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 비엔나 #23
올해도 봄이 왔다. 처음 독일에 도착한 시기가 4월이었기 때문일까. 지금도 4월이 되면 처음 독일 땅을 밟았던 느낌, 그때 맡았던 공기의 내음이 되살아난다.
부활절에 관한 기억이 없었던 걸 보니 부활절이 끝난 직후 독일에 도착한 게 아닐까 싶다. 한창 2006년 독일 월드컵으로 시끌벅적했던 시내와 오래된 광장에 깔려 있던 돌길 사이로 푹푹 빠지던 고무 같은 바닥은 기억이 난다. 갑자기 쏟아져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봄 눈과 우박도 잊지 않았다.

오스트리아는 가톨릭 국가이고, 우리 가족도 가톨릭 신자이기에 부활절은 긴 휴일과 방학으로 즐겁기만 한 시즌이다. (물론 회사에 다니는 나와 업체를 운영하는 남편에게는 짧은 휴일밖에 주어지지 않지만.) 동시에 부활절 시즌은 변덕스러운 날씨가 지금이 봄인지 아니면 겨울인지 헷갈리게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럼 어떠랴. 어제는 해가 쨍쨍 내리쬐며 더웠다가, 오늘은 흐리고 빗방울이 떨어지며 갑자기 온도가 떨어지더라도 테라스에 내놓은 화분에는 새잎이 돋았고, 파릇파릇한 새싹이 올라온다. 얼마 전까지 황량하게 비었던 나뭇가지가 눈 깜빡할 새에 꽃봉오리들을 잔뜩 맺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때도 속바지 위에 두꺼운 바지를 입혀야 했는데, 이제는 속바지를 벗기고 한결 얇아진 외투를 입혀줘도 신나게 놀고 온 아이는 더위로 발갛게 익어 있다.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아직 바람이 몰아치고 간간이 떨어지는 비 소식에 쌀쌀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 달 전의 바람과 오늘의 바람은 다르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졌고, 어떤 이는 반팔에 반바지 패션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올해의 봄은 우리에게 어떤 뉴스들을 가지고 올까. 어떤 소식과, 어떤 일들을 물어다 줄까. 1년이 벌써 1/4이나 지났다. 부활절 연휴를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금방 여름이 오겠지만, 한국만큼의 꽃놀이를 즐기지 못해 언제나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을 가지게 되는 봄이지만, 올해의 봄도 비엔나를 한껏 만끽해 보기로 한다.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https://instagram.com/photo_by_miri_vienna
https://blog.naver.com/miri_in_vienna
https://mirivienna.com
하루 한 잔 비엔나 #23
올해도 봄이 왔다. 처음 독일에 도착한 시기가 4월이었기 때문일까. 지금도 4월이 되면 처음 독일 땅을 밟았던 느낌, 그때 맡았던 공기의 내음이 되살아난다.
부활절에 관한 기억이 없었던 걸 보니 부활절이 끝난 직후 독일에 도착한 게 아닐까 싶다. 한창 2006년 독일 월드컵으로 시끌벅적했던 시내와 오래된 광장에 깔려 있던 돌길 사이로 푹푹 빠지던 고무 같은 바닥은 기억이 난다. 갑자기 쏟아져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봄 눈과 우박도 잊지 않았다.
오스트리아는 가톨릭 국가이고, 우리 가족도 가톨릭 신자이기에 부활절은 긴 휴일과 방학으로 즐겁기만 한 시즌이다. (물론 회사에 다니는 나와 업체를 운영하는 남편에게는 짧은 휴일밖에 주어지지 않지만.) 동시에 부활절 시즌은 변덕스러운 날씨가 지금이 봄인지 아니면 겨울인지 헷갈리게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럼 어떠랴. 어제는 해가 쨍쨍 내리쬐며 더웠다가, 오늘은 흐리고 빗방울이 떨어지며 갑자기 온도가 떨어지더라도 테라스에 내놓은 화분에는 새잎이 돋았고, 파릇파릇한 새싹이 올라온다. 얼마 전까지 황량하게 비었던 나뭇가지가 눈 깜빡할 새에 꽃봉오리들을 잔뜩 맺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때도 속바지 위에 두꺼운 바지를 입혀야 했는데, 이제는 속바지를 벗기고 한결 얇아진 외투를 입혀줘도 신나게 놀고 온 아이는 더위로 발갛게 익어 있다.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아직 바람이 몰아치고 간간이 떨어지는 비 소식에 쌀쌀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 달 전의 바람과 오늘의 바람은 다르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졌고, 어떤 이는 반팔에 반바지 패션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올해의 봄은 우리에게 어떤 뉴스들을 가지고 올까. 어떤 소식과, 어떤 일들을 물어다 줄까. 1년이 벌써 1/4이나 지났다. 부활절 연휴를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금방 여름이 오겠지만, 한국만큼의 꽃놀이를 즐기지 못해 언제나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을 가지게 되는 봄이지만, 올해의 봄도 비엔나를 한껏 만끽해 보기로 한다.
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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