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 비엔나 #38
어느덧 해외에서 산 지 20년이 되었다. 독일에서 3년, 오스트리아에서 17년. 유학으로 나와 이민자로 살고 있다보니 그 사이 여러 인연이 왔다가 갔다.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정말 수많은 헤어짐이 나를 관통했다. 최근에는 가깝게 지내던 어른이 돌아가셨다. 연세도 있으셨고, 병문안을 가기도 했고, 많이 쇠약한 모습을 보이셨어도 내 기억 속 그분께서는 나이를 이겨내는 활발함이 있으셨다. 그래서 이별이 갑작스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게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드물지만 이런 종류의 헤어짐을 종종 겪고는 한다. 이름만 건너건너 아는 분들도 있고, 가깝게 지냈던 분들도 있고. 왜 그럴까, 다가오는 허전함이 점점 더 커진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가장 많은 헤어짐은 아무래도 귀국이 아닐까 싶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또래의 유학생들도 몇몇 있었다. 비슷한 나이대들의 학생들과 어울리던 시간들이 지나 어느새 학업이 끝나고, 대부분은 한국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다른 나라로 건너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래도 사는 나라가 달라서, 나의 생활과 그의 생활이 있다 보니 연락이 자연스레 뜸해진다.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시차도 연락을 힘들게 하는 부분이다.

헤어짐이 있으면, 또다른 인연이 있는 법. 한 무리의 사람들이 떠난 자리는 다른 인연들이 메워 준다. 물론 학생 때 알던 인연들과는 많이 다르다. 지금은 아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만남이 대부분인 것 같다. 학생 시절에는 음악을 전공하던 친구들을 주로 만났지만, 지금은 아이와 회사, 종교가 만남의 큰 매개체다. 그러면서 모르는 분야의 사람들과의 만남도 잦아졌다. 새로운 시각을 갖는 데 충분할 만큼.

가끔은 학생 시절의 만남들이 그립다. 그 시절에만 나눌 수 있는 감정이 분명 있으니까. 이제 대부분 귀국했고, 나이가 들며 소원해졌다. 일요일 미사가 끝나면 성가대를 함께하던 지인들과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저녁을 먹고 늦은 밤까지 수다를 떨던 시간들. 연습과 반주를 핑계로 만나 커피와 케이크를 앞에 두고 서로의 레슨 시간과 연습하던 곡에 대해 푸념과 토론을 늘어놓고는 했던 날들. 어느새 그 시간들도, 그날의 인연들도 희미하게 시간을 타고 넘어가버렸다.

그들이 떠난 빈 자리는 여기에 터를 잡고 머무는 인연들로 채워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와 비슷한 처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고, 더 살갑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만남과 떠남이 반복되는 시간. 오늘도 누군가를 떠나보냈고, 이제 새로이 만나게 될 누군가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instagram.com/photo_by_miri_vienna
blog.naver.com/miri_in_vienna
mirivienna.com
하루 한 잔 비엔나 #38
어느덧 해외에서 산 지 20년이 되었다. 독일에서 3년, 오스트리아에서 17년. 유학으로 나와 이민자로 살고 있다보니 그 사이 여러 인연이 왔다가 갔다.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정말 수많은 헤어짐이 나를 관통했다. 최근에는 가깝게 지내던 어른이 돌아가셨다. 연세도 있으셨고, 병문안을 가기도 했고, 많이 쇠약한 모습을 보이셨어도 내 기억 속 그분께서는 나이를 이겨내는 활발함이 있으셨다. 그래서 이별이 갑작스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게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드물지만 이런 종류의 헤어짐을 종종 겪고는 한다. 이름만 건너건너 아는 분들도 있고, 가깝게 지냈던 분들도 있고. 왜 그럴까, 다가오는 허전함이 점점 더 커진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가장 많은 헤어짐은 아무래도 귀국이 아닐까 싶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또래의 유학생들도 몇몇 있었다. 비슷한 나이대들의 학생들과 어울리던 시간들이 지나 어느새 학업이 끝나고, 대부분은 한국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다른 나라로 건너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래도 사는 나라가 달라서, 나의 생활과 그의 생활이 있다 보니 연락이 자연스레 뜸해진다.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시차도 연락을 힘들게 하는 부분이다.
헤어짐이 있으면, 또다른 인연이 있는 법. 한 무리의 사람들이 떠난 자리는 다른 인연들이 메워 준다. 물론 학생 때 알던 인연들과는 많이 다르다. 지금은 아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만남이 대부분인 것 같다. 학생 시절에는 음악을 전공하던 친구들을 주로 만났지만, 지금은 아이와 회사, 종교가 만남의 큰 매개체다. 그러면서 모르는 분야의 사람들과의 만남도 잦아졌다. 새로운 시각을 갖는 데 충분할 만큼.
가끔은 학생 시절의 만남들이 그립다. 그 시절에만 나눌 수 있는 감정이 분명 있으니까. 이제 대부분 귀국했고, 나이가 들며 소원해졌다. 일요일 미사가 끝나면 성가대를 함께하던 지인들과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저녁을 먹고 늦은 밤까지 수다를 떨던 시간들. 연습과 반주를 핑계로 만나 커피와 케이크를 앞에 두고 서로의 레슨 시간과 연습하던 곡에 대해 푸념과 토론을 늘어놓고는 했던 날들. 어느새 그 시간들도, 그날의 인연들도 희미하게 시간을 타고 넘어가버렸다.
그들이 떠난 빈 자리는 여기에 터를 잡고 머무는 인연들로 채워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와 비슷한 처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고, 더 살갑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만남과 떠남이 반복되는 시간. 오늘도 누군가를 떠나보냈고, 이제 새로이 만나게 될 누군가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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