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유럽 여행]새로운 프랑스를 만나다: 오베르뉴론알프 #2

코로나 시대의 유럽 여행:
프랑스 오베르뉴론알프 #2



엔데믹. 사람들은 조심스레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여행도 그렇다. 아직 ‘하늘길’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좁기만 하지만, 그럼에도 그 줄어든 선택지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간절히 되찾길 바라던 삶의 일부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편에서 프랑스 오베르뉴론알프 지역의 메제브, 이부아르, 에비앙을 소개했다. 이번엔 오베르뉴론알프 지역의 대표적인 도시를 찾아가고, 보너스처럼 프랑스의 정반대 편으로도 가 보려 한다. 아직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는 가운데 많은 도시가 펜데믹 이전을 방불케 할 만큼 활력을 띄고 방문자들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고 안도하기도 하면서.




1. 안시(Annecy)


안시는 예전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거점 도시였다. 원래 제네바 영지였으나 18세기경부터 프랑스령이 되었다.


안시의 구시가지를 지나는 운하는 안시의 얼굴이다. ‘알프스의 베네치아’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아름답다. 안시 호수도 빼놓을 수 없다. 잔잔한 호숫가를 산책하는 건 딱히 무얼 하지 않아도 안시에 젖어드는 가장 빠른 길. 알프스가 가까운 만큼 동계 스포츠나 여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기에도 좋다.



안시에는 총 세 개의 운하가 있는데, 구시가지를 지나는 티우(Thiou) 운하와 18세기 계몽 사상가 장 자크 루소와 인연이 있는 사랑의 다리(Pont des Amours)에서부터 이어지는 바세(Vassé) 운하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티우 운하에서는 구시가지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도시 내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려 있던 곳으로 너무 오랜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걸 봐서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알록달록한 건물 뒤로 거대한 산맥이 솟아 있는 비현실적인 풍경은 이내 내가 여행을 한다는 감각을 일깨워 주었다.



안시에서 하루를 묵고 아침에는 안시 호수로 산책하러 나갔다. 조깅을 하거나 산보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이어지고, 어제의 부산함도 온데간데없어 조용히 하루를 시작하기 좋았다.




2. 리옹(Lyon)


리옹은 프랑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교통의 요지이자 미식의 도시이다. 특히 리옹의 전통 요리를 파는 식당들을 일컫는 ‘부숑 리오네(Bouchon Lyonnnais)’는 리옹을 미식의 도시라 불리게 한 장본인이다. 미슐랭 별 3개에 빛나는 프랑스 쉐프 중에는 리옹 출신도 많다. 특히 2018년 타계한 폴 보퀴즈는 프랑스 미식의 아버지이자 세계 미식의 선구자이다.


요즘 리옹에서 미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도 전설적인 셰프의 이름을 딴 폴 보퀴즈 시장(Les Halles de Lyon – Paul Bocuse)이다. 원래 리옹 식당들에 식자재를 대던 골목 시장이었는데 점점 규모가 커지고 대규모 건물까지 지어지면서 지금과 같은 실내 시장이 되었다. 외관은 깔끔하고 현대적이며, 입점한 식당이나 가게도 정리가 잘 되어 있다.



리옹은 앞서 거쳐 온 메제브나 이부아르, 에비앙에 비하면 정말 큰 대도시였다. 거리를 걷다 보면 어쩐지 파리에 온 것 같기도 하고, 리옹만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해 나가는 것도 같았다. 마침 리옹을 방문한 날은 꽃이 피는 봄임에도 쌀쌀하고 날씨도 흐렸다. 그래서 운치가 더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늑하고 옛 분위기 물씬 풍기는 부숑에서 식사를 하며 이번에 처음 만난 프랑스의 오베르뉴론알프 지역을 떠날 준비를 했다. 아마 앞으로의 리옹은 TGV를 타고 다른 나라와 파리를 오갈 때 스치는 도시가 아니라 하루라도 시간을 내서 음식을 맛보고 걸어야 할 도시로 기억될 것 같았다.




3. 낭트(Nante)


오베르뉴론알프 지역은 떠나지만, 이대로 프랑스와 작별할 수는 없었다. 리옹에서 비행기를 탄 우리는 일정상 프랑스 북서쪽의 낭트로 향했다. 올해 프랑스 관광청이 주관하는 ‘랑데부 프랑스’의 메인 행사가 바로 여기 낭트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낭트는 상당히 독특한 도시다. 내륙의 항만도시로 조선업이 발전하여 명성을 떨쳤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조선업의 괄목한 성장에 밀려 20세기 후반엔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폐공장과 폐건물을 활용해 테마 파크를 만들며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중세 시대의 풍경과 미래 시대의 풍경이 공존하게 된 것이다.


특히 낭트에선 온갖 기계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우리에게 『해저 2만 리』로 알려진 낭트 출신 소설가 쥘 베른의 전설적인 상상력에 버금가는 도전이랄까. 조형물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거대 기계 코끼리는 실제로 그 앞에 섰을 때 내가 공상과학 소설 속에 들어온 듯 압도적이었다.



그 외에도 낭트 곳곳에서 거대한 설치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많은 도시에 숙제로 주어지는 ‘도시 재생’이라는 숙제 앞에 낭트는 아주 멋진 답을 하고 있는 듯했다.



2주 가까운 시간 동안 프랑스 곳곳을 여행하고 여러 사람을 만났다. 집과 회사만 오가거나 그도 아니면 재택근무만 하던 날들에는 미처 몰랐으나 세계 각지에서 온 그들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 어디론가 떠나길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런 시점에 프랑스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건 큰 행운이자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글/사진 이수민

투어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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