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 비엔나 #19
언제부터인가 꾸준히 아이폰을 써 오고 있다. 작년에 아이폰15 프로 맥스를 샀지만, 아이폰 스냅 촬영도 해야 하니까, 하는 핑계를 대고 올해 나온 아이폰16 프로 맥스를 냉큼 질러버렸다. 이 기세로는 내년에 아이폰17도 나오자마자 지르지 않을까 싶다.
아이폰 16프로와 15프로 맥스
아이폰 16프로를 15프로 맥스와 비교해 보고 있는데 확 와 닿는 차이를 느끼진 못하고 있다. 컬러를 좀 더 세분화해서 찍을 수 있는 기능은 좋지만, 야경 촬영을 할 때 마치 똑같은 조명을 붙여넣기라도 한 듯한 고스트 현상을 아직 잡지 못한 상황이라 아쉽다. 크기도 아주 약간 커지고 얇아져서 혹시 촬영 중 핸드폰을 손에서 놓칠까 봐 조심하고 또 조심하게 된다.
아이폰 16프로로 찍은 비엔나 야경 사진
그런데 이렇게 최신형, 고화질 카메라를 탑재한 신형 폰을 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구형 폰에도 눈독을 들이는 중이다. 뉴진스의 영향인지 최근 올드 캠코더의 열기가 뜨겁다. 카메라들은 점점 고화질로, 고성능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오래되고 화질도 낮은 낡은 카메라로 담는 일상이 또 다른 묘미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도 그렇다. 최신형으로 담는 스냅도 인기몰이 중이지만, 출시된 지 한참 지난 낡은 핸드폰으로 찍는 사진의 색감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그럴까, 네이버에서 ‘아이폰 카메라 색감’을 검색해 보면, 10년은 더 된 핸드폰을 다시 구매해서 사진을 찍고 색감을 리뷰하는 글이 적지 않다.
추억을 소환하는 아이폰 3gs
특히 색감으로 인기가 좋은 기종이 아이폰 Xs와 Xs 맥스. Xs 맥스의 색감이 동화 같다는 마니아들도 많다. 마침 나한테 예전에 쓰던 Xs Max가 있어서 한국에 잠시 들어간 김에 배터리를 교체해서 쓰고 있다. 비엔나에서는 배터리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기도 하거니와 이 모델들의 중고 가격이 점점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아주 뿌듯하다. 다음번에 한국에 가게 되면 추가로 들인 구형 핸드폰 배터리들도 교체해 올 생각이다.
비엔나 스냅 촬영을 하며 ‘아이폰 스냅’도 하고 있다 보니 점점 빈티지한 느낌에 빠지고 있다. 아이폰 SE와 6s도 구매했고, 가장 최근에는 아이폰 3gs까지 ‘득템’ 했다. 3gs는 나의 첫 아이폰 입문 모델이자 돌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핸드폰 액정을 시원하게 깨트려 먹은 기억이 남은 모델이기도 하다. 정말 대 자로 철푸덕 하고 넘어졌는데 무릎이 깨진 것보다 민망해서 더 아팠다. 금이 간 액정 위에 투명 매니큐어를 발라 코팅해서 썼던 기억도 난다. 3gs로 사진을 찍어 보니 요즘 카메라의 전면 카메라보다도 화질이 떨어지지만, 그 당시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오는 효과가 있다.

아이폰 3gs로 찍은 사진들
그러고 보면 작은 에어팟이 한참 인기를 끌다가 지금은 큼지막하게 귀를 덮는 헤드폰이 트렌드이고, 그러면서 다시 유선 이어폰이 ‘인싸템’이 됐다. 최신형의 모델이 나오면 나올수록 어떤 사람들은 1990년대, 2000년대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에도 여전히 필름을 감아 찍는 필름 사진의 손맛을 놓지 못하고, 조금만 어두워지거나 확대를 해도 지글지글 노이즈가 끼는 오래된 핸드폰으로 비엔나의 시내를 담는 재미에 푹 빠졌다.



구형 카메라로 찍은 비엔나 시내
거의 20년 전, 구형 아이팟 클래식에 음원을 잔뜩 넣고 다니며 기차 안에서 좋아하는 곡을 듣고 또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느 순간 MP3 파일로 음악을 듣지 않으며 자연스레 책상 서랍에 들어갔다가 창고로 옮겨졌고, 이후로는 행방이 묘연하다. 최근 복고 바람을 타고 아이팟을 찾는 사람도 늘어난다고 한다.

구형 카메라로 찍은 비엔나 시내
세상의 모든 기기는 점점 발전하며 100% 활용하지도 못할 만큼 다양한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왕이면 조금 더 좋은 기기를 찾게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래된 느낌, 저화질의 감성에도 계속 손이 가게 되는 신기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게 당분간은, 이 막시멀리스트로서의 장비병이 치유가 되지 않을 듯하다.
나의 구형 카메라들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https://instagram.com/photo_by_miri_vienna
https://blog.naver.com/miri_in_vienna
https://mirivienna.com
하루 한 잔 비엔나 #19
언제부터인가 꾸준히 아이폰을 써 오고 있다. 작년에 아이폰15 프로 맥스를 샀지만, 아이폰 스냅 촬영도 해야 하니까, 하는 핑계를 대고 올해 나온 아이폰16 프로 맥스를 냉큼 질러버렸다. 이 기세로는 내년에 아이폰17도 나오자마자 지르지 않을까 싶다.
아이폰 16프로를 15프로 맥스와 비교해 보고 있는데 확 와 닿는 차이를 느끼진 못하고 있다. 컬러를 좀 더 세분화해서 찍을 수 있는 기능은 좋지만, 야경 촬영을 할 때 마치 똑같은 조명을 붙여넣기라도 한 듯한 고스트 현상을 아직 잡지 못한 상황이라 아쉽다. 크기도 아주 약간 커지고 얇아져서 혹시 촬영 중 핸드폰을 손에서 놓칠까 봐 조심하고 또 조심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최신형, 고화질 카메라를 탑재한 신형 폰을 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구형 폰에도 눈독을 들이는 중이다. 뉴진스의 영향인지 최근 올드 캠코더의 열기가 뜨겁다. 카메라들은 점점 고화질로, 고성능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오래되고 화질도 낮은 낡은 카메라로 담는 일상이 또 다른 묘미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도 그렇다. 최신형으로 담는 스냅도 인기몰이 중이지만, 출시된 지 한참 지난 낡은 핸드폰으로 찍는 사진의 색감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그럴까, 네이버에서 ‘아이폰 카메라 색감’을 검색해 보면, 10년은 더 된 핸드폰을 다시 구매해서 사진을 찍고 색감을 리뷰하는 글이 적지 않다.
특히 색감으로 인기가 좋은 기종이 아이폰 Xs와 Xs 맥스. Xs 맥스의 색감이 동화 같다는 마니아들도 많다. 마침 나한테 예전에 쓰던 Xs Max가 있어서 한국에 잠시 들어간 김에 배터리를 교체해서 쓰고 있다. 비엔나에서는 배터리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기도 하거니와 이 모델들의 중고 가격이 점점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아주 뿌듯하다. 다음번에 한국에 가게 되면 추가로 들인 구형 핸드폰 배터리들도 교체해 올 생각이다.
비엔나 스냅 촬영을 하며 ‘아이폰 스냅’도 하고 있다 보니 점점 빈티지한 느낌에 빠지고 있다. 아이폰 SE와 6s도 구매했고, 가장 최근에는 아이폰 3gs까지 ‘득템’ 했다. 3gs는 나의 첫 아이폰 입문 모델이자 돌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핸드폰 액정을 시원하게 깨트려 먹은 기억이 남은 모델이기도 하다. 정말 대 자로 철푸덕 하고 넘어졌는데 무릎이 깨진 것보다 민망해서 더 아팠다. 금이 간 액정 위에 투명 매니큐어를 발라 코팅해서 썼던 기억도 난다. 3gs로 사진을 찍어 보니 요즘 카메라의 전면 카메라보다도 화질이 떨어지지만, 그 당시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오는 효과가 있다.
그러고 보면 작은 에어팟이 한참 인기를 끌다가 지금은 큼지막하게 귀를 덮는 헤드폰이 트렌드이고, 그러면서 다시 유선 이어폰이 ‘인싸템’이 됐다. 최신형의 모델이 나오면 나올수록 어떤 사람들은 1990년대, 2000년대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에도 여전히 필름을 감아 찍는 필름 사진의 손맛을 놓지 못하고, 조금만 어두워지거나 확대를 해도 지글지글 노이즈가 끼는 오래된 핸드폰으로 비엔나의 시내를 담는 재미에 푹 빠졌다.
구형 카메라로 찍은 비엔나 시내
거의 20년 전, 구형 아이팟 클래식에 음원을 잔뜩 넣고 다니며 기차 안에서 좋아하는 곡을 듣고 또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느 순간 MP3 파일로 음악을 듣지 않으며 자연스레 책상 서랍에 들어갔다가 창고로 옮겨졌고, 이후로는 행방이 묘연하다. 최근 복고 바람을 타고 아이팟을 찾는 사람도 늘어난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기기는 점점 발전하며 100% 활용하지도 못할 만큼 다양한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왕이면 조금 더 좋은 기기를 찾게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래된 느낌, 저화질의 감성에도 계속 손이 가게 되는 신기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게 당분간은, 이 막시멀리스트로서의 장비병이 치유가 되지 않을 듯하다.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https://instagram.com/photo_by_miri_vienna
https://blog.naver.com/miri_in_vienna
https://mirivien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