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 비엔나][라이프] 손맛이 좋다, 폴라로이드 카메라 SX-70과 SLR 680

2025-11-28


하루 한 잔 비엔나 #29


필름 값이 하루하루 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름 카메라로 찍는 손맛이며 결과물이 너무 좋다. 그런데 여기에 한 몫 더 해 이제는 폴라로이드가 너무 좋다. 그것도 올드 버전들. 덩치고 큰데 여기에 들어가는 폴라로이드 필름 값도 어마어마하다. 보통 요즘 폴라로이드 카메라에는 한 팩에 10장이 들어 있는데, 올드 버전엔 1팩이 8장이다.


그래도 생긴 것부터 남다르다. 스냅 촬영을 하면서 여러 폴라로이드를 랜덤으로 들고 나가는데, 큰 모델을 딱 꺼내면 고객분들이 깜짝 놀라신다. 어머, 저 큰 게 뭐가 했는데 작동하는 거 보면 신기해요!



그 주인공이 바로 내가 사랑하는 카메라, SX-70이다. “오겡끼데스까”라는 대사로 우리 세대의 심금을 울린 영화 『러브레터』에서 여자 이츠키가 학교를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던 카메라가 바로 이것. 아마 그 모습에 반해 SX-70에 입문한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 영화의 영향을 조금 받았다.


영화 『러브레터』속 SX-70


물론 실제 영화에서처럼 뛰어다니며 셔터를 누르면 결과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SX-70은 철저하게 수동이다. 렌즈도 어두운 편이라 흐린 날에는 얌전히 들고 숨을 흡, 참아야 흔들리지 않게 찍힌다. 뛰어나디면서 찍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것. 초점도 수동으로 잡아야 하고, 필름 나오는 것만 자동이다. 수동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카메라인 거다.


같은 디자인에 플래시와 자동 초점이 달린 SX-70 Auto가 있고, SX-70 이후 모델로 SLR680이 있다. 원래 SX-70 Auto 모델까지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야경에 플래시를 쓰게 되면서 플래시가 내장된 SLR 680까지 눈이 갔다.


나의 폴라로이드 카메라들


마침 애용하는 중고거래 장터에서 SLR 680을 발견했다. 필름팩을 잘못 끼우는 바람에 시세보다 좀 더 저렴히 판매한다는 상품이었다. 받아 보니 정말 필름팩이 뒤집어 끼워져 있어써 작동도 안 되고 빠지지 않는다. 플라스틱을 잘라내다시피 하면서 끄집어 내고 손에 영광의 상처까지 생겼지만, 새로 산 필름팩을 꽂아보니, 앗! 모터가 윙 돌아간다. 셔터를 누르자 사진을 툭 뱉는다. 전 주인이 “사용을 확신할 수 없다”는 카메라를 모험심을 품고 가져왔다가 툭툭 건드려 작동을 시키는 그 순간은 정말 신나고 기쁘다. 필름을 잘못 먹어 배탈이 났던 카메라는 그렇게 다시 작동을 시작했다. 비록 오래되어 뷰파인더가 선명하게 보이진 않지만 충분히 사용할 만 하다. 살짝 반 셔터를 눌러보면 초음파 소리 같은 게 들리며 자동으로 초점을 잡아준다는 게 어쩜 그렇게 편한지! 



낮에 찍는 사진들은 그야말로 감성 샷이다. 찰칵, 찍으면 윙- 돌아가는 모터에 힘차게 툭! 뱉어내는 네모난 사진. 세상 하나뿐인 사진이다. 필름 값이 비싸고, 새 상품이 없어 중고 가격이 치솟아도, 폴라로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한 계속 애용할 것 같다. 언젠가 폴라로이드 사진들로만 만든 사진 책도 내보고 싶다. 네모난 뷰파인더로 바라본 나의 시선을 담은 책이라니, 새해 소망으로 한번 버킷리스트에 넣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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