날레 개막에 앞서 “우리는 이 비엔날레가 창설된 이래 지난 127년간 여성 작가가 전체 참여 작가 9명 중 1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해야 한다. 많은 여성작가를 초청한 것은 여성들이 비엔날레를 비롯한 지난 역사에서 너무나 깊숙이 배제됐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체실리아 알레마니 / La Biennale di Venezia 제공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이다.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작가인 레오노라 캐링턴의 동화에서 따온 제목이다. 이 작품에는 날개로 쓸 수 있는 커다란 귀를 가진 존재, 얼굴이 둘인 괴물 등 신체가 변형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 기계의 결합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소주제인 ‘신체의 변형, 개인과 기술의 관계, 신체와 지구의 연결’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식물과 동물을 가르는 경계가 무엇인지,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정의를 어떻게 바꿔놓는지, 인간 중심을 탈피한 포스트 휴머니즘 사회에 대한 상상을 시도한다.
올해 비엔날레에서 주목했던 작품들
- 시몬 리(Simone Leigh : Brick House) / 황금사자상 수상
디아스포라(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 또는 그 거주지를 가리키는 용어) 전반에 걸친 흑인 여성의 삶과 잃어버린 역사를 재창조한다.
- 알리 체리(Ali Cherry : Untitled) / 은사자상 수상
진흙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수력발전 댐을 건설하는 과정을 다룬 비디오 작업. 댐 건설로 주변 지역에서 5만 명 이상 강제 이주를 당했으며,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 착취당했다. 해당 지역은 진흙이 감소하며 땅도 황폐화되었다.
- 이미래 (Mire Lee : Carriers)
종말적 시나리오, 동물의 소화 시스템을 닮은 기계의 흥분된 움직임을 나타낸다. 세계와 자기 사이에 보호막이 없는 엄청나게 취약한 존재들, 이런 존재가 반대로 강인하다고 생각해 이를 드러낸다.
- 정금형 (Geumhyung Jeong : Toy Prototype)
의료용 인체 모형과 로봇을 책상 위에 늘어놓은 설치 작업으로 기계와 인간의 불안정한 결합을 보여준다.
- 안드라 우르수타 (Andra Ursuta : Predators)
폐기물을 이용한 소용돌이 패턴은 유기물과 무기물의 융합, 인간의 형태, 취약성과 복잡성, 겉모습에 치장하는 사회 등을 나타낸다.
글/사진 김혜지(이태리부부)
파리, 로마를 거쳐 현재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기록하고 콘텐츠를 생산해 내며 삶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입니다. 유투브 채널 '이태리부부' 운영 중. 『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를 썼습니다.
이태리부부 유튜브
베니스 비엔날레는 1895년 제1회를 시작으로 벌써 120년이 넘은 그야말로 ‘예술의 올림픽’ 이라 불리는 축제이다. 1회 비엔날레는 ‘베니스 국제 미술전’이라는 이름으로 움베르토 1세 국왕과 마르게리타 왕비의 은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열렸으며, 22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리면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비엔날레는 ‘2년마다’라는 뜻이다. 홀수 해에는 예술, 짝수 해에는 건축 비엔날레를 개최하며, 약 6개월 동안 진행한다. 그러다가 2020년 코로나로 한 해를 거르며 예술 비엔날레는 3년 만에 열렸다. 4월 23일부터 11월 27일까지 예년보다 긴 8개월의 대장정.
2019년 비엔날레 관람객이 30만 명 남짓이었는데, 올해는 8월 말 관람객 숫자가 이미 36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술 해설 수요도 급격히 증가했고, 올해는 나도 베니스 비엔날레 투어를 처음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예술 총감독이 기획하는 본 전시와 국가별 커미셔너가 자국 작가를 선정해 기획하는 국가별 전시로 진행된다. 개막일에는 최고 작가, 국가관, 평생 공로 부문으로 나누어 황금사자상을 수여한다. 이외에도 젊은 작가에게 수여하는 은사자상과 특별상이 있다. 한국 작가로는 1993년 독일관 작가로 참여했던 백남준이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한국은 자르디니 영구관 중 가장 늦게 국가관으로 자리 잡았는데, 독일관 작가로 참여했던 백남준 선생이 비엔날레 공식 위원회와 베네치아 시에 끊임없이 서신을 보내고 자신의 작품을 선물하면서 한국관 건립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 결과 1995년 비엔날레 100주년을 맞이하여 20여개 국가관을 공모할 때 한국관이 선정되어 지금까지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베니스 비엔날레는 자르디니(Giardini) 구역과 과거 국영 조선소이자 무기고였던 아르세날레(Arsenale)에서 나뉘어 열린다. 자르디니 구역에서만 진행되던 전시의 규모가 커져서 구역을 나눈 것이다. 거기에 베니스 본섬 곳곳에서 펼쳐지는 병행 전시와 개인전까지! 전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규모 행사이다.
올해의 메인 큐레이터인 체칠리아 알레마니는 58개국 213명의 예술가를 본 전시에 초청했으며, 큐레이터를 비롯한 90% 이상의 작가가 여성으로 구성되었다. 베니스 비엔날레 127년 역사상 여성 작가가 남성 작가보다 많은 수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체실리아 알레마니는 비엔날레 개막에 앞서 “우리는 이 비엔날레가 창설된 이래 지난 127년간 여성 작가가 전체 참여 작가 9명 중 1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해야 한다. 많은 여성작가를 초청한 것은 여성들이 비엔날레를 비롯한 지난 역사에서 너무나 깊숙이 배제됐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체실리아 알레마니 / La Biennale di Venezia 제공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이다.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작가인 레오노라 캐링턴의 동화에서 따온 제목이다. 이 작품에는 날개로 쓸 수 있는 커다란 귀를 가진 존재, 얼굴이 둘인 괴물 등 신체가 변형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 기계의 결합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소주제인 ‘신체의 변형, 개인과 기술의 관계, 신체와 지구의 연결’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식물과 동물을 가르는 경계가 무엇인지,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정의를 어떻게 바꿔놓는지, 인간 중심을 탈피한 포스트 휴머니즘 사회에 대한 상상을 시도한다.
올해 비엔날레에서 주목했던 작품들
- 시몬 리(Simone Leigh : Brick House) / 황금사자상 수상
디아스포라(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 또는 그 거주지를 가리키는 용어) 전반에 걸친 흑인 여성의 삶과 잃어버린 역사를 재창조한다.
- 알리 체리(Ali Cherry : Untitled) / 은사자상 수상
진흙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수력발전 댐을 건설하는 과정을 다룬 비디오 작업. 댐 건설로 주변 지역에서 5만 명 이상 강제 이주를 당했으며,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 착취당했다. 해당 지역은 진흙이 감소하며 땅도 황폐화되었다.
- 이미래 (Mire Lee : Carriers)
종말적 시나리오, 동물의 소화 시스템을 닮은 기계의 흥분된 움직임을 나타낸다. 세계와 자기 사이에 보호막이 없는 엄청나게 취약한 존재들, 이런 존재가 반대로 강인하다고 생각해 이를 드러낸다.
- 정금형 (Geumhyung Jeong : Toy Prototype)
의료용 인체 모형과 로봇을 책상 위에 늘어놓은 설치 작업으로 기계와 인간의 불안정한 결합을 보여준다.
- 안드라 우르수타 (Andra Ursuta : Predators)
폐기물을 이용한 소용돌이 패턴은 유기물과 무기물의 융합, 인간의 형태, 취약성과 복잡성, 겉모습에 치장하는 사회 등을 나타낸다.
글/사진 김혜지(이태리부부)
파리, 로마를 거쳐 현재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기록하고 콘텐츠를 생산해 내며 삶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입니다. 유투브 채널 '이태리부부' 운영 중. 『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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