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 비엔나][여행] 한국에 가면 고향의 맛을 보러 가야지

2025-03-25

하루 한 잔 비엔나 #22



한국을 자주 다녀오진 않는다. 예전에는 3년 내지는 5년에 한 번씩 다녀오기도 했다. 비행기 표 사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장거리 비행을 잘 견디는 편이 아니다. 근처 가까운 나라만 다녀와도 비행기를 타고 싶은 생각이 쏙 들어간다.


2019년 우리의 결혼식을 치르러 한국을 다녀온 후, 코로나가 겹치며 4년 가까이 한국에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2023년에야 친동생의 결혼식을 보러 겸사겸사 다녀왔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1년 반 만에 다시 한국에 가게 됐다. 1년 반이라니, 이 정도면 정말 자주 가는 거라며 웃었다.


인천공항에서


2023년에 잠깐 다녀온 한국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사실 매번 한국에 갈 때마다 모든 게 새롭게 바뀌어 어안이 벙벙하다. 제2터미널까지 생긴 인천공항의 스케일부터가 놀랍다. 공항 내 빼곡한 편의점, 레스토랑, 카페를 보면 여기가 쇼핑몰인지 공항인지 모를 정도다.


시내로 나와도 놀라움은 계속된다. 오스트리아도 이제 막 배달 앱 문화가 생겼지만 배달이 되는 지역은 아직 극히 한정적이다. 한국에서는 배달 앱을 켜면 목록에 차고 넘치는 식당들 때문에 볼 때마다 고민에 휩싸인다. 원화를 유로화로 바꿔 계산하면서 오스트리아 물가와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이다.


내 사랑 짜장면과 비빔냉면


이번에 한국에 가면 뭘 할까? 가자마자 자장면부터 시켜 먹을 테다. 그것도 곱빼기로! 비엔나에도 한식당이 있고, 집에서도 자장면을 만들어 먹을 수는 있지만, 한국에서 먹는 그 맛은 아무리 해도 따라잡기 힘들다. 한겨울에도 냉면, 밀면 홀릭파이기에 비빔냉면과 비빔밀면도 곱빼기로 먹고 와야지. 전주가 고향인 남편은 콩나물국밥을 꼭! 먹겠단다. 한창 에너지가 넘치는 아들을 위해서는 키즈 카페에 가야겠다. 한국의 키즈 카페는 정말… 천국이다. 무아지경으로 빠져 노는 아들의 넘치는 힘을 빼주기 좋은 곳이지.


키즈카페에서 노는 아들


이번에는 가족사진을 찍고 한국의 이모저모도 담아보려 카메라도 챙겨 간다. 필름 사진도 많이 찍어야겠다. 비엔나에서는 필름 한 롤을 현상, 스캔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여기서 1롤을 현상하고 스캔하는 가격으로 한국에서는 대략 3~5롤을 스캔할 수 있을 정도? 그러니 필름을 잔뜩 챙겨가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하는 아들의 한국 여행을 실컷 기록해 줄 생각이다.


지난 한국 방문의 기록


혈혈단신 떠나는 장거리 비행도 힘들지만, 사실 아직 고집불통인 어린아이와 함께하는 장거리 비행이 더 고역이다. 지난번에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터. 아이는 잔뜩 겁을 먹었던 비행기 안에서는 오히려 소리도 안 내고 자고 놀고 다시 자고를 반복했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공항에서 엄청난 트러블이 있었다. 드넓은 공항, 다양한 가게,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과 놀이 센터가 뻗치는 유혹의 손길이 너무 많아서 진을 쏙 뺐다. 올해라고 다를쏘냐 싶긴 하지만, 그때도 힘들게 도착한 인천공항에서 먹었던 냉모밀 한 젓가락에 금세 사르르 마음이 녹아버렸다. 먹을 것 하나에 왔다 갔다 하는 내 마음이 우습기도 하지만, 그래서 또 다행이구나 싶기도 하다. 올해도, 고향의 맛을 보기 위해, 힘겨운 비행을 견뎌보자!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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