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 비엔나][라이프] 비엔나에 엄마가 다녀갔다 (그리고 다섯 살 아이에게 놀랐다)

2026-03-09


하루 한 잔 비엔나 #32


0b3fc4c6e91a3.jpeg엄마를 기다리며


친정 엄마가 오랜만에 비엔나를 다녀갔다. 아들이 돌이 되기 얼마 전에 오셨던 것으로 기억하니 어느새 4년 만. 우리도 중간에 한국을 다녀왔으니 사실 오랜만에 만난 건 아니지만, 비엔나에서의 재회는 오랜만이다.


그 사이 우리는 집도 이사했고, 아들은 훌쩍 컸다. 아쉽게도 나는 휴가를 제대로 내지 못해 평소처럼 출근을 해야 했다. 아들도 유치원을 빠지지 않고 쭉 다녔던 상황이라 친정 엄마와 온전히 보낸 날은 일주일 중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뿐이다.


31c987abc7b2a.jpeg호프부르크 왕궁 정원 내 팔멘하우스


장난기와 에너지가 넘치는 손자를 보고 할머니는 매번 외출 때마다 간이 콩알만 해졌다고 한다. 5살 꼬꼬마의 몸은 단단한 근육으로 뭉쳐져 있다. 활동량이 워낙 많으니 말랑한 살은 하나도 없는 호리호리한 몸매라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게 다 근육 아니냐 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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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f9b998d3d9.jpeg아이와 할미


다 함께 카페에 갔다가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후다닥 다녀오니 할머니가 아주 낑낑대며 온몸을 던져 손주를 마크(?) 중이었다. 웬 일인고 하니, 옆 소파에 앉은 할아버지가 읽던 신문에 비행기 사진이 커다랗게 박혀 있는 것을 본 아이가 할아버지한테 휙 몸을 날리려는 것을 할머니가 끌어안아 말리는 중이었단다. 말랑말랑, 말캉말캉한 아가들의 살 대신 단단한 뼈대와 근육이 빠져나가려고 애를 쓰니 할머니로서는 아이고, 아파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할머니의 기억에 또 하나, 잊지 못할 비엔나 카페에서의 추억이 쌓였다. 거의 소파에 엎드리다시피 손자를 안고 있던 엄마를 본 나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653616a9fecf1.jpeg문제의 신문


친정 엄마도 한국에서 일이 있어 비엔나는 정말 짧게, 일주일만 딱 머물다가 가셔야 했던 아쉬운 스케줄이었다. 일주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지나갔다. 그 빠른 흐름 속에서 아들은 매일같이 “할미(할머니) 츄스빠빠(헤어질 때 하는 인사) 싫어.” 하며 헤어짐을 강력히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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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공항에서 헤어질 때는 레고를 맞추자는 엄마, 아빠의 꼬임에 빠져 쉽게 “할미 츄스빠빠”하고 작별 인사를 했지만, 막상 할머니가 짐을 들고 검색대 안으로 들어가버리니 입구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할머니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9bac496470824.jpeg3대 사진


한국과 오스트리아, 우리는 바다를 건너 시차도 반나절은 차이 나는 곳에 산다. 그나마 아들이 태어나면서부터는 우리도 1년에 한 번은 꼭 한국에 다녀오려고 노력하지만, 마음같이 길게 머무를 수는 없다. 길어도 3주에서 한 달, 물론 비행기 티켓 가격도 만만치 않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무리 건강하셔도 장거리 비행은 힘들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할미할비가 비엔나에 자주 와줬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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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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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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