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 비엔나][라이프] 가물가물한 음악 전공생의 열정을 일깨우는 마스터 클래스 참관기

2025-08-29

하루 한 잔 비엔나 #26


남편조차 까먹고 있는, 나의 전공은 음악이다.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했고, 성악 반주도 전공했다. 한국에 서둘러 귀국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기에 그야말로 하고 싶었던 공부를 실컷했다. 그러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점점 멀어지던 졸업을 영영 미뤄(?)버렸지만, 어쨌든 피아노 전공자이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한인 성당에서 미사 반주를 하는 게 전공을 살리는 유일한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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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친하게 지내는 피아니스트 언니와 음악을 전공했던 동생과 함께 음악 캠프를 기획해 보자! 하며 뭉쳤다. 이름하여 ‘삼미’. 우리 이름에 다 ‘미’ 자가 들어가서 탄생한 음악 캠프명이다. 어느덧 올해로 3년째가 되었다. 첫 해, 통역과 촬영 스태프로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하면서 자연히 학생들의 수업을 참관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통역을 하면서 내가 같이 몸이 들썩들썩, 손가락이 간질간질해질 정도였다. 예전에 내가 받았던 레슨의 시간들도 떠올랐고, 어느새 매의 눈으로 학생들의 수업을 지켜보고 있는 나 자신이 웃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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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회사를 다니고 있다 보니 마스터 클래스에 쭈욱 참여하진 못했다. 그래도 처음에 있는 교수 음악회와 마지막 날의 참가자 수료 연주회에는 촬영 스태프로 참여할 수 있었다. 평소에도 본 연주보다 리허설 구경을 더 좋아하는 편인데, 학생들의 리허설 때는 사진 촬영을, 본 연주 때는 영상 촬영을 했다. 정말 매년마다 “나는 저 때 저 곡을 몰랐는데!”, “아니 어떻게 저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감탄도 나온다. 그러면서 저 나이 즈음 무대에 섰던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아휴, 그때는 연주를 어떻게 했나 몰라 하는 ‘라떼는’ 식의 감회에 젖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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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클래스에 직접 참여하진 않지만, 마스터 클래스가 끝날 즈음이면 나도 틈틈이 손가락 좀 굴려야지, 연습 다시 해봐야지 하면서 며칠 악보를 뒤적인다. 꾸준한 연습은 마음처럼 쉽지 않지만. (슬쩍 고백해본다. 꾸준한 연습은, 학생 때에도 쉽지 않았다. 아니, 밤 새서 연습실에서 연습하던 그 열정은 나이와 함께 타들어간 거냐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치는 학생들의 모습은 다시금 “그러게, 나 피아노 치고 싶었네.” 하는 마음을 소환한다.


올해의 마스터 클래스도 그렇게 지나갔다. 삼미의 마스터 클래스는 내년에도 기획되어 있다. 언젠가 나도 악보를 들고 가 레슨에 참가할 날을 꿈꾸며, 내년에는 어떤 음악도들을 만나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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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비엔나의 미리작가(마이네포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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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전공했고, 스냅작가로 활동 중이다.
E로 오해받지만 사실 I가 2% 더 많은 INFP. 2006년부터 유럽에서 살았고, 2009년부터 시작한 비엔나 스냅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은 일 벌리기 능력자 워킹맘. 주력은 디지털 사진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필름카메라 작업도 즐겨하며, 요즘은 아이패드 드로잉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마이네포토(MeineFotos)라는 이름으로 비엔나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한 마리의 고양이, 내성적인 연하남, 다소 엄마를 닮아 집중 받기 좋아하는 아들과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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