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추럴하게]상트 모릿츠에서 스키 타기

본, 내추럴하게 #9



독일의 길고 어두운 겨울의 어느 금요일. 이렇게 무심하게 스키시즌을 보낼 수 없어 무박 3일로 스위스 알프스 산자락 "상트 모릿츠"로 향했습니다. 퇴근한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내리 달려(약 740킬로) 토요일 종일 스키를 타고, 일요일 새벽에 다시 본으로 돌아오는 살짝 미친 일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노약자와 어린이는 따라하지 마시길)



참고로 알프스는 스위스를 대표할만한 상징이지만 정작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보다 알프스 보유량(?)이 적습니다. 특별히 이 상트 모릿츠는 알프스 스키의 성지로 불리는 곳으로 지금은 저 같은 프롤레타리아 계급들이 다닐 만큼 만만해졌지만 과거 럭셔리의 상징으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었던 곳입니다. 그래서 작은 이 마을엔 명품 매장들이 즐비하기도 하구요.



도착하자마자 일단 스키를 대여합니다. 같은 알프스라도 오스트리아 알프스스키장이 대여료도 쌉니다. 여러 이유로 오스트리아 알프스를 주로 다니지만 말씀드렸듯 "성지순례" 한번은 해야 할 것 같아 무리해서 내려가 보았습니다.


스키를 좋아하지만 구입하지 않는 것은 그때그때 다른 종류의 스키를 경험해보는 즐거움이 또 있기 때문입니다. 단, 스키부츠만 무좀 전염의 이유 상 개인소유로……(전염 시키는지 받는지는 비밀).



일단 곤돌라를 타고 십여 분 이상 올라갑니다. 알프스 스키는 기본 2000미터쯤부터 시작하니까요. 참고로 알프스는 그 높이만큼 날씨도 변덕스러운데요, 이날 화창하진 않아 살짝 실망스러웠으나 그래도 눈보라는 없으니 이 또한 감사한 겁니다.


역시 멋지네요!!!



눈 만난 강아지마냥 이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녀봅니다. 일단 슬로프파악은 된 상태이므로 거리 계산해서 메인 곤돌라역인 “마르군” 중심으로 돌기로 합니다. 참고로 난이도 상중하로 나뉘며 알프스에서는 검정 빨강 파랑(혹은 녹색) 이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소싯적에야 뭔가 최고 난이도를 타줘야 한다며 검정으로만 다녔으나 이제 나이에 따른 도가니의 손실이 큰 바, 파랑으로만 다닙니다. 뭐 어딜 가도 경치는 좋으니까요.



역시 설산에서 먹는 양갱이 최고죠.


그리고!


이겁니다. 왜 제가 그 멀고 미친 일정으로 여길 오는지!!!



하. 세상을 다 가졌어요. 게임 끝입니다.


두어 시간 타고 살짝 무릎 풀릴 때 쯤 마셔주는 이 비어의 목넘김과 향이 글을 쓰는 지금 몸이 기억해줍니다.


(끝내 한잔 하고 다시 써 내려갑니다. 본능에 충실한 필자!)


누군가 알프스 스키의 매력을 묻는다면 늘 이렇게 대답합니다.


“알프스에서 한번도 스키를 안탈순 있지만 한 번만 타는 사람은 없다”



단순히 긴 슬로프, 그리고 좋은 눈의 상태가 매력의 전부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어딜 둘러봐도 악소리날 만한 이 경치와 자연이 주는 감동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다독여주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은혜 받는 거죠.


이제 11월 개장을 하지만 리프트가 다 열리는 1월 말쯤 부터 진정한 시즌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다시 겨울이 오고, 이제 스키를 타려면 슬슬 하체위주의 운동에 들어가야겠네요.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글/사진 프리드리히 융

2003년 독일유학 중 우연히 독일 회사에 취직하여 현재까지 구 서독의 수도(현재 독일의 행정수도)인 본에 거주중인 해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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