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추럴하게 #12



든든히 먹고 살짝 취기가 올라옵니다. 나가야죠. 베를린은 밤이 좋아,라고 완선 누님, 아니 친구 슈테판 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전철을 타고 나갑니다. 한국의 지하철이 얼마나 최고의 퀄리티인지는 유럽 여행 와 보신 분들은 다 압니다…,만! 허접해도 나름 운치가 있어요.


독일인들에게 “야 너희 전철 너무 구려. 코리아 전철 한 번 타 봐.” 그러면 “그래도 우린 프랑스 전철처럼 냄새는 안 나잖아.” 이럽니다. 제가 사는 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노선과 북적임이 저를 흥분시킵니다. 하. 너네들 왜 잠을 안자니? 아. 오늘 ‘불토’로구나.



근데 정말 5분에 한 번씩 약 필요하냐고 묻네요. 대마초, 엑스터시, 코카인, 이 세 종류를 제일 많이 물어봅니다. 근데 문제는 남자 둘이 걸어가는데 저한테만 약 필요하냐고 물어봐요. 친구가 그럽니다. 제가 약을 좋아하게 생겼다고.


네, 저 약 좋아합니다. 약주이런거요.



벨린에는(독일인들 베를린 발음은 ‘벨린’으로 들립니다.) 수많은 운하가 있는데요, 낮엔 수상 레저스포츠로 밤엔 이렇게 운치 좋은 경관을 제공합니다. 친구가 꼭 와야 한다는 디제이 펍에 새벽 1시경도착!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올드팝을 믹싱하는 디제이님!! 아. 잠들었던 저의 유흥본능이 이날 터지고 맙니다.



이분이에요. 정말 시크한 표정으로 시종일관 디제잉하시던. 중간 중간 맥주 원샷 해 주시는 센스! 놀라운 건 올드팝 위주 선곡인데 어린 연령층들이 대다수입니다.


“너랑 나랑 평균 연령 열살은 높인다.”



올드팝과 함께하는 심야는 아름답기만 합니다. 아니, 근데 어딜 봐서 내가 너보다 더 약을 좋하게 생겼니? 갑자기 저한테만 약을 팔려고 하던 녀석들에게 화가 치밉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두 아재는 술인지 물인지 분간이 안갈 때 즈음 유체 이탈이 되어 펍을 나섭니다.



그리고 바로 가려는 순간! 역시 대도시의 위엄인가. 새벽 시간 전철에서 최고 수준의 버스킹 그룹을 만납니다. 귀가는 늦어지고…, 취기로 제 눈이 감깁니다. 어떻게 귀가했는지 모르지만 일단 다음 달 잘 자고 일어나긴 했네요.



담날 에스프레소로 전날의 숙취를 일단 진정시킵니다. 하, 이놈, 이게 얼마짜린데 업소용을 샀나. 뭐 감사히 얻어 마시는 거죠.


근데, 베를린에 해장국집이 있다며? 그렇게 마셨으니 해장을 하러 가야겠습니다.



베.를.린 #3에서 계속.




글/사진 프리드리히 융

2003년 독일유학 중 우연히 독일 회사에 취직하여 현재까지 구 서독의 수도(현재 독일의 행정수도)인 본에 거주중인 해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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