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 비엔나 #36
요즈음 챗지피티와 제미나이가 업무에 필수적이다. 특히 영어나 독일어로 메일을 주고받을 때 그렇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어영부영, 어설프게라도 문장을 만들었는데, 요즘은 그냥 슥 긁어 붙이기만 하면 해석도 해주고, 중요 내용을 딱 짚어주고, 대답도 대신 써 준다. 아, 이렇게 편할 수가! 외국어 메일을 보고 이게 무슨 소리야, 하며 머리를 찌푸리며 들여다보는 시간이 사라지니 업무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게다가 나 대신 써 주는 답변은 아주 고급스러운 문법이기까지 하다. 아마 거래처 담당자들은 요 몇 개월 간 일취월장한 나의 언어 능력에 놀랐을 거다. 아니, 사실 AI 버전의 답변이라는 걸 다 알고 있겠지.
AI가 없으면 어떡하나 싶은 세상이 왔다.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처음 나돌던 시기만 해도 인공지능? 챗지피티? 하면서 갸웃거렸는데. 지금은 웬만한 통번역뿐 아니라, 무언가를 검색하거나 찾아달라고 부탁할 때도 챗지피티를 유용하게 쓰게 됐다. 물론 아직 100% 정확하진 않지만.
오늘은 특별히 우리 곁에 생성형 인공지능이 없던 시절의 비엔나 사진을 모아보았다.
AI는 분명 잘 활용하면 유용한 도구다. 아직 내 마음에 찰떡같이 완벽하게 들어맞진 못하지만, 여러 프롬프트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멋진 이미지들도 생성해 주니까. 무슨 글을 쓰지, 테마를 잡지 못해 고민일 때도 “굿 아이디어!” 싶은 주제들을 여럿 생성한다. 간혹 헷갈리는 맞춤법과 철자도 잡아주는 것은 덤. 지인들 중에서는 챗지피티를 활용해 외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업무상 영어, 독일어를 자주 접하는 나에게도 생성형 AI를 외국어 공부에 활용하기 아주 좋은 상황이긴 하다.
그러나 현실은…? 나중에 공부해야지 하는 마음뿐, 지금은 이거 해석해 줘, 이거 번역해줘, 한 줄 써 넣고 땡이다. 결과물이 뚝딱 튀어나오니 점점 작문은 더 귀찮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내 머리가 바보가 되어가나 봐…” 하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0개 국어 아닌가 싶은 언어 능력인데, 요즘은 어휘도 표현도 더 떠오르지 않는다. 그 단어 뭐였지? 그거 있잖아, 그거.

이러다가 A, B, C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위기감이 있으나 지금 이 순간 AI가 주는 편리함이 너무 달콤하기만 하다.
그러다가 AI가 먹통이 된 적이 있다. 뭘 물어도 묵묵부답이길래 찾아 보니 시스템 에러였나 그런 상황이었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비스가 복구되었지만, AI가 없던 시대로 잠깐이나마 돌아간 느낌은 생소했다. 세상에 내가 어떻게 글을 썼더라… AI를 사용하지 않던 시기의 내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이 초창기 멕북에어조차 지금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렸다니.
첫 유학지였던 독일에 갔을 때만해도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전자사전, 핸드폰보다 조금 더 큰 종이사전에 의지해서 하나하나 단어를 찾았다. 수업시간에는 못 알아듣는 수업을 다시 듣기 위해 녹음기를 켰고, 들리는 단어가 내가 아는 그 뜻이 맞나 일일이 찾아보기도 했다. 어제 이그런 상황이 ‘라떼는’이 되어버린 걸까? AI가 없을 때 우리가 어떻게 공부했는지, AI가 이미 익숙한 우리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할 방법이 없는 요지경 같은 세상이다. 그것도 AI에게 물어볼까? 이런, 정말 AI가 내 삶에 깊이 스며들었구나.
아무래도 디지털 디톡스를 해 봐야겠다. 언제부터? 일단, 오늘은 말고!!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instagram.com/photo_by_miri_vienna
blog.naver.com/miri_in_vienna
mirivienna.com
하루 한 잔 비엔나 #36
요즈음 챗지피티와 제미나이가 업무에 필수적이다. 특히 영어나 독일어로 메일을 주고받을 때 그렇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어영부영, 어설프게라도 문장을 만들었는데, 요즘은 그냥 슥 긁어 붙이기만 하면 해석도 해주고, 중요 내용을 딱 짚어주고, 대답도 대신 써 준다. 아, 이렇게 편할 수가! 외국어 메일을 보고 이게 무슨 소리야, 하며 머리를 찌푸리며 들여다보는 시간이 사라지니 업무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게다가 나 대신 써 주는 답변은 아주 고급스러운 문법이기까지 하다. 아마 거래처 담당자들은 요 몇 개월 간 일취월장한 나의 언어 능력에 놀랐을 거다. 아니, 사실 AI 버전의 답변이라는 걸 다 알고 있겠지.
AI가 없으면 어떡하나 싶은 세상이 왔다.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처음 나돌던 시기만 해도 인공지능? 챗지피티? 하면서 갸웃거렸는데. 지금은 웬만한 통번역뿐 아니라, 무언가를 검색하거나 찾아달라고 부탁할 때도 챗지피티를 유용하게 쓰게 됐다. 물론 아직 100% 정확하진 않지만.
AI는 분명 잘 활용하면 유용한 도구다. 아직 내 마음에 찰떡같이 완벽하게 들어맞진 못하지만, 여러 프롬프트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멋진 이미지들도 생성해 주니까. 무슨 글을 쓰지, 테마를 잡지 못해 고민일 때도 “굿 아이디어!” 싶은 주제들을 여럿 생성한다. 간혹 헷갈리는 맞춤법과 철자도 잡아주는 것은 덤. 지인들 중에서는 챗지피티를 활용해 외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업무상 영어, 독일어를 자주 접하는 나에게도 생성형 AI를 외국어 공부에 활용하기 아주 좋은 상황이긴 하다.
그러나 현실은…? 나중에 공부해야지 하는 마음뿐, 지금은 이거 해석해 줘, 이거 번역해줘, 한 줄 써 넣고 땡이다. 결과물이 뚝딱 튀어나오니 점점 작문은 더 귀찮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내 머리가 바보가 되어가나 봐…” 하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0개 국어 아닌가 싶은 언어 능력인데, 요즘은 어휘도 표현도 더 떠오르지 않는다. 그 단어 뭐였지? 그거 있잖아, 그거.
이러다가 A, B, C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위기감이 있으나 지금 이 순간 AI가 주는 편리함이 너무 달콤하기만 하다.
그러다가 AI가 먹통이 된 적이 있다. 뭘 물어도 묵묵부답이길래 찾아 보니 시스템 에러였나 그런 상황이었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비스가 복구되었지만, AI가 없던 시대로 잠깐이나마 돌아간 느낌은 생소했다. 세상에 내가 어떻게 글을 썼더라… AI를 사용하지 않던 시기의 내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첫 유학지였던 독일에 갔을 때만해도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전자사전, 핸드폰보다 조금 더 큰 종이사전에 의지해서 하나하나 단어를 찾았다. 수업시간에는 못 알아듣는 수업을 다시 듣기 위해 녹음기를 켰고, 들리는 단어가 내가 아는 그 뜻이 맞나 일일이 찾아보기도 했다. 어제 이그런 상황이 ‘라떼는’이 되어버린 걸까? AI가 없을 때 우리가 어떻게 공부했는지, AI가 이미 익숙한 우리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할 방법이 없는 요지경 같은 세상이다. 그것도 AI에게 물어볼까? 이런, 정말 AI가 내 삶에 깊이 스며들었구나.
아무래도 디지털 디톡스를 해 봐야겠다. 언제부터? 일단, 오늘은 말고!!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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