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추럴하게]독일로 돌아가 맥주

본, 내추럴하게 #8



꿈같았던 한국에서의 5주간의 휴가를 마치고 다시 독일로 돌아온 지금, 35일의 짧지만은 않았던 일정이 마치 꿈을 꾼 듯 스쳐 지나갑니다.



(여기서 이주호 편집장님을 끝내 만나 한 잔 펐던 팩트는 비밀입니다)

(필자와 이주호 편집장과 관련된 이유로 올린 사진은 아니란 걸 알려드립니다)


거의 4년만의 방문이라 매일 지인들 만나 몇 주를 안 쉬고 상대만 바꿔가며 대작했건만 그 지긋지긋한 술자리 회포의 나날 속에서도 생각나던 한 가지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독일 맥주!!


2003년에 독일에 와서 거의 매일 마시며 살았는데 어째서 아직 질리지가 않는 걸까요? (이 대목에서 제 아내는 그럽니다. “그건 당신이 알코올 중독이라 그런 거야.”)


뭐 원인이야 어쨌든……, 독일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일단 적응 단계에 돌입합니다. 바로 발코니에 앉아 한 아이를 쳐다봅니다. 아, 너인 게로구나……. 암행어사가 된 이 도령이 거지꼴로 춘향이 집을 찾아가 장모가 차려준 밥상을 받을 때의 대사를 그대로 읊어 봅니다.


“내 너 본지 오래다!”



맥주는 독일 맥주지만 그래도 명불허전 바이에른 맥주로 가 봅니다. 삶아먹는 하얀 소시지는 덤! 기가 막힌 목 넘김과 시원함. 마치 유통기한이 채 8일을 못 넘기는 한국의 막걸리를 연상시키는 이 상쾌함! 집에서 간단히 워밍업만 하려했건만 이쯤 되니 피가 아우성칩니다. 몇 잔 더 마셔야 한다고요. 그래서 바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합니다.



울고 싶은 놈 뺨 때려 준다고 전화 받자마자 어디로 나올 거냐고 소리를 지르는 녀석들. 이런 알코올의 노예들 같으니라고!


자, 이곳이 비록 맥주의 본 고장 바이에른은 아니지만 단골 야외 맥줏집으로 가봅니다. 라인강 옆의 이 맥줏집은 호프브로이 하우스라는 바이에른 맥주 명가의 술을 직접 공수 받는 곳입니다. 단, 여름에만 연다는 단점이 있어 열 때 열심히 가 줘야 합니다.



자리에 앉아 마자 휴가 때 뭐 했냐, 좋았냐, 이런 상투적인 말 몇 마디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독일에서는 흔치 않은 셀프서비스에요. 거 귀찮네 참, 하면서도 슬슬 분위기가 업되고 한두 잔 마시고 끝내자던 판이 길어집니다. 이 사람 저 사람 흉보며 낄낄 깔깔, 맥주는 술술. 역시 술 마실 땐 남 뒷담화가 최고죠. 자리는 한없이 길어지고 늘어지다 유체 이탈의 단계에 들어서야 파합니다.



몸은 힘들지만 뭔가 뿌듯한 이 기분은 뭘까요. 독일 맥주, 이 친구와 16년째 함께 살고 있지만 늘 새로운 이 기분. 네, 맞아요. 아내가 말한 이유가 맞나 봅니다. 그래서 바로 해장을 하기로 합니다. 제 건강도 소중하니까요.





글/사진 프리드리히 융

2003년 독일유학 중 우연히 독일 회사에 취직하여 현재까지 구 서독의 수도(현재 독일의 행정수도)인 본에 거주중인 해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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